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74화
콰르릉!
서쪽,저 멀리 기묘한 천둥벼락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진다. 사실 천둥벼락인지 아닌지도 잘 모를 정도로 뭔가가 강력하게 부딪히거 나,바닥에 떨어질 때 나는 충격파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저쪽은 되게 시끄럽네.”
“무슨 자연 현상이라도 발생한 건
“이 사막에 저런 요란한 자연 현 상이 있던가……
백하란은 자신과 같은 차량에 탑 승한 원정 대원들이 저들끼리 이 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조용히 서 쪽을 응시했다.
‘저 위치는……
왠지 저 요란한 굉음 소리의 정 체를 알 것만 같았던 백하란은 조 금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나저나 엄청 추워지네. 사막에 막 들어왔을 때만 해도 되게 더웠 는데.”
백하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 시 카야마가 하품을 쩍쩍 내뱉으며 말했다. 그러자 주변에 앉아있던 다른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막은 참으로 신기해서 처음 막 진입했을 때만 해도 엄청난 폭 염이 몰아쳤는데 일정 경계를 지 나치는 순간 급격하게 눈보라가 몰아치며 추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뭐 그런 곳이잖아. 그리픈은.”
대검을 어루만지고 있는 근육질 의 남자,레드케첩이 중얼거렸다. 딱히 누가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 었지만 왠지 모두가 공감했다. 그 와 동시에 어찐지 고향이 그리워
지는 말이기도 했다.
묘하게 분위기가 가라앉자 레드 케첩은 실없는 뻘소리를 했다.
“가끔은 후회한단 말이지.”
“뭐를?”
그의 옆에 앉아있던 여자 동료가 묻자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린 다.
“그리픈으로 오고 나서부터는 왠 지 모르게 ‘아이디’가 실명이 되었 잖아. 어찐지 그게 관례가 되기도 했고. 나는 왜 아이디를 레드케첩 으로 지었을까 하고 후회한단 말 이지……
분명 넥스트를 처음 시작하고 아 이디를 지을 때 ‘이것은 당신의 두 번째 이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 말 이걸로 하시겠습니까?’하고 경 고 메시지가 몇 번이나 나온다. 가 상현실 게임이라는 특징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실명으로 아이디를 지었고 그것은 백하란 또한 마찬 가지였다.
하지만 아주 가끔 레드케첩처럼 그냥 자기가 짓고 싶은 닉네임을 써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사람의 면전에 대고 아이디 를 부르기가 조금 꺼려지는 경우 도 있었다. 레드케첩의 경우는 그
정도가 조금 덜한 정도이지만 과 한 섹드립을 아이디에 집어넣은 사람이나 욕을 넣은 사람들은 아 예 얼굴을 가리고 다니거나 아이 디를 새로 생성하기도 했다.
“홈,그러게. 레드케첩은 너랑 안 어울려. 차라리 마요네즈는 어때?”
“……너 조금 있다가 보자.”
해난이 우스갯소리로 말하자 레 드케첩이 조용히 발끈했다. 백하란 은 레드케첩의 머리를 올려다보았 다. 투블럭으로 되어있는 새하얀 은발이 었다.
생긴 것만 보면 완전 동네 양아
치였지만, 사실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분위기 를 띄우기 위해 대검을 이용한 기 묘한 마술을 보이기도 했고 괜스 레 여자들에게 민폐를 끼쳐서 잔 소리를 잔뜩 먹는 바람에 웃음거 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리 에 있는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동 료를 위해 애를 쓴다는 사실을 알 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레드케첩 을 싫어하지 않았다.
백하란도 레드케첩이라는 남자가 꽤 친근하게 느껴졌는데 그는 불 현둣 그 이유를 깨달았다. 레드케 첩의 성격은 서천영과 굉장히 비
숫했다. 유쾌하고,호쾌하고,뒤를 돌아보지 않는 상남자 중의 상남 자.
겨우 이런 이유로 친근감이 느껴 졌다는 것 때문일까,백하란은 어 쩐지 조금 자괴감이 느껴졌다.
쿠궁!
저들끼리 떠들며 차량이 이동하 고 있을 때 갑작스레 바깥쪽에서 굉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차량 에 하나씩 탑재되어있는 무전이 울렸다.
-얼어붙은 샌드 월 떼가 오고 있 습니다. 모두 전투 준비를 해주시
기 바랍니다.
그 말에 원정 대원들을 투덜대며 차량에서 내렸다. 이 차는 사막이 나 빙판길을 모두 통과할 수 있도 록 마탑에서 특별 제작한 것이지 만,그렇다고 해서 전투 능력이 있 는 것은 아니었다.
“이럴 땐 지구의 탱크나 전투기가 그리워진단 말이지.”
“어쩔 수 없지. 그리픈은 인간의 능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곳이니 까.”
지구와 그리픈의 차이점을 또다 시 상기해낸다.
지구라는 곳은,모든 기술과 힘, 능력이 전부 ‘도구’에 집중되어 있 다.
컴퓨터라는 그리픈에서는 상상조 차 할 수 없는 기술이라던가,기관 총이나 대포,초장거리미사일 등등 그리픈의 마법사들이 수십 년이나 수련을 해야 사용할 수 있을 정도 로 위력이 뛰어난 마법과도 동급 인 무기들을 지구의 인간들은 조 금만 배우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구는 ‘도구’가 없으면 인간들은 아무런 힘을 발 휘할 수 없다. 그리고 그리픈의 인 간들은 도구가 없더라도 스스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기계 또한 어떤가. 지구의 모든 도구는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인간 들의 편리성을 굉장히 추구하는 편이지만 그리픈은 그러지 못했다. 대부분을 인간들이 스스로 조작하 고 움직여야만 했고 그 또한 일정 경지에 다다른 마법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인간의 초인적인 능력에 과도하 게 집중한 나머지 그리픈에는 전 쟁도구가 그닥 많은 편이 아니었 다. 탱크나 전투기가 있을 리는 만 무. 그저 이런 이동 수단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할 판이었다.
“샌드 월이라 레벨은 몇 정도이려 나?”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백 하란은 땅속에서 유영을 하듯 헤 엄치며 나가오는 샌드 월 중 하나 에 시선을 집중해 레벨을 포착했 다.
[Lv. 273 - 얼어붙은 샌드 웜]
“히익,레벨이 뭐 저리 높아?”
이곳에 참여한 넥스터들의 평균 레벨이 300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평균 이하의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샌드 웜 한 마리의 덩치 가 5m를 가볍게 넘어가, 한 마리 를 잡으려면 여러 명이 달라붙어 야 한다는 점까지 생각한다면 상 당히 골치 아픈 적이었다.
하지만 이 원정대에는 마법사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유령 선장 가오레쉬’룰 잡기 위해 마법사들을 상당히 모은 상태였고 보통의 원 정대보다 마법사의 비율이 4배나 높았다.
결과적으로 샌드 월은 말 그대로 학살을 당했다.
탱커들이 방패를 치켜들고 초인
적인 돌진으로 샌드 월들에게 경 직을 먹이면 쿠궁 소리와 함께 파 동이 퍼져나간다. 그 순간 마법은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 번에 수십 개씩 발사되었고 몇 초도 버티지 못하 고 샌드 웜들을 하나 둘씩 죽어나 갔다.
백하란은 선두에 나서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다른 6클래스 의 마법사 두 명 역시 힘을 보존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것은 원정 대장의 명령이기도 했다.
“하아,짜증나네. 이제 차량 버리 고 간다고 했나?”
“응,여기서부터는 몬스터가 엄청 많이 출몰한다고 했어.”
“젠장. 난 전역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또 행군이야?”
미국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렇 게 투덜대며 활을 쏘았다.
순식간에 샌드 월은 정리가 되었 다. 레드케첩을 포함한 근거리 원 정 대원들은 근처에 다가온 샌드 월들에게 검을 몇 번 휘둘러 본 것이 전부일 정도로,할 일이 없었 다.
“마법사가 확실히 강하긴 강하 네.”
“에이,그래도 혼자 있으면 힘들 잖아. 나는 지금 마법사 하라고 해 도 못할 것 같은데.”
“당연하지. 년 머리가 멍청해서 안 돼.”
마법사는 한 방을 추구하는 클래 스이다. 당연하게도 강점이 매우 큰 만큼,단점도 매우 컸다. 혼자 서 뭘 하기가 힘들다는 것.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던 헤난은 고개 를 갸웃했다.
“그래? 나 넥스트할 때 서천영이 라는 마법사는 혼자 다 해먹고 다 니던데.”
“서천영? 저번의 그 꼬마? 에이, 그건 쪼랩들 잡을 때나 그랬겠지.”
“맞아. 마법사는 절대 혼자서 아 무것도 못한다고. 파티원들이 잘 해줘야 캐리도 가능한 거지.”
“흠,그런가……
샌드 월이 정리되자 원정대는 짐 을 실어놓은 필수 차량 몇 대를 제외하고는 전부 돌려보냈다. 인벤 토리라는 아주 편리한 ‘축복’이 있 는 넥스터들과는 다르게 그리픈의 원주민들은 짐을 휴대할 수가 없 었으니까.
행군은 반나절이나 지속되었다.
가는 도중에 덩치가 10m를 넘어 가는 거대한 흰색의 곰이나 전갈 떼의 습격을 받기도 했으며 ‘아우 성치는 모래 지옥’이라는 기묘한 구간을 지나칠 때는 모래가 스스 로 형상화하여 사람의 손으로 변 해 원정 대원들을 모래 속으로 끌 고 들어가기도 했다.
그야말로 공포 영화의 한 장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원정대에 얼마나 정예만을 고르고 골라서 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저녁쯤이 되었을 무렵 구
름이 더 짙어지고 눈보라가 더욱 거세지자 원정 대장 루몬은 잠시 행군을 정지시킨 다음 각 그룹의 리더를 모아 작전을 전파했다.
“저 앞쪽에 있는 협곡이 저희들의 작전의 중심이 될 예정입니다.”
백하란 또한 회의에 참여했기 때 문에 루몬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백하란은 루몬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아주 거대하고 높은 파 도가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소용 돌이를 치듯 몇 개나 되는 ‘장벽’ 처럼 보이는 파도가 지금 당장이 라도 무너져 내려 이 세상을 덮칠
것만 같은 기세로 얼어붙은 그 모 습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 생길 정 도였다.
그리고 그 얼어붙은 소용돌이 파 도의 근처에는 거대한 절벽이 두 개 존재했는데 루몬의 말에 따르 면 저곳에다가 마법사를 배치한 뒤 협곡의 사이에서 ‘유령 선장 가 오레쉬’를 레이드하자는 의견이었 다.
“유령 선장 가오레쉬는 워낙에 베 일에 싸여있는 몬스터라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탑의 마법사 분들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리겠습 니다.”
“물론이지요.”
“흠흠.”
백하란은 루몬이 부탁한 마법사 들을 바라보았다. 40대 초중반으 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르 고 있었는데 각각 다른 소속의 마 탑인 것인지 표시하고 있는 장신 구가 달랐다.
회의가 끝나고 그들 중 한 명이 백하란을 발견했는지 눈을 반짝이 며 그에게 다가왔다.
“이것 참,메이지 백하란 아니십 니까. 저는 ‘루진’이라고 합니다.
꼭 보고 싶었는데,원정대에 들어 와서도 통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요.”
“반갑습니다.”
루진은 세련된 중년 세일러맨의 느낌이 풀풀 풍기는 남자였는데 백하란에게 순수한 호감을 표하고 있었다. 그가 뛰어난 마법사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마법 사로서 호기심이 생기는 모양이었 다. 하지만 루진과 반대로 약간 뱃 살이 나와 있는 또 다른 6클래스 의 마법사 ‘로캇지테스’는 코웃음 을 쳤다.
“흥,넥스트 출신 마법사가 6클래
스라고 해봐야 거기서 거기지.”
“이봐 로갓지테스,말이 조금 거 칠군.”
“뭐 어때?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쓸데없이 힘만 키우고 와서는.”
로갓지테스가 그렇게 투덜대며 자리를 비우자 루진이 어색한 웃 음을 홀렸다.
“저 친구가 워낙 질투심이 많아서 요. 재능이 뛰어난 메이지 백하란 을 부러워하는 겁니다. 너무 마음 에 담아두지 않으셨으면 좋겠군
요.”
‘별로 괜찮습니다/
백하란은 열게 마주 웃어주며 말 했다. 실제로 그 말대로 백하란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작전이 시작될 때 가 다가오자 천오백 명의 원정 대 원들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자신 들의 포지션을 정확하게 잡았다. 협곡의 사이에 서서 가오레쉬의 어그로를 끌어줄 인원들과 그 뒤 쪽에 자리를 잡고 가오레쉬의 발 을 묶어줄 뛰어난 마법사들 그리
고 믿음이 강한 사제들까지.
그리고 양쪽 절벽 위에는 수많은 마법사들이 각종 마정석을 준비하 고 마법진까지 그려놓은 채로 대 기 중인 상태였다.
쿵,쿵,쿵.
저 멀리서 지면 전체에 울려 퍼 지는 진동이 들려왔다. 그것은 서 서히,아주 서서히 다가왔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 린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이 세상을 덮을 것처럼 높게 솟아오 른 파도의 사이에서 뭔가가 엄청
나게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내 그것이 세상에 모습을 드 러낸 순간 원정 대원들이 눈을 부 릅떴다.
마치 거인이었다. 새파란 피부에 속이 비쳐 보이는 반투명한 몸체 를 가진 거구의 남자. 빌딩 두 채 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새하얀 눈동자를 가진 그 거대한 존재는 쇠사슬을 질질 끌고 있었 다. 백하란은 가오레쉬가 무엇을 끌고 있는지 너무 뒤늦게 눈치 챘
“저건…… 해적선?”
유령 선장 가오레쉬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해적선을 단순한 완력으로 질질 끌면서 협곡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떵!
[Raid Boss - ‘유령 선장 가오레 쉬’가 등장하였습니다!]
[과거 바다를 누비며 해적을 소 탕하던 위대한 해군 장교 가오레 쉬는 최후에 해적왕을 체포하였으 나 죽음을 맞이하여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고 말아 이승을 여전히
여전히 떠돌고 있습니다.]
[Lv. 405 - 유령 선장 가오레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