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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52화 (51/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52화

텔레포트 게이트라고 하는 것은 대 부분이 국가의 수도나 주요 거점 같 은 곳에 설치되어있기 마련이다.

천영은 그런 곳에 자주 가보지 못 했기 때문에 여태 텔레포트 게이트 를 타보지 못했었지만 중립 구역 투 르칸은 각 국가에서 하루에도 수많 은 고위급 인사들이 오고가는 장소 이기 때문인지 설치가 되어있었다.

당연하지만 텔레포트 게이트의 이

용료는 매우 비싸다. 그리고 천영은 적지 않은 돈을 수중에 갖고 있었지 만 과거에 가난하게 살던 경험이 있 어서 돈을 이런 곳에 함부로 쓰는 편이 아니었다. 쓸 때는 쓰지만 사 치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천영의 방침. 그런 천영에게 있어서 ‘공짜’ 라는 것은 관심이 없던 것도 일단 써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이었다.

“이번에 텔레포트 게이트 이용이 처음이신가요?”

텔레포트 터미널은 지구에서 보던 공항이 많이 축소된 것처럼 생겼다. 넓은 공간에 기묘한 건축물을 하나

세워놓고 그 주변에 낮은 돔 형태의 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투르칸의 텔레포트 게이트는 총 8 개이고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분증과 많은 돈, 입국 허가서 등 이 필요했다. 당연하게도 국가의 중 심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지 특 히나 신분증 검사에 많은 공을 들였 지만 천영은 그런 점에 있어서 프리 패스였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최연 소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시라고.”

터미널에 들어가서 금색 별 마탑의 시계를 보여주자 몇몇 마법사들이 달려들어서 천영을 안내하겠다고 나

섰다. 슬슬 금색 별 마탑의 최연소 마법사라는 타이틀이 전 세계 여기 저기로 퍼지고 있는 참이고 마침 천 영이 근처에서 루블랑의 신전을 공 략했다는 사실이 떠돌아다니니까 더 욱 관심이 많이 갔던 모양이다.

마법사는 천영에게 이것저것 물어 봤지만 그로서는 대답하기 꺼려지는 것밖에는 없었다. 넥스트에도 그리 픈처럼 마법 체계가 확실하더냐,그 곳에도 마법 아카데미가 있느냐,혹 시 언제부터 마법의 공부를 시작했 느냐. 사실 최연소 마법사이자 최연 소 금색 별 마탑의 일원이라는 타이 틀은 전부 거짓말이나 다름없었다.

천영은 그냥저냥 웃으면서 대답을 홀렸다. 천영이 을해 한 살을 더 먹 으면서 스물여덟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안내인이 막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텔레포트 게이 트를 이용할 때 더욱 짧은 루트로 통과하는 법이나 이곳에서 사가면 좋은 물건이라든가 챙겨가야 될 만 한 것들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알케론 시티’에 가신다구요? 흐 음,그럼 우산은 꼭 챙겨가세요. 거 긴 1년 내내 항상 습하고 비가 자 주 내리거든요.”

“그런가요.”

텔레포트 터미널의 주변에는 다양 한 상점이 즐비해 있어서 원하는 것 을 그때그때 구입할 수 있었다. 조 금 큰 신사용 우산을 집었다가 키에 비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깨달은 천영은 어린이용 흰색 우산 하나를 구입했다.

“아,그리고 거긴 상당히 더워요. 지금은 겨울이라 조금 시원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워낙 습한 곳이라 저는 거기에 갈 때마다 항상 반팔을 입어요.”

“열대 지방이에요?”

“아뇨아뇨. 그건 아닌데 뭐랄까. 그 냥 더운 곳이에요.”

“흐음.”

그리픈에는 지구의 상식으로는 이 해할 수 없는 것이 상당히 많았다. 이유도 없이 더운 곳이라던가. 이유 도 없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던가. 지구의 지리학자 들이나 물리학자들이 보면 이건 말 도 안 된다면서 게거품을 물고 소리 를 질러댈 만한 현상이 마구 벌어지 는 곳. 그렇기 때문에 천영은 별다 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럼 옷도 사죠 뭐.”

근처에 있는 의류점에 들른 천영은 그곳이 상당히 습하고 답답한 곳이 라는 말을 들어서 짧은 반바지와 통 풍이 잘 되는 펑퍼짐한 반팔 티셔츠 를 구매했다.

여벌의 옷까지 전부 구입하고 난 뒤 안내에 따라 텔레포트 게이트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공간에 지름 5m정도의 원이 세워져 있는 장소가 나타났다. 마치 영화 스타 게이트를 연상케 하는 비과학적인 설치물이 나타나자 천영은 조금 호 기심이 동했다. 이 공간 전체가 저 원 하나만을 위해 마법적으로 설계 되어 있었다. 어마어마한 마법적인

술식들과 에너지가 저곳만을 위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은 썩 가슴이 두 근거리게 만들었다.

천영은 목적지를 관리자에게 이야 기한 뒤 텔레포트 게이트 위에 올라 섰다. 이것을 사용하는 법은 간단하 다. 흰색의 빛이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면 그대로 걸어서 통 과하면 끝. 게이트의 위쪽에는 ‘사 용자에 따라 멀미 혹은 두통이 유발 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람’이라고 써 져 있었지만 천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출발하겠습니다.”

흰색의 로브를 입은 관리자 한 명

이 나와서 마법구체를 어루만지자 마정석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고 게이트가 빛을 격렬하게 뿜으며 열 렸다.

천영은 조금의 기대감과 함께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게이트를 통과했고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 지 않고 그대로 멀껑히 원 밖으로 빠져나왔다.

“……응?”

분명 뭔가 마나의 뒤틀림이 일어난 것 같은데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 다. 이거 잘못된 게 아니냐며 되묻 기 위해 천영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 에는 아까 전과는 다른 관리자가 녹

색의 로브를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야,신기한 손님이 왔네요. 마나 감응력이 엄청난데요?”

“네?”

“아,이제 보니 마법사인 모양이시 네요. 흐음,그렇다고 해도 굉장해 요. 간혹 있거든요. 마나와 너무나도 친숙한 나머지 공간의 뒤틀림을 아 예 느끼지도 못하고 통과하시는 분 들. 저 같은 경우엔 텔레포트 게이 트 처음 이용한 날 저녁에는 아예 위를 게워냈거든요.”

그 마법사는 외안경을 슬쩍슬쩍 건 들며 감탄했다. 천영은 얼떨떨한 얼

굴로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서둘러 빠져나왔다. 이제 보니 이곳은 아까 와는 전혀 다른 장소였다. 시설들이 훨씬 작았고 많이 낡았다.

화장실에서 옷을 반바지와 반팔로 갈아입은 다음 텔레포트 게이트의 건물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가자, 하늘이 어두컴컴했다. 투르칸에서 출발할 때는 오전이었는데 이곳에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낮고 넓게 퍼져있는 건물들에는 불빛이 환하게 들어와 있었다.

도시의 분위기 자체는 무지 침침했 지만 사람들에게는 활기가 넘쳤다.

장비를 입은 수많은 여행자들이 떠 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누볐고 천막을 친 길거리 노점상들 이 그들에게 각종 물건과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은 통칭 ‘마법사들의 밤’이라 고 불리는 장소라고 한다. 밤이 워 낙에 빠르게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 고,일 년 내내 비가 내리는 덕분에 이곳에서만 나는 ‘블랙레인 플라워’ 라는 식물이 마법사들의 수행에 그 렇게 좋다고 해서 수많은 마법사 지 망생들과 마법 연구자들이 몰려드는 장소이다. 덕분에 이곳은 마탑에서 자격증만 따고 활동을 전혀 하지 않

는 마법사들이나 무면허 마법사들이 상당히 많았고 그러한 점 때문에 텔 레포트 게이트까지 어찌저찌 설치되 었다는 모양이다.

천영은 우산을 펼쳐든 다음 길을 걸었다. 바퀴가 10개씩 달린 마차가 도로를 굴러다니고 있기도 하고 넥 스터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방금 막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것인지 잔뜩 지쳤지만 신나는 얼굴로 뭔가를 들 고 서로 자랑하고 있기도 했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레이븐에게 받 은 편지를 꺼낸다. 그곳에는 그를 안내하는 주소가 짧게 써져 있었다.

[제 스승님을 만나려면 우선 ‘알케 론 시티’에 가서 ‘엔’이라는 마법사 를 만나야 합니다. 상당히 괴짜인 데다가 워낙 제멋대로라 메이지 서 천영께서 조금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으나,반드시 그녀에게서 ‘열쇠’를 받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스승님이 머물고 계시는 ‘빛내림 숲’에 들어 갈 수 있거든요.]

레이븐이 적어둔 말을 읽은 천영은 주소를 보고선 그대로 방향을 꺾었 다. 엔이라는 마법사가 머물고 있는 집은 이곳에서도 상당히 구석에 위 치해 있었다.

한참 걷다 보니 기둥 위에 지붕만 얹어둔 뻥 뚫린 건물에 사람들이 옹 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곳에는 게시판 하나가 걸려 있었는 데 사람들이 그것을 중심으로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혹시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저 이제 173에 전사인데 파티 가 능할까요?”

“‘불가탄의 무덤’ 가실 마법사 계 신가요? 힐러랑 탱커 다 있는데 마 법사가 없어요.”

파티 모집? 천영은 호기심이 들어 그곳에 다가갔다. 예상대로 50명이

좀 안 되는 인원이 모여서 게시판에 다가 각자 파티를 올려두고 공고를 하고 있었다. 그는 향수가 조금 떠 올랐다. 넥스트를 플레이하던 시절 의 천영도 초보자 시절 때는 저런 식으로 파티를 구하곤 했었다. 물론 넥스트에는 ‘파티 모집 커뮤니티’라 는 아주 편리한 시스템이 있었지만 그리픈에는 당연히 없었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에서 파 티를 만드는 모양이었다.

간판을 살펴보니 ‘용병 센터’라고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떠 돌이 모험가나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장소가 넥스터들에게는 또 다른 모

임의 장소가 된 모양이다.

“응? 꼬마야. 여기서 뭐하니?”

천영은 바로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 리에 고개를 돌렸다. 붉은색의 단발 머리를 한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천 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슬쩍 우산을 내려 얼굴을 가리려고 했지 만 여자가 갑작스레 무릎을 확 접어 서 반쯤 앉은 자세로 올려다보는 바 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어머나.”

예상대로,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천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너도 혹시 넥스터니?”

천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더 욱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냈다.

“레벨은? 직업은? 파티는 있니? 우리 ‘갈라푸의 미로’에 갈 생각인 데 혹시 갈 생각 있어?”

“145요. 마법사요. 없는데요. 갈 생 각 없어요.”

쏜살같은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한 다음 매정하게 돌아서버리자 그녀가 천영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애원 했다.

“마법사? 정말? 여기 마법사들 전 부 파티 있어서 구하기 힘들단 말

야. 같이 가자. 언니가 잘 해줄게.”

“아뇨…… 그리고 저 같은 꼬맹이 데려가서 뭐하게요.”

하도 귀찮아진 천영은 스스로를 꼬 맹이라고 말하며 거부했지만 넥스터 에게 중요한 것을 레벨이라는 사실 을 알고 있는 그 여인은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뭐 어때. 마법만 잘 써주면 되지. 우리가 가려는 곳이 막 목숨이 위험 한 곳도 아니고. 적정 레벨보다 낮 은 곳만 돌아다닐 생각이거든.”

하지만 천영은 절대로 던전에 따라 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아뇨,저 생각해보니까 마법 다 까먹었어요. 수고하세요.”

단호하게 거절한 다음 천영이 머리 칼을 휘날리며 후다닥 멀어지자 여 인은 아쉽다는 눈으로 껍쩝 입맛을 다셨다.

“귀여운 애랑 파티하면 분위기도 살아나고 좋을 텐데……

“돌아가라.”

그것이 엔이 머물고 있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덩치의 남자가 그에게 내뱉은 소리 다.

“왜죠.”

“지금 엔 아가씨가 자리에 안 계신 다.”

와장창!

-야 이 미친 새끼야! 거기서 트리 플 하트가 나오냐고! 이거 조작이 지? 엉? 아이,씨발!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천영은 말없이 우산을 걸친 채 소리가 난 쪽을 주시했다. 남자가 뻘쯤한듯 헛 기침을 했다.

“……하여튼 안 계신다.”

짜중이 팍 솟은 천영은 표정을 와 락 구겼다.

“아나,진짜. 저도 지금 겁나 바쁘 거든요? 시간 없는 거 힘들게 찾아 왔구만. 안에 있는 거 뻔히 다 아는 데 왜 자꾸 지랄이세요?”

“너 같은 건방진 꼬맹이를 쳐내려 고 내가 월급 받고 일하는 거거든.”

“아오 씨.”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러니까 슬슬 열이 받았다. 뭐든 한 번에 제 대로 풀리는게 없다. 천영은 결국 항상 써먹던 방법인, 금색 별 마탑

의 상징인 손목시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경비원의 반응은 냉랭했다.

"네가 금색 별 마탑이든 아니든 상 관없다. 아무튼 오늘은 안 되니까 돌아가라."

"아니 왜요? 저 거기 마탑주가 직 접 가라고 해서 왔는데."

"그럼 더 안 되지;

“저 진짜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왔 다니까요?”

“안 된다. 특히 오늘처럼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하여튼 있단 거네. 응? 얼굴만 보 고 갈게요.”

“절대 안 돼.”

그러면서 남자는 살짝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잘못했다가는 내가 죽어

강제로 뚫고 들어가겠다고 마음먹 으면 이 남자를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소란을 피워봐야 엔에게 좋지 않게 보일 것이 뻔했으므로 그 럴 수도 없었다. 결국 이 문지기를 어떻게든 설득해야한다는 것인데, 도저히 생각나는 게 없었으니 더욱 답답했다. 우산을 어깨에 걸친 채 빙그르르 돌리며 말없이 바닥을 툭

툭 차다가 천영은 뭔가가 생각났다.

‘잠깐,영화 같은데 보면 이런 뒷 골목의 문지기한테는 역시……

그는 우산을 뒤로 확 꺾은 다음 고개를 들어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 봤다.

“후후,얼마면 돼? 응? 그래,입장 료가 필요한 거지? 내가 이런 데에 는 돈을 안 아끼거든. 봐봐,손 줘 봐. 내가 조금……

“잠깐.”

천영은 그의 손을 잡고 뇌물을 조 금 주려고 했는데 도리어 문지기가 그의 손을 턱 붙잡았다. 그러고선

천영의 얼굴을 무표정으로 빤히 쳐 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그래. 마침 아가씨 기분도 안 좋은데 잘 됐군. 좋아, 들여보내 주지. 대신 조건이 있다.”

“……뭔데?”

“가서 최대한 조용히,입을 열지 말고. 조신하게. 얌전한 척. 그녀의 말을 잘 따를 것. 알겠나?”

“그 정도야 뭐……

갑작스레 남자의 태도가 변하자 천 영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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