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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45화 (44/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45화

12장 루블랑의 신전

이혜림은 넥스트에 있을 때부터 상 당히 유명세를 멸치던 유저였다.

안시르엘이 빛나는 외모와 압도적 인 신성력으로 유명해지고 셀라임은 많은 원정대를 이끌고 다니던 리더 십으로 유명해진 것에 비해 이혜림

이 유명해진 계기는 사실 별 것 없 었다. 그저 어떤 보스의 레이드를 하던 도중 탱커가 모두 사망해버렸 는데 그때 이혜림이 단신으로 보스 를 안정적으로 탱킹해서 불가능하다 고 생각됐던 레이드를 성공시켰던 것이다.

당시에 보여줬던 이혜림의 마법은 수많은 마법사들이 보고 배우고 싶 어 할 정도로 특이한 것들이었다. 공격용 마법을 방어에 사용하질 않 나,방어용 마법으로 함정을 설치하 질 않나,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 의 틀을 완전히 박살내버리는 그녀 의 마법 스타일에 수많은 유저들이

열광했다. 점차 혜림의 사냥 영상이 공개되면서 단번에 유명인사가 되었 다.

당연하게도 그리픈으로 넘어온 지 금까지도 그 명성은 유지되고 있었 다.

이혜림은 배처럼 생긴 비행정의 갑 판이라는 이름을 가진 발코니에 나 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와 인을 마시고 있었다.

와인은 분위기로 마시는 것. 하지 만 폼은 잡지 말 것. 그러면 꼴불견 이니까.

이혜림은 그 말을 존중했다. 그렇

기에 그녀는 와인 잔을 쓰지 않는 다. 와인 잔이야말로 뭣도 모르고 와인의 맛을 느끼겠다고 설치는 부 류나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례합니다.”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목을 축 이던 와인을 내려놓은 혜림은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20대 중후반의 남 자 세 명이 반뜻한 차림을 한 상태 로 그녀를 조용히 웅시하고 있었다. 푸른색 머리칼을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혜림에게 손을 척 내밀었 다.

“이렇게 뵈어서 영광입니다,메이

지 이혜림. 저는 이번 루블랑의 신 전 공략 파티를 주도하고 있는 ‘윙’ 클랜 소속의 ‘란팔로’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그의 손을 맞잡은 다음 가볍게 악 수를 하자 란팔로는 정중하게 말했 다.

“메이지 혜림,혹시 이번 루블랑의 신전 공략에 참가하실 의향이 있는 지에 대해 여쭤보기 위해 찾아왔습 니다.”

그 말에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고 고민했다. 애초에 그녀는 루블랑의 신전 공략에 대해는 별 관심이 없었

다. 그저 서천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법사를 찾아왔을 뿐이었다.

“글쎄요. 저는 던전 공략에는 별 관심이 없네요. 다른 할 일이 있거 든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가 도 울만한 일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 까?”

“사람을 찾고 있어요.”

혜림은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겼 다. 동양적인 미모를 풍기고 있는 혜림의 그 동작 하나하나에 남자들 이 침을 꿀끽 삼켰다.

“혹시 당신들의 파티에 ‘서천영’이

라는 이름을 가진 마법사가 있나

요?”

“아마…… 이 비행정에는 아직 없 는 것 같군요. 하지만 아직은 모릅 니다. 지금은 가입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미리 위호에 가있는 저희 클랜 원들이 그 서천영이라는 분을 받았 을 수도 있지요.”

란팔로의 말에 혜림은 와인 병을 찰랑 흔들었다. 달빛을 받아 붉게 빛나는 레드 와인은 더욱 진하게 그 녀의 감정을 나타내는 듯 했다. 그 녀는 그것을 그대로 한 번에 들이켜 버렸다.

혜림이 거절하려는 둣한 모습을 보

이자 란팔로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 해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었다.

이혜림이라는 마법사는 이번 루블 랑의 신전을 공략하는 데에 있어서 너무나도 매혹적인 존재였기 때문이 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직 소속 이 없어 보이는 그녀가 운만 좋으면 자신들의 클랜 ‘웡’으로 들어올 수 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 다.

“부탁드립니다,메이지 이혜림.”

아무리 생각해도 혜림은 본인이 던 전을 공략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 다. 만약 파티에 참여했다가 서천영 이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시간적 큰

손해가 아닌가? 그녀는 합리적으로 판단했다. 던전의 공략과 서천영을 찾는 일.

‘거절해야겠어.’

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하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란팔로가 먼저 말을 꺼 냈다.

“만약,저희 파티에 ‘서천영’이라는 사람이 소속되어있지 않다면 저희 웡 클랜에서 그자를 찾을 수 있도록 힘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제안에 혜림은 다시 입을 다물 었다. 윙 클랜,넥스터들이 상당히

많이 소속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 그룹은 현재 어마어마한 속도로 크기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분명 그 정보력도 상당히 강할 터. 혼자 길거리 정보상을 전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혜 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위호는 어쩐지 우중충한 동네였다. 높은 건물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검 게 칠해진 주택이 있었는데 마치 도

시 자체가 썩어버린 느낌이라 그다 지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 마을이 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을의 기능마저 썩 어버린 것은 아니라 충분히 외지인 이 머물만한 곳은 찾을 수 있었다. 적당한 곳에 여관을 잡은 천영은 가 장 먼저 1층에 있는 식당에 찾아가 서 식사를 주문했다.

“여기 버섯 스프랑 베이컨,크림이 랑 빵도 주세요.”

상당히 많은 양을 주문한 천영은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넥스터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각자 저들의 동료들과 함께 두런두런 이

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을 가만 히 지켜보던 천영은 남자들이 착용 한 모자에 시선을 뒀다. 그들은 현 대식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절모를 착용한 신사도 있었고 스냅백을 거꾸로 돌려서 쓰 고 있는 젊은 남자도 있었다.

작은 머리에 비해 사이즈가 큰 빵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는 천영은 자신의 모자를 매만졌다.

‘나도 모자를 좀 바꿔볼까?’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머리카락의 대부분을 감출 수가 있어서 별 문제 는 없었지만 하도 같은 모자만 쓰고 다니다보니 조금 질리던 참이었다.

심지어 이 모자는 박하나가 만들어 준 모더니스 코리안 드레스를 착용 하게 될 경우 전혀 매치가 되지 않 아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고 만다. 옷에 별 관심이 없는 천영이지만 그 래도 언밸런스한 것은 끔찍이도 싫 어하기 때문에 결국 전투용 장비를 착용하면 모자를 벗어야만 했다.

‘……그냥 머리카락을 잘라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냥 잘라버리기엔 정말로 뭔가 아까웠다. 그 어떤 값비싼 천 과 비단, 솜을 가져다 놓아도 이것 보다도 더 부드러울 수는 없다는 생 각이 들 정도로 머릿결이 좋았기 때

문이었다. 풍성하게 자란 덕분에 관 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머리카락 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긴 하지만,오 히려 그 점이 더 매력인 점이 마음 에 들지 않았던 천영은 평소에는 아 예 모자로 가리고 다니는 것이다.

‘흠,이번 일만 끝나면 나도 하나 장만해봐야겠어.’

잠시 기다리자 주문한 음식이 나왔 다. 와인을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 에 인벤토리에서 ‘드래곤 브레스’ 한 병을 꺼내들었다. 천영이 빵을 크림에 찍어 먹으며 베이컨을 우물 거리고 있을 때 여관의 위층 계단에 서 살짝 젖어서 촉촉해진 머리카락

을 그대로 방치한 셀라임과 안시르 엘이 내려왔다.

“뭐야 오빠,우리 껀?”

“내가 다 먹어버렸어.”

당당한 표정으로 빵을 뜯고 있는 천영의 표정을 보고서 셀라임과 안 시르엘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동그 랗게 뜨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 리에 앉았다. 자신들의 몫을 따로 주문하는 그녀들을 본 천영은 조용 히 음식을 우물거렸다.

몇 분이 지나고 셀라임과 안시르엘 의 몫까지 음식이 나왔을 때 여관의

문이 열리며 어떤 일행이 들어왔다. 5명으로 구성된 그 일행은 여자 2 명에 남자가 3명으로 이루어져 있었 는데 그들이 착용한 복장과 장비가 꽤나 번쩍거리고 화려한 탓에 사람 들의 시선이 자동으로 집중되었다.

천영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몇몇 넥스터들은 그들을 알아보았 다.

‘야야,저 사람들 윙 클랜에 그 파 티 맞지?’

‘어,그러네. 와 장비 좋은 거 보

소?’

천영은 다른 사람들의 속삭임을 엿

듣고서야 그들이 꽤나 유명한 넥스 터들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냥저냥 유명한 사람들이겠거니 싶어 서 가만히 그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들 중 여자 2명이 셀라임과 안시 르엘을 쳐다보더니 이쪽을 향해 똑 바로 걸어왔다.

“어머,셀라임이네. 오랜만이야.”

“안시르엘 아냐? 피부 많이 안 좋 아졌네. 힘든 일이라도 있나봐?”

아는 사이였던 건가? 천영은 안시 르엘과 셀라임의 표정을 살펴보았 다.

안시르엘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살짝 미소만을 보였지만 셀라임은 뭔가 똥 씹은 듯한 표정을 순간적으로 지었다. 마치 ‘이 거지 같은 년들이 왜 뜬금없이 지랄이 야!’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천영은 착각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셀라임은 순식간에 표정관리를 끝 마치고 활짝 웃었다.

“응! 잘 지내나보네.”

“우후후,물론이지. 여기에 와서 좋 은 클랜에도 가입하고 장비도 좋은 걸로 새로 맞췄단 말이지. 게다가 이렇게 파티원들도 다 굉장하신 분 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녀의 말에 천영은 그녀들의 장비 를 훌어보았다. 한 눈에 봐도 수많 은 기능이 내장되어 있을 것처럼 보 이는 휘황찬란한 로브를 걸치고 있 었다. 최소한 유니크급 이상은 되리 라. 거기에 뒤에 서있는 남자 넥스 터들도 꽤 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 었다.

천영은 그들 일행이 전부 엄청난 고레벨일 것이라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영아,이 사람은 예전에 나랑 같 은 원정대에 속해 있었던 마법사 ‘세이지’라고 해. 저쪽의 성직자는 ‘혜이지’.”

안시르엘의 소개에 천영은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인사를 하지 않은 까닭은 마침 먹고 있던 베이컨이 너 무 맛있었던 탓이다.

’5클래스 정도인가?'

별로 관심을 둘만한 수준은 아니라 고 생각한 천영은 별다른 반응은 보 이지 않고 빵에 베이컨을 싸서 먹었 다. 세이지는 그런 천영을 쳐다보더 니 눈을 살짝 빛냈다. 하지만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돌린 다음 셀라임에 게 질문을 했다.

“너도 여기에 있는 걸 보면 이번 루블랑의 신전 공략 파티에 참여하

려는 모양이지?”

“어…… 일단은 그렇지.”

“그래? 근데 이 원정대에 참여하려 면 최소한 자신들의 그룹에 마법사 한 명이 필수인 건 알고 있겠지?”

“당연하지.”

그래? 셀라임의 대답에 혜이지가 어깨를 으쪽하더니 과장된 제스처로 주변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그 마법사는 어디에 있니? 그 대단한 너희 파티면 마법사도 대 단한 분이겠지?”

혜이지의 그 말에 셀라임은 당당하 게 손바닥으로 천영을 가리켰다.

“여기 앉아 있잖아. 우리 파티의 마법사야. 이름은 서천영.”

풋.

그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이 지가 입가를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딴청을 피우며 내색을 하지 않더니 은근히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일종 의 비웃음이었다.

“그.. 꼬마가 너희 파티의 마법

사라고? 하핫,그렇구나.”

그것은 일종의 어떠한 반응을 끌어 내기 위한 명백한 무시였지만 정작 그 공격을 당한 셸라임과 안시르엘 심지어는 서천영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서천영은 이 들의 대화에 관심조차 주지 않고 빵 을 우걱우걱 씹어 먹고 있었다.

세이지는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천 영에게 물었다.

“꼬마 〇……

“천영.”

“……그래,천영아. 혹시 네 레벨을 좀 알 수 있을까?”

“125.”

짧고 간단명료하게 천영이 대답하 자 세이지가 그 순간 표정을 싹 바 꾸고서는 정말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안쓰럽고 불쌍한 무언

가에게 보낼 법한 시선을 지은 그녀 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다면 안 됐네. 이번 파티에 참여하려면 레벨이 최소 200대 중 반은 돼야 하거든. 그것도 솔직히 인원이 없을 때나 받는 수준이야.”

“어떻게든 되겠죠.”

천영이 무심하게 대답하자 세이지 는 순간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꼬맹이,지금 상황 파악을 제 대로 하긴 하는 거야?’

하지만 세이지는 이 상황이 여전히 너무나도 즐거웠기 때문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셀라임에게 맺 힌 한이 꽤 많은 여자였다. 항상 남 들의 위에서 내려다보던 샐라임이 이렇게나 볼품없는 모습으로 파티원 조차 제대로 된 마법사가 아닌 꼬맹 이 하나를 구실로 데리고 있을 뿐이 라니.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너처럼 레벨이 낮은 넥스터를 받아주는 건 무리란다. 음…… 셀라임이랑 안시르엘은 우리 랑 친하니까 특별히 받아줄게. 내 파티에 들어와서 보조하는 정도면

충분하려나?”

“만약 그게 싫으면.”

“제대로 된 마법사를 다시 구해오 는 걸 추천할게.”

그렇게 마지막 타격까지 날린 세이 지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여관의 위 층으로 올라갔다. 그 장면을 지켜보 던 사람들은 세이지에게 그런 말을 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왜냐하면 세이지는 300레벨 을 달성한 몇 안 되는 마법사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뭔가 집 찜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 광경 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 둘 씩 흩어지고 말았다.

셀라임은 멀어지는 세이지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하아,원래는 저런 애가 아닌 데…… 오빠가 이해 좀 해줘."

으적으적.

그러나 천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 고 빵을 씹고 있었다.

“여기 크림 추가요.”

크림빵이 은근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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