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12화
경쾌한 레벨 업 소리에 맞춰 천영 은 자신의 근육이 점점 더 단단해지 고 몸이 더 유연해졌으며 마나의 양 이 대폭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 었다.
이것은 상당히 생소한 감각이었다. 이렇듯 한 번에 레벨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적도 없었으며 인간이었을 때는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스탯을 직접 분배해야만 했지만 드래곤이
된 이후로는 성장할 때마다 자동으 로 스펫이 올랐기 때문이다.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레벨이 7이나 올라 41이 되었다. 컴퓨터로 키보드 와 마우스만을 움직여 사냥을 하는 게임이 아닌 직접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넥스트는 그 경험치가 오르는 속도마저도 극악으로 저조하기로 유 명했는데 이렇게나 재빠르게 레벨 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던 천영은 그 기쁨에 눈물이라도 홀릴 것만 같 았다.
“으헤헤헤.”
그와 별개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보스들의 시체를 보며 음흉한 웃음
을 홀렸다.
드래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 열한 웃음이었다. 만약 선조 드래곤 이 본다면 이딴 놈을 드래곤으로써 인정해줬다는 사실에 땅을 치고 통 곡할 일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선조 드래곤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 았다.
날개를 슬쩍 접어 바닥에 착지한 천영은 갈리프레소의 시체에 다가갔 다.
이 세계는 게임 속 세상이 아니다. 그렇기에 몬스터를 잡는다고 아이템 이 드랍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리픈 그 자체로써 지구와는 전혀 다
른 미스테리한 존재가 상당히 많았 다.
몬스터,이종족을 포함해 마법까지 더해서 자연현상마저 지구와 전혀 다른 것들이 상당히 많았으니. 그 중에서도 조금 더 특별하다고 생각 할만한 것은 역시나 던전이었다.
던전이라는 곳은 클리어를 한 사람 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 공간 자 체가 소멸하게 된다. 그리고 클리어 를 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주 어지게 된다. 운이 없으면 싸구려 천덩어리를 얻게 될 수도 있지만 정 말 고난이도의 던전을 돌파하게 되 면 전설 속으로 사라져버린 무구를
얻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번에 천영이 클리어한 던전은 그 정도까지 어려운 곳은 아니지만 그 래도 나름 천 년 전에 벌어졌던 역 사를 다룬 곳.
나름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 고 갈리프레소의 시체를 뒤져서 낡 은 검 한 자루를 꺼냈다.
[돌격대장의 낡은 시미테 등급 : 노멀 내구도 : 13/87 제한 : 힘 230, 체력 100
설명 : 천 년 전,누군가가 사용했 던 낡은 무기입니다. 종이 한 장 가 르는 것도 힘들어 보이지만 집에다 가 대충 장식해둔다면 손님들에게 자랑거리로 보여주기엔 충분해 보입 니다.
“이게 뭐야!”
설마 이런 쓰레기가 나올 줄은 몰 랐기에 천영은 시미터를 바닥에 내 팽개쳐버렸다. 아무리 고대 유물처 럼 보이는 물건이라지만 이런 쓰레 기에는 가치가 없다. 당장 던전 밖 으로 나가서 폐허를 조금만 뒤져도
이런 것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심지 어는 이 무기가 낡기 이전에도 고레 벨의 전사가 사용하던 물건이 아닌 지 스텟상으로 따지면 천영도 당장 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제한이 낮았다.
넥스트에서는 기본적으로 아이템에 레벨 제한이나 직업 제한이 없는 대 신 스텟 제한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어떤 무기든지 스텟 조건만 충족되 면 장착을 할 수가 있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무기는 마법사 시절의 천영 조차 마음만 먹으면 휘 두를 수 있을 정도로 전사들이 사용 하기엔 가치가 바닥을 기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다.
“참나,에스넨 제국이 뭐하는 나라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멸망했는지 알겠어.”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제 국 에스넨. 나름 돌격대장이라는 포 지션을 가지고 그 긍지와 명예를 죽 은 이후까지 지키고 있던 전사에게 이딴 무기를 쥐어줬을 정도면 얼마 나 팍팍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래선 대한민국 군대랑 다를 게 뭐야? 유효 수명이 몇 년이나 넘은 장비를 몇 세대가 돌려쓰는지 모르 겠네.”
천영은 바닥에 집어던진 시미터에 다시 한번 시선을 뒀다.
혹시나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숨겨 진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에.
[내구도 : 12/87]
내구도가 줄어있었다. 고작 바닥에 한 번 집어 던졌다고.
‘이딴 걸 들고 토우대장군이랑 맞 선 갈리프레소라는 놈도 대단하구 만.’
만약 갈리프레소에게 조금만 더 좋 은 장비가 있었더라면 천영이 굳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었다. 그는 슬쩍 토우대장군의 시체 를 살펴보았다.
이미 너무 심하게 실망을 해버린 바람에 별 다른 기대가 들지 않았 다. 그저 얼마나 대단한 쓰레기가 나올까 하는 마음으로 토우대장군의 갑옷을 슬쩍 들춰내었다
“이건…… 책?”
토우대장군의 시체에서 나온 것은 쓰레기도 아니고 잡동사니도 아니었
으며 쓰다 버릴 정도로 낡은 무기도 아닌 상당히 두꺼운 책이었다.
비록 인쇄 방식이 현재의 것과 비 교해서 굉장히 구식인데다가 종이 한 장 한 장에 얼룩이 가득하긴 했 어도 언어가 써져 있다는 것에 일단 합격점을 줄만 했다.
책이라는 것은 크게 좋은 보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쓸 만한 것이 나 왔다는 점에 있어서 천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토우대장군 마격투 설계 회로도]
“마격투?”
고대의 철자로 이루어진 제목은 재 미도 없고 센스도 없었지만 목적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책을 슬쩍 펼쳐보자 안쪽에는 토우 전사의 모 습이 그려진 그림이 가득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화살표나 줄을 그 어놓고 글자를 새겨놓거나 마법적인 회로를 이용해 특정 마나를 불어넣 으면 어떠한 힘이 발동되는 방식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 자체로 하나의 마법서 같은 데?’
절대로 평범한 책이 아니었다. 지
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골렘 같은 생 명체에 반응해 이 기술을 그대로 사 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스 킬북 같은 것이었다.
비록 설명에는 등급이나 내용 등의 자세한 것은 적혀져 있지 않았지만 천영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 책 은 상당히 귀한 아이템이 될 것이라 고.
하지만 이 책이 설계도라고 해도 문제가 있었다. 천영이 레덕슨 대도 서관에 머물며 수많은 마법 서적과 역사책 둥을 읽으며 깨달은 사실은 현재에 들어서는 이렇게 전투를 할 정도의 골렘을 개발하는 기술이 없
다는 것이었다.
그 말인 즉,이 스킬북을 쓸 곳이 없다는 것. 자신의 몸을 폭발적으로 가속시키거나 반동이 심한 마법을 난사하는 등 신체에 무리가 심하게 가는 마법을 마구 사용하는 골렘의 전투 방식은 절대로 생명체가 따라 할 수 없으니 누구한테 파는 것도 불가능했다.
아쉬운 마음에 입을 껍껍 다시며 책을 덮으려는데 메시지가 출력 되 었다.
[스킬 습득 조건 : 완독]
넥스트를 플레이하며 수많은 스킬 북을 접해왔던 천영이기에 이 글자 가 가지는 의미는 잘 알고 있었다.
책의 형태를 가진 스킬북을 끝까지 읽을 경우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것도 본인의 클 래스나 종족 등을 고려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일 경우에만 습득이 가능 했지 마법사가 전사의 스킬을 얻을 수는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불가능 했다.
하지만 천영의 눈앞에 떡하니 스킬
습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둥둥 떠 있었다.
“이거 설마……
내가 드래곤이라서? 천영은 그런 추측을 했다. 드래곤은 보통의 생명 체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근육을 어떻게 혹사시키든 몸을 어 떻게 굴리든 다른 생명체와는 다른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었기에 별 무 리가 없을 것이다.
자타공인 최강의 생명체. 그런 드 래곤이기에 평범한 생명체는 사용하 는 것조차 불가능한 무술을 익힐 수
가 있는 것이다.
천영은 책을 잽싸게 인벤토리에 넣 고 던전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러 자 던전의 입구가 순식간에 소멸되 었다. 그는 근처에 있는 기둥에 걸 터앉아 책을 펼쳐들었다. 웬만한 사 전보다도 훨씬 두꺼운 책이었지만 그는 밤을 새서라도 이것을 모두 읽 을 생각이었다.
‘내가 모르는 마법이 상당히 많이 내장되어 있어. 마법서를 다시 구할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
용언은 드래곤 고유의 마법이다. 언어에 의지를 불어넣어 기적을 발 현시키는 기술. 하지만 용언으로 마
법을 사용하려 해도 어디까지나 그 마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만이 사 용이 가능했다.
천영은 모든 종류의 마법을 다 기 억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마법서 를 다시 구해서 마법을 하나하나 배 워두려고 했는데 이 설계도에는 대 부분이 공격적인 용도밖에 없었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마법이 내장되어 있었다.
첫 장을 전부 읽은 천영은 즉시 주먹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설계도 에 적혀있던 대로 마법진을 힘으로 만들어 불꽃을 두르려고 했지만 피 식 하고 연기가 나더니 그대로 실패
했다.
[레벨 제한!]
[사용 조건에 맞지 않습니다.]
역시나 바로 쓸 수는 없었다. 천영 은 아직까지 용언도 사용하지 못하 는 마법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몸 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마격투술을 배운 다고 해도 마법을 바로 쓸 수는 없 는 모양이었다. 드래곤의 마법은 용 언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50레벨을 빨리 찍어야할 이유가 늘었는데.’
그러다 천영은 경험치 바를 확인하 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보다도 훨 씬 더 경험치가 올라있었던 것이다. 분명 보스를 처리한 직후에는 경험 치가 5%도 되지 않았는데 고작 첫 장을 읽으니까 37%가 되어있던 것.
‘뭐지? 보통은 책을 끝까지 읽어야 경험치가 올랐는데.’
그는 낡아빠진 책을 쳐다보았다. 이 책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상기해낸다.
‘천 년 전에 멸망했던 제국과 그에
맞선 골렘들의 마도 기술……
천영은 천 년 전의 고서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거기에 더해서 지금 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설계도라는 점까지. 그러자 책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대도서에서 책을 읽을 때에도 단순 한 소설책을 읽을 때보다 역사책이 나 철학,수학 등의 지식에 관련된 책을 읽을수록 경험치가 더 빠르게 올랐다.
‘설마 이거…… 옛날 기술이 담긴 책이라고 경험치도 빨리 오르는 건 가?,
생각보다도 더 쓸모가 있어 보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