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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 3회차 회귀 직전, 세계를 구한 하빈은 어떻게 지냈는가 (2) (265/268)

외전4. 3회차 회귀 직전, 세계를 구한 하빈은 어떻게 지냈는가 (2)

“야! 현시우우우!”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 현하빈에게, 이번에도 멱살이 붙잡힌 현시우.

“뭐, 뭔데? 이번엔 또 뭔데?!”

[넌 왜 맨날 멱살이 잡히냐? 참 죄 많은 녀석일세. 또 무슨 잘못 했어?]

‘잘못이라뇨? 이번엔 진짜 없을 텐데? 다 말했는데?’

이제 또 남은 게 있긴 한가? 5년 잠수 탄 것도 미안하다 사과했지, 랭커로 이중생활 한 것도 사과하고 오해 풀었지.

‘우리 남매 사이에 이제 남은 앙금은 없다고요!’

아마도?

그러니 당당해져도 될 것이다. 현시우는 처음으로 떳떳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이건 놓고 이야기하자. 무슨 일이야?”

“흠?”

의외로 침착한 태도로 대답하는 현시우의 모습을 보며 하빈은 눈썹을 찡그렸다.

“뭐야? 뭘 믿고 당당하지?”

“그야 난 잘못한 게 없으니까, 뭐가 됐든 오해일 거야. 일단 사람 말을 들어 보고 나서 판단하라고.”

“호오……?”

청산유수처럼 내뱉는 현시우의 말에 하빈이 팔짱을 꼈다. 어디 뭐라 하는지 들어 보겠단 태도.

“정말로 잘못이 없다는 거야?”

“그래, 난 당당해. 애초에 무슨 일로 달려온 거야?”

“이거.”

하빈이 쓰윽 종이백을 내밀었다. 그녀가 해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뭘까?”

내용물을 확인한 현시우가 중얼거렸다.

“……유산균?”

‘장에 좋은 쏙쏙 유산균!’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 있는 형광색 통.

“웬 유산균이야? 건강 관리?”

‘아니면 혹시 날 위한 깜짝 선물?’

다소 과격하긴 했지만 멱살 잡은 것도 놀라게 하기 위한 이벤트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그게 이벤트일 수가 있냐?! 너무 과하게 행복회로 돌리는 거 아냐? 그러다 큰일 난다!]

‘그, 그렇죠.’

하긴, 세상에 어떤 미친 인간이 이벤트로 멱살을 잡고 시작하겠어?

그 대상이 현하빈이다 보니 계속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난 추측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때마침 하빈이 물었다.

“그래, 이걸 내가 왜 가져왔을까? 이걸 보고도 생각나는 게 없어?”

‘이걸 보고 뭘 맞추라고!’

현시우는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머리를 굴렸다.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다.

‘아! 알겠다!’

“혹시 이거 네 건데 누가 몇 개 빼먹은 거야? 그럼 난 아님!”

‘이게 정답일 겁니다.’

현시우는 뿌듯한 얼굴로 유산균 통을 내려보았다.

아마도 현하빈은 소중한 유산균을 빼돌린 범인을 찾는 모양.

예전에도 이런 걸로 종종 싸운 적이 있으니 현시우부터 찾았겠지.

‘냉장고에 피자 남은 거 누가 먹었어?! 내 건데! 이번에도 현시우가 먹었지?’

‘그러게 빨리 먹으라고 했잖아. 오래 두면 굳는다니까?’

‘하루도 안 됐거든? 굳긴 뭐가 굳어? 그냥 먹은 거잖아!’

이런 적이라든가.

‘엥? 내 멍쉘 박스가 왜 텅텅 비었지……? 난 두 개밖에 안 먹었는데?’

‘음? 그거 엄마가 사둔 건 줄 알았는데 네 거였음?’

‘아오, 진짜!’

이런 전적이 있었으니.

[……뭐야? 그동안 잘못한 거 많네?]

‘어쨌든 이번은 아니라고요!’

헤매고 있는 현시우를 위해, 현하빈이 설명을 더 해주었다.

“이건 드라마 교양과목 선생님이 나한테 선물로 주신 거야.”

“아, 그 저번 던전 열렸을 때 인솔했던 선생님?”

“그래, 그분이 나한테 유산균을 주시면서 뭐라고 했는 줄 알아?”

“……건강해라?”

“아냐.”

“잘 살아라?”

“아냐.”

현하빈은 웃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보고 변비래.”

“……!”

결정적인 힌트. 그러나 거기까지 듣고도 현시우는 멀뚱멀뚱 대답했다.

“……너 변비였냐?”

“아오!”

하빈이 못 참겠다는 듯 쇼핑백을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잠깐, 잠깐! 그럼 유산균 쏟아져!”

“내가 변비라는 소문을 현시우 네가 냈다며! 네가!”

“뭐라고? 나 언제 그런 말을 했었지?”

[현하빈이 실종된 이유를 물었을 때 둘러댄다고 대답했다!]

“아, 맞아! 그래서 그런 거라고!”

다급히 이유를 생각해낸 현시우. 그가 억울한 목소리로 외쳤다.

“화장실에 오래 있어서 걱정된다는 말에 그렇게 변명을 해준 거라고! 대신 둘러대 준 거니까 오히려 네가 고마워해야지!”

울림국제고에 던전이 터졌을 때,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핑계를 대고, 던전을 막으러 간 하빈.

너무 오래 돌아오지 않자 걱정한 선생님에게 현시우는 ‘현하빈이 변비라서 그렇다’며 둘러댄 전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하필 그 이유를 대냐? 그냥 집에 갔다거나, 네가 데려갔다고 말하면 된 거 아냐?”

“……아하, 그런 방법이!”

“어쨌든 변비라고 소문낸 건 맞단 거네!”

“잠깐만!”

“이거 일부러 낸 거 아냐? 생각해 주는 척하면서 일부러 날 멕이려고!”

“아니라니까!”

그들이 대치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집무실 문이 열렸다.

“저기…….”

“들어오세요!”

현시우가 소리쳤다. 누구라도 이 상황을 보고 말려 주기를!

‘현하빈도 꽤 남의 이목을 신경 쓰니까 말이지.’

이왕이면 채지세가 들어오는 쪽이 나은데. 실수로 죽을 상황이면 힐링도 해줄 거고, 저번에도 현하빈을 잘 말려줬던 전적이 있으니.

그러나 이번에 들어온 건 채지석이었다.

“……이게 무슨.”

멱살을 틀어 잡힌 현시우를 보며, 망연한 표정을 짓는 채지석.

“얘 좀 진정시켜 봐!”

“또 뭘 잘못하신 거예요?”

채지석의 물음에, 현시우는 재빨리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게, 내가 현하빈이 변…….”

‘변비라는 이야길 선생님한테 해버려서.’

라고 말하려던 현시우. 그러나 말을 채 잇기도 전에 그는 현하빈에게 입을 틀어막혔다.

“읍읍!”

“조용히 해! 미쳤어?”

지금 소문을 어디까지 확장시키려는 거야?

“더 이상 말하면 죽인다! 눈치 안 챙겨?”

“…….”

창피했는지 귀 끝이 빨개진 현하빈. 그녀가 살벌한 눈빛으로 현시우를 노려보았다.

채지석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다시 물었다.

“현하빈이 뭐라고요? 변?”

현하빈이 알기로 채지석은 아주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이대로면 들킬 위기!

하빈이 다급히 수습했다.

“벼,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현시우가 반대하잖아!”

“네? 왜 굳이 진로를 막고 그래요?”

“그러니까! 내가 뭘 좀 해보겠다는데!”

하빈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끄덕했다. 채지석도 진지한 얼굴로 수긍했다.

“언제나 놀고 싶어 하는 현하빈이 뭘 하겠다고 말한 게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데……. 가 아니라, 듣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하네?”

[성좌, ‘가장 가까운 빛’도 덩달아 고개를 갸웃합니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현하빈이 갑자기 안 놀고 변호사 준비하겠다고 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며 어이없어합니다.]

“그러게, 현하빈 너 당분간은 논다고 하지 않았어? 벌써부터 준비할 거야?”

“당연히 해야지! 게이트 사태 터지기 전에는 꿈이었다니까? 그런 이야기 못 들었어?”

“듣긴 했지만…….”

그가 주변을 살피다 무언가 발견한 듯 시선을 멈추었다. 그의 시선 끝에 걸린 건 하빈이 휘두를 뻔한 유산균 통.

“이건 왜 들고 있어? 유산균?”

“이, 이건 말이지……!”

하빈은 유산균을 한 번, 채지석을 한 번 본 다음 해맑게 입을 열었다.

“현시우가 요즘 장이 안 좋아서, 선물로 주려고 가져왔지 뭐람!”

“아하……?”

“읍읍!”

현시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려 했지만 하빈에게 틀어 잡혀서 저을 수 없었다. 하빈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이야, 오빠 건강 생각해서 유산균까지 챙겨주는 착한 동생이 어디 있담? 오빠는 나한테 정말정말 감사해야 해.”

“으읍!”

“우리 오빠, 오래 앉아서 업무 보느라 힘들지? 치질 조심하고, 건강관리 잘하고 그래.”

상냥하게 현시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는 하빈. 아무것도 모르는 누가 보면 정말 사이좋은 남매라며 감탄할 법한 표정 연기였다.

“……그래?”

채지석은 조금 찜찜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별일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의외로 사이가 좋은 남매일지도?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그렇게 넘어가지 말라며, 이 남매의 상황에 익숙해져서 아직도 이상한 걸 못 느끼겠냐며 홀로 고개를 젓습니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왜 입을 틀어막고 멱살을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냐며 혼자 한숨을 쉽니다!]

띠링띠링.

뒤늦게 뜨는 알림들이 있었지만 채지석은 그걸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자자, 그럼 나가자, 나가! 그럼 오빠, 잘 지내고 있어야 해!”

현하빈이 다급히 채지석을 붙잡고 집무실 밖으로 끌고 나왔기 때문이다.

“읍읍! 읍!”

“앗, 오빠, 묵언 저주를 실수로 1분 걸어뒀는데 1분 지나면 풀릴 거야! 유산균 잘 먹고!”

하빈은 시우를 향해 경쾌하게 인사했다.

* * *

“……흐음, 그래도 변호사는 회귀하고 나서나 도전할래. 회귀 전엔 역시 놀 거야!”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채지석은 수긍하다가도 속으로 드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현시우랑은 싸웠던 거지? 회귀 후에도 변호사 도전하는 건 안 된다고 한 건가?’

저번엔 현시우도 하빈의 진로를 응원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어쩌면 사건 조사하다 화가 나서 법정에서 안 싸우고 법정 데려가기도 전에 개인적으로 능력을 써서 처리한다거나, 법정에서 능력 쓰며 싸울까 봐 겁났던 거 아니겠냐며 말을 얹습니다.]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이긴 한데.

‘에이 설마 그럴 일은 없겠죠.’

“채씨는 레모네이드 안 먹어? 역시 코코넛 음료나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으로 시킬까?”

마침 하빈이 메뉴판을 건네며 물었다. 그녀가 덧붙였다.

“하와이는 뭐가 유명한지 잘 몰라서.”

그랬다. 그들은 지금 하와이에 온 참이었다. 발밑에 사각사각 밟히는 하얀 모래와 그림처럼 드리워진 시원한 야자수 그늘.

청량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빈이 감탄을 흘렸다.

“크으으, 너무 좋다. 역시 자퇴하자마자 바로 여행을 하는 게 묘미지! 순간이동 최고!”

“이동 스킬 때문에 저도 데려오신 건가요?”

곁에 있던 레몬이 물었다. 그 역시 하빈에게 붙잡혀 하와이에 온 참이었다.

“응응. 지금 선배는 마계 일로 바쁘다고 해서 우리 레모니를 불렀지. 너도 이동 능력은 좋다며?”

“글리치 님만큼은 아니지만요.”

“그래. 꼰대가 안 될 때면 종종 부탁할게. 그리고 이상하게 하와이 하니까 네가 생각나더라고?”

하빈이 노란 레모네이드를 흔들며 신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또 레몬 하니까 레모네이드도 생각나고 말야. 이유는 딱히 없는데……. 흠, 어쩌면 언젠가 꿈에서든 평행세계에서든 하와이에서 레모네이드 먹는 게 버킷이었을지도?”

“그냥 제 앞에서 레모네이드를 흔드는 게 재밌으신 것 같은데요?”

“흠흠, 아냐! 어쨌든 하와이에서도 레모네이드를 팔아서 다행이란 말이지.”

하빈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덧붙였다.

“원래 한국의 망고 뷔페를 갈지 레모네이드를 먹으러 하와이 올지 고민을 좀 했어.”

지석이 물었다.

“지난번에는 딸기 뷔페 갔었잖아? 망고 뷔페도 있어?”

“당연하지! 망고 뷔페에는 생망고와 망고 빙수, 망고 케이크 등등이 나와. 다음에 지세 언니랑 가려고 예약 잡았다구!”

“의외로 정말 많은 종류의 뷔페가 있구나…….”

“이러다 레몬 뷔페도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떨떠름하게 덧붙이는 레몬의 말. 그걸 들은 하빈이 눈을 빛냈다.

“오호? 그거 아이디어 좋은데? 레몬 뷔페 괜찮다! 레모네이드랑, 레몬 올라간 파운드케이크랑, 레몬 올라간 연어랑, 방금 갓 잡은 황레몬이 나오는 거지!”

“뭐예요,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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