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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 3회차 회귀 직전, 세계를 구한 하빈은 어떻게 지냈는가 (1) (264/268)

외전4. 3회차 회귀 직전, 세계를 구한 하빈은 어떻게 지냈는가 (1)

관리자와의 치열한 전투 후.

세계를 구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하빈의 얼굴이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져 버렸다.

특히 마지막 전투에서 관리자와 싸우는 걸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한 현하빈.

그래서 어느 나라를 가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빈의 얼굴을 알았다.

“가는 곳마다 사인해 달라고 하더라고. 집 밖만 나가도 도촬이 시작돼!”

하빈이 억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디 뭐 조용히 동굴 같은 데로 가서 살아야 하나?”

“마계는 언제든 하빈 님을 환영한답니다!”

틈새를 놓치지 않고 끼어드는 이프시네. 반면 크릭샤는 표정이 안 좋았다.

‘이러다 진짜로 마계에 저 인간이 눌러사는 건 아니겠지?’

그럼 매일매일 눈치 보면서 살아야 하잖아?

‘안 돼!’

생각에 빠져 있는 그들에게 하빈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 그냥 해 본 말이야. ‘기만자의 소망’을 쓰면 여행도 문제없지! 정말 최고의 스킬이라니까!”

외형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스킬!

다만, 이 스킬을 갖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골치 아플 게 빤했기에 집 근처를 오갈 때는 쓸 수 없었다.

“그리고 학교 다닐 때도 당연히 못 쓰는 스킬이지.”

“그렇네. 학교 갈 때는 못 쓰겠구나. 그럼 어쩌게?”

현시우의 물음에, 하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당연히, 학교 안 가야지!”

“…….”

“당연한 거 아냐? 왜 이렇게 빤한 걸 묻지?”

[이번은 나도 예상했다!]

“그래그래, 잘잘이는 이제 나한테 적응했다니까?”

“정말 안 가도 괜찮겠어?”

이번에 물은 건 채지석이었다. 아마 울림국제고에 교사로 일하고 있다 보니 하빈의 결석이 신경 쓰일지도. 하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괜찮지! 다들 내가 왜 학교에 가기 시작했는지 잊었어?”

[급식 먹으려고?]

“아냐, 김잘잘! 거기 급식을 못 먹는다니 그냥 다닐까 고민도 되지만…… 그 이유는 아냐!”

[그럼 드라마 교양수업 들으러?]

“아잇! 물론 그것도 이제 못 듣는다고 하니까 슬프지만 그것 때문도 아니라고!”

이번엔 이프시네와 크릭샤가 말을 보탰다.

“저! 알 것 같아요! 저번에 나쁜 스파이를 잡아낸 적 있었죠? 역시 마신님은 스파이를 잡기 위해 학교에 잠입을 해서!”

“아냐! 오히려 백리다가 날 감시하려고 역으로 학교에 잠입했던 거지.”

“그럼…… 아하, 저번에 갔을 때 매점이라는 곳이 참 좋았죠. 거기 가려고 그러는 것입죠?”

“릭샤는 언제 갔던 거예요?”

“거기도 아냐. 물론 매점 아주머니를 자주 못 보게 될 거라는 게 슬프지만 말야.”

‘그래도 이렇게 들으니까 재미있는 추억이 많긴 했네.’

하빈은 고개를 끄덕인 뒤, 헛다리만 짚는 그들에게 친절하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학생으로 다니는 동안에만 각성자 강제동원에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거든.”

“아하!”

“맞아, 그랬지.”

“뭐야? 현시우는 왜 이제야 아는 척해? 애초에 이 방법 소개해 준 게 현시우였잖아?”

“크흠.”

“어쨌든 이제는 그것 때문에 학교 다닐 필요는 없다고. 왜냐면 이제 게이트가 안 열리니까!”

하빈은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게이트도 없으니 게이트를 이유로 강제동원도 못 하지! 그러니까 꼭 학교 안 가도 난 자유라는 말씀!”

“그렇겠네.”

“그러니 난 오늘부로 학교를 자퇴하겠어.”

하빈은 비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좌중을 둘러보며 엄숙하게 덧붙였다.

“말릴 생각하지 마. 진짜로 할 거니까.”

“……딱히 말릴 생각은 없었는데.”

“어허, 얼굴에 다 티 나거든? 교장 현시우, 그리고 선생님인 채씨과 지세 언니! 아쉬워도 어쩔 수 없어! 다들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을 테니 어쩔 수 없이 교장이나 선생님으로 계속 학교나 다니라고. 난 나갈 테니까!”

난 이제 자유다!

하빈은 경쾌한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섰다.

* * *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자퇴를 하는구나!’

자퇴를 각오한 하빈. 그녀가 마침내 교문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현하빈이다!”

“현하빈 떴어? 어디?”

“현하빈 씨!”

기다렸다는 듯 달려오는 학교의 신문부와 방송부.

그나마 울림국제고는 전문 기자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학생 기자들만 상대해도 되었다. 하빈은 쓰고 있던 모자를 매만지며, 여유롭게 선글라스를 썼다.

“이럴 줄 알고 오늘도 챙겨왔지.”

부탁한다, 선글라스!

마침 옆으로 다가온 학생들이 말을 걸었다. 정말 전문적인 기자라도 되는 듯 다급한 목소리였다.

“현하빈 학우님! 관리자의 공간에는 어떻게 들어간 겁니까?”

“원래 각성자 등급이 어떻게 되시죠?”

“왜 울림국제고에 들어온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울림국제고에 던전이 열릴 걸 예상하셨습니까?”

‘에휴.’

그동안 하빈은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했다. 대부분의 질문에 ‘직접 답하기 곤란하고 어려운 내용이라 SPES 측을 통해 문의 주시면 됩니다.’라고 답변을 남겼고, 솔라리스와 SPES에서 대신 답을 주었다.

모두 논란이 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필터링하여 엄선된 정보들로만.

그러니,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현하빈에게 직접 답을 들을 수 있는 지금은 기자들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하빈은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학생들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몇 마디라도 대답을 해 주는 게 좋겠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으니.

결론을 내린 하빈이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강태서 선생님과는 친구였다면서요?”

“…….”

한 학생이 던진 질문.

그리고 그 이후로 기다렸다는 듯 앞다투어 다른 학생들의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아, 맞아요! 강태서가 마이너 패치와 협력했다는 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니, 오히려 마이너 패치를 괴멸시킨 게 강태서라는 쪽이 더 유력한데요. 현하빈 씨는 아는 게 있으신가요?”

“…….”

하빈은 쓰고 있던 모자를 푹 눌러썼다.

“……관련 보도 자료는 SPES에서 모두 전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학우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문의 사항도 SPES 측으로 주세요.”

하빈은 결국 평소처럼 대답하는 걸 선택했다.

처음부터 인터뷰할 마음을 먹었던 게 무리였던 모양이다.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니까.’

* * *

“서윤아!”

“어, 언니 진짜! 제가! 정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미안미안.”

“기만의 수호자인 것도 이야기 안 해주더니 혼자 갑자기 가서 관리자랑, 흑, 그러니까…….”

기숙사 방 안. 말을 하다 말고 울먹이는 서윤.

“헉, 걱정했어?”

“당연하죠! 혹시라도 죽을……까 봐 얼마나 맘 졸이면서 봤는데!”

“괜찮아. 나 안 죽었잖아? 물론 관리자는 죽었지만!”

하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아, 혹시 관리자가 죽을까 봐 걱정한 쪽이야? 그럼 미안해!”

“네?! 그럴 리가 있어요?! 당연히 언니가 잘못될까 봐 걱정한 거죠!”

“맞아요! 얘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밥도 못 먹고 중계를 보더라니까요!”

때마침 그들 사이로 끼어드는 목소리에 하빈은 고개를 돌렸다.

“어? 제발네희야!”

“아 제발! 제 이름은 송제희라니까요?”

“알겠어, 손제희야.”

“송제희라고요!”

“발음이 비슷해서 그게 그건 줄 알았지 뭐람? 앞으로는 잘 부를게. 걱정 마!”

“진짜죠? 진짜 제대로 부를 거죠?”

“당연하지, 재희야.”

“……?”

뭔가 느낌이 찜찜한데?

제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빈이 손을 들며 외쳤다.

“어허, 스탑! 다른 사람 방에 들어오는 건 교칙 위반이잖아? 제희 너, 저번에도 우리 방에 들어왔으면서 또 교칙 위반하려고 그러는 거니?”

그 말에, 제희는 억울하단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저번엔 기숙사에 몬스터들이 돌아다녀서 어쩔 수 없었고, 이번에는…….”

제희가 근처에 있던 화분을 집었다.

“이번에는 짐 빼는 거 도와드리려고 온 거예요.”

그 말에 하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어?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단 말이야? 우리 제희 많이 컸네. 네 발이 아니라 다섯 발제희로 불러줄까?”

“다섯 발은 좀 징그럽거든요! 제발 송제희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어, ‘제발 송제희’야.”

“아 쫌!”

눈을 흘기려던 제희는 하빈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고 표정을 풀었다. 하빈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도와주러 왔다니 기특하네. 다들 이거라도 먹고 하자!”

하빈은 인벤토리에서 먹을 것들을 꺼냈다. 컵라면, 떡볶이, 순대, 치킨, 케이크, 만두까지 순식간에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집들이……는 아니고 그 반대말이 뭐지? 어쨌든 반대의 상황이지만, 먹을 걸 안 먹을 이유는 없지!”

[사실 짐 옮기는 것도 마법 쓰면 한 번에 되잖느냐?]

‘그래도 천천히 옮기는 게 낫지. 덕분에 인사할 시간도 있고.’

냠냠.

하빈은 떡볶이 떡을 베어 물며 고개를 들었다. 밤에 이불 덮고 핸드폰을 보던 아늑한 공간. 몬스터가 침입했을 때도 대피소가 되어 주었던 든든한 장소.

짧게 지냈던 곳이지만 조금은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원래 학교란 그런 법이지.’

졸업을 하든 자퇴를 하든 평생 여기서 살 수는 없는 법. 추억만 가지고 가는 게 학창시절의 묘미일 것이다. 마침 서윤이 물었다.

“그래도 언니, 학교 나가고 나서도 저희 종종 보러 올 거죠?”

“물론이지, 혹시나 시간을 돌린다 해도 만나러 올게. 떡볶이 사 줌.”

제희가 냉큼 말을 받았다.

“저는 치킨이요!”

“그래그래! 둘 다 시키지, 뭐.”

* * *

‘흠흠, 그럼 자퇴서를 제출해 볼까?’

팔락팔락 자퇴서를 손에 흔들며 교무실에 도착한 현하빈.

그녀에겐 무수히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하, 하빈 양? 하빈 씨?”

“에이, 평소에 부르듯 편하게 부르세요!”

“그래도…….”

정체가 다 밝혀진 이상, 아무래도 ‘현하빈 학생’으로 부르기에 좀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교장님의 여동생……인, 거죠?”

“에효, 그러니까요. 저도 현시우…… 아니, 오빠가 교장으로 다니고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니까요?”

하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하빈과 시우의 관계에, 선생님들은 나름의 추측을 속닥였다.

‘진짜 현하빈한테도 이야기 안 하고 교장으로 온 거였어?’

‘애초에 하빈 양은 피데스가 현시우였던 걸 몰랐던 건가?’

‘동생을 속이고 들어올 정도로 철저했다니, 의외네.’

‘그만큼 학교 던전을 막는 데 진심이었나 봐.’

“어쨌든…… 그런 학교 외적인 관계도 있고 해서, 계속 다니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요.”

또, 매번 하빈이 등교할 때마다 기자들이 학교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하빈이 등교하는 게 곤란한 만큼, 학교 측에서도 부담이 장난 아닐 것이다.

“하빈 양이 학교를 떠난다니…….”

때마침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드라마 교양과목 선생님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동안 성실한 학생이었던 하빈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던 모양.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하빈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이건 약소하지만 작별 선물이랍니다.”

“헉, 선생님. 뭘 이런 걸 다 주시고…….”

‘어떤 선물을 주셨을까?’

하빈이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선물이 든 종이백을 열었다.

그 안에 든 건.

‘유산균이잖아?’

“하빈 양이…… 변비가 있다고 들었답니다. 유산균이 변비에 좋대요.”

“네에?”

벙찐 표정을 지은 현하빈이 다급히 선생님에게 물었다.

“잠깐, 잠깐만요! 대체 그런 이야기는 누구한테서 들으신 거예요?”

“하빈 양의 보호자가…….”

“보호자 누구요!? 설마 코니 할머니?”

“아뇨, 그쪽은 아니고요, 현시우 교장님…….”

“아악! 현시우, 진짜!”

가만 안 둬!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빈은 표정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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