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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 IF-만약 현하빈이 기만의 수호자인 게 초반에 밝혀졌다면? (2) (262/268)

외전3. IF-만약 현하빈이 기만의 수호자인 게 초반에 밝혀졌다면? (2)

“현하빈, 정말 가도 괜찮겠어?”

“응응, 걱정하지 마!”

뒤늦게 상황을 알고 달려온 채지석.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그를 향해 현하빈은 환하게 웃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멈칫했다.

‘왜 저렇게 웃지?’

자세히 보니, 환하다 못해 살벌한 미소…… 같은데.

“아냐! 난 지금 기분 진짜 좋다니까? 그 화면 너머로만 보던 가면쟁이를 실물로 보잖아?”

[뭘 하려고…… 그렇게 신이 났느냐?]

불안하게…….

하빈의 반응이 신나 보일수록. 아헤자르와 채지석은 어쩐지 더더욱 걱정이 되었다.

마치, 터지기 전의 시한폭탄을 보는 것 같은 초조함.

“도착했습니다.”

마침, 떠드는 사이 도착했는지, SPES 요원들이 정중하게 그들을 안내했다.

“……현하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네가 안 가고 싶다고 하면 솔라리스 측에서 어떻게든 피데스랑 협의해 볼게.”

그토록 들키기 싫어하던 정체를 들키고, 각성자 검사까지 다시 하게 된 상황이라니. 현하빈에겐 너무나도 끔찍한 일일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중재하려는 채지석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하빈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난 정말 괜찮다니까?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지.”

“…….”

그럼 누군데.

‘설마 피데스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 거냐?’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맞는 말이라며, 지금 피데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현하빈을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눈치를 봅니다!]

“그, 죽이려는 건 아니지?”

조심스럽게 떠보는 채지석.

“에이, 뭘 그런 무서운 소릴 하고 그래? 내가 누굴 죽인다는 거야?”

“…….”

“그런 소리 함부로 하면 큰일 나, 채씨! 난 정말, 개미 한 마리 죽일 수 없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하빈은 SPES 건물 앞에 서서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대답과 달리 손을 뚜둑, 뚜둑 풀고 있는 모습은 어딘가 의아했다.

요원 중 한 명이 물었다.

“그런데, 현하빈 씨는 아까부터 왜 자꾸 몸을 푸십니까?”

방금은 목을 풀더니, 지금은 손을 풀고 있다. 하빈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하, 건강을 위한 준비운동이죠, 원래 저는 누구를 때리…… 아니, 누구를 만나기 전에 준비운동을 성실하게 해요!”

“……그렇습니까?”

“그래서 피데스는 어딨죠? 제가 인내심이 좀 약한데.”

“우선 각성자 검사부터 다시 하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흐음?”

하빈은 다시 그녀의 눈앞에 놓인 기기를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피데스의 집무실과 현하빈 사이에 놓인 단 하나의 장애물.

“……그러니까, 이것만 하고 나면 바로 독대 가능하다는 뜻?”

“물론입니다. 오는 길에 이미 허가를 다 받아 뒀습니다.”

듣자 하니, 피데스는 무슨 생각인지 흔쾌히 허가를 다 해주었다고. 거기다 현하빈을 너무 경계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그 말을 들은 채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별로 걱정할 상황은 아닌가?’

피데스도 하빈을 상대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 그런 결정을 내린 걸지도 모른다.

그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하빈은 각성자 검사기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얍!”

콰과광!

“……!”

“……!!”

손을 대자마자 가루로 흩날리며 산화하는 기기. 그 상황을 인지한 요원들이 허둥지둥 뒤늦게 하빈을 쳐다보았다.

“이, 이게 무슨!”

“검사가 되긴 한 겁니까?”

“어떻게 측정기를 저렇게…….”

“됐죠?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안녕!”

“자, 잠깐! 잠깐만요!”

결국 측정 안 된 거잖아!

사람들이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뒤로하고, 하빈은 재빨리 피데스의 집무실 문을 열어젖혔다.

“……어디, 그 대단한 낯짝을 좀 볼까, 가면쟁이?”

* * *

한편, 현시우 역시 하빈이 곧 도착할 거란 연락을 받은 참이었다.

“현하빈이 순순히 오겠다고 했다는데요?”

[그래? 역시 1회차 때처럼 속은 깊은가 보지. 아무리 놀고 싶어도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니까.]

“……그런 거려나요?”

근데 왜 불길한 기분이 들지?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소름에 현시우가 멈칫한 순간.

“얍!”

콰과광.

요란한 굉음과 함께 건물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뭐, 뭐냐?]

당황한 네아이바가 중얼거렸다.

[공격? 공격이냐? 마이너 패치 쳐들어왔어?]

‘그런 것치고 아무런 경보도 없었는데……!’

[설마 현하빈인가?]

그 말과 함께 벌컥 열리는 문.

“어디, 그 대단한 낯짝을 좀 볼까, 가면쟁이?”

“……!”

익숙한 목소리에 현시우는 저도 모르게 주춤했다. 문에서 쏘아지는 살기의 정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자, 잠깐, 무슨 얘길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하고…….”

“하, 가면마법사! 감히 내 평온한 일상을 망친 것에 대해 각오는 했겠지?”

“잠깐, 잠깐, 잠깐! 대화로 하자고! 대화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현시우가 급히 몸을 날렸다.

퍼벙!

원래 그가 있던 자리에 파이는 구덩이.

‘안 피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저 정도면 봐준 것 같은데?]

만일 현하빈이 힘을 100%로 냈다면 피할 틈도 없이 맞고 죽었을지도.

“피데스 님! 괜찮으십니까!”

당황한 요원들이 집무실로 들어오려는 순간이었다. 현시우는 재빨리 그걸 제지했다.

“괜찮습니다! 들어오지 마세요!”

들어오면 위험하니까!

현시우는 하빈을 향해 다급히 덧붙였다.

“일단, 대화로 하자! 인간은 대화의 동물이잖아……?”

“적응의 동물이겠지! 잔말 말고 맞아라! 맞다 보면 이 상황에 적응할걸?”

“맞는 상황에 적응해서 뭐 할 건데!”

기가 찬 현시우가 소리를 질렀다. 그 외침을 들은 하빈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어? 근데, 생각해 보니 가면마법사 말투가 왜 저 모양이지?”

“내 말투가 왜!”

“다른 사람들한테는 깍듯이 존댓말 쓰다가, 나한테는 왜 반말임?”

“그건……!”

쾅.

멈칫한 현시우. 그러나 변명을 할 틈도 없이 그는 현하빈에게 목을 틀어 잡혔다.

“……!”

‘자, 잡혔다!’

너무 빨라서 안 보였는데!

[큰일 났다! 어쩔 셈인 거지?]

이대로 손에 힘주면 죽는 거 아니냐고.

‘순간이동을…….’

“어허, 밑장빼기 금지! 마력 쓰는 순간 손에 힘 들어간다?”

“…….”

숨 막히는 대치 상황. 현시우가 도망가지 않을 상황이란 걸 확인한 현하빈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어디 한번 가면마법사의 잘난 얼굴을 구경해 보실까!”

“자, 잠깐! 안 돼! 야, 현하빈!”

다급해서 평소처럼 하빈을 부른 현시우. 그러나 하빈은 가차 없이 가면으로 손을 뻗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얼굴이길래 가려 둔 거야?”

달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벗겨진 가면. 그 아래에 드러난 얼굴은…….

“……?”

[……?]

‘이게 뭐지?’

하빈과 아헤자르는 잠깐 침묵에 휩싸였다.

“모, 몰카인가……?”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하빈.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텁, 하고 피데스의 얼굴에 가면을 덮어주었다.

지금 내가 대체 뭘 본 거람……?

‘가면 밑에 있는 얼굴이…… 현시우잖아?’

아헤자르도 나름의 추측을 덧붙였다.

[그, 닮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아주 일리가 있는 말이야. 다시 열어보자.”

달칵!

……텁.

하지만 다시 열어봐도 변함없는 얼굴에 하빈은 어이가 없단 표정을 지으며 다시 가면을 덮었다. 현시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

‘뭐라고 말하지?’

현시우는 머리를 굴렸다. 이런 순간이 오면 뭐라고 말할지 미리 생각은 해 두었지만, 막상 이렇게 공교로운 상황이 되자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잘못 말하면 머리가 날아갈 것 같은데, 어떡하라고!’

그렇게 현시우가 말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하빈이 먼저 선수를 쳤다.

“가면마법사, 이딴 장난을 쳐?”

“……?”

“흐음? 피씨? 나를 얄밉게 해서 더 맞으려고 하는 건가? 왜 하필 그 얼굴을 했지?”

“……??”

‘뭐라고?’

의외의 말에 현시우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현하빈이 한 말의 의미는,

‘피데스가 일부러 현시우 얼굴을 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가족을 사칭하다니, 악질이네, 악질!”

아헤자르까지 한술 더 떴다.

[혹시 환각 마법인가?]

“그래그래, 마법사니까 환각 마법도 잘 쓰겠지?”

‘왜 추측이 그쪽으로 튀는데?’

아마 너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하자 상상력이 엉뚱한 쪽으로 간 모양. 현시우는 저도 모르게 다급히 반박했다.

“아니 진짜 내가 현시우라고! 왜 얼굴 봐도 몰라?”

“그딴 거짓말에 속을 줄 알고? 내가 현시우 얼굴 보면 마음 약해질 줄 아나 본데? 완전히 잘못 짚었다! 더 심하게 때려주지!”

“뭐?”

“얄밉게 생겨서 때릴 맛이 나겠는걸?”

야무지게 아헤자르를 탁탁, 다른 손으로 치는 모습에 현시우는 기가 차서 반박했다.

“야! 진짜 너무한 거 아냐?! 왜 내 얼굴이면 때릴 맛이 난다는 건데?”

“그거야 현시우는 현시우니까!”

“이, 일단 멈춰! 나 ‘진짜 진짜’ 현시우거든?”

“오호……? 말투 완전 똑같아. 진짜 현시우처럼 구네? 신기하다. 피데스도 꽤 연기 잘하는구나?”

“내가! 현시우라고! 왜 믿지를 않는데! 아임 유어 브라더!”

“오호,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감히 다스베이더 패러디를 해?”

“아니, 그냥 나 죽이지 말라고!”

……현시우가 현하빈을 납득시키는 데까지는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 * *

“뭐야, 지금 랭킹 1위를 하면서도 집에 코빼기도 안 비쳤단 말이야? 죽을래?”

다시 스윽, 아헤자르를 치켜드는 동작에 현시우는 다급히 외쳤다.

“백 억 줬잖아! 용서해 준다며!”

“그 백 억, 쓰지도 못하고 구르게 생겼는데 그게 누구 때문이지?”

“누구 때문이긴 누구 때문이야? 관리자 때문이지! 내 탓은 아니거든!”

“그래도 멸망까지 25년이나 되는데 내가 좀 더 논 뒤에 말해도 됐었잖아!”

“멸망을 앞두고 놀 생각하는 게 말이 되냐?”

“어허, 사람이 원래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현재를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야 하는 거야.”

아주아주 약한 힘으로 현시우의 등짝을 몇 때 때리는 걸로 합의를 본 현하빈. 그들은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를 풀었다.

“어쨌든 난 앞으로 최소 5년은 놀 생각이니까 오빠가 수습하자.”

“……안 돼.”

“왜 안 되는데? 이제껏 피데스 역할 잘했잖아? 하던 대로 하면 되지.”

“이젠 못 해.”

현시우는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 내 기밀을 탈탈 털리는 바람에 패널티를 엄청 받았거든.”

그랬다. 현시우는 현하빈에게 죽지 않으려고 정체도 밝히고, 회귀 사실까지 밝혔다. 네아이바가 이어 설명했다.

[너에게 기밀을 다 말하는 바람에 지금은 레벨업 중지 패널티에 스킬 사용 제한까지 걸렸지.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뭐라고?!”

“그러니까 현하빈, 지금 나는 도와줄 수가 없으니 네 힘으로 관리자에게 맞서야 할 거야.”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선고.

하빈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어? 그런 게 있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한테 기밀을 말하지 말았어야지! 입이 왜 이렇게 싸?”

“안 말하면 죽인다는데 어떻게 안 말해? 게다가 가면을 벗긴 것도 너잖아!”

“아잇, 진짜! 그러게 왜 그렇게 약해가지고! 내 공격 하나 못 피해?”

“네 공격 피할 수 있는 존재가 이 우주에 있을 거라 생각하냐?!”

그들이 마저 툭탁대고 있을 때였다. 밖에 있던 요원이 다급히 들어와 외쳤다.

“저, 지금 마이너 패치가 쳐들어왔습니다!”

“엥?”

“게다가 지금 관리자가 ‘기만의 수호자 현하빈’을 처치하란 퀘스트를 전 인류에게 내렸다는데요? 마이너 패치가 현하빈의 얼굴도 전 세계에 공유했어요!”

“뭐? 미친 거 아냐?!”

그럼 어딜 가도 다들 나를 알아볼 거 아냐?

‘이대로면 관광지에 가도 관광 못 즐기잖아? 이러다간 젤라또를 먹으려고 해도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가 내 얼굴을 알아보고 놀라서 안 팔 거야! 지나가던 관광객들 중에 헌터가 있으면 싸움을 걸지도 몰라!’

“그럼 내 즐거운 세계여행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거냐?]

“중요하거든!”

하빈의 외침에, 곁에 서 있던 요원이 다급히 덧붙였다.

“아뇨, 지금 중요한 건 마이너 패치가 쳐들어왔다는 거라니까요!?”

“아, 말린 멸치들 진짜 눈치 없어. 이렇게 기분 나쁠 때 굳이 성질을 건드려? 너넨 끝이야, 끝!”

하빈은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하여튼 멸린 말치들! 다시 찾아오면 가만 안 둔다.”

“음, 다시 찾아올 수도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마이너 패치는, 하빈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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