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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 IF-만약 현하빈이 기만의 수호자인 게 초반에 밝혀졌다면? (1) (261/268)

외전3. IF-만약 현하빈이 기만의 수호자인 게 초반에 밝혀졌다면? (1)

“……기만의 수호자는, 현하빈입니다.”

침묵에 잠긴 SPES 회의장, 현시우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어차피 1회차에서도 다 쓸어버렸던 현하빈이니 이번에도 잘 하겠지.’

1회차 때, ‘아하? 그래서 저 죽이실 건가요? 죽일 거임?’ 하면서 역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현하빈이다.

‘그러니 어차피 알려진다 해도 별문제 없겠지?’

[그래그래. 어차피 언젠가는 다 알려질 거, 그냥 다 밝히고 같이 관리자를 족치자!]

기만의 수호자인 게 까발려지면 현하빈은 자의든 타의든 헌터로 활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앞다투어 질문을 쏟아내었다.

“피데스 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현하빈이요? 이름을 들어보니 한국인인가요?”

“네, 한국인입니다. 아마 최근 각성한 사람 중에 있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내셨죠?”

“그럼 기만의 수호자를 죽이라는 퀘스트는 뭔가요? 현하빈이 인류의 위협이 되는 겁니까?”

“아뇨?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현하빈은 인류의 편이에요.”

“밑도 끝도 없이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겁니까?”

한편, 아우성치는 사람들 중에서 침묵에 빠진 이가 둘 있었으니.

‘기만의 수호자가 현하빈이라고?’

‘피데스는 하빈이가 기만의 수호자인 걸 어떻게 알았지?’

당황한 강태서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있던 채지세였다. 지세는 일단 현하빈을 보호하기 위해 말을 얹었다.

“네, 저도 기만의 수호자를 죽이란 퀘스트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확인이 필요해요.”

“채지세 씨도 그렇게 말할 정도면…… 흠.”

시간이 좀 흐른 뒤, 진정한 사람들은 일단 ‘기만의 수호자’로 추정되는 현하빈을 좀 더 조사해 본 뒤 판단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지게 되었다.

* * *

“……그래서 지금 저한테 오신 거라고요?”

한편,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던 하빈은 문 앞에 찾아온 SPES 요원들을 발견하고 썩은 표정을 지었다.

요원들은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함께 가시죠. 현하빈 씨.”

“도망치셔도 소용없으실 겁니다.”

“아, 그전에 각성자 검사도 다시 하시죠.”

“가, 각성자 검사를 왜 다시 하는데요?”

‘내가 어떻게 A급을 받았는데!’

겨우겨우 측정기 안 부수고 A급을 받았더니만 그걸 모두 헛수고로 만들어?

그러거나 말거나 요원들은 엄격 근엄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왜 말을 더듬으시죠? 역시 등급을 속이셨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이거 그 영장? 영장 없이는 안 되는 거 아녜요?”

“각성자특별법에 따르면 문제없는 걸로 압니다만.”

“저희랑 함께 가시지 않으면 아마 곧 다른 국가와 길드에서도 하빈 씨를 견제하거나 스카웃하려는 행동을 보일 겁니다.”

“마이너 패치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거고요.”

“하, 정말…….”

푹, 하고 한숨을 내쉰 하빈이, 잠시 진정의 시간을 가진 뒤 살벌한 얼굴로 물었다.

“……근데 제가 ‘기만의 수호자’라는 썰은 대체 누구 입에서 나온 거죠?”

그 추궁에, 요원들은 영문 모른 채 사실대로 대답했다.

“무려 피데스 님께서 직접 지목하셨습니다!”

“네, 그러니 피하실 수 없습니다.”

“오호라?”

하빈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마저 물었다.

“혹시 각성자 검사 다시 해보란 얘기도 그 가면쟁…… 아아니, 피데스 입에서 나온 거예요?”

“예?”

“그, 그러긴 한데…….”

“오호, 이것 봐라?”

고개를 천천히 한 번 뚜두둑, 꺾어준 하빈이 상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흐음, 여기까지 찾아온 수고가 있으실 테니 일단 가는 걸로 하죠. 순순히 따라가긴 할 텐데,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뭡니까?”

“피씨…… 아아니, 피데스 씨랑 독대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기다려라, 가면쟁이!’

감히 내 소중한 일상을 망쳐? 가만두지 않겠어.

하빈은 웃는 낯으로 까드득, 몰래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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