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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2. 요즘 현하빈은 학교를 마치면 무엇을 하는가 (15) (260/268)

외전2. 요즘 현하빈은 학교를 마치면 무엇을 하는가 (15)

그날 이후로 하빈은 결국 유명인이 되었다.

“야, 현하빈이 사실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 ‘컨티뉴 어게인’의 VIP라며?”

“VIP가 아니라 그냥 아가씨라고 부르던데?”

“아가씨?! 그럼 현하빈은 컨티뉴 어게인과 대체 무슨 관계야?”

수군대는 소리를 들으며, 하빈은 해탈한 듯 미소를 지었다.

‘에효, 그래, 마음대로 불러라.’

내 인생. 어째서 다시 회귀해도 원위치인 기분이 들지? 하빈은 그나마 행복회로를 돌려보기로 했다.

‘그래도 우리 학교는 커뮤니티가 없는 게 어디야? 기숙사도 없고, 신문부도 극성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야!’

울림국제고는 각성자를 위해 국가에서 지원을 많이 받은 특수한 학교다 보니 커뮤니티 사이트도 있고, 기자들의 관심도 빗발쳤지만, 다행히 은설고는 평범한 학교였다.

“평범한 학교가 이래서 좋다니까?”

하빈이 뿌듯한 표정으로 펜을 돌렸다. 그러나 학생들의 관심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빈아!”

“응? 왜?”

“너희 오빠가 이번 지니어스 게임에 나오는 ‘현시우’라며?”

“너무 멋있더라! 나 사인 좀!”

“……하.”

현하빈은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이번엔 또 어디서 소문이 돈 거야?’

현시우가 방송에 나간다고 했을 때, 이 상황을 아예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들어오고 나서는 현시우와의 관계를 드러내지 않았는데.’

중학교 때부터 현시우 소개해 달라는 말에 학을 뗐던 현하빈은,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턴 현시우의 동생인 걸 숨겼다.

‘그래서 조용히 넘어갈 줄 알았더니만…….’

“왜 대답이 없어? 너희 오빠 현시우 아니야? 맞잖아!”

곁에 서 있던 다른 여학생도 끼어들었다.

“맞다니까? 나 중학생 때 얘네 오빠가 학교에 찾아온 거 본 적 있어!”

“별스타그램에도 너 태그했던데?”

“뭐?!”

그 말에, 현하빈은 묵비권을 행사하던 것도 잊고 격하게 반응했다. 재빨리 폰을 확인한 하빈이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현시우 언제 나 태그했어? 평소엔 남인 척하자고 팔로우도 안 하더니만 대체 무슨 일로!”

“방탈출 카페 여는 거 도와줘서 고맙다고 글 올렸던데? 카페 오픈 기념 회식 때 나온 손이 너라며?”

“아악, 현시우 진짜 가만 안 둬!”

유명해질 거면 혼자 유명해질 것이지, 가족은 끌고 오지 말란 말이다!

“가면 벗을 때도 내 이름 언급해서 갑자기 생방송을 타게 하더니만……!”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생방송도 했어?”

“별스타 라이브 말하는 건가?”

“하, 아무튼 그런 게 있어.”

손을 팔랑팔랑 내저으며 한숨을 쉬는 현하빈. 그러나 학생들은 그 반응에도 멈추지 않고 더 신이 나 떠들기 시작했다.

“근데 너희 오빠 채지세랑도 친하던데? 너 채지세도 만나 봤어?”

“친한 것 같던데? 카페 오픈 기념샷에 같이 손이 나왔잖아.”

“채지세 언니 별스타에서 아끼는 동생 있다던데. 그게 현하빈인 것 같기도 하고…….”

“맞아, 현하빈이 놀러 갔다는 곳이랑 채지세 별스타에 올라온 곳이랑 장소가 같은 적이 많았는데……….”

이야기를 엿듣던 하빈은 기겁했다.

‘그걸 또 어떻게 안 거야?! 소름 돋게!’

요즘 애들 정말 무섭다더라니!

울림국제고 신문부가 없다고 안심할 게 아니었다. 여기 애들도 보통이 아닌 모양.

하빈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자, 학생들이 말을 이었다.

“근데 너희 오빠, 방송에서 너무 잘해서 고정 출연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뭐? 그런 걸 또 왜 해?”

하빈은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어디까지나 카페 홍보하러 나가는 거라면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난리야?’

하빈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낭패의 빛을 띠고 있었다.

‘또 나만 힘 숨기고, 또 나만 평범한 일상에 진심이지?’

[너도 딱히 진심은 아닌 것 같다만……. 진심인 녀석이 왜 마포구를 제패하고, 마계에 애들을 끌고 가느냐?]

‘그거랑 그건 다른 문제거든? 에휴, 언니랑 오빠는 회귀 후에도 왜 유명해지고 난리야? 이 비서님은 퇴사를 꿈꾼다면서 왜 안 쉬는데?’

나는 힘을 숨기는데…….

주변인들이 힘을 안 숨긴다!

‘젠장!’

물론 한국인들은 회귀하면 비트코인이랑 투자부터 할 거라는 속설이 있긴 하다. 힐링 게임 ‘식물의 숲’을 해도 힐링은커녕 집 대출부터 갚는다는 의지의 한국인들!

‘진짜로 돌아오자마자 다들 돈부터 번다고? 다들 찐 한국인이네! 나 혼자 국적을 잃었어!’

[너는 한국 국적을 잃어도 마계 국적이 있지 않느냐?]

‘아잇, 자꾸 태클 걸래? 난 한국 국적이 소중하다고. 내 소중한 주민등록증을 멋대로 뺏지 마!’

소중하게 핸드폰과 주민등록증이 든 지갑을 갈무리하는 현하빈.

한편, 그 뒤에 앉아 있던 태서는 조용히 생각했다.

‘현하빈……. SSS급 힘을 숨기고 있는 게 끝이 아니었어?’

컨티뉴 어게인의 VIP에다, TV에 나오는 채지세랑 언니 동생 사이라고?’

웹소설에서 튀어나왔다 해도 믿을 설정인데.

‘내가 진짜 요즘 웹소를 너무 많이 봤나? 이게 실화가 맞나?’

현시우의 TV 출연은 강태서도 이미 그들 남매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컨티뉴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강태서도 옆에서 봤기 때문에 그것 또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럼 전부 진짜라는 건데……?’

태서가 속으로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있을 때였다.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는 하빈 때문에 속이 답답해진 학생들이 강태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태서야! 네가 그날 현하빈이랑 같이 하교했다며? 너도 컨티뉴 어게인에서 찾아온 사람들 봤지?”

“얘네 오빠가 현시우인 거 맞지?”

“닮게 생긴 거랑 별스타 태그 보면 빼박이긴 한데.”

“강태서 너는 알 거 아냐?”

“…….”

강태서는 대답하기 전 조용히 현하빈 쪽을 쳐다보았다. 하빈은 다급히 눈빛과 입 모양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안 돼! 말하면 끝이야, 끝!’

하빈은 ‘말하면 내 평범한 학교생활이 끝이야!’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었지만, 잘못 해석하면…….

‘말하는 순간 내 목숨을 끝낸다고?’

“…….”

어쩐지 살벌해진 해석을 곱씹은 강태서. 그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다들 그만해. 현하빈이 곤란해하잖아.”

“……!”

“개인적인 영역이라 대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는데,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말에 질문을 던진 학생이 표정을 구겼다.

“……야, 너 말 되게 이상하게 한다? 다른 일도 아니고 TV에 나온 건데 궁금할 수도 있지.”

“현하빈이 나온 건 아니잖아.”

“…….”

“그리고 패션 브랜드의 VIP인지, 다른 유명인과 친목이 있는지 여부도 개인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

“……하.”

작게 헛웃음을 흘린 학생이 질렸단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안 물어볼게.”

그 학생이 몸을 돌리자 함께 따라왔던 다른 학생들도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났다.

‘현하빈은 그거 대답해 주는 게 어떻다고 저런 표정이야?’

‘더럽게 비싸게 구네, 가족이 유명한 거지, 본인이 유명한 건 줄 아나?’

‘강태서 지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고 유세 떠는 거야 뭐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기들끼리 뒷이야기를 떠드는 소리가 살짝 들렸지만, 다시 물어볼 엄두는 못 내는 것 같았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대놓고 지적을 받으니 더욱 당황했던 걸지도.

그리고.

뒤이어, 놀란 표정의 현하빈이 엄지를 치켜들며 반짝반짝 눈빛을 보내는 게 보였다.

‘강태서 나이스! 넌 정말 최고야! 고마워!’

‘……살려 준다는 뜻인가?’

이번에도 다르게 해석한 강태서는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미소와 함께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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