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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2. 요즘 현하빈은 학교를 마치면 무엇을 하는가 (7) (252/268)

외전2. 요즘 현하빈은 학교를 마치면 무엇을 하는가 (7)

“으아악!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내 집이라니까?”

순식간에 도착한 하빈 일행과 고등학생 패거리들. 하빈은 마왕성을 향해 신난 얼굴로 손을 쫙 펼쳤다.

“웰컴! 마이 세컨 홈!”

“와! 마신님께서 오셨다!”

마침 하빈을 발견한 마족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손뼉을 짝짝짝 쳤다. 성문 앞의 관악대는 다급히 나팔을 불었고, 대기하고 있던 시종 몇이 성벽 너머로 꽃가루를 마구 뿌렸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마족들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갑자기 오실 줄 몰라서 아무 준비도 못 했는데 어쩌죠?”

“오실 줄 알았으면 마신님 환영회를 성대하게 했을 텐데!”

“에이, 뭘 환영회 같은 걸 하고 그래? 넣어 둬, 넣어 둬.”

하빈이 팔랑팔랑 손사래를 쳤다. 마침 그녀 주변으로 행사용 꽃잎이 떨어졌다.

“뭘 이런 걸 또 준비하고 그래?”

이프시네가 냉큼 대답했다.

“꽃가루는 항시 대기하고 있어요! 마신님께서 언제 오시든 축하와 환영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예산 많이 들었겠다. 그럴 필요 없어.”

“역시 마신님! 마왕성의 예산까지 걱정하시는 유능하신 분!”

감탄하는 주변 마족들의 반응. 그걸 보며 글리치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나 때는 저렇게 안 해줬으면서.’

그가 머리에 붙은 꽃잎을 털어내고 있을 때였다.

“이, 이게 뭐야?”

“당신들 뭐야? 이거 몰카야?”

여전히 두리번거리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겨우 입을 열었다. 대부분은 잔뜩 얼어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한 듯 보였고, 그나마 우두머리인 녀석이 용기를 내어 하빈에게 외쳤다.

“뭘 한 거야 너?”

“너희가 바라는 대로 집에 초대했다니까?”

“마신이고 나발이고 여긴 어디야 대체!”

“마계!”

“씨X, 마계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이건 무슨…….”

마지막까지 가오를 잡으려는 듯 비속어를 섞어 내뱉던 우두머리.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고 있었다.

‘여기 대체 뭐야?’

처음에는 그도 세트장이거나 몰카 같은 걸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스케일이 말이 안 되었다.

거대한 성, 수많은 마왕성의 시종들과 병사들. 입고 있는 복장은 물론, 중간중간 돌아다니는 마물들은 도저히 특수 분장으로 해결이 안 되는 수준이고…….

하늘에 떠 있는 건.

‘달이 두 개?’

“달 예쁘지? 여기 달 두 개야.”

“너, 너 뭐야? 우리한테 무슨 짓 한 거야!”

참다못한 고등학생이 소리를 질렀을 때였다.

“어허! 감히 마신님께 ‘너’라고 부르다니!”

“마신님, 이 녀석들은 뭐죠?”

“혹시 마물들의 먹이로 데려오신 겁니까?”

“히익!”

앞다투어 질문하는 마왕성의 사용인들. 먹이로 데려왔냐는 말에 고등학생 한 명이 기겁해서 신음을 흘렸다. 그들이 다급하게 자기들끼리 눈짓을 주고받았다.

“여기 뭐야? 사이비 종교인가?”

“인신공양 하는 거 아냐?”

“살려줘…….”

창백해진 고등학생들을 보며 하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에이, 너흰 왜 또 농담을 하고 그래? 요즘 마물들 인간 안 먹으면서.”

“하하하, 그냥 물어봤습니다. 이 녀석들 말투가 불손해서.”

아마도 겁을 주려고 일부러 던진 말이었던 모양. 하빈은 억울하다는 듯 덧붙였다.

“그리고 사이비 종교라니 말이 심하네! 나는 오히려 사이비를 터는 쪽이라고!”

[그렇지. 사이비 하나를 괴멸시켰으니.]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이프시네가 설명을 위해 입을 열었다.

“이 녀석들은 하빈 님의 본가에 감히 쳐들어와서 싸움을 걸려고 했던 놈들이에요!”

“뭣이?”

“뭐라고요?”

그 설명에 병사들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었다.

“당장 죽일까요?”

“감옥에 가두겠습니다!”

“누가 배후인지 알아내기 위해, 고문을 먼저 하는 게…….”

“으아악!”

곧장 고등학생들을 붙잡아 체포하는 병사들. 그걸 본 하빈이 지적했다.

“아, 죽이지 말라고 좀!”

“맞아요. 죽이지는 말자고 했어요. 때리거나 폭력을 쓰지도 말래요.”

“얘네는 아직 청소년이야. 아동학대는 범죄라고.”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일단…….”

하빈이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컹! 컹컹! 크왕!

저 멀리서부터 아련하게 들리는 울음소리.

“어?”

-왕왕! 왕왕왕!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와아아앙!

“켈베!”

우다다 성문 앞까지 뛰어 온 켈베로스. 머리 셋 달린 개의 모습에 하빈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끼잉, 끼잉!

“아이구, 켈베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자, 여기 약속했던 개껌!”

-끼잉!

꼬리를 흔들며 날름 개껌을 받아먹은 켈베. 개껌을 다 삼키고 나자, 이번엔 하빈이 데려온 고등학생들을 향해 머리 세 개를 휙휙 돌렸다.

-크르르르릉!

그저 낯선 얼굴을 발견해서 경계하는 것이었지만, 그걸 본 학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히이익!”

“괴, 괴물이다……!”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말을 할 기운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학생 중 절반은 이미 눈 마주친 순간부터 털썩 쓰러져 미동도 없었다. 하빈은 오히려 발끈했다.

“뭐? 무슨 소리야! 너희 사과해! 우리 귀여운 켈베한테 괴물이라니!”

-크르릉!

“흐이익!”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엉엉 우는 학생들을 향해 하빈이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덧붙였다.

“다들 좀 진정하라구! 알다시피 집 지키는 강아지가 있는 집은 흔하잖아?”

-왕왕!

동의한다는 듯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는 켈베.

“…….”

물론 그 귀여운 듯한 동작에도 거대한 덩치와 날카로운 이빨, 형형한 눈동자는 가려지지 않았다.

“으아아…. 여긴 지옥이야……. 잘못해서 벌 받으러 여기 왔나 봐…….”

“으어엉…….”

그걸 지켜보던 나머지 학생들은 동의는커녕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 * *

“살인사건이라니. 이건 지석이가 잘 할 텐데. 정보계 스킬이 많거든.”

[하지만 진짜 살인은 아니고 스토리상 그렇다는 거잖아?]

“아마 수수께끼를 풀어야겠죠?”

한편, 열심히 방탈출 카페를 클리어 중인 시우와 지세.

첫 번째 방, ‘셜록 홈즈 테마’는 살인사건 해결이라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책장마다 숨겨진 수수께끼를 찾아 푸는 형식이었다.

“예전에 울림국제고 던전 생각난다.”

[맞아. 거기서도 책장 사이에서 보스와 싸우며 수수께끼를 푸는 거였는데.]

다행히 현하빈은 수수께끼를 안 풀어도 보스에게 공격이 먹혀서 손쉽게 공략이 되었었지.

둘 다 가면 쓰고 정체를 숨기느라 정말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울림국제고 던전? 거기가 그런 형식이었어?”

하지만 그 상황을 몰랐던 채지세는 시우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다.

“응, 그때 현하빈이 아이큐 187의 천재 하난이니 뭐니 하면서 나타났었는데.”

“하하, 맞아. 그런 말 자주 하더라.”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수수께끼 풀었다고 하더라고.”

“그거 김전일 패러디 아니야?”

“그래? 난 또 진짜 우리 할아버지 이름 걸겠다는 줄.”

“그렇네, 생각해 보니 애초에 너희는 할아버지가 같잖아?”

“맞아! 그래서 내가 얼마나 표정 관리가 힘들었는지 알아?”

둘은 떠들면서도 착실하게 역할을 분담해서 수수께끼를 풀고 있었다.

“이거 피보나치 수열로 만든 수수께끼네.”

[이건 내가 아는 수수께끼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저기 저쪽에 다음 수수께끼 있다며, 본인이 발견했다며 반짝이를 뿌립니다!]

“저건 거울에 비춰 보면 답 나오겠는데? 이쪽은 내가 풀 테니 너는 저기 큐브 풀어 봐.”

“오키!”

착착착. 재빠른 역할 분담과 공백 없는 플레이로 완성한 첫 방탈출 기록은-

“9, 9분 47초입니다…….”

알바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원래 이 테마 평균 기록은 45분인데!’

사실 그들이 처음 10분 만에 깨겠다고 했을 때도 알바생은 믿지 않았다.

‘보아하니 방탈출 처음 해본 분들인 모양인데, 그럼 아무리 빨라도 30분이 한계라고.’

그래서 예약금을 걸 때만 해도 나중에 환불 소리를 하면 어쩌지 하고 내심 무척 걱정했었다. 결제는 결제대로 해놓고, 나중에 가서 딴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만에 하나 진상을 부리면 어느 정도는 환불해 줘야지 했었는데…….

‘뭐, 뭐가 이렇게 빨라?’

방탈출 과정을 CCTV로 지켜보는 동안에도 믿을 수 없었다. 수수께끼 하나당 몇십 초 컷으로 해결함은 물론,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두 수수께끼를 인당 하나씩 맡아 동시에 풀기까지.

‘밥 먹고 방탈출만 해본 사람들인가?!’

이건 명예의 전당에 기록으로 올려놔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지가 않았다. 알바생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음 테마를 안내했다.

“다음은 ‘기괴한 실험실’ 테마인데요, 연구원 복장을 해주세요…….”

이러다 옷 갈아입는 시간이 방탈출 시간보다 길지도 모르겠다. 알바생은 이 방탈출 고수들의 비밀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번 뭐라고 하는지 들어볼까?’

무슨 대화를 하길래 저렇게 합이 잘 맞아 착착 풀 수 있냔 말이다.

마침 방탈출 카페엔 중간에 힌트를 제공하기 위해 방 바깥과 연결되는 통신장치가 비치되어 있었다. 알바생은 몰래 그것으로 대화를 엿들었다.

-치직……치직.

-연구실 테마니까 이거 지세 네 전문 아냐?

-뭘, 그냥 로봇이랑 총화기류 연구한 거밖에 없는데? 여긴 생체실험 테마잖아.

‘초, 총화기류?’

농담이겠지?

‘방산업체 연구원. 뭐, 그런 사람인가? 그래. 그런 거겠지…….’

-오, 여기 소품으로 나온 가짜 총이다! 이걸로 표적을 맞혀야 수수께끼가 풀리나 봐.

‘그래. 저건 굉장히 어려운 테마지.’

마침 CCTV를 살피고 있던 알바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괴한 연구실’에는 비비탄 총으로 표적을 맞혀야 풀리는 퍼즐이 있었다. 다만 과녁 맞히기가 보통 일이 아니어서, 그쪽 구간에서 시간이 많이 낭비되었다.

‘저건 절대 한 번에 못 맞힐걸? 찬스를 쓰거나 시간을 쓰거나 둘 중 하나는 하겠지.’

알바생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탕!

한 번 만에 맞혀 버린 과녁.

-쉽네.

“……?”

‘사격……을 평소에 취미로 하는 건가?’

이후로도 쾌속 전진하는 시우와 지세.

그 이후로도 그들은 폐가에서 준비한 귀신이 나오기도 전에 수수께끼를 다 풀어버리고. 좀비가 나오기도 전에 약물 제조에 성공하고, 루돌프가 가출한 이유도 단번에 찾아냈다.

‘지, 진짜로 10분 만에 다 깨다니, 말도 안 돼!’

알바생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나중에 사장님이 오면 뭐라고 하지? 믿어 주긴 할까?

“저기요! 오늘 처음 오신 분들 맞죠? 대체 어디서 유출된 거예요? 공략 다 듣고 와서 푼 거 아니에요?”

“네?”

“그거 말고는 어떻게 이게 되냐고요! 아니면 저희 방탈출이 너무 쉬웠나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알바생의 추궁에 현시우가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게…… 쉬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동아리 시간에 맞추느라 좀 일찍 풀었어요.”

‘좀 일찍이 아니잖아!’

그러는 사이, 아직 산타복을 갈아입지 않은 지세가 다가왔다. 그녀가 시우에게 말했다.

“마지막의 루돌프 테마가 정말 아기자기하고 귀엽더라.”

“그러니까. 이 방탈출 카페는 인테리어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아.”

루돌프 테마는 산타의 오두막을 훌륭하게 표현해서 정말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줄 정도였다.

“각 테마마다 옷도 준비해 두고.”

“흠흠, 저희 방탈출 카페가 그런 점에 있어서는 좋죠.”

알바생이 뿌듯한 듯 덧붙였다. 수수께끼가 너무 쉬운 게 아닌가 조금 걱정했는데, 테마와 컨셉에 진심이라는 점이 플러스로 작용한 모양.

‘이 점은 사장님께 전해줘야지.’

그사이, 지세는 다른 주제를 꺼내고 있었다.

“하빈이랑 다음에 또 와도 되겠던데…… 이참에 한 번 전화 걸어 볼까?”

현하빈이 뭐 하고 있는지 말이다. 급하게 달려 나가고 나서 소식이 없으니 걱정될 만도 했다.

지세는 가방 안에 있던 태블릿을 꺼내 하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상통화인 모양.

뚜르르-달칵.

-언니!

“……!”

화면 너머로 하빈의 모습이 나왔다. 평소와 같은 밝은 얼굴.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쟤 지금 어디 있는 거야!?]

그녀의 배경으로 펼쳐진 마왕성의 독특한 인테리어와 주변의 마족 사용인들의 모습.

우연찮게 그 장면을 목격한 방탈출 알바생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저……기가 어디죠?”

“…….”

“…….”

짧은 시간 현시우는 머리를 굴렸다.

외국이라고 대답해? 그럼 어느 나라라 해야 하지?

방금 뿔 달린 마족도 지나갔고, 배경에는 연기를 내뿜은 마법 도구도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대답을 안 하는 건 그것대로 또 이상하다.

현시우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저기도 방탈출 카페입니다.”

“네? 저건 처음 보는 테마인데……. 저렇게 실감 나게 만든 곳이 있다고요?”

아직 일한 지 1년 정도 밖에 안 됐지만 방탈출 카페에 진심인 만큼, 전국의 유명 방탈출 테마는 줄줄 외고 있는 알바생이었다.

그리고 저 정도로 고퀄리티 테마라면 안 유명할 리가 없었다!

알바생 얼굴에 의심이 떠오르는 듯하자, 현시우는 다시 변명했다.

“아직 오픈은 안 했어요.”

“……!”

“저쪽 사장님도 테마랑 복장에 좀 진심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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