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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2. 요즘 현하빈은 학교를 마치면 무엇을 하는가 (3) (249/268)

외전2. 요즘 현하빈은 학교를 마치면 무엇을 하는가 (3)

현시우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 늦으려면 지금 가는 게 맞겠지.’

투자 스터디는 둘이서 하는 거였지만 창업 동아리는 이야기가 달랐다. 말 그대로 사업을 같이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현시우와 채지세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도 가입되어 있었다.

정기적으로 하는 회의이기 때문에 시간도 약속 장소도 정해져 있다. 마침 오늘은 둘이 수업이 동시에 끝나기 때문에 같이 만나서 저녁을 먹고, 동아리에 같이 가기로 한 상황.

판단을 마친 현시우가 채지세를 부르려는 순간이었다.

“저, 저기요!”

채지세의 곁에 따라붙은 남학생이 입을 열었다.

“혹시 저랑 같이 저녁 드실래요?”

같은 강의를 듣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오티 때부터 봤는데 제 이상형이셔서…….”

번호라도 따려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남자의 모습.

그러나 그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아뇨 언니, 오늘은 저랑 밥 먹어야죠! 방금 같이 조별과제 하기로 했잖아요! 제가 살게요!”

뒤늦게 뛰쳐나온 여학생이 재빨리 소리쳤다. 앳된 모습을 보니 신입생인 모양. 번호를 따던 남자가 어이없단 표정으로 받아쳤다.

“잠깐, 신입생이 선배한테 밥을 산다니, 그게 말이 돼?”

“그게 왜 말이 안 되죠?”

“애초에 지세 씨는 후배한테 밥 얻어먹을 성격 아니니까 결국 본인이 계산하겠지! 사려는 척 밥을 얻어먹는 고도의 수법 아니야?”

“허, 무슨 그런 계산까지 하고 그래요? 언니, 이 사람 말 듣지 마요. 진짜 제가 살 거니까!”

“너야말로 조별과제에서 버스 탈 거잖아. 지켜보고 있다!”

“그걸 그쪽이 왜 지켜봐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실랑이하는 모습. 그걸 지켜보던 현시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쟤는 왜 저렇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저건 또 무슨 상황이냐, 대체?]

옥신각신하는 둘 사이, 그 가운데에 낀 채지세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심하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

주위를 둘러보니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많은 데다, 한 명은 조별과제를 함께하는 조원이니 섣불리 거절하기도 난감한 상황.

[지세 쟤가 은근히 사람이 무르다니까. 몬스터 썰거나 투자할 땐 엄청 공격적이면서, 비각성자 일반인한테는 약하더라.]

네아이바가 중얼거렸다. 그걸 지켜보던 현시우는 한숨을 쉬었다.

“저러다 저녁 늦게 먹게 생겼네.”

저녁 먹고 동아리 가야 한단 말이다.

특히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그들이 만든 법인 중 하나가 곧 시리즈 B 투자를 받게 되는 아주 중요한 일정!

오늘 같은 날에, 핵심 멤버인 채지세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회의하는 건 안 될 일이었다.

생각을 마친 현시우는 곧바로 끼어들었다.

“죄송한데, 이쪽은 저랑 선약이 있어서요.”

“헉, 넌 또 뭐야?”

“같은 동아리원입니다.”

“동아리원이 왜 나서?!”

“말했듯이 선약이 있어서요.”

단호한 대답에, 상대편의 두 사람은 조금 움찔했다. 현시우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럼 저희는 바빠서 이만 갑니다?”

“자, 잠깐!”

“지, 진짜 저 사람이랑 약속 잡았어요?”

“응.”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서 쳐다보는 두 사람을 향해 채지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 맛저하세요.”

현시우는 남겨진 둘에게 짧은 인사를 남기며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왔다.

* * *

“많이 기다렸어?”

“아니? 아직 약속 시간 안 됐어.”

현시우의 대답에 지세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그녀가 변명하듯 덧붙였다.

“고마워. 사실 바로 거절하려고 했는데 두 분이서 갑자기 싸우기 시작하셔서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을까 고민 중이었거든. 예지 스킬 쓰던 중이었어.”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었으니 앞으로도 계속 얼굴을 봐야 할 사람들이었고 같은 과니까 평판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을 거다.

고민하던 모습은 사실 스킬 사용이었던 모양.

‘스킬까지 썼을 줄이야.’

그럼 아마 현시우가 등장하지 않아도 잘 해결될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침 지세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역시 네 덕분에 가장 잘 빠져나온 것 같아. 고마워.”

“뭘. 난 진짜 선약 있다고 말한 것뿐인데. 그래도 평소에 좀 힘들겠다.”

현시우는 주위를 살폈다. 아까부터 따라붙는 시선이 한둘이 아니었다. 모른 척할래도 각성자로서 벼려진 감각이 그걸 지나칠 수는 없었다.

수군거리는 소리와 흘끔흘끔 쳐다보는 시선 사이, 네아이바가 다급히 현시우에게 속삭였다.

[어, 저기 누가 핸드폰 카메라 꺼냈다. 우리 찍는 것 같은데…….]

‘블랙아웃.’

재빠르게 시전된 스킬이 그들을 겨눈 카메라 렌즈들을 먹통시켰다.

‘뭐야? 카메라가 왜 이래?’

‘고장 났나?’

뒤따라 들리는 소리를 통해 스킬이 제대로 먹혔음을 알 수 있었다. 피데스로 활동할 때도 도촬 상황에 주로 써먹던 기술이라 아직 녹슬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채지세가 멋쩍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최근에 방송 출연한 것 때문에 요즘 더 알아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

“그렇구나.”

현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채지세는 최근 그들의 사업 홍보를 위해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예능 제작진과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천재 한국대생이니 공대 여신이니 자극적인 제목을 단 채 예고편과 기사를 내보냈고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출연은 무지막지한 어그로를 끈 덕분에 사업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부담스러우면 출연 더 안 해도 돼.”

지세의 출연으로 사업 투자처를 많이 확보했지만, 그래도 방송에 얼굴이 알려지는 건 양날의 검이다.

그가 알기로 채지세는 게이트 사태 전에도 연예계 진출을 거절했고, 게이트 사태 후에는 반강제적으로 한국의 각성자 대표를 떠맡아야 해서 선택권 없이 방송에 계속 노출되었으니.

‘이제 조용히 살고 싶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채지세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에이, 이 정도쯤이야 회귀 전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걸. 사실 헌터 생활 내내 받은 관심이나 악플에 단련되어서 이 정도로는 별로 타격 없어.”

“너도 악플 있었어?”

채지세는 적어도 한국 한정으로 쉴드가 많았던 걸로 기억했는데. 의외로 마음고생을 했나 보다. 지세는 얼굴을 찡그리듯 웃었다.

“뭐, 악플 없는 유명인이 어디 있겠어……. 그러는 너도 이 세계의 최종 흑막 아니냐며 의심받았잖아. 달걀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세계 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피데스지만 그만큼 피데스 반대파와 음모론자들도 많았다. 피데스를 견제하려던 정치권 세력들도 있었고.

“아, 맞아. 달걀은 내 가면 벗겨 보려고 던진 거긴 하지만.”

옛날 생각이 났는지 현시우는 저도 모르게 가면이 있었던 관자놀이와 옆머리 부근을 쓸었다.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도 가면 안 벗으니까 가면이 본체라는 설도 돌더라고. 인간형 몬스터라는 설도 돌고.”

“오, 둘 다 그럴듯해!”

“대체 어디가?”

“사람들 창의력 진짜 대단하구나.”

“그건 인정.”

[맞아. 가면이 본체라는 설은 나도 웃겼다니까? 근데 지팡이가 본체라는 설은 왜 없었는지 몰라? 솔직히 그게 더 사실에 가까운데!]

“대체 어디가 사실이란 거죠?”

[그야 내가 언제나 좋은 조언을 해줬잖아. 대현자인 내 이 위대한 지혜의 덕을 얼마나 많이 봤냐? 내가 SPES 공식 브레인 아니겠어? 매번 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몰라?]

“솔직히 그동안 도움 되는 충고를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뭐? 너 뭐랬냐? 그럴 거면 너 나랑 성좌 계약 파기해 당장!]

“첫 성좌라서 파기가 안 되는데요?”

[이익!]

옥신각신하는 현시우와 네아이바 사이로, 지세가 다시 본론을 꺼냈다.

“흠흠, 어쨌든 나 방송 출연 제의 앞으로도 거절하지 않으려고. 사업하다 보면 언론에 노출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이 정도 각오도 없이 뛰어들지는 않았어. 앞으로 사업 관련 간판으로 마구 활용해.”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는 채지세. 그 대답에 한결 안심한 그들이 다시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시간 넉넉해서 오늘은 맛있는 거 먹어도 될 것 같아.”

시간을 확인한 지세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이 많으면 식사 메뉴 선택지가 넓어진다. 학교에서 좀 떨어진 맛집을 갈 수도 있고, 먹는 데 오래 걸리는 음식을 시도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쪽으로 갈까? 저기 토마토 스튜가 맛있다고 추천 받았는데…….”

현시우가 말을 받는 순간이었다.

“뭐어어?! 날 빼놓고 둘이 토마토 스튜를 먹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

그들 사이로 갑작스럽게 끼어든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에 현시우는 흠칫했다. 고개를 돌리니 보인 건 역시나.

“……현하빈?”

“나도 토마토 스튜 내놔!”

“진정해, 이분들 아직 식당 가지도 않았어……. 안녕하세요?”

현하빈 곁에 선 채지석이 눈치를 보며 현시우에게 인사를 했다.

“과외 끝나고 하빈이가 여기 오고 싶다고 그래서…….”

현시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현하빈이 나를 보러 오겠다 했다고?”

굳이? 여기까지? 어차피 집 가서 볼 텐데?

그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채지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희 누나 보러.”

“아.”

그럼 그렇지.

마침 하빈은 지세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하빈이 왔구나? 학교는 재미있었어?”

“응! 오늘은 이상한 애들이 학교 마치고 찾아왔길래 보건소에 데려다 줬어!”

“보건소……?”

“아, 아닌가? 민수만 보건소 데려다주고, 다른 애들은 집에 데려다 줬던 것 같아!”

한창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하빈의 모습. 그러나 현시우는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현하빈, 우리는 지금 바빠. 오늘 밥 먹고 곧바로 동아리 가야 하거든.”

“뭐어?”

“같이 먹더라도, 먹자마자 바로 헤어져야 해. 그냥 내일 따로 약속을 잡는 게 어때?”

“그런……!”

하빈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럴 수는 없어! 나 여기 달려오려고 공부 열심히 했단 말이야!”

“네, 저녁 시간에 맞추겠다며 문제 빨리 풀더라고요.”

이어지는 채지석의 증언까지.

“…….”

[호오, 현하빈이 문제를 열심히 빨리 풀다니, 그건 좀 대단한데…….]

‘그건 원래 그래야 하는 거거든요?’

네아이바의 감탄 사이로, 하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고민을 좀 한 듯, 미간이 여전히 찌푸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동아리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거지? 나랑 밥 먹고 카페 가고 노래방까지 가줄 수 없다는 거잖아?”

“언제 노래방까지 생각하고 있었냐…….”

“어쨌든!”

큼큼 헛기침을 한 하빈이 외쳤다.

“시간이 없는 게 문제면, 내게 방법이 하나 있지!”

“……설마 동아리를 없애려는 건 아니지?”

동아리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 동아리를 없앤다.

‘현하빈이라면 충분히 그런 결론을 내릴지도 몰라.’

긴장한 현시우가 현하빈을 쳐다볼 때였다.

“날 뭘로 보고! 그런 거 아니거든? 마침 전부터 써볼까 싶었던 게 있었거든.”

하빈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아이템 창을 열었다.

“나도 참, 이게 있다는 걸 깜빡했지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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