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2. 요즘 현하빈은 학교를 마치면 무엇을 하는가 (1)
그로부터 한 달 후.
“현하빈! 너 뭐 하길래 또 늦게 온 거야?”
학교 근처 카페 안. 테이블에 미리 자리 잡고 있던 채지석이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약속에 늦은 현하빈에게 꽤나 실망한 표정이었다. 하빈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 그게, 어쩔 수 없었어! 집에 오는 길에 우연히! 갱생민수를 발견했는데, 아직 덜 갱생한 것 같아서…… 말만 조금 붙였는데 또 기절을 해버렸지 뭐람?”
“뭐? 그 녀석 아직도 이간질하고 다녀?”
“그러게 말이야!”
고개를 세차게 끄덕끄덕하는 하빈. 그러나 채지석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30분이나 늦은 건 설명이 안 돼. 너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약속 시간도 늦게 잡았는데!”
그보다 더 늦어버린 현하빈이었다.
“자자, 채씨. 잘 들어 봐. 그래서 민수를 기절시키고 이번에도 동네 보건소에 얌전히 데려다 놓은 다음…… 무사히 빠져나오려는데!”
“나오려는데?”
“험상궂은 옆 학교 학생들이 나를 막아서잖아!”
“갑자기 옆 학교가 왜 나와?”
“그러니까 말이야! 나보고 ‘현하빈, 역시 마포구 서열 1위가 너냐?’라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싸움을 걸길래!”
“……대체 평소에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괴상하게 일그러지는 채지석의 표정. 그러나 하빈은 굴하지 않고 설명을 이었다.
“어쨌든! 다 기억 없애고 집에 잘 데려다주느라 늦었어!”
“흠…….”
아직 미심쩍다는 듯 풀어지지 않은 채지석의 표정. 그걸 본 하빈이 실망이라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어쨌든 잔소리는 이쯤에서 그만하라구, 채 선생. 요즘 특별히 선생이라고 불러주니까 뭐라도 된 것 같고, 그러는 거야? 응?”
“나 이래 봬도 스타 과외 선생이야. 나한테 과외받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생색은! 나도 마찬가지거든? 이래 봬도 나, 과외하기 참 힘든 사람이야! 누가 와도 3일 안에 그만두게 만들 수 있다구!”
“그건 자랑이 아닌 것 같은데…….”
그랬다. 회귀 이후 채지석은 수험생인 현하빈의 입시를 위해 약속대로 하빈의 입시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 결과 하빈의 대학 입학까지 과외 선생님으로 일하게 된 채지석.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지석이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
“……그래도 안 다치고 무사히 왔다니 다행이네. 앞으로는 무슨 일 있으면 꼭 미리 연락을 줘.”
“흠흠, 내가 다칠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일이 있으면 같이 해결해 볼 수도 있잖아.”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물론 현하빈이 위험에 처하는 건 상상이 안 가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예지 능력으로 별일 없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참 마음을 졸였을 거라며 덧붙입니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네.”
웬일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는 하빈. 그녀가 슬그머니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근데 채씨, 아아니, 채 선생님.”
“갑자기 호칭이랑 말투가 왜 그래? 혹시 더 숨겼거나 찔리는 거 있어?”
“음…….”
깍듯해진 말투에 채지석이 불안한 듯 고개를 들었다. 마침 또르륵 눈을 굴리던 하빈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사실 오늘 숙제 안 했어!”
“…….”
“말했잖아. 이래 봬도 나…….”
“그거 자랑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