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237) (237/268)

237.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 (5)

한편, 조금 전.

관리자가 강태서의 비밀을 비밀을 밝힌 순간, 전 세계 사람들은 난리가 났었다.

[제목]ㅁㅊ 지금 현하빈 방송 봄? 관리자 피셜 강태서가 인류의 배신자래

그동안 관리자 편에 서서 첩자 노릇 했다고 그러는데?

???진짜임?

└ㅁㄹ 관리자 피셜임

└그럼 걍 구라일 수도 있지않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안그래도 현하빈이 ‘구라 ㄴㄴ’하고 더 안 듣고 패는 중

└그래서 관리자 그 뒷말을 못함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패는 건 좋은데 관리자 말도 좀 들어달라고!

└그래서 멸망하는 이유도 못 듣고ㅋㅋㅠㅜ이번에도 관리자가 드디어 말해서 기쁘다는 뉘앙스였는데 뭐라 말하기도 전에 또 맞느라 말 못함ㅋㅋㅋㅋㅜㅠㅠ

그래서 강태서 진짜 배신자래?

└모른다니까ㅠㅜ설명 듣기도 전에 관리자 그냥 얻어맞음ㅜㅡㅜㅠ뭔가 회심의 한 방이었던 모양인데...이쯤되면 쫌 불쌍함

└불쌍은 뭐가 불쌍함;;지금 세계 침공하는 게 누군데;;;

└ㅋㅋㅋㅋ어쨌든 애초에 관리자는 발언권 없다고

└관리자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관먹금~

└태도 한결같아서 웃김 관리자가 무슨 말을 해도 현하빈은 관리자를 패는 걸 멈추지않음.....

아니... 그래서 여러분 강태서는 진짜 첩자인 건 맞냐고??

└ㅁㄹ....실종되었다는 건 들은것같음

└ㅁㄹ222그림자 필드 스킬 때문에 그러는것같은데 현하빈 말로는 그거 관리자가 주작할수도 있다는데?

└맞네 시스템 관리자인데 뭔들 못하겠어

└울림국제고 던전도 한 번 조작됐잖아

└그리고 현하빈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관리자가 찔린 듯 잠시 침묵함ㅋㅋㅋㅋㅋ

└뭐야 그럼 구라 맞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태서 팬덤 어마어마한데 관리자 밤길 조심해야할 듯

└그게 나임 다른 헌터 다 놔두고 하필 강태서를 건드리다니 관리자ㅅㄲ 가만안둠 진짜 밤길 조심해라

└애초에 밤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지만

└ㅋㅋㅋ현하빈이 다 때리고 나면 때릴 곳 없을듯ㅠ

그동안 보여 준 관리자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강태서가 쌓아 온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은 쉽게 관리자를 믿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의혹이 제대로 불붙기도 전에, 강태서가 직접 나타나 스킬을 취소하기까지 했으니.

[hot!] 강태서 등장함!!!

지금 칼리고 진영에 나타났대!

그림자 필드 스킬 취소됐다! 관리자 반응 놀란 것처럼 벙찜

-역시 관리자가 구라 친 게 맞았네

-진짜로 관리자가 납치해놓고 조작하다가 강태서가 탈출해서 놀란거아님?

-그동안 어디 있다 온 거야?? 왜 실종된 거래?

-근데 강태서가 다시 나타난 거랑 첩자가 맞는지랑은 별개의 문제 아닌가? 첩자로 활동하다가 지금 갑자기 배신 때려서 관리자가 놀란 걸수도 있잖아

└억측 자제좀 강태서 함부로 모함하지 마라

└저게 배신당한 반응이냐? 오히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느낌인듯

└? 내가 보기엔 원댓글 말도 그럴듯한데...

강태서가 관리자와 대체 무슨 관계였던 건지, 그림자 필드 스킬은 왜 그렇게 시전되었던 건지. 풀리지 않은 의혹에 사람들이 각자의 추측을 내놓을 때.

그걸 해결해 줄 새로운 발언이 나왔다.

바로 현하빈이 하고 있는 실시간 방송에서, 강태서가 돌아온 걸 보고 관리자가 직접 입을 연 것이다.

[……강태서?]

[분명 소멸되었어야 할 텐데! 어떻게……!]

-....?

-소멸?

-?

-??

-관리자가 강태서 소멸시켰단 거임?

-그럼 관리자는 강태서 소멸시켜놓고, 이 자리에 없는 강태서가 배신했다고 거짓말치려던 거 맞네

* * *

한편.

강태서의 생환을 보고 당황한 건 관리자뿐만이 아니었으니.

“저, 저 녀석 소멸당했다더니 왜 멀쩡히 살아있어?”

“소멸형을 피할 수 있는 거였어요?”

“어떻게 했지? 나도 궁금해!”

마이너 패치의 본부. 갑자기 몬스터를 쏟아내는 일에 투입되느라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급박하게 관리자 대신 코드를 굴리던 사도들은 현하빈의 방송을 보고 경악했다.

무려 관리자의 소멸 처분에서 벗어난 강태서!

“그게 가능하긴 한가?”

애초에 가능했으면 이렇게까지 관리자 밑에서 빌빌 길 이유도 없었지. 구석에 있던 여섯 번째가 조심스레 추측을 했다.

“사실 관리자님이 소멸 안 시켰던 게 아닐까요?”

“그런 것치고 관리자님 반응이 진짜였어.”

강태서를 소멸시킨 게 분명한데 어째서 살아있는지 놀란 반응.

“그런 걸로 거짓말하실 분도 아니시고. 우리 모두 네 번째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눈앞에서 똑똑히 봤잖아?”

“……그렇지.”

소멸 처분을 당하고서도 살아 돌아오다니. 관리자에게 속임수라도 쓴 건가? 관리자의 실수로 강태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소멸시켰다거나, 지금 저기 있는 게 강태서가 아니라거나.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기, 두 번째 님? 그런데 저희 첫 번째가 살아오든 말든 이렇게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닌데요.”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여섯 번째가 한숨 섞인 투로 끼어들었다.

“빨리 추가 병력 생성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킬스크린-SPES-세계 각지 정부 연합군들 위력이 생각보다 강력해서.”

“하.”

그 말에 에라타가 입술을 깨물었다.

‘‘폐기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준비한 몬스터 군대가 이렇게까지 밀릴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옆에 있던 다섯 번째도 볼멘소리로 덧붙였다.

“애초에 킬스크린 거주민들은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 시스템상 막혀 있는데? 설정 풀었나?”

“아니, 지금도 막혀 있어. 아마 이것도 기만의 수호자가 한 짓이겠지. 그 녀석은 시스템을 무시하는 스킬을 쓸 수 있으니까.”

“어쨌든 그쪽까지 상대하려면 병력 추가로 더 생성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빨리 일이나 하죠.”

헌터들이 맞서 싸운다면 그보다 더 많은 병력을 차출하면 된다. 예상 시각보다 더 일찍 작업을 해야 해서 힘든 것뿐, 사실 생성할 수 있는 한계치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이 정도면,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몬스터를 뿌려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헌터들은 결국엔 지치겠지.”

아무리 각성자라 해도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걸 떠올린 에라타가 조소를 머금으며 덧붙였다.

“어쨌든 장기전으로 갈수록 인간 측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 그래서 관리자님도 여유로운 걸 테고.”

현하빈에게 맞고 있는 관리자가 의기양양한 이유는, 이 무지막지한 병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결국 그들이 이길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린 적당히 시키는 대로만 하면…….”

에라타가 발언을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벌컥!

다급하게 열리는 문.

“에, 에라타 님! 지금 치, 침입자가…… 컥!”

뛰어 들어온 조직원이 제대로 말을 뱉기도 전에 쿨럭 검은 피를 토했다. 더 서 있지도 못한 채 풀썩 옆으로 쓰러지는 조직원.

“무슨……?”

에라타는 숨을 삼켰다.

여기까지 침입한 존재가 있다고?

피데스도 알아내지 못한 마이너 패치의 가장 안전한 본거지다. 시스템을 활용해 그 어떤 플레이어도 찾을 수 없도록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지트.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중심부까지 침투할 수 있는 존재라면.

에라타가 인상을 찡그리는 순간이었다. 열린 문 너머로 익숙한 사람이 나타났다.

“……!”

상대의 모습을 본 여섯 번째는 말을 잇지도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바람 빠진 소리로 입 모양만 뻐끔댔다.

첫…… 번째?

“…….”

그들 앞에 나타난 건 방금까지 화면 너머로 본 강태서였다. 한때는 그들의 편일 거라 생각했고, 한때는 소멸당한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첫 번째 사도.

에라타는 입안의 여린 살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웃음을 잃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누구야, 태서 캉?”

“…….”

“진짜로 살아 있었네? ……제 발로 죽으러 돌아온 거야?”

“아니.”

강태서는 그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손에 낀 검은 장갑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평소처럼 무덤덤하다 못해 차가운 목소리였다.

“밀린 업보를 청산하려고.”

그 말과 함께, 강태서의 그림자와 사도들의 날 선 스킬이 맞부딪혔다.

* * *

한편, 강태서가 그림자 필드를 해제한 걸 화면으로 확인한 뒤.

[……강태서? 분명 소멸되었어야 할 텐데 어떻게……!]

관리자는 강태서가 살아 돌아온 것을 직접 보고서도 믿지 못했다. 강태서의 모습이 화면 바깥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관리자는 생각에 빠진 모양이었다.

[대체 어떻게 소멸을 극복한 거지?]

피조물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공격. 관리자의 소멸 처분.

관리자는 직접 사라지는 걸 똑똑히 확인하고, 강태서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도 확인했다. 지금도 끊어져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저렇게 멀쩡히 움직이는 강태서의 모습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 소멸?”

[…….]

물론 그 말을 코앞에서 들은 건 현하빈도 마찬가지였다.

“……너, 강태서를 소멸시킨 적이 있었다고 한 거야, 지금?”

그녀가 살벌한 낯으로 물었다.

[…….]

상황을 파악 중인지, 처음으로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는 관리자. 길어지는 침묵에 하빈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뭐…… 됐어, 어차피 변명 들을 생각도 없었으니까.”

언제나처럼 관리자의 의견 따위 들어줄 생각 없었다. 현하빈은 그저 관리자가 맞을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만 확인한 셈. 그녀가 뾰족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혹시나 시스템이 무너질까 싶어서 살살 때렸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네.”

관리자와 시스템,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안 뒤로 하빈은 혹여나 관리자를 죽이기라도 하면 문제가 생길까 봐 힘을 나름대로 조절한 편이었다.

하지만.

“네가 먼저 선을 넘었으니 지금부터 나도 선을 넘을 수밖에.”

그녀는 스킬창을 켰다. 마신의 스킬 중에서는 고문용 마법 스킬이나 저주도 상당수 있었다. 대미지는 적지만 고통은 다른 스킬의 몇 배인 마법 기술들.

원래라면 관리자에게 그런 스킬은 안 통했겠지만…….

하빈에겐 ‘속성 부여 스킬’도 있었다.

오류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스킬.

그녀가 떠보듯이 입을 열었다.

“오류 속성 부여해 가면서 쓰면 마법 공격도 먹힐 것 같은데? 관리자도 고통 느낄 수 있나?”

[……!]

“어디, 권한 넘겨줄 때까지, 끝까지 가 봐?”

[……고문이라도 할 셈인가?]

관리자가 킥킥거리는 소음을 섞었다. 이번에도 비웃는 투였다.

[인간들이라면 모를까, 나에게는 소용없을 거다, 내가 하찮은 미물들처럼 고통 따위에 입을 열 거라 예상했다니 어리석군.]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연결을 하나하나 끊어 가며 한 대씩 패는 방법도 있지.”

하빈은 지금까지 관리자를 공격하는 동시에 이곳에서 탈출할 수 없도록 발을 묶고, 틈틈이 채지세와 연계해서 관리자와 시스템 간 연결을 분리하도록 코드를 수정해 나갔다.

[하지만, 네가 이렇게 시도하는 것보다 세계가 무너지는 게 더 빠를 거라 장담하지. 나는 오래 버티는 것에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다.]

수많은 세계가 망가지고 다시 일어서는 걸 지켜본 관리자다. 인간의 일생이 그에게는 찰나일 정도로 시간 감각의 격차가 컸다.

현하빈이 관리자와 시스템 간의 연결을 끊어내는 만큼, 관리자 역시 다시 연결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하빈 쪽이 조금 더 속도가 우세했지만, 그래도 세계가 무너질 때까지 버틸 자신은 있었다.

안 되면 사도들을 더 닦달해서라도 일시적으로 몬스터 군대를 두 배 더 풀라고 명령할 계획까지 있었다.

……이변이 일어난 건 그 순간이었다.

[!!경고!!]

[승인되지 않은 사용자가 관리자 모드에 접속했습니다!]

갑자기 그들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 알림창.

그와 함께 관리자의 방 전체에 떠다니던 코드들이 일제히 깜빡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빈과 관리자 외의 누군가가 원격으로 코드를 건드리는 듯 재빠르게 뒤바뀌는 코드들.

[설정이 변경되었습니다.]

[설정이 변경되었습니다.]

[설정이 변경되었습니다.]

“……!”

[……!!]

휙휙 일어나는 변화에 하빈이 인상을 찡그릴 때였다. 이어폰 너머 채지세가 외쳤다.

-……!

-누군가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코드를 바꾸고 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