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211) (211/268)

211. 이래서 사람(?)이 책(?)을 읽고 살아야 합니다 (1)

“그러니까, 이 다음으로 나올 대륙회담 에피소드 부분이 궁금하시다는 거죠?”

“네!”

결국 작품 회의-를 가장한 97층 정보 캐내기-로 돌입한 천재 임시 편집자 현하빈.

“그 대륙회담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요? 어떤 일이 펼쳐지죠?”

“아, 그건.”

오마주 작가가 종이와 펜을 들었다. 휙휙 연대표와 대륙 지도를 그려 나가는 오마주. 그 모습을 본 아헤자르가 감탄을 흘렸다.

[오오! 지도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걸 보니 나도 예전 기억이 떠오를 듯 말 듯하다!]

‘그래서 떠오른다는 거야, 안 떠오른다는 거야? 뭐 도움 될 거 생각났어?’

[아니……. 그냥 그때 대륙을 누비며 즐겁게 놀았던 것만 기억이 난다.]

“…….”

결국 도움 되는 정보는 하나도 없는 김잘잘의 라떼라떼 기억.

‘에휴. 잘잘이가 그럼 그렇지.’

그사이 지도를 모두 완성한 오마주가 입을 열었다.

“대륙회담은 말 그대로, 세타 대륙에 있었던 거대한 나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회의를 했던 거라 보면 됩니다. 헤자라토 제국, 픽셔 제국과 체칼라다임 왕국이 주축이 되었죠.”

‘체칼라다임 왕국이 바로 우리가 있던 곳이지? 용신교 믿는 애들!’

지금 채씨와 리베가 있는 곳.

[그리고 픽셔 제국이 바로 이 ‘황길때’의 배경이 되는 곳이지! 단델리온 공녀가 주인공이다.]

“오…….”

하빈의 감탄에 오마주가 뿌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번 픽셔 제국 측 외교를 담당하는 게 바로 단델리온 공작가거든요. 그래서 대륙회담이 저희 작품에도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뭘 위한 회담인 건가요?”

하빈이 물었다.

정작 대륙회담이 뭐 하려는 회담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뭔지는 알아야 거기 가서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있을 거 아닌가?

“아, 대륙회담 내용 말씀이신가요?”

오마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게, 원래 시작은 각국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명목으로 모이는데, 결국은 마계 타도로 의견이 좁혀져요.”

“……네?”

마계 타도?

마계 타도라고?

“‘대륙의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마계와 맞서 싸우는 동맹을 만든다.’가 결론이 되거든요? 왜냐하면 마계의 일곱 마왕이 곧 쳐들어온다는 예언이 나와서…….”

“잠깐, 잠깐만요.”

이야기를 듣던 하빈이 다급히 오마주의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결국 대륙회담은 마계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회담이 된단 말이네?

마계에서 일곱 마왕이 쳐들어올 거란 예언 때문에.

“하지만…… 이미 이젠 마왕이 일곱 명이 아닌데?”

두 명 빼고 다 죽었다고.

심지어 한 명은 원래 마왕도 아니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세요?”

당황하는 오마주의 얼굴을 보며 하빈은 끄응,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거 어떡하냐, 잘잘아?’

책빙의고 자시고, 시작도 하기 전에 원작 심하게 꼬인 것 같은데?

* * *

한편, 체칼라다임.

-삐이. 삐아아.

아장아장 걸어와서 앙, 하고 채지석의 머리카락을 무는 리베.

“어, 안돼! 머리카락은 먹으면 안 돼.”

-삐이익!

뚜둑. 뜯겨나간 금발을 냠냠 먹는 리베를 보며 지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너는 왜 내 머리카락을 자꾸 먹냐? 첫 만남 때도 그러더니만.”

-삐!

능력 발휘량에 따라서 금갈색에서 환한 금발까지 색이 달라지며 반짝반짝한 효과를 내는 채남매의 금발.

아마 아기용이 보기에는 그게 신기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기들이 신기한 것만 보면 일단 입에 집어넣고 보는 거랑 같은 이치려나.

“그래도 이건 먹으면 안 돼. 영양가도 없고, 내 머리카락은 소중하니까.”

-삐아아?

“이게 더 맛있어. 이걸 먹자.”

-삐.

고개를 갸웃하는 리베에게 지석이 접시에 놓인 과자를 건넬 때였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슬그머니 돌아와 눈치를 살핍니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용이 네 머리카락을 뜯어 먹은 건, 아무래도 반짝거려서 신기해 보였던 모양이라고 말을 덧붙입니다.]

“어, 다녀오셨네요?”

오랜만에 보는 성좌 메시지에 지석이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현하빈도 연락을 잘 안 받아서.”

물론 지세가 종종 카톡으로 현 상황을 알려 주긴 했다.

누나

야 큰일 났다

이러다 피데스 죽겠는데?

?

좀 말려 봐

누나

근데 사정을 들어보니 또 자업자득인 것 같아서 고민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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