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192) (192/268)

192. 2살 현하빈 vs 현하빈 2명? (※사실 현시우에게는 선택권이 없다고 한다) (1)

‘롱 타임 노 씨(Long time no see)’는 현시우가 기억하는 몇 안 되는 현하빈의 말버릇이었다.

오랜만이라는 의미의 그 문장을 어떻게 그리 자주 쓰는지.

현시우는 집무실에 나타난 불청객 아닌 불청객을 쳐다보았다. 입구에 비스듬히 문을 기대고 선 상대. 짝다리를 짚고 팔짱을 낀 그녀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의 동생, 현하빈이었다.

“아니 내가 인사를 했는데 왜 답을 안 해?”

[…….]

“…….”

“엥? 아닌가, 혹시 선 채로 기절했나? 오빠 지금 의식 있음? 네아이바, 너라도 대답해 봐!”

성큼 다가와 휘휘, 현시우의 눈앞에 손까지 흔들어 보는 현하빈.

[……나를 아네?]

네아이바만 겨우 혼이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물론 현시우의 성좌 네아이바는 워낙 익히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지금 ‘하빈’의 태도는 오랜 친구를 대하듯 무척 자연스럽고 친근했다.

마치 예전의 1회차 현하빈처럼.

“…….”

현시우는 대답 없이 눈앞의 현하빈을 살폈다.

‘확실히 이쪽은 2회차 현하빈하고는 다르다.’

일단 2회차였다면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피데스의 목에 아헤자르를 겨누고 가면을 휙 벗겼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네가 현새우냐? 왜 똑같은 얼굴이지? 똑바로 말해라. 안 그러면 손모가지 날아간다!’ 따위의 협박부터 했을지도. 아니, 들어올 때부터 저번에 봤던 것처럼 가면 쓰고 와서 본인의 정체를 숨겼겠지.

[그래. 여러모로 화난 현하빈답지 않아.]

현시우가 피데스인 걸 알면 일단 앞뒤 없이 멱살부터 붙잡고 볼 일인데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호의적이다. 게다가 현하빈에게서 온 카톡을 보고 ‘어떡할 거야?’라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다.

‘현하빈’과 자신이 별개라는 듯 군다는 게.

[여러모로 너무…….]

‘전(前)’하빈같다.

모든 요소요소가 그렇게 느껴지게 한다. 제스처, 다 알고 있는 태도, 1회차 때의 분위기와 아우라. 희미하게 풍기는 마법사 클래스 특유의 마나 운용까지, 모두.

2회차의 현하빈은 주 사용 스킬이 마법이 아니었다. 검을 주로 쓰는 플레이어와 마법을 주로 쓰는 플레이어는 그 결이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눈앞의 인물은 누가 봐도 ‘마법사.’

1회차 현하빈의 특징이다.

현시우가 진지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증거가 또 있죠.’

[뭐냐?]

‘저 하빈, 방금 나를 오빠라고 불렀습니다.’

[……!]

‘특별히 뭔가 부탁하거나 그럴 때가 아닌 이상 1회차 마지막에나 가서야 그렇게 불렀거든요.’

[아니, 그게 왜 증거가…… 아니다.]

그러나 말이 안 된다. 지금의 세계는 분명 현시우가 시간을 돌린 2회차. 그런데 어떻게 1회차 현하빈이 여기 나타날 수가 있는 거지?

‘혹시 꿈인가? 그냥 내가 꿈꾸고 있거나 헛걸 보나?’

[? 나도 같이 봤는데 그럼 뭐임? 나도 꿈꾸냐?]

둘이서 온갖 추측을 떠들고 있었을 때였다. 눈앞의 하빈이 인상을 팍 쓰며 끼어들었다.

“지금 네아이바랑 둘이 떠드는 거지? 언제까지 떠들고 있을 건데? 나 시간 없어.”

그녀가 답답하단 표정을 짓다가 아차, 하는 얼굴을 했다.

“아, 내가 그 얘길 안 했구나?! 나 1회차에서 온 그 하빈 맞아! 됐지? 이제 시간 낭비할 추측은 그만하시고…….”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충격적인 발언을 덥석덥석 던지는 하빈. 그 태도에 네아이바와 현시우가 말없이 굳어 있을 때였다. 하빈이 고개를 기울였다.

“뭐야? 오빠 표정 왜 그래? 혹시 지금 둘 다 이 상황 꿈이 아닐까 의심하는 거야?”

“……!”

[어, 어떻게 알았지?]

굳은 표정의 그들을 보며 하빈이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에효, 역시 의심하는 거 맞네. 어쩔 수 없지. 그럼 빨리 뺨을 한 대 쳐줄게. 그럼 믿겠지?”

슥슥,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는 현하빈. 살벌하게 씨익 웃는 모습에 현시우는 손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

“잠깐, 잠깐! 멈춰 봐! 믿을게! 너 전하빈인 거!”

1회차든 2회차든 맞으면 한 방 컷인 건 똑같다. 그걸 떠올린 둘이 다급히 하빈을 말렸다.

* * *

현시우는 1회차 하빈의 마지막 인사를 아직도 기억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 오빠. 나 믿지?’

무사히 다녀올 테니 또 보자.

당연히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혹은 절대로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거나.

“내가 또 본다고 말했잖아?”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게 이런 뜻이었냐고.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현시우는 말끝을 흐렸다.

1회차의 현하빈이 2회차로 직접 넘어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일부러 현하빈인 척 접근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서 ‘전하빈’만 알 수 있는 질문도 여럿 해 보았고, 네아이바의 사용자만 알 수 있는 질문과 테스트도 여러 번 했다.

그리고 모두 통과한 게 지금 눈앞의 ‘전하빈’(그들은 편의상 1회차 현하빈을 전하빈으로 부르기로 합의했다)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회귀’에 대한 내용을 현시우는 발설하지 못했다. 전하빈을 향해 ‘회귀’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말하려 할 때마다 여전히 ‘세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언입니다’ 어쩌고 하는 창이 떴기에,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스리슬쩍 피해가며 대화해야 했다.

다행히 ‘전하빈’은 ‘회귀’니 ‘1회차’니 하는 발언을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이야기가 원만히 이어질 수 있었다.

“짠. 애초부터 오빠한테 회귀 아이템 줄 때 이럴 계획이었지.”

전하빈이 빙긋 웃으며 손님용 소파에 턱 하니 앉았다.

“오빠는 시간을 돌리게 시키고, 나는 바로 여기, 2회차로 넘어오는 아이템을 쓸 생각이었어.”

하빈이 목에 걸려 있는 회중시계 아이템을 가리켰다.

[아이템-존ㅈㅐ할 tn 없는 ㅅl간](등급: vᅟᅡᆫ정 불가

시간의 흐름과 오류를 모두 무시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머무를 자격을 얻습니다.

(단, 제한 확인 필요. ·ℯ‘존재성’스탯에 영구적 손상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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