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사실 마신은 스킬이 너무 많아서 본인도 뭐 있었는지 가끔 잊어버림 (2)
헼께록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선동’은 지구에서나 생소한 스킬이었지 마계에서는 아니었다.
예전 색욕의 마왕이자, 정신지배 계열 스킬로 유명했던 헤르밋의 특기 중 하나였으니까.
그래서 마신인 글리치도 그 정도는 당연히 쓸 수 있었다. 애초에 마왕보다 더 상위인 존재, 마계에 존재하는 모든 스킬을 망라하고 있는 자였으니까.
“자, 이제 저 가짜를 잡아라.”
이어진 글리치의 명령에 경호원은 물론 다른 신도들도 우루루 글리치에게 달려들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이게 무슨! 내가 아니라 저놈이라니까! ‘선동’! ‘선동’! 으악, 왜 안 먹혀!”
발버둥 치던 헼께록은 이내 수갑이 채워진 채로 예배실 한구석에 처박혔다. 듣자 하니 종말교 내에서 사람을 감금할 때 수갑을 쓰는 모양이었다.
“아니 왜 이런 걸 써?”
수갑을 가리키며 인상을 쓰는 현하빈. 그녀의 물음에 보좌관이 깍듯하게 대답했다.
“혹시라도 스킬을 쓸 수도 있으니까요. 위험한 스킬을 쓰지 못하게 막는 특별 아이템입니다.”
“오…….”
그럼 이렇게 묶여 있으면 함부로 선동 스킬을 쓰진 못하겠구나. 하빈이 납득하는 동안 보좌관은 이어 설명했다.
“게다가 교주님께서 항상 ‘감히 종말교의 교리를 어긴 자는 강력히 다스려야 한다’라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뭔…….”
이제 보니 이 사이비, 사람을 막 감금하고 그랬나 보네?
‘알면 알수록 악질이잖아?’
“그럼 마저 가짜를 벌하겠습니다.”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하빈을 대하는 보좌관. 보좌관뿐만이 아닌 경호원과 다른 신도들도 모두 글리치의 명령에 따라 착착 움직이고 있었다. 덕분에 빠르게 정리된 분위기.
그런 사람들을 보며 하빈이 어이없단 표정으로 팔짱을 끼었다. 그녀가 글리치에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와, 이게 겨우 ‘선동’으로 된다고? 선배, 지금 건 거 진짜 선동 스킬 맞아?”
이 정도면 복종이나 조종, 뭐 그런 스킬 아님?
“음.”
글리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냐는 듯 뻔뻔한 얼굴을 했다.
“……어쨌든 잘 끝났으니 된 거 아닌가?”
“그건 맞아!”
누군가 이 광경을 본다면 ‘역시 악의 신! 마신이 도래했다!’며 글리치의 선동 스킬이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 무척 두려움에 떨었겠지만, 현하빈은 그런 거 없었다. 하빈은 심드렁하게 하품을 하며 덧붙였다.
“하, 그냥 빨리 끝내고 집에나 가자. 지금 카카페에서 유명 작가 작가전 한다고! 50화 무료 이벤트 내일 끝난단 말이야.”
[헉, 맞다. 아주 중요한 일이다. 빨리 가야 한다!]
“…….”
어쩐지 글리치가 한심하단 표정으로 봤던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하빈은 흠흠, 헛기침을 하며 다시 교주용 의자에 드러누웠다.
사실 여러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이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 동안 종말교의 건물에 있었던 건 맞기에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되긴 했다. 아무 흔적과 소란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가는 게 낫다.
한창 신도들을 지휘하던 글리치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니, 넌 저번에도 딸기 뷔페를 빨리 가야 한다고 그랬었지.”
마왕성에서도 딸기 뷔페 때문에 후딱 해치우고 돌아가길 원했던 현하빈. 그걸 떠올린 글리치가 문득 궁금해진 듯 물었다.
“그래서, 결국 그때 딸기 뷔페는 결국 가봤나?”
“어? 물론이지! 기억하고 있었구나?”
하빈이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고개를 냉큼 끄덕였다.
“당연히 잘 다녀왔다고.”
[잘 다녀온 정도가 아니다. 가히 딸기의 씨를 말려 버릴 기세였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혹시 선배도 가고 싶은 거야?”
글리치도 잘잘이처럼 딸기 뷔페라는 곳이 궁금했던 걸까?
글리치의 표정을 슬쩍 살피던 하빈은 이내 안타깝단 목소리로 덧붙였다.
“저런, 하지만 어쩌지? 딸기 뷔페는 시즌제라서 철 지나면 못 먹어!”
“…….”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구!
“안타깝지만 수박 주스나 기대해 보도록 하자.”
이래서 계절이 오면 그 계절에 먹을 수 있는 걸 재깍재깍 먹어 줘야 하는 것이다.
하빈이 그럼그럼 하고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생각해도 그때 딸기 뷔페를 먹은 것이 너무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빈이 글리치의 등을 토닥이며 상냥하게 덧붙였다.
“에휴, 그래도 선배, 너무 상심하지 마! 봄은 돌고 돌아 또 오기 마련이니까. 내년엔 내가 특별히 딸기 뷔페 데리고 가줄게.”
“……딱히 그걸 먹고 싶단 뜻은 아니었는데.”
“솔직하지 못하긴!”
“…….”
하빈의 핀잔에 글리치는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봄은 돌고 돌아 또 온다고?’
이 인간 입장에선 가볍게 던진 단어겠지만 듣기에 꽤 나쁘진 않았다. 거기다 이 녀석이 그렇게도 목을 매던 딸기 뷔페라니, 한 번쯤 방문해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빈과 글리치가 한창 떠들던 참이었다. 대화 사이로 다른 소리가 끼어들었다.
“읍읍! 읍읍!”
그건 입막음을 당한 헼께록의 외침이었다.
여전히 두려움과 충격의 눈빛으로 발버둥 치는 헼께록. 그가 입이 틀어막힌 채 비명을 삼키고 있었다. 하빈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선배, 얘는 선동 왜 안 걸었어?”
다른 인간들은 한 번에 다 걸려 버린 선동인데 헼께록만 안 걸렸다는 게 좀 이상하다. 헼께록이 글리치보다 강할 리는 없을 테고.
하빈의 의문에 글리치가 답했다.
“본보기를 보여 주려고.”
“본보기?”
그러고 보니 글리치는 선동 스킬을 쓰기 전에 헼께록을 비웃으며 한마디를 던졌었다.
‘쓰려면 이렇게 써야지. ‘선동’.’
‘그럼 이게 진짜 선동이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한 건가?’
어쨌든 홀로 멀쩡히 남는 바람에 이 모든 상황을 맨정신으로 견디고 있는 헼께록. 어쩌면 이 상황 자체가 마신의 소소한 복수였을지도.
이래서 누구든지 사람 얼굴을 그릴 땐 기분 상하지 않게 멋지게 그려 줘야 하는 법이다. 뭐하러 마신 얼굴을 저렇게 그렸담?
자업자득이지.
어깨를 으쓱한 하빈은 자리를 탈탈 털고 일어섰다.
“어쨌든 나 챙길 거 다 챙겼으니 빨리 정리하고 나가자!”
이미 하빈은 비밀의 방에 있던 장부들을 싹 다 챙겨왔다.
‘그걸 파다 보면 숨겨진 재산이 좀 나오지 않겠어? 나중에 집에 가서 확인해 봐야겠네.’
잘하면 비밀금고 위치라도 나오겠지. 편지에서 말했던 ‘별의 서’가 장부 사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고.
하빈은 혹시나 싶어 보좌관에게도 ‘별의 서’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흠, 나중에 장부나 다시 한번 살펴보지, 뭐. 그 사이에 뭐라도 있겠지.’
지금 당장 금 한 덩어리도 없는 헼께록을 붙잡고 금괴 내놓으라고 하는 것보다 장부를 챙겨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나을지도.
결론을 내린 하빈이 다른 신도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이대로 그냥 나와도 되지만, 여기 사람들이 가짜 종교에 휘둘려 있는 건 마음에 걸렸다. 레몬도 그 부분을 해결하러 가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말이지.
‘어차피 이 사람들이 안 나오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한번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은 쉽게 나오기 힘들다고들 한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헼께록이 측근으로 삼을 정도로 신실한 사람들이었으니 더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하빈은 객관적인 정보만을 몇 개 던져주기로 했다.
“자자, 그럼 내가 진짜 교주로서 딱 몇 마디만 더 할게!”
“오오오…….”
글리치의 선동 효과는 물론, 현하빈이 보여줬던 불꽃 효과가 그들의 무의식에 남을 정도로 굉장했기 때문에 다들 조용히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하빈은 모두의 이목이 몰리는 걸 확인하고는 산뜻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 이 종교, 사기야!”
“예?”
이미 얼빠져 있던 신도들이 더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사기라니까?”
신도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말한 하빈이, 야구 배트를 손바닥에 탁탁 내려쳤다.
“사기야, 사기! 사실 이 종말교는 너네 돈 뜯으려고 만든 종교다? 무려 마이너 패치가 배후에 있지! 너네, 마이너 패치가 뭔지 아니?”
하빈의 질문에 신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 마이너 패치라면……!”
“범죄 조직 아닙니까?”
“마이너 패치 이야기가 여기서 왜……?”
“읍! 읍읍!”
그 말을 들은 헼께록이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는 수갑에 쓸리는 손목은 신경조차 안 쓰는 듯 있는 힘껏 바동거리며 눈을 부릅떴다.
‘그 기밀 정보를 저렇게 막 누설하면 어떡해!’
그러나 수갑과 재갈로 묶여 있는 헼께록이 하빈을 저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하빈의 말은 계속되었다.
“응, 맞아! 그 마이너 패치가 너네 돈 뜯으려고 만든 종교가 바로 여기 본부야! 종말교 믿는 건 자유인데 믿으려면 여기 말고 다른 종말교를 찾아봐! 웬만하면 돈 안 뜯는 곳으로!”
하빈이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처억 가리켰다.
“그래도 난 이런 사이비 안 믿는 거 추천! 애초에 종말이 코앞에 있다고 해서 모르는 사람한테 재산을 함부로 홀랑 몰아주면 어떡하냐? 차라리 종말 오기 전에 그 돈으로 뭐라도 해야지.”
종말이 코앞인데 피 같은 돈과 시간을 이런 데 써서 되겠어?
“차라리 그걸로 그동안 못 봤던 재밌는 걸 보던가, 맛있는 걸 먹던가! 아님 사과나무라도 심던가!”
[그건 그냥 네 신조 아니냐?]
종말 앞두고 재밌는 거 먹고 맛있는 거 먹고 사과나무 심겠다고 선언했던 현하빈. 그녀는 찔려서 헛기침을 했다.
“크흠, 흠, 흠. 뭐,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그 돈과 시간을 소중한 사람을 위해 써야지.”
하빈은 종말교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여기 이곳 사람들 중엔 가족과도 연을 끊고 종교에 자진해서 전 재산과 돈을 바친 사람들이 많다고. 그런 사람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인터뷰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일일 교주로서 말하는데 여긴 사기가 맞으니까 갈 수 있으면 다시 집에 돌아가.”
“하, 하지만. 나가는 자는 종말 이후 억겁의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하셨는데요.”
근처에 있던 신도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갑자기 교리와 완전히 상반된 말을 하는 교주의 모습에 혼란을 겪는 모양.
‘뭐? 나가면 억겁의 고통을 줘?’
그런 교리로 협박을 일삼아서 못 나가게 했군. 하빈이 인상을 찡그리는 동안 옆에 있던 다른 신도의 증언이 이어졌다.
“그래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게 저희를 돕는 거라며 혹여라도 나가려는 사람마다 벌로 가두셨는데.”
“뭐어?”
수갑이랑 높은 담벼락, 창문에 있는 철창은 어쩌면 그런 용도였는지 모른다.
‘아주 불법 감금을 일삼았구만?’
급기야 하빈의 곁에 있던 보좌관은 그녀에게 겁먹은 목소리로 속닥였다.
“혹시…… 저희를 시험하려고 일부러 그런 말씀 하시는 겁니까?”
혹해서 나갔다간 다시 잡아 가두려고.
“아니야!”
하빈이 답답하단 얼굴로 소리쳤다.
“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 나가고 싶은 사람은 지금 당장 나가자!”
그 발언에 보좌관이 눈치 보며 말을 덧붙였다.
“그, 그럼 감금실은요?”
“얼씨구?”
예상하지 못한 단어에 하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감금실? 여기 감금실도 있어?’
하빈은 모르는 일이었겠지만 원래 사이비나 다단계 중에서도 악질 집단은 감금을 일삼기도 한다. 하빈이 정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감금실 같은 거 안 써. 그냥 거기 갇혀 있는 사람들도 다 풀어줘.”
“갇혀 있던 사람도 예배 참석은 강제라서 지금 여기 다 모여 있습니다만…….”
“잘됐네. 그럼 여기서 나가고 싶은 사람은 밖으로 나가자!”
“……네?”
하빈의 손짓 한 번에 굳게 닫혔던 예배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참에 하빈은 경호원들을 시켜 이 건물의 출구를 모두 개방시켜 놓으라고 주문했다.
“여기서 바깥까지 나가는 문, 계속 개방시켜 놔.”
그동안 교주의 허락이 있어야만 열고 닫을 수 있었던 문들이 처음으로 모두 열렸다. 하빈은 헼께록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아, 이 가짜는 수갑 절대 풀지 말고 감금실에 가둬. 그리고 각자 잘 생각해서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집에 가자. 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몇 달간 잠적할 테니 알아서 해!”
사이비를 접수한 김에 사람들을 잘 인도하고, 착복해 놓은 재산도 털고 가면 좋겠지만 하빈은 바쁜 몸. 빨리 집에 가야 한다. 그래서 ‘잠적’이라는 말을 쓰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 발언이 가져온 파장은 컸다. 신도들은 황망한 얼굴로 하빈을 붙잡았다.
“……자, 잠적이라뇨?”
“어디로 가십니까, 교주님!”
“어허! 교주가 간다면 가는 거지!”
“…….”
사이비 종교에서 교주의 말은 곧 법이자 진리였다. 별수 없다는 듯 주춤 물러선 신도들을 뒤로하고 하빈은 몸을 돌렸다.
비록 감금을 풀고 문을 열어 두었지만, 어차피 지금 당장 선택으로 사람들이 쉽게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하빈의 몇 마디 말로 상황이 바뀔 수 있었다면 진작 바뀌었을 거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레몬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달라고 이야기했고, 하빈이 그럴 자격이나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이야기를 할 시간은 되었다. 하빈은 마지막 인사를 조금 길게 했다.
“안녕! 내가 시간이 없어서 이만 가지만, 너네 잘 기억해 놔. 여기 진짜로 사기야! 이거 다 가짜! 배후에 마이너 패치 있다! 진짜로!”
“읍읍! 읍!”
하빈의 기밀 누설에 마지막까지 기겁해서 발버둥 치는 헼께록. 그의 비명을 뒤로하고 글리치와 함께 얼른 그 자리를 떴다.
오늘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상상도 못 한 채.
* * *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완벽해!”
드디어 집으로 향하는 현하빈.
‘휴우. 오늘 고생 많았으니 집에 가서 푹 쉴 거야. 정말 쓸데없이 길고 긴 사투였어.’
하빈은 해 지는 노을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헼께록이 재깍 알아서 돈도 갖다 바치고, 하빈의 말을 잘 따랐다면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닌가?
사실 사이비를 털던 시간은 다 합쳐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하빈은 그렇게 평을 내리며 집으로 총총 돌아갔다.
아니, 돌아가려 했다.
집에 가는 길에 의문의 사람들에게 붙잡히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역시 이분이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현하빈 씨, 실례지만 이쪽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뭔…….’
하빈의 집 앞에 떡하니 기다리고 있는 리무진들.
‘대체 무슨 일로 여기 우루루 불법 주차를?’
어딘가 익숙한 광경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의 태도에 하빈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에도 컨티뉴의 사람들인가?’
코니 할머니에게 이제 이런 거 그만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하루 만에 그게 번복된다고?
‘좀 이상한데…….’
자세히 보니 경호원들의 얼굴이 하빈이 익히 알던 사람들과도 많이 달랐다.
하빈의 의문대로 이번에 찾아온 건 컨티뉴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니, 컨티뉴의 사람들은 맞았지만 코니가 보낸 인물들이 아니었다.
“……네가 바로 코니 님이 지목한 후계자인가?”
경계 어린 태도의 낯선 사람들. 정중하긴 하지만 현하빈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태도까지.
그들은 바로, 컨티뉴의 후계자 계승 싸움을 하던, 코니의 옛 제자들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홀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사람을 후계자로 삼았다고? 역시 나는 인정 못 해.”
“뭐?”
하빈이 얼탱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인간들이 뭐 때문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집 안에서 안락한 침대와 네풀릭스와 카카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면 여기서 붙들려 있을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하빈은 랩하듯 빠른 목소리로 외치며 척척 걸음을 옮겼다.
“인정이고 자시고 일단 저 후계자 아닌데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또 저렇게 빠져나가려 하는군.”
“어림없습니다.”
다급히 하빈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들의 모습에 하빈은 뒷목에 혈압이 오르는 걸 느꼈다.
“으앗! 비켜요! 나 집 가야 해!”
이벤트 5시간 남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