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초대받지 않은 손님 (3)
“뭐? 미래에서 온 편지?”
이 편지가 미래의 현하빈이 보냈다는 가설. 그 발언에 하빈이 고개를 돌렸다. 글리치가 덧붙였다.
“아니면 본인이 예전에 써놓고 기억을 못 한다거나?”
“뭐래, 내가 쓴 건데 왜 기억을 못 해? 술 먹고 쓴 것도 아니고.”
하빈은 팔락거리는 편지를 흘겨보았다.
“이게 소설이나 영화…… 무슨 백 X더 퓨쳐도 아니고, 미래에서 보낸 편지가 뭐람.”
그렇게 말하면서도 하빈의 목소리는 꽤 누그러져 있었다. 왜냐하면.
‘꼰대까지 미래에서 온 거 아니냐고 묻는 걸 보니 찐인가?’
당연히 하빈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내가 바보도 아니고 말야. 이미 그 정도 추리는 해봤었거든?’
이래 봬도 예전엔 현하빈 역시 판타지나 SF물 소설을 꽤 읽었던 전적이 있었다.
척하면 척이지!
‘회귀물이나 타임리프, 미래에서 온 편지나 다른 차원의 내가 보낸 편지.’
이런 클리셰 정도야 꿰고 있다고.
게다가 편지의 내용은 어떠한가. 시작부터 리베에 대한 미래를 다 예견하고. 기분 나쁠 정도로 하빈과 똑같은 글씨체에 말투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편지를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빈은 필터링 된 곳들의 글씨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에러메이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뒤로부터. 필터링으로 막힌 정보를 오류로 일부나마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뭐? 편지를 일부나마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언제부터? 왜 나는 모르느냐?!]
“김잘잘이 웹소 읽느라 정신 팔린 동안 잠깐 읽어본 게 다라서.”
[크흠.]
아헤자르는 허를 찔린 듯 몇 번 헛기침을 했다. 매일 대단한 성좌니 뭐니 하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 폰을 보느라 이런 정보를 놓쳤다는 게 기분이 상한 모양.
‘뭐, 김잘잘이 그때 같이 보고 있었어도 어차피 못 읽었겠지만.’
애초에 아헤자르에겐 흐리고 희뿌옇게 보이는 편지. 하빈 같은 살아있는 오류가 아닌 이상 제대로 읽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특이한 편지였다.
하빈은 손이 닿는 곳마다 파직파직 일렁이는 편지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얻은 정보 중 하나가 별의 조각이었지.’
별의 조각.
카지노에서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편지에 적혀 있기에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진짜로 킬스크린 카지노에 별의 조각이 있었다.
‘여기 있는 거 다 주세요!’
사실 채씨나 아헤자르에게 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복권을 싸그리 구입한 건 그것 때문이 컸다.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편지 내용이 어디까지 진실일지.
별의 조각은 킬스크린 카지노에 방문하면 볼 수 있도록 신경 써서 남겨둘게.
그거 예쁜 쓰레기라 지나치기 쉬운데. 혹시 발견하면 태서에게 주는 걸 추천. 그러지 않으면 걔 죽을 수도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