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147) (147/268)

147. 사람을 놀라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원래 그런 말 안 하던 애가 갑자기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고

현시우는 맹세코 살면서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있긴 하다.”

엄마가 둘이 화해시킬 때 서로 억지로 말하라고 시켰던 적이 있다. 그때 서로 해본 적 있었다.

“어쨌든 절대 그냥 이런 소릴 할 애가 아닌데.”

심지어 전 회차에서 마지막 순간에도 현하빈은 시우에게 그런 말은 안 했다. 그냥 ‘나 믿지?’라고만 했던 듯.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현하빈이 이런 말까지 했다는 건.

“저, 정말 큰일이 생겼나 보다.”

이 세계의 이레귤러 먼치킨이 혈육에게 이런 말까지 할 정도면 정말 생사를 오가는 위기에 몰렸거나 삶의 모든 걸 포기하겠다는 의미……?

현시우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네아이바가 침착하게 그를 만류했다.

[야, 있어 봐. 일단 진정해, 진정! 다시 한번 화면을 잘 보라구. ‘사랑한다’고 안 했어. 잘 봐. ‘사ㄹᅟᅡᆼ’이라고 했지. 그냥 손이 미끄러진 걸 거야.]

“손이 왜 하필 저렇게 미끄러집니까?”

네아이바가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반문했다.

[뭐, 저렇게 미끄러질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너희 남매는 매번 대체 뭐가 문제야?]

“뭐가요?”

[서로 생사 여부 물을 때나 던전에서 만났을 때는 덤덤하더니 왜 저 단어 하나로 난리인데? 심지어 좋은 뜻이잖아? 믿음, 소망, 사랑이 인간들에게 통용되는 좋은 단어 아니야?]

“적어도 저희 사이에 쓰일 때는 아닙니다.”

[그럼 나쁜 뜻이야?]

“……!”

네아이바에 물음에 현시우는 무언가 깨달은 듯 표정을 굳혔다.

“그, 그럴 수도 있겠군요! 반어법인가?”

지금부터 잘근잘근 조져줄 거라는 경고나 사고 칠 거라는 선전포고를 ‘ㅎ 사랑하는 거 알지?’로 시작하는 건가?

소름이 돋게 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성공적인 방식이었다. 현시우가 행간의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다시 카톡을 노려보던 때였다. 네아이바가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쨌든 진정해.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잖아.]

보이스피싱.

그 단어에 현시우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아, 그렇네요. 이걸 보낸 상대가 현하빈이 아닐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네요. 하긴 요즘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긴 하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지나치게 극단적인 생각부터 먼저 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요즘 혈육을 사칭해서 돈을 뜯는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합니다. 한번 확인해 볼까요?”

현시우는 침착하게 카톡 답을 써서 보냈다.

?

돈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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