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이 학교의 숨겨진 실세 (3)
심각한 분위기의 기숙사 방 안. 벌써 학교 게시판을 점령해 버린 현하빈에 대한 루머를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그 문제로 서윤과 하빈이 침묵에 잠겨 있을 때였다. 하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단 놀자!”
“어?”
하빈은 별문제 없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차피 지금 고민해서 해결될 것도 아닌데. 내일 문제 생기면 그냥 자퇴하지, 뭐.”
“…….”
‘그, 그랬지.’
서윤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이 언니는 틈만 나면 자퇴로 일을 해결하려는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웬만한 것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서윤은 아직 모르는 일이겠지만 원래 사회에서도 사직서를 손에 든 회사원이 무서울 게 없는 법이다. 하빈이 이어 외쳤다.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을 틈이 없어! 난 오늘까지 <제작계 헌터 릴리의 우아한 하루> 정주행 다 끝낼 거야.”
단호한 얼굴로 다시 태블릿을 켜던 하빈이 번뜩 고개를 들었다.
“아, 아니다! 그전에 이것부터 뜯어봐야지!”
하빈이 팔락팔락 손에 든 크림색 봉투를 흔들었다. 이번에 온 코니의 편지였다.
“코니 님의 편지……?”
크림색 봉투는 편지만 들어있다고 보기엔 부피가 조금 컸다. 봉투 구석에는 볼록 솟은 부분이 있었다.
“음? 이번엔 뭔가 따로 넣으셨나 보네?”
봉투 안에 무언가 조그마한 유리병이 만져졌다. 하빈은 얼른 봉투를 뜯어보았다. 코니의 우아하고 다정한 글씨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집 제작이 늦어지는 동안 하빈 양이 기다리기 심심할까 봐 이번에 새로 얻은 재료를 소량 선물로 동봉해요. 소소한 즐거움이 되길.
[아이템 - 별꽃뿌리의 가루]
어두운 밤을 밝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잔잔한 불빛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이 가야 할 길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그 불빛을 바라보다 보면 짙은 어둠도 무섭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