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91) (91/268)

091. 교장 선생님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3)

피데스와 현하빈의 극적인 만남!

……은 첫날부터 성사되지 않았다.

“아, 피데스가 교장으로 부임하든 말든 알 게 뭐람?”

[……?]

“강당 안 가고 땡땡이 쳐야지. 내가 고작 가면마법사 보겠다고 강당까지 가야겠어?”

하빈이 심드렁한 태도로 다시 침대를 떼구룩 굴렀다. 현시우가 알았다면 다행이라고 안도했을 내용이었다. 어쨌든 마음의 준비 없이 둘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쿨하게 교장 소개식을 스킵해 버린 현하빈.

그 후로도 그녀는 학교를 빼먹기 부지기수였다.

“오, 내일은 웹툰 감상 강의가 있으니 참여해야겠어. 목요일에 들을 요리 강의에선 수제 햄버거랑 샤브샤브를 만든다고 하니까 이건 가봐야지!”

수업은 순전히 그녀의 입맛대로 참여.

그러나 점심시간만큼은 꼬박꼬박 빠진 적이 없었다.

“하……. 어째서 급식은 나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지? 이건 분명 나를 학교에 오게 하려는 누군가의 음모야.”

“오늘 메뉴인 치즈닭갈비는 존맛이었어! 포장해서 리베한테도 가져다 줘야지.”

게다가 기숙사 시설도 예상보다 무척 아늑하고 좋아서 하빈은 통학을 포기하고 아예 기숙사에 살림을 차렸다.

‘학교까지 1분 컷 개꿀.’

이대로라면 정말 학교에 정을 붙일지도?

청소도 로봇청소기가 다 해줘, 급식은 맛있고, 기숙사는 멋진 데다 듣는 수업은 꿀교양.

“이거면 진짜 다닐 만하다. 진작 다닐 걸!”

역시 ‘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을 때야!’라는 어른들 말씀이 이번만큼은 맞는 것 같았다.

[그거야 네가 공부를 안 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

“아냐, 잘잘. 나 공부해.”

[무슨 공부? 설마 이번에도 숨쉬기 공부라느니, 인생 공부라느니, 드라마 공부 같은 변명을 늘어놓으면 절대 납득하지 않겠다!]

“호오? 김잘잘. 그동안 많이 컸는걸? 내 대답을 어떻게 미리 알았지? 역시 성좌란 건가?”

[크, 크흠 이제야 나의 위대함을 알겠느냐……가 아니지! 변명할 걸 변명해라! 대체 이 학교에 와서 네가 한 게 뭐가 있느냐?]

“잘 먹고, 잘 잤지. 원래 학생은 건강하게 크는 게 최고랬어!”

[학업은? 자고로 전사는 언제나 성장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어어, 잘잘? 너 슥하이캐슬 보고 울었으면서 그러기야?”

하빈이 실망이라는 목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아헤자르가 흠칫 찔린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아, 안 울었다! 그리고 그게 슥하이캐슬과 무슨 상관이냐!]

하빈이 엄숙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잘잘. 잘 생각해 봐. 슥하이캐슬에서 그 모든 비극이 어떻게 일어났지?”

슥하이캐슬.

아헤자르에게 추천한 그 드라마는 대한민국의 비틀린 교육열과 입시 비리, 과열 경쟁을 다룬 잔혹한 청춘의 드라마였다.

참고로 거기서는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에게 높은 성적을 받으라고 과도하게 부추기는 부모가 등장한다.

“잘잘이 넌 그 드라마를 보고 울었으면서, 나한테도 성적을 강요하는 거야? 엉? 성적 잘 받으라고 잔소리해? 어? 입시 스트레스?”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러니까…….]

“김잘잘도 대치동의 흐름에 휩쓸려 버렸다 그거지? 아무리 성좌라도 한국의 교육열을 거스를 수 없었던 거지?”

[아, 아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난……!]

핀치에 몰려 아무 말도 잇지 못하는 아헤자르. 하빈이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아니면 됐어. 그럼 난 마저 자체휴강을 할게!”

벌써 기숙사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 그녀가 콧노래를 불렀다.

이건 다 건강하고 씩씩한 몸과 마음을 위해서다!

* * *

그러나.

하빈의 그런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이는 또 있었으니.

‘어…… 하빈 언니는…… 우리 학교를 왜 다니는 걸까?’

같은 기숙사 방을 쓰는 여서윤이었다.

그녀는 하빈이 들어오기 전부터 뒹굴 이불을 뒤집어쓰고 부모님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까똑.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엄마♡

 울딸, 학교는 어때?

 친구는 잘 사귀었어?

 힘든 일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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