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현하빈과 마법사의 돌 (3)
제목: 울림국제고 입결 컷 어떻게 되나요?
본문: 저는 울림국제고가 워너비인데 찾아보니 들어가기 쉽지 않다고 해서요
*울림국제고는 울림국제마법학교 줄임말입니다!
└거기 들어가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음. 네가 마법 계열 각성자라면.
└근데 각성자가 아니면 답없
└일단 너 각성자는 맞냐?
└애초에 각성자가 되는 게 더 어려울 텐데ㅋㅋㅋ10대 각성자가 몇 명이나 된다고
└저 각성자 맞는데....F급이어도 돼요?
└오 각성 ㅊㅋ
└F급이어도 부럽네....
└ㅇㅇ 대신 F급 수준 각성자는 굳이 갈 필요가 있나? 학교에서도 F반으로 따로 분류해서 방치하는 것 같던데ㅋㅋㅋ F급은 제어아이템만 착용하면 일반고 다녀도 된다고 들었는데 그냥 일반고 가는 게 나을수도
└그런가요....
└아냐! 대학 노릴 거면 F급도 나쁘지 않아 헌터 전용 대입 특례입학 전형 있잖아 그건 헌터고 재학생만 원서 넣을 수 있어. 내 동생도 그렇게 한국대 갔고.
└으 각성자가 아주 신흥계급이네ㅋㅋ 그걸로 대학 티오까지 먹냐 양심 어디?
└윗댓은 모르면서 태클 걸지 마라 애초에 헌터 특례입학은 헌터 관련 학과에만 지원할 수 있거든 티오도 따로 선별해서 일반고한테 피해 안 줌
└나도 울림국제고 가고 싶다...거기 급식 맛있는데....시설도 좋고....교복도 멋지고
└여기 댓들 보니까 다들 어리다, 어려. 다들 잘 몰라서 헌터 선망하는 거지 사실 까고 보면 헌터가 좋기만 한 직업은 아님 매일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좋겠냐
└ 저는 전투계 안 바랍니다.... 제작계 헌터 하게 해주세요ㅠㅜ 아이템만 만들면서 안전하고 부유하게 살고 싶어요
└ 제작계도 탑티어 분들은 얼마나 고생해서 재료 구하고 연구하는지 아냐?
└ 저는 탑티어 바라지 않습니다! 조용히 입에 풀칠 많이 할 수 있으면서 꿀도 빠는 적당한 제작계 헌터! 오늘도 1일 1각성기원 기도 갑니다!
└댓글이 산으로 가네 어쨌든 원글쓴이 진로고민 부모님이랑 신중하게 고민해서 잘 결정하고 잘 되길 바란다 응원할게!
└감사합니다 :) ♡♡
* * *
“현하빈, 특례로 넣으면 장학생 명단에 들어갈 것 같아서 일단 빼도록 하긴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야, 걘 장학생 같은 거 시키면 도망갈걸?]
“그러니까요. 그래서 그 부분 특히 조심하도록 내부자에게 당부해 뒀습니다.”
하빈이 학교에 간 사이, 다시 피데스의 집무실로 돌아온 현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합정역 참사를 막기 위해 울림국제고에 커넥션을 만들어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손쉽게 하빈을 울림국제고에 넣고 다른 자잘한 사항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
[애 자퇴할까 봐 꽤 열심히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래도 울림국제고는 매력적인 부분이 꽤 많은 학교라 하빈이가 좋아할 구석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죠.”
의자를 빙글 돌린 현시우가 다시 서류를 넘겨볼 때였다.
띠리리리링-
갑자기 그를 찾아온 연락에 현시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시죠?”
-피데스 님! 다름이 아니라…… 이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말씀하세요.”
-피데스 님이 이번에 울림국제고에 특강 가실 거라고 했잖습니까? 할 수 있으면 겸임이나 초빙 교원으로 가보고 싶다고.
“네네. 뭔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게…….
현시우는 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깐의 침묵 끝에 수화기 너머 정보원이 말을 이었다.
-솔라리스에서도 교원으로 참여한다는데요?
“엥?”
-그…… 솔라리스에서도 참여하는 와중, 피데스 님도 가시면 이목이 쏠리지 않을까요? 다른 학교를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현시우는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다. 솔리라스라면…… 설마?
“채지세, 채지석 중에 누가 갑니까?”
-둘 다요.
“돌겠네.”
[와 이게 현하빈 효과인가? 최상위 랭커를 한 학교에 다 모으게 생겼네. 이러면 합정역 참사 일어나도 아무 문제 없겠다!]
“하…… 그래도 내가 가야 되는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만에 하나 채남매와 현하빈이 참사를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솔라리스가 있다 해도 안심할 수 없어……. 정작 중요한 순간 둘 다 학교에 없을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현하빈은 땡땡이를 자주 친다고 들었다.’
만에 하나를 위해서라도 현시우가 가 있는 게 좋았다.
‘하, 솔라리스에다가 나까지 가면 너무 이목이 끌릴 텐데. 역시 그냥 학교 보내지 말 걸 그랬나.’
[괜히 현하빈 보냈다가 일 커진 것 같은데.]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화기 너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습니까? 그럼 일단 피데스 님도 가는 걸로 해놓겠습니다……?
“네…….”
[진심이냐?]
‘그래도 아마 별일은 없을 거예요. 그동안 제가 밑밥을 많이 깔아 둬서.’
현시우는 나중에 울림국제고에 영향력을 끼쳐야 할 때를 대비해서 울림국제고 외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마법계열 학교들에 특강을 자주 다녔다. 세계 최강의 마법사 클래스를 마다할 학교는 없었기에 그 과정은 무척 수월했다.
‘그동안 수많은 나라를 연막용으로 거쳤으니, 이번엔 한국을 방문해서 마법계열 학교로 유명한 울림국제고에 겸임교원으로 잠시 머물겠다고 둘러댈 참이었는데.’
그 시기가 공교롭게 솔라리스와 겹친 걸로 해두지 뭐.
[그래도 이걸 가지고 지레 문제 삼는 인간들이 있지 않을까? 솔라리스랑 뭔가를 꾸미고 있다고.]
‘그럼 그때 봐서 다른 걸로 둘러대죠, 뭐. 같이 사업을 한다거나 함께 교육사업 한다거나? 채지세는 사업 쪽에 워낙 유명하니까 제가 사업 이유로 채지세 만난다고 해서 사람들이 크게 의심하지 않을걸요.’
뷜 게이츠와 뭐렌 워핏이 같이 뭔갈 해도 사람들이 그런가 보다 하듯이?
“일단은 간다고 넣어두세요.”
현시우는 깔끔하게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결정으로 인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아마도.
* * *
그러나 그 시각.
“문제가 안 되긴 무슨!”
“완전 문제 있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온 조명으로 꾸며진 어두컴컴한 회의실.
그곳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중얼거렸다.
“왜 갑자기 솔라리스가 움직이는데?”
“피데스는 왜 온단 거죠?!”
웅성거리는 소란에 한쪽에 앉은 붉은 머리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다들 닥쳐봐.”
“…….”
정적이 감돌았다. 붉은 단발머리의 여자는 모두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마이너 패치의 수장, 에라타.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너희는 눈치 없어? 머리가 안 돌아가?”
“‘두 번째’님.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나셨습니까?”
“기분 X 같으니까 일단 닥치라고.”
“넵.”
에라타는 후우, 또 한숨을 내뱉으며 원탁을 휙 둘러보았다. 반절 정도는 화상 회의로 참석해서 자리가 비워져 있었고, 반절은 원탁에 직접 참석해 있었다.
이건 보통 모임이 아니었다. 관리자에게 직접 지령을 받는 일곱 사도들의 모임.
에라타는 ‘두 번째’ 사도였지만 세 번째부터 여섯 번째 사도까지도 모두 구워삶았다. 일곱 번째는 작전 수행 중에 피데스한테 죽었으니 논외로 두고.
어쨌든 여섯 번째 멤버까지 에라타의 ‘마이너 패치’에 직접 소속되어 있을 만큼 그녀와 밀접한 관계였다.
그녀와 데면데면한 사이는 단 한 명.
‘강태서.’
‘첫 번째’랍시고 유세 떠는 것도 정도껏이지.
마이너 패치에 들어오거나 사도 모임에 기여하기는커녕 고국에서 영웅 행세하는 거 보는 게 아주 아니꼬웠다.
에라타는 곁에 앉은 강태서를 흘깃 노려보고는 다시 원탁의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봐, 네 번째. 지금 상황 돌아가는 꼴이 참 뭣 같다? 너만 믿으라고 장담을 하더니?”
“난들 이럴 줄 알았냐고! 왜 하필 다들 울림국제고에 온다는 거야?”
“핫플이네, 핫플!”
그 옆에 앉은 ‘다섯 번째’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낄낄대다가 에라타의 서늘한 얼굴을 보고 다시 입을 합 다물었다.
“……합정역. 거길 중심으로 3년 넘게 준비한 실험이야.”
인공 게이트 제작 실험.
그건 이 사도 모임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준비해온 것이다. 원하는 등급의 게이트를 생성하는 방법, 등급을 중간에 마음대로 조작하는 방법까지. 연구 끝에 이제야 실전에 투입하려 했더니만 갑자기 실행 직전에 최상위 랭커들이 그 근처에 모이게 되다니.
‘이게 과연 우연일까?’
에라타는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뭔가 있는데…….’
“어쨌든, 이제 와서 다른 위치로 바꿀 수 없어. 그동안 거기 투입했던 치트와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왜 하필 거기야?”
‘세 번째’가 서류를 넘겨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치트 모드를 쓰기에 좋은 구석이 많았어. 후보 중에서도 가장 대도시였지. 사상자도 많이 낼 수 있고.”
‘다섯 번째’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 어떤 고생을 해서 만든 건데. 이거 실패하면 우리 관리자님 퀘스트도 나가리잖아?”
“그렇다고 그냥 진행해? 상위 랭커들이 다 거기서 눈 시퍼렇게 뜨고 있을 텐데. 분명 계획했던 것보다 순식간에 진압이 될 거라고. 그럼 데이터 모으기 힘들어! 사상자도 적을 거야!”
다들 동시에 ‘네 번째’를 바라보았다. 이번 사건의 책임을 맡았던 인물이었다.
“왜, 왜 다들 나한테 미뤄? 다 함께 결정한 거였잖아! 그리고 사상자가 좀 적으면 어때? 어차피 실험인데.”
‘네 번째’는 궁지에 몰리자 되려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맞섰다.
“오, 오히려 채남매랑 피데스를 이참에 함께 처리해 버릴 수도 있잖아? 제아무리 피데스라도 우리가 만든 고난도 게이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건 오히려 피데스를 처리할 기회야! 그동안 피데스 골치 아팠잖아! 사사건건 우리 일에 방해만 되고!”
“흠…….”
“일리 있는 말이군요.”
가만히 있던 ‘여섯 번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게이트를 열 시기를 미룹시다.”
“미루자고?”
“어떻게 된 건지 먼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가서 상황을 확인하고 결정하는 건 어떨까요?”
“…….”
그 말에 원탁에 침묵이 감돌았다. 에라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보를 모으는 게 좋겠지. 누가 갈래?”
“…….”
아무도 섣불리 대답이 없었다. 에라타는 곁에 앉은 강태서를 돌아보았다. 강태서는 회의 내내 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너, 회의 듣고는 있는 거야?”
“어.”
짧게 대답한 강태서가 다시 폰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사도들에겐 볼 수 없게 철저하게 가려진 액정화면. 그가 보고 있는 화면은 마침 현하빈과 나눴던 대화였다.
안 그래도 강태서는 최근 현하빈에게 연락을 했었다. 에라타와의 대화를 듣고 현하빈에게 뭔가 걸리는 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서류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