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 멀쩡한 학연 만들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5)
[경고! 극한의 허무를 마주했습니다!]
글리치가 하빈에게 ‘극한의 허무’를 썼던 그 시점.
“……이건 또 뭐 하자는 거야?”
정작 하빈은 의외로 별 타격이 없었다. 일 분도 안 되어 그녀는 그 효과에서 풀려났으니까.
[알 수 없는 오류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비슷한 속성으로 인해 스킬 효과 경감!]
[극도로 높은 ‘행운’ 스탯으로 인해, 극악의 확률을 뚫고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극한의 허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습니다!]
치지지직-
노이즈와 함께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알림창. 그것과 함께 일렁이던 시야가 다시 안정되었다.
[현하빈! 괜찮은가? 잠깐 동안이었지만 연결이 끊겼었다! 이게 대체!]
“윽…….”
하빈이 고개를 숙였다.
파직, 하는 소리가 들려 손을 내려다보니, 아직 ‘극한의 허무’의 후유증이 남은 듯, 그녀의 손도 오류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잔상처럼 남은 고통에 하빈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대로 몇 초 지나자 손에 남은 오류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웩.”
하빈이 허공을 향해 헛구역질을 했다. ‘극한의 허무’는 굉장히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
존재 자체가 흩어져 사라지는 듯한 기분. 시야가 뒤집히고, 이명이 울리고, 속이 매스껍고-
“끈적이는 아이스크림을 열 개 억지로 먹은 다음, 그대로 롤러코스터 3배속으로 백 번 탄 채로, 절벽을 향해 다이빙한 기분이야.”
[대체 그게 뭐냐?]
“엿 같다는 거지.”
하빈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찰나지만 아주 위험했다는 걸 그녀도 알았다. 어쩌면 각성 이후로 처음으로 겪었던 ‘위기’일 것이다.
비록 그녀는 아무런 타격 없이 빠져나왔다지만, 알림창엔 ‘극악의 확률을 뚫었다.’ ‘비슷한 속성이라 스킬을 경감시켰다.’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즉, 그녀 정도니까 이렇게 넘어갈 스킬이었지, 다른 이가 당했다면 뼈도 못 추리고 소멸당했을 거다.
“나한테 이렇게 위험한 짓을 했단 말이지?”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이미 글리치는 발코니를 한참 전에 벗어나고 없었다.
“……게다가 정작 본인은 내뺀 거야?”
하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치우지 않고 나동그라져 있는 글리치의 컵라면과 나무젓가락.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심지어 정리도 안 하고 갔어! 후배한테만 뒷정리 맡기고 가는 선배는 진짜 최악인데!”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중요한 것이냐?!]
“당연히 중요하지! 여기 놔뒀다가 또 누가 실수로 먹고 탈 날라. 여기 보니까 다들 맵찔인가 본데?”
[대체 누가 길바닥의 컵라면을 주워 먹는다고?]
아헤자르의 말을 흘려들으며, 하빈이 글리치가 먹던 컵라면을 인벤토리에 착착 챙겨 넣었다.
“흐음……. 방금까지 이야기가 좋게 풀린다 싶었는데. 글리치 이 자식은 왜 갑자기 이런 짓을 했을까?”
단지 현하빈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시종일관 아까워 죽겠다며 그녀가 후계자감으로 마음에 든다는 태도를 보였다. 얌전히 앉아서 컵라면에 건배까지 한 나름 돈독(?)해진 사이.
“그럼, 역시 이걸 노린 건가?”
하빈이 옆에 띄워져 있는 알림창을 돌아보았다.
방금 극한의 허무에서 빠져나온 뒤에 떴던 알림창들과 또 다른, 무지갯빛의 일렁이는 알림창들.
[극한의 허무를 극복했습니다!]
[오류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관련 스킬들이 대폭 성장했습니다!]
‘스킬들의 성장.’
하빈은 바뀐 스킬들을 확인했다.
<허무의 전염>: 시스템의 판정을 속이는 행위입니다. 상대의 스탯 중 하나를 지목하여 무시합니다. (1일 2회 사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