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가끔 편의점에서 파는 몇백만 원짜리 와인은 어떤 분이 사가시는 걸까? (2)
현하빈은 도둑들이 포션을 주머니에 넣을 때부터 다 알고 있었다.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드는 아헤자르 때문이었다.
[저, 저, 저 녀석들을 보아라! 아까 박원두라는 아이가 경고했던 그 도둑놈들이 분명하다! 비싸다던 포션인가 하는 것들만 쏙쏙 챙겨가고 있느니라!]
도둑들이 포션을 주머니에 넣을 때부터 하빈에게만 들리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한창 속이 타는지 발을 동동 구르는 듯 다급하고 초조한 목소리.
[당장 잡아야 한다! 저 좀도둑들이 달아나려 하지 않느냐? 왜 자꾸 드라마만 보고 있느냐!]
블루투스 이어폰으로는 묻히지도 않을, 쨍알거리는 잔소리에 하빈은 시끄러워 인상을 찡그렸다.
‘아, 잘잘. 기다려봐, 좀.’
[기다리긴 뭘 기다리느냐! 이러다 이 잡화점이 다 거덜 나겠느니라! 척 봐도 도둑놈들이 맞단 말이다! 내 촉을 못 믿느냐?!]
‘에휴. 진짜 중요한 장면인데.’
다급한 아헤자르와는 달리, 하빈은 태평하게 핸드폰 화면만 보고 있었다. 분통이 터진 아헤자르가 외쳤다.
[이 와중에도 넌 그깟 조그만 네모 화면에나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지? 드라마가 뭣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난 더는 못 참겠다!]
씩씩대던 아헤자르는, 결국 직접 도둑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런! 도둑놈드을!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내 앞에서 절도를 일삼느냐!]
조그만 편의점 안에, 쓸데없이 위대한 성좌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마침 편의점 문을 밀고 나가려던 도둑들이 깜짝 놀라 계산대를 돌아보았다. 하빈은 슬쩍 손짓으로 스킬을 발동했다.
<안온(安穩)한 위압(危壓)>
굳이 대놓고 위협하지 않아도, 강자는 그 존재만으로 상대를 위축시킬 수 있는 법.
자신과 능력의 격차가 극심한 상대에 한해,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