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SPES 회의 (3)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좀 이상해.”
채지석의 방을 나와 거실에 모인 그들.
하빈이 뚱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자 채지석이 물었다.
“뭐가 이상한데?”
“채씨는 왜 ‘도둑’이야?”
“……무슨 뜻인 건지 좀 풀어서 말을 해봐.”
채지석의 반문에, 하빈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채씨는 암살자 클래스잖아. 근데 암살자 클래스 중에서 ‘도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직업은 채씨밖에 본 적이 없다고. 이게 무슨 단풍이야기 게임도 아니고. 도둑은 뭐하는 직업임?”
“…….”
하빈이 고개를 돌려 채지석을 쳐다보았다.
채지석은 ‘태양의 도둑’이라는 거창한 네이밍과 달리, 이제껏 보여준 스킬들은 모두 암살 계열 스킬에 황금빛 효과가 부가된 정도.
굳이 특이 사항을 꼽자면 모두에게 숨기고 있는 ‘예지 스킬’.
“근데 예지 스킬은 지세 언니가 더 뛰어나다면서.”
“그렇지?”
“그건 지세 언니가 사제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특화된 거잖아.”
“그렇……지?”
지세는 힐링과 예지. 그중에서도 예지에 특화.
지석은 암살계 스킬과 예지.
채지석이 강력한 건 사실이었지만, 특별히 암살계 스킬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채씨가 ‘도둑’이라는 이름을 가진 만큼 그쪽 메리트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
“괜히 그런 이름을 가진 게 아닐 텐데.”
‘……꽤 예리한걸?’
채지석은 식은땀을 흘렸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그것까지 털리면 끝장이라며, 어떻게든 해보라고 닦달합니다!]
그는 꿀꺽 침을 삼키고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메리트, 당연히 있지. 나는 그래도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특화되어 있거든?”
채지석의 특수 스킬, <꿰뚫는 눈>. 그는 그걸 사용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가진 홍채의 색이 금빛으로 빛났다.
“예지 쪽이 아니라, 현재의 정보를 습득하는 쪽이 특화된 거야.”
“그런가…….”
하빈이 고개를 갸웃했다.
옆에 있던 지세가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거들었다.
“맞아. 그리고 ‘도둑’이란 단어가 암살자보다는 느낌이 좋잖아.”
“어떻게 좋은데?”
“형량이 적지. 절도가 살인보다 감옥살이를 덜 한다구!”
“오, 그럴듯한걸?”
“그러니 도둑이 암살자보다 더 좋은 직업이야.”
가만히 듣고 있던 채지석은 뒷목을 잡았다.
‘그게 무슨 논리야!’
이거 도와준다고 말 꺼낸 거 맞아? 누나 나 또 멕이는 거 아냐?
하지만 정작 현하빈은 그 대답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하빈을 보며, 채지석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가 몰래 곁눈질로 스킬창을 힐끔 보았다.
태양의 도둑.
‘도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얻은 특수 스킬은 ‘꿰뚫는 눈’도 있었지만,
진짜는 이거였다.
<찬란의 답습>
지인의 스킬을 지정해 모방할 수 있습니다. 단, 모방의 수준은 모방 상대와의 관계, 자신의 실력에 비례합니다.
*지인의 기준은 한 번이라도 만났던 상대라면 모두 인정됩니다.
*주의 : 사용 가능 횟수는 세 번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