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25) (25/268)

025. 각자의 추정 (2)

“집이 최고야. 집!”

하빈의 방 안. 깨끗하게 씻고 자리에 누운 하빈.

오랜만에 연수원 숙소가 아닌, 집을 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프다고 꾀병 부린 김에 병가 내고, 최소 일주일은 연수원 안 가고 놀아야지!’

머리를 뽀송하게 말린 하빈이 침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말,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나의 안락한 침대야.”

-삐야악!

마침 펫 공간에서 튀어나온 리베가 덩달아 쿠션에 고개를 비볐다.

“그치, 여기 침대가 훨씬 낫지? 너도 침대 보는 눈이 있구나!”

그 모습을 흡족하게 보던 하빈이 턱을 괴었다.

“그럼 오늘치 드라마도 다 봤고, 슬슬 연락을 해 봐야겠어.”

[누구에게 말이냐?]

“강태서.”

하빈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톡톡 카톡 창을 켰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단 말이지.’

황마로 일당들.

대놓고 강태서를 보스 룸에 집어넣으려고 했으니, 강태서도 그들이 배신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충격이 컸을지도 몰라.’

하빈은 어제부터 대충 기사를 확인했다.

하지만 정작 황마로와 일당들이 배신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강태서가 보복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강태서 이 자식, 애가 마음이 여려서 다 알면서도 눈 감아 줬나 보네. 혼자 짊어지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배신당한 걸 알면서도 용서해 줬겠지.

‘이걸 그냥 눈감아 주다니, 대인배야. 대인배.’

하빈은 그렇게 추측했다.

“흐음 강태서, 저번에 봤을 때도 애가 은근 많이 어두워졌던데……. 역시 그렇게 곤란하고 위험한 직업은 함부로 가지는 게 아니야.”

이렇게 ‘랭킹 1위 헌터’는 현하빈에 의해 졸지에 ‘곤란하고 위험한 직업’이 되었다.

[랭킹 1위 헌터가 왜 곤란하고 위험한 직업이냐? 보니까 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우러러보는 직업이던데…….]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저런 위험한 직업은 쳐다도 보면 안 되겠어.”

[내 말 듣고 있느냐?]

“인테리어를 봐! 저번에 봤던 칙칙하고 우중충한 방 인테리어! 분명 깊은 마음의 상처가 있어.”

[본좌는 고풍스러워서 좋기만 했는데. 아주 제멋대로 해석을…….]

“역시 위험해.”

하빈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가 예전에 비해 살도 빠졌고, 취향도 바뀌고. 그동안 고생이 참 많았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이면 그대로 넘겼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옛 친구로서는 신경이 쓰였다.

“이번 연수원도 강태서 덕분에 빠졌던 것이니, 고맙기도 하고…….”

하빈은 카톡창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음, 오랜만에 뇌물이라도 찔러줄까.”

김영란법을 중요시했던 현하빈. 그녀는 깊은 고민 끝에 선물하기 버튼을 눌러, 기프티콘을 골랐다.

그리고 톡을 썼다.

126층 공략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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