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21) (21/268)

021. 친구를 잘 사귀면 인생이 편하다. (2)

한편, 공략조.

“약속하신 대로, 솔라리스는 여기에서 헤어져야겠네요.”

던전의 갈림길에 도착한 그들.

황마로가 아쉽다는 듯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26층은 보스 룸으로 향하는 길과 ‘마왕의 비밀금고’라는 이름의 방으로 가는 길이 중간에 한 번 갈렸다.

보스 룸으로 다 함께 가면, 26층 비밀금고에 있는 아이템을 습득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비밀금고에 먼저 방문하고 보스 룸에 또 가기에는 체력적, 시간적 소모가 극심했다.

그래서 두 길드는 각각의 팀을 꾸려 각 루트를 동시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다.

정보 습득과 탐지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채지석이 솔라리스 인원을 데리고 비밀금고 공략을 진행.

그동안 전투계 파티원으로 작정하고 구성해 온 칼리고 인원이 보스 룸 공략.

“약속한 시간, 명심하셔야 합니다. 비밀금고에 도달하기도 전에 보스를 처치하게 되면 던전이 없어져서 곤란하니까요.”

“이쪽은 걱정 마.”

“비밀금고 털고 나서도 보스 공략이 늦어진다 싶으면 우리도 보스 공략에 합류하겠습니다.”

황마로는 솔라리스 인원들이 저 멀리 사라지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이제 정말로, 이쪽은 칼리고 인원끼리밖에 남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강태서와 강태서를 처리하려는 인원들.

그동안은 채지석과 솔라리스 멤버들이 있어서 내색하지 못했지만, 이제 마음 놓고 강태서를 처리하는 완전범죄를 실행할 수 있었다.

황마로가 주변에 눈짓했다.

“알지? 보스 룸에 도착하면, 우린 거기 강태서 혼자 넣고 문을 잠근다!”

근처에 있던 다른 길드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황마로 님, 혹시 강태서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괴물이면 어떡하죠?”

“더 괴물이라니?”

“기껏 보스 방에 혼자 넣었는데, 보스를 혼자서 다 처치하고 나온다면…….”

걱정이 되는 듯 얼버무리는 길드원. 그들은 국랭 1위인 강태서의 명성을 익히 들었다. 실제로 확인한 강태서의 무위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진짜로 강태서랑 보스랑 맞다이 떠서 이기고 오면, 저희는 끝 아닙니까?”

황마로는 걱정 말라는 듯 질문한 길드원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걱정 말라고. 혼자서 보스를 이기다니? 아무리 강태서가 난다 긴다 해도 그 정도일 리는 없어!”

황마로는 확신에 차서 고개를 저었다. 이제껏 킬스크린의 보스를 혼자 잡았다는 헌터는 나오지 않았다.

랭킹 1위 피데스마저도 동료 헌터들과 함께 킬스크린을 공략했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리고 생각해 봐. 처음부터 혼자 깰 수 있으면 뭐 하러 이렇게 우르르 데리고 오겠어? 솔플로 혼자 다 깨고 먹어도 될 것을.”

본인도 자신이 없으니까 이렇게 데려온 거지.

황마로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래도…….”

“자자, 걱정 붙들어 매. 난 다 계획이 있다니까. 설령 강태서 혼자 보스를 처치한다 해도, 괜찮아. 혼자 싸운 강태서는 지쳐 있을 테니 그때 우리가 단체로 공격하면 이길 수 있어!”

“……과연, 그렇군요!”

그들이 나지막이 쑥덕대는 동안에도 강태서는 황마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시선조차 주지 않고 묵묵히 선두에서 걷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황마로는 비웃음을 흘렸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저렇게 태평하게 앞서가는 꼴이란.’

가까워지는 보스 룸의 입구를 바라보며 황마로는 자신의 스킬을 점검했다.

<플리크>

상대를 재빠르게 튕겨내는 방어 스킬입니다. 매우 낮은 확률로 상대에게 마비 효과를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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