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Long time no see (1)
20대 주식 천재 김개미!
그는 오랜만에 반창회에 참석하여 자신의 투자력을 뽐내는 중이었다.
은설고 1학년 7반 반창회,
제일 잘나가는 사람은 강태서지만 걘 어차피 매번 참석 안 하는 사람이고,
그 다음으로 잘나가는 건 박민수.
그리고 세 번째로 잘 나가는 건 당연히 김개미 본인이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야, 김개미, 너 요즘 어디다가 투자하고 있어? 나도 종목 추천해주라.”
여기저기서 그를 향해 보내는 선망의 눈길. 김개미는 흠흠, 뿌듯함을 감추지 않고 자신의 투자 이력을 뽐냈다.
“그러게, 너희도 게이트 터졌을 때 진작 주식을 하지 그랬냐? 자고로 주식이란, 재난이 터졌을 때 내려가고 이후에 무조건! 회복이 된단 말이야.”
“오오.”
“코로나 때도 그랬잖아? 게이트 때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난 예측했었지.”
“와, 대단하다…….”
“특히 웹소설 플랫폼 투자한 게 대박이었어. 하하.”
어깨가 한껏 치켜 올라간 김개미가 호탕하게 웃었다. 아직 20대 초인데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로 외제 차를 뽑은 김개미는 돈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대단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투자해서, 꼭 상류층에 발을 들이리라!’
나머지 친구들은 아직 취직이 먼 대학생. 난다 긴다 하는 박민수도 돈은 많겠지만, 실상은 월급 받고 구르는 헌터일 뿐.
‘강태서 빼면, 내가 제일 잘났다!’
한껏 콧대가 높아진 김개미가 한 명 한 명을 뜯어볼 때였다.
그의 눈이 한 곳에서 멈추었다.
‘아, 아니?’
충격으로 흔들리는 김개미의 동공.
‘저건…… 설마, 말도 안 돼!’
그의 눈이 향한 곳은 구석에서 냠냠 고기를 집어먹고 있는 현하빈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현하빈이 대충 걸쳐 입은 후드 집업!
‘저건!’
김개미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저 핏! 저 디테일!
살짝 숨겨진 블랙 라벨까지!
“에, 엘레메스?”
그것도 진품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상류층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았던 김개미는, 엘레메스 라인이라면 다 꿰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대단한 패션 브랜드. 언젠가 입어보고 싶어서 꿈에만 그렸던 옷.
‘저, 저 옷은 재작년에 나온 엘레메스의 스트릿 컬렉션……! 저 비싼 걸 왜 현하빈이 걸치고 있는 거야?’
“?”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고기를 먹던 하빈이 쓱 고개를 들었다. 마침 하빈의 옆에 있던 친구들이 후드 집업을 잡아당겼다.
“와, 하빈이 너 옷 예쁘다.”
구경하던 김개미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미친! 얘들아 당장 그 손 놔……! 그거 잡아당기면 안 돼! 혹시라도 찢어지면 너희의 미래 연봉이나 차 한 대가 날아간다고!’
“그러게, 보면 볼수록 예쁘다.”
“하빈아 이거 어디서 샀어?”
우물우물 고기를 씹던 하빈이 대답했다.
“집에 굴러다니길래 하나 주워왔어.”
‘그, 그게 왜 집에 굴러다녀!’
김개미는 눈앞이 새하얘져서 털썩 테이블에 쓰러졌다.
“김개미! 김개미!”
“무슨 일이야?”
“김개미, 정신 차려 봐! 괜찮아?”
“투자 종목 추천해 준다며!”
아득하게 멀어지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김개미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 * *
“뭐지?”
“냅 둬, 김개미 쟤 주량 약한가 보지.”
“너네 테이블 좀 살살 달려라. 벌써 뻗는 애가 나오면 어떡하냐?”
“…….”
그 모습을 보던 하빈이 턱을 괴었다. 냠냠 고기를 먹던 그녀가 자신의 후드 집업을 내려다보았다.
‘흐음.’
엘레메스 후드 집업.
이건 현시우의 옷이었다.
약 2주 전, 오랜만에 현시우가 집에 돌아온 날, 후다닥 나가버린 시우는 미처 자신의 짐을 다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방에 떨궈놓은 몇 벌의 옷들이 있었으니.
죄다 엘레메스, 샤르넬, 루스비턴 등등 쟁쟁한 제작계 헌터 브랜드의 옷이라 하빈도 인상을 찌푸렸더랬다.
‘이 자식, 진짜 혼자만 잘 먹고 잘살았군?’
괘씸죄 추가!
탁탁, 하빈은 옷을 털고 대충 옷장에 던져 놨다.
‘언젠가 가지러 오겠지.’
하지만, 현시우는 그 이후로 안 왔다.
며칠이 지나도, 오빠는 집에 오기는커녕 감감무소식이고…….
그러던 어느 날,
하빈이 연수원에 갈 짐을 쌀 때였다.
‘헉!’
[무슨 일이냐?]
‘빨래! 빨래를 안 했어!’
입을 옷이 없다!
애초에 하빈이 돈을 아끼려고 몇 벌 옷을 안 사둔 탓도 있었고, 한동안 안락한 침대 생활에 익숙해지느라 귀찮아서 빨래를 건너뛰어 버린 것이다.
‘어쩌지…….’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현시우의 옷!
‘……뭐, 이 정도면 본인 옷이 있었는지도 까먹은 것 같은데, 잠깐만 입고 깨끗이 빨아 돌려놓으면 괜찮겠지? 어렸을 때도 서로 옷 자주 빌려 입었으니까.’
하빈은 시우의 옷 중에서도 명품 티가 안 나는 걸로만 쏙쏙 챙겼다. 누군가 알아차린다 해도 설마 진품이라 생각하겠어? 짝퉁이거나 카피라고 생각하겠지?
무척 착하고 따뜻한 동생이었던 하빈은 시우에게 착실히 허락도 받았다.
오빠 옷 좀 빌림 ㅅㄱ
현시우 새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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