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연수원 입소 (1)
불량임. 아무튼 불량임!
어찌 보면 어이없는 주장일 수도 있지만, 완전 헛소리는 아니었다.
하빈은 지난 며칠간, 무려 논문까지 뒤져가며 검사기에 대해 파악했다. 그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가끔, 불량 마력석을 사용한 경우, 파손되기도 한다는 것.
‘……산산조각 난다고는 안 했지만.’
어디까지나 출하 시점에서 이미 잘못된 경우에 한해, 가끔 생기는 일이었다. 멀쩡한 마력 감응석이라면 S급까지도 버티는 게 정상.
그러나 다행히 공무원은 하빈의 말을 믿어 주었다.
애초에 검사기를 쓸 일도 잘 없던 동네 보건소라, ‘그런가보다’하고 넘긴 것도 있었고, 설마 과부하로 터져버린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저는 그럼 다른 곳에서 다시 받도록 할게요!”
찔려서 부랴부랴 도망친 하빈은 다른 검사소를 찾았다.
‘무생물. 무생물로 가자. 무생물로 판정되는 한이 있더라도 진짜 죽은 듯이 검사하자.’
후우우.
다음 검사소에서 하빈은 정말 개미 눈물만큼, 아니 그 개미 눈물 속의 소금 결정만큼을 생각하며 힘을 조절했다.
그 결과.
“축하드립니다. A급입니다!”
“젠장!”
……A급을 받았다.
“이건 분명 검사기기가 다들 잘못된 게 분명해! 어딘가 잘못됐다고!”
절망하는 하빈에게 주변 관리직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토닥였다.
“괘, 괜찮으세요?”
“A급이면 상위 헌터인데요!”
물론 속마음은 반대였다. 다들 그 광경에 고개를 갸웃했다.
‘A급이 도대체 왜 문제인 거지? 이 사람은 왜 절망하는 거야? 설마 본인이 S급부터 찍을 줄 알았던 건가?’
‘A급 받았다고 절규하다니. 아직 어려서 그런지, 중2병이 안 나았나 보다.’
마치 한 문제 틀려서 올백 못 맞았다고 우는 재수 없는 전교 1등을 바라보는 눈빛. 그런 짠한 눈빛을 덧붙이면서.
“아아, 안 돼…….”
이 와중에 우울한 건 하빈뿐이었다.
* * *
“A급이라니, 난 끝났어……. 안녕, 잘 있으렴. 나의 행복했던 침대 생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이냐? 이 정도면 잘 숨긴 것이 아니냐?]
방에 틀어박혀 아련한 눈빛으로 이불에게 인사를 건네는 하빈. 그 모습을 보던 아헤자르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
하빈이 퀭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엄밀히 따지면 최악의 상황을 피한 건 맞다. SS급 이상이 떴다면 주변의 의심을 받기 딱 좋았을 테니.
SSS급은 전 세계에 단 5명, SS급은 50명대, S급은 500~1000명 내외다.
그렇게 수가 적은 만큼 생길 때마다 세간의 주목을 너무 많이 받는다. 적은 인원인 만큼, 세세한 랭킹도 추적하려면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러니, 만약 하빈이 SS급 이상이라도 받았다간.
‘어? 새로 SS급 헌터가 생겼다는데 왜 랭킹에 변동이 없지? 다들 한 칸씩 안 밀렸는데?’
라는 의심을 누군가는 할 것이다. 곤란했다.
그래서 A급이 훨씬 나았다.
A급부터는 인원수가 확 늘어나는 만큼 숨어들기엔 딱 좋았다. 개중엔 무국적자들도 많다. 그래서 정확한 랭킹과 숫자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웠다. 수시로 순위가 뒤바뀌는 구간이니, 의심을 피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겨우 확보한 익명성의 마지노선.
“하지만 여전히 자유는 없지. A급은 더더욱 자유가 없지…….”
하빈이 팔랑거리는 공문 종이를 집어들었다.
……신규 헌터 연수 안내 사항…….
이게 문제였다. 진짜 문제.
“B급 이상은 죄다 연수원 가야 해. 이것도 안 가면 감방행이라고……!”
젠장. 이래서 C를 외쳤는데! C! 씨이이!
C급부터는 따뜻한 방안에서 안락하게 온라인 연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B급부터는 중상급 헌터로 간주해서 대면 연수밖에 없다. 최소 한 달 이상 기숙 생활.
“이렇게 좋은 집을 두고 외박을 해야 한다니……. 게다가 연수원 가서도 힘 숨기려고 별짓을 다 해야겠지? 암담하다, 암담해.”
C급. 나의 워너비 등급은 이대로 영영 안녕이구나……. 안녕, C. 그리울 거야 C…….
여전히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던 하빈. 그 옆에서 아헤자르가 외쳤다.
[오오! 고위 능력자를 모집해서 연수를 한다고! 이게 정녕 참된 나라가 아니겠느냐!]
“아이C……. 잘잘이, 넌 진짜 환생하면 우리나라로 귀화해라. 한국 좋다고 영상 찍어서 뮤튜브 올리고, 맵닭볶음면도 먹고 그래라. 뭔 맨날 한국이 일을 잘한대…….”
하빈이 허탈하게 쭈그려 있을 때였다.
까톡.
그녀의 폰이 울렸다.
김지연 반장
우리 반창회 슬슬 해야 하지 않아?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