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인수의 이적 첫해 유벤투스는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특히 2016-17시즌 자신들을 준우승에 머물게 했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한 우승이었기에 더욱 뜻깊었다. 유벤투스에 한정해서는 1995-96시즌 이후 51년 만에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세리에 A로 범위를 확대해도 2009-10 인터밀란 이후 37년 만에 우승. 유럽의 빅4 리그 중 하나지만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 세리에 A보다 하위 리그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프리메이라리그, 네덜란드의 에레디비시도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리에 A는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의 우승과 멀어져 있었다.
유벤투스가 2년 계약에 출전 시간 보장을 하는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영입한 이유를 잘 나타낸 지표였다. 특히 8강에서 프리미어리그의 강자 리버풀을, 4강에서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을 잡아냈다. 결승에서는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까지 다른 4대 리그의 최강팀들을 잡고 우승했다는 의미도 있었다.
리그에서는 언제나 최강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유벤투스였기에 2위인 AS로마를 큰 격차로 밀어냈다. 4대 리그의 우승을 모두 하고 싶어 했던 인수 역시 이번 우승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특히 세리에 A에서도 최다득점을 하며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 분데스리가에 이어 세리에 A에서도 득점왕을 하는 진기록을 써냈다.
유벤투스에서 맞는 두 번째 시즌.
유벤투스는 16강에서 파리 생제르맹을 만나 1차전 원정에서 충격의 5:0 패배를 당했다. 16강 1차전에 앞서 열린 리그 경기에서 인수의 부상과 주전 선수들이 식중독에 걸리며 일어난 비극이었다. 모든 재료를 이탈리아에서 공수했지만, 관리 부실로 일어난 참사.
유벤투스의 회장은 관련자들과 보드진을 바로 해고하는 특단의 조처를 내렸지만, 아마추어 같은 실수는 돌이킬 수 없었다.
유벤투스의 감독인 네버린이 선수단을 휘어잡으려고 했지만 쉽사리 진정되지 못했고, 리그 경기에서 3연패를 당하고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도 3:2로 패했다. 연패의 수렁에 빠진 유벤투스. 깊은 수렁에 빠진 팀을 인수는 슈퍼플레이로 구해냈다. 코파 이탈리아 8강에서 SS라치오를 만나 혼자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승리를 일군 인수. 그 승리를 기점으로 해서 반등에 성공했다.
리그 끝까지 AS로마, 인터 밀란과 선두 경쟁을 벌인 유벤투스는 리그 마지막 38라운드에 승리하며 승점 1점 차이로 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시즌 놓쳤던 코파 이탈리아에서도 우승하며 최다 우승을 이어나간 유벤투스는 인수와 재계약을 원했다. 그러나 유로 출전을 위해 영국으로 귀국한 인수는 유로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튼과 계약을 마무리를 지었다.
18살에 소튼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인수가 8년 만에 다시 소튼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떠날 때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지만, 이제는 결혼하여 아이도 4명이나 있었다. 축구를 시작한 큰아이가 에디의 아들과 함께 소튼 유스에 합류했다는 것까지 기삿거리가 됐다.
“너무 오래 걸린 거 아냐?”
인수가 구단과 계약을 체결하고 나오자 에디가 문밖에 서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소튼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자신과 한시도 떨어진 적 없었던 에디. 인수가 계약을 마치자 그제야 밝게 미소를 지었다.
“반드시 돌아온다고 했잖아.”
“사인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잘 돌아왔어.”
에디는 자신보다 한 뼘은 큰 인수를 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
인수가 떠나있던 동안 소튼을 지켰던 에디. 언제나 중위권을 맴돌던 소튼을 유로파에 진출시켰고, 지난 시즌에는 빅클럽들을 밀어내고 4위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켰다.
그러나 1위인 리버풀과 승점 16점이나 차이 났고 2위인 맨유와도 승점 15점이나 차이가 났다.
그동안 유스들이 차근차근 올라와 튼튼한 스쿼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언제나 조금이 부족해 승보다는 무승부가 많은 소튼이었다. 그 조금을 채워줄 수 있는 인수가 드디어 복귀했다.
“그래도 그 전에 유로 3연패를 노려야지.”
“당연한 소리 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레쉬포드가 너 오면 바로 세인트 조지 파크로 잡아 오라더라.”
“나 소튼 온 지 3일이나 됐는데?”
“소튼하고 계약이 먼저지.”
에디는 인수의 말에 말끝을 흐렸다. 인수를 만나고 3일 동안 레쉬포드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었다. 잉글랜드 대표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소튼이었다. 그건 인수도 마찬가지였기에 서로 마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
2048 유로 대회. 세간의 관심은 잉글랜드의 3연패가 가능할까였다. 이제까지 2연패를 차지했던 팀도 스페인과 잉글랜드뿐이던 유로. 토너먼트라는 변수도 있었고, 4년마다 열리는 대회였기에 세대교체에 따른 전력의 약화도 문제였다.
그러나 2040 유로 우승의 주역이었던 인수와 에디는 불과 18살이었다. 4년 후 한 번 세대교체가 된 잉글랜드 대표팀은 평균연령 24세에 불과했다. 2년 전 월드컵을 우승한 맴버가 그대로 주전으로 뛰는 잉글랜드였다. 그렇기에 가장 우승확률이 높은 나라가 잉글랜드이기도 했다.
조별리그에서 가볍게 3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한 잉글랜드. 조별리그의 경기내용도 인수뿐만 아니라 존과 에디, 크레토가 골고루 골을 넣으며 컨디션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3경기에서 단 1점밖에 내주지 않은 안정된 수비가 잉글랜드의 우승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16강에서 만난 크로아티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독기를 품은 크로아티아는 피지컬로 잉글랜드를 몰아붙였다. 심판도 반칙에 관대했기에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의 16강 경기는 그야말로 혈투가 됐다.
잉글랜드가 3:1로 승리하긴 했지만 주전 스트라이커인 존이 발목을 다치며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수비도 크로아티아의 선수들을 막느라 체력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 이런 잉글랜드 앞에 전통의 라이벌 프랑스가 8강 상대로 정해졌다.
프랑스를 맞아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볼이 4점이나 실점하며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인수가 2골, 에디가 2골, 크레토가 1골을 넣으며 5:4로 승리하긴 했지만, 상처투성이의 승리였다. 잉글랜드의 주전 수비수인 잉스와 수비형 미드필더인 도노반이 옐로카드 누적으로 4강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바둑으로 치면 이미 상대에서 4귀를 모두 내주고 시작된 4강 경기. 그동안 잉글랜드와 독일에 밀려 국제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스페인이 상대였다.
어느덧 스페인 국가대표의 중심이 된 마린이 볼을 상대로 멀티 골을 넣으며 잉글랜드의 진격을 멈춰 세웠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카드 누적, 체력문제로 더는 남은 카드가 없었던 잉글랜드. 유로 최초로 3연패를 노렸던 잉글랜드는 결국 4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
“쉴 틈이 어디 있어.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올려. 더 높이 발을 들어.”
“지금 흘리는 땀 한 방울이 너희를 한 경기 더 뛰게 해줄 거야.”
“맛없어도 먹어. 완벽한 비율로 제조된 특제 주스니까.”
유로에서 탈락하고 영국으로 돌아온 인수와 에디는 바로 소튼으로 돌아왔다. 다음 시즌을 위해 체력을 쌓아야 하는 휴식기였기에 이번에도 브링팀이 소튼에 방문했다. 인수가 소튼으로 복귀하는 첫해였고 이번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진출한 챔피언스리그. 당연히 체력적으로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들은 왜 여기 있는 거야?”
16년 만에 독일을 꺾고 유로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유로대회의 MVP를 받은 마린이 스페인으로 가는 대신 소튼으로 와 체력훈련에 동참하고 있었다. 거기에 인수가 레버쿠젠 시절 인연을 맺었던 정별과 퉁가도 참여했다.
“같이 훈련하면 좋지 왜 그래요.”
“왜 휴식기에 훈련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지난해 모든 경기에 출전했는데도 체력이 남아돌던데요.”
20대 중반의 나이가 됐지만 넉살은 그대로인 마린이 투덜대는 에디에게 애교를 부렸다. 정별과 퉁가도 훈련을 하다 인수와 에디 곁으로 다가왔다.
“슈테른과 퉁가, 너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과 계약했으니까 이제 우리의 적이잖아. 적의 전력을 왜 키워줘야 하냐고.”
인수가 레버쿠젠을 떠난 이후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 잡은 정별과 퉁가는 그 활약을 인정받아 프리미어리그의 팀들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정별은 한국과 인연이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크레토와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퉁가는 아스널로 이적하며 소튼으로 이적한 인수와 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소튼은 치트키로 불리는 인수를 영입했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소튼으로 이적할 수도 있는 법이구요.”
“감독, 들었죠? 이 말 그대로 녹음해놔요.”
에디는 퉁가의 말에 고개를 돌려 브링팀과 함께 있는 로카를 보았다.
지난 시즌 건강상의 이유로 감독직을 내려놓은 랄라나. 랄라나는 자신의 후임으로 로카를 추천했다.
소튼에서 6년 동안 코치를 하며 이번 시즌부터는 수석코치를 맡았던 로카였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데이터를 활용하여 최적의 전술을 짜낼 수 있는 로카. 지난 시즌 중반부터 임시감독으로 소튼을 맡으면서 4위까지 올려놓았다. 이번 시즌에는 정식으로 감독 계약을 하며 소튼의 사령탑이 되었다.
“들었어. 퉁가 네가 4년 계약이었지? 계약이 끝나면 우리한테 와야 해.”
로카도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퉁가에게 제의했다. 이미 이번 시즌 소튼의 스쿼드는 모두 짜여있었다. 지금 이곳에 온 이유는 팀에 가장 필요한 피지컬 코치를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7년 가까이 휴식기마다 만나며 친목을 다졌던 브링팀. 이제 브링팀도 나이가 있는지라 정착할 곳을 찾고 있었다.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왔지만, 가장 먼저 접촉한 팀이 소튼이었다. 계속된 설득으로 사인만 남은 상태. 소튼 보드진은 브링팀을 영입하기 위한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알차게 영입한 소튼.
“이건 네가 차야지.”
“응.”
프리시즌 전 소집된 소튼의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에디는 6년이나 맡고 있던 주장 완장을 인수에게 넘겼다. 주장을 달면서도 항상 인수가 돌아오기 전까지 임시로 맡고 있다고 말했던 에디였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을 맡던 인수였기에 모두가 인정했다. 더욱이 발롱도르만 5번을 탄 세계적인 선수였다.
그런 인수를 선두로 프리시즌 투어를 떠난 소튼. 첫 번째 목적지는 잉글랜드가 월드컵 우승을 가져왔던 한국이었다. 인수의 복귀와 동시에 많은 러브콜이 있었고 소튼은 가장 조건이 좋았던 수원 블루윙스와 친선경기를 가졌다. 한국에 있는 소튼 팬들에게 서비스하는 마음으로 가진 경기. 서로 묘기 같은 플레이로 관중들을 만족시키는 경기를 했다. 한국부터 시작된 투어는 프리미어리그가 시작하기 2주 전 소튼으로 돌아오며 마무리되었다.
인수가 복귀한 프리미어리그. 소튼의 첫 상대는 지난해 리그 챔피언인 리버풀이었다. 소튼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리버풀. 인수는 소튼 선수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반드시 우승한다.”
“가자.”
“가자!”
앞으로 전설이 될 소튼의 10년의 시작이었다.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 완-
***
200화로 완결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글을 다시 써보자고 했을 때 어떤 글을 쓸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완결 낼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했고, 완결을 목표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초반 좋은 성적이 아니었지만 컨택을 해준 에이시스 미디어에 감사드리며
조급히 끝내는 감이 없지 않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글, 안정된 글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