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99화 (199/200)

199화

분데스리가 우승을 가져온 인수는 가뿐한 마음으로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에 참가했다. 지난 유로대회의 우승으로 피파랭킹 1위에 오른 잉글랜드. 개최국인 한국과 함께 포트1에 이름을 올렸다. 조추첨식에서 우루과이, 호주, 카메룬과 함께 F조에 배치됐다. 6월 6일부터 시작된 2046 월드컵. 잉글랜드는 3승을 거두며 가볍게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 네덜란드를 만난 잉글랜드. 지난 유로를 끝으로 은퇴한 케이힐 대신 합류한 노리치의 도노반이 상대의 공격수를 놓치며 선취점을 내줬다. 전반까지 1:0으로 끌려가던 잉글랜드. 강력한 우승후보답게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인수의 중거리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10분 존의 헤더골로 역전한 잉글랜드는 후반에만 4골을 터트리며 4:1로 역전했다.

8강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선 굵은 잉글랜드와 달리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는 아르헨티나. 잉글랜드는 힘으로 아르헨티나를 상대했다. 카드는 나오지 않았지만, 반칙이 많이 나온 경기. 흐름이 자주 끊기며 쉽사리 골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대회 처음 나온 연장. 연장 전반 잉글랜드 골문에서 27m 거리에서 얻은 아르헨티나의 프리킥. 아르헨티나 최고의 프리킥커 하베에르 마르솔리니. 수비벽을 살짝 넘기며 잉글랜드 골문을 뚫어냈다. 연장 후반까지 끌려가던 잉글랜드. 연장 후반 추가시간 아르헨티나 골문 앞 29m 거리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수비벽을 넘어 좁은 각을 노린 인수의 프리킥. 아르헨티나의 골키퍼가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지만, 손가락을 스치고 동점골을 뽑아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인수의 골.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지난 유로부터 승부차기에서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잉글랜드. 그 중심에는 골키퍼 프레스턴 볼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1번, 2번, 3번 킥커가 모두 유효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막아낸 볼. 잉글랜드의 키커들은 볼의 활약에 보답하듯 세 번 모두 성공시키며 4강에 올랐다.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유럽의 빅클럽으로부터 계속 러브콜을 받는 골키퍼다운 활약.

잉글랜드는 4강에 선착하며 독일과 프랑스의 승자를 기다렸다. 엄청난 난타전을 주고받은 독일과 프랑스. 월드컵에 강한 독일답게 5:4로 프랑스를 물리치고 지난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잉글랜드와 만나게 되었다. 나머지 4강의 두 자리. 한국을 이긴 브라질과 스페인을 물리치고 올라온 카메룬과의 대진이 완성되었다.

먼저 열린 브라질과 카메룬과의 경기. 지난 2034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4강에 올라온 브라질.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키며 전승을 달려온 카메룬을 일방적으로 찍어눌렀다. 4강에서 무려 6골을 터트리며 6:0으로 승리했다. 후반 주전 선수들을 교체시키며 체력까지 보존하는 여유를 보여준 브라질이었다.

이어진 잉글랜드와 독일의 경기.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독일과 지난 월드컵에서의 복수를 다짐하는 잉글랜드. 지난 월드컵은 독일의 편파 판정으로 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잉글랜드는 초반부터 독일을 압박했다. 전반 20분 만에 7번의 유효슈팅이 나왔지만, 독일의 골문을 여는 것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어진 독일의 단 한 번의 역습에 골을 내준 잉글랜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잉글랜드가 선취점을 내주니 두 번째 골까지 허무하게 내주고 말았다. 지난 8강 경기에서 MVP로 뽑힌 볼. 볼의 실수로 내준 두 번째 골이었기에 잉글랜드가 무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잉글랜드에는 인수가 있었다. 전반 종료 직전. 독일의 수비 6명과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을 기록했다. 독일로 넘어갔던 분위기를 다시 잉글랜드로 가져온 인수. 잉글랜드는 그 기세를 후반으로 이어가며 후반에만 3골을 뽑아냈다. 독일이 한 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결승의 마지막 한자리는 4:3으로 잉글랜드가 차지했다.

2002년 이후 4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 피파랭킹 1위인 잉글랜드와 월드컵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브라질의 결승전이 성사됐다. 전 세계 축구팬들을 주목시킨 빅매치. 한국시간으로 저녁 7시 킥오프가 예정되어있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 오후가 되면서 점차 굵어지더니 킥오프가 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수중전이네.”

“이미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체력전이 되겠지.”

인수는 불만이 가득한 에디의 말투에 담담하게 대답하며 물에 젖은 축구화를 갈아신었다.

첫 번째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결승에 올랐지만 워낙 어린 나이였다. 16살.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몸은 토너먼트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 번째 독일 월드컵에서는 홈 어드벤티지에 무너지며 토너먼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홈 어드벤티지에 당했다고 하지만 잉글랜드가 좀 더 집중했더라면 분명 이길 수 있었다. 결국 독일에 무너지며 잉글랜드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세 번째 기회. 월드컵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브라질이라지만 잉글랜드는 축구의 종주국이었다. 더욱이 한국은 아버지의 고향이자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이 많은 곳이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한국에 잉글랜드 팬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처음 알았어. 온통 흰 유니폼으로 도배되어 있던데.”

“그게 다 하인스 덕분 아니겠어? 하인스가 한국계잖아.”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했던 존.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이었지만 라커룸을 뛰어다녔다.

“힘 빼지 말고 앉아있어. 수중전인데 벌써 힘 빼면 어떻게 뛰려고.”

인수는 존을 진정시키며 수중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다. 축구계에서는 변방이라지만 이미 선진국에 올라선 한국이었기에 축구장의 시설도 유럽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굵은 빗줄기.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없었기에 경기를 하다 보면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 모든 것을 생각하며 풀어나가야 할 경기였다.

***

잉글랜드와 브라질의 결승.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경기였지만 이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또 다른 점에 주목했다. 참가했던 월드컵과 유로대회에서 모두 득점왕을 차지했던 인수. 브라질의 모레노가 8골로 1위를 달리는 와중에 7골을 터트린 인수가 역전할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였다.

잉글랜드의 킥오프로 시작된 전반. 경기장 관리원들이 최대한 방수를 했지만 선수들이 몸을 풀며 생긴 발자국마다 물웅덩이가 생겨있었다. 적당한 비가 내린 수중전이라면 낮게 깔린 슛이 위력적이겠지만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린다면 깔아 차다가는 중간에 멈춰버릴 위험이 있었다.

서로 수중전에 관한 생각은 많이 하고 나왔지만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방해했다. 중간에 멈춰 서버린 공이 많았기에 그만큼 몸싸움이 많아졌고 미끄러운 잔디 덕에 슬라이딩이 더 미끄러지며 엉키는 선수도 생겼다. 특히 수중전을 위한 축구화는 스터드가 더 날카롭게 갈려있었기에 조금만 실수한다면 큰 부상이 생길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심은 선수들의 몸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휘슬을 불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공이 너무 무거워.”

“가죽이 물을 먹어서 그래. 최대한 헤더를 조심해.”

“그럴 생각이야. 아직도 어질어질해. 공을 높게 띄워주지 마.”

사이드아웃이 될 때마다 새로운 공이 투입되고 있었지만 조금만 지나면 가죽이 물을 머금어 무거워졌다. 특히 헤더를 많이 하는 존이 헤더 후에 어지러움을 토로할 정도였다. 이는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브라질에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서로 높은 패스보다 낮은 패스를. 그것도 발로 받을 수 있을 정도보다는 가슴으로 트래핑할 수 있는 높이로 패스가 진행되니 더욱 몸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 서로 득점하지 못하고 하프타임을 맞이했다. 저녁이 되며 빗줄기가 약해졌지만 이미 생긴 물웅덩이는 시간이 더 지나야 배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브라질의 킥오프로 시작된 후반. 브라질은 공이 물에 완전히 젖기 전 승부를 보려고 생각했는지 잉글랜드를 강하게 압박해 들어왔다. 공이 잔디에 떨어지면 안 된다는 듯 패스를 이어가는 브라질.

“밀어붙여. 달라붙으란 말이야.”

이제는 잉글랜드 수비의 핵이 된 잉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잉스가 소리를 높였지만 잉글랜드 선수들이 붙기 전에 이미 다른 선수에게 패스가 진행됐다. 눈 깜짝할 사이 페널티지역까지 들어온 공. 브라질의 스트라이커인 모레노가 바로 슛을 가져갔다.

후반전이 시작한 지 채 1분이 되지 않은 시간. 모레노가 슈팅을 한 공에 잉글랜드의 한 선수가 몸을 날려 등으로 공을 막았다. 등을 맞은 공은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고 그 공에 달려든 선수가 많았지만 결국 볼이 공을 따냈다.

“나이스 에디.”

“에디. 잘했어.”

하프타임에 새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모레노의 슛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던진 에디의 유니폼은 벌써 잔디색으로 물들었다. 워낙 빠르게 진행된 브라질의 공격이었기에 볼도 모레노의 슛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었다. 브라질 수비수들이 모두 올라와 있던 상황 볼은 바로 전방으로 길게 공을 던졌다.

“존. 앞으로 달려.”

볼이 던진 공을 받은 도노반은 가슴으로 트래핑한 공을 그대로 차 인수에게 보냈다. 도노반이 패스한 공을 발끝으로 차올려 헤더로 수비수를 제친 인수는 바로 브라질 진영을 뚫기 시작했다. 브라질 수비들이 서둘러 돌아오고 있었지만 제일 전방에는 존이 그리고 그 뒤에는 인수가 공을 드리블해오고 있었다.

“하인스를 견제해.”

인수가 존에게 패스하는 순간 오프사이드가 성립하는 순간. 브라질 수비수들은 존을 신경 쓰기보다 인수를 사이드로 밀어냈다. 최대한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을 피하고 자연스럽게 왼쪽 사이드로 밀려난 인수, 수비를 최대한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후 중앙으로 패스했다.

바로 전 잉글랜드 문전에서 모레노의 슛을 막아냈던 에디가 벌써 브라질 중앙까지 파고든 후였다. 인수의 패스를 받은 에디. 인수와는 반대 방향인 오른쪽을 파고들었다. 자신에게 달려든다면 중앙에 있는 존에게. 자신을 막지 않는다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적도 있는 자신의 슛을 보여주면 됐다.

“브라운을 막아.”

브라질의 골키퍼는 수비에게 사이드로 빠지는 에디를 막으라 지시했다. 존에게 패스한다면 자신이 직접 뛰쳐나가 중간을 차단할 생각이었다.

수비수가 자신에게 붙는 것을 본 에디는 몸 뒤로 살짝 공을 중앙으로 꺾어놓았다. 에디가 몸 앞에서 처리했다면 골키퍼가 나올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몸 뒤에서 한 패스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에디가 중앙으로 돌려놓은 공을 살짝 발만 댄 존. 결승전 첫 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뒤로 물러나.”

“이제 최대한 막으면서 역습을 봐.”

경기장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 무리하다 상대에게 찬스를 내줄 수 있었기에 잉글랜드는 모두 중앙선 뒤로 물러서 수비를 강화했다. 차라리 비가 계속 쏟아졌다면 변수가 생겼겠지만 잦아든 비는 이미 멈췄다. 비가 멈추자 웅덩이가 생겼던 곳도 배수가 됐다. 땅볼로 깔아 차면 빨라지는 스피드를 믿고 중거리슛을 남발하는 브라질. 볼은 손과 발을 이용해 브라질의 공세를 막아냈다.

간간이 이어지는 잉글랜드의 역습. 뒤가 없는 브라질이었지만 골을 더 내준다면 희망이 없었다. 수비를 남겨두고 공격하는 브라질이었기에 숫자의 우위도 가져가지 못했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근 100년 만에 차지한 월드컵 정상. 유로에 이어 연달아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무적의 포스를 내뿜었다. 1966년에 받았던 우승컵은 쥘 리메컵. 2046 한국 월드컵을 우승한 잉글랜드는 팀 역사상 최초로 피파 월드컵을 수여 받는 팀이 됐다.

커뮤니티실드에 이어 피파 월드컵까지 차지한 인수는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세리에 A의 유벤투스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레버쿠젠에서 힘겹게 우승컵을 땄던 인수는 세리에 A에서는 최강팀이라 불리는 유벤투스에서 우승을 노렸다. 유벤투스 역시 인수를 영입하며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거듭나고 싶어 했다. 서로의 요구를 충족하는 최상의 계약. 월드컵이 끝난 후 인수는 이탈리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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