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95화 (195/200)

195화

유로 2040에서 사상 첫 유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잉글랜드. 경기를 지켜보던 잉글랜드의 시민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거리로 뛰쳐나왔다. 사고가 나지 않게 경찰이 긴급 투입됐지만 경찰 인력의 부족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경찰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원이 더 필요합니다.”

“지원경찰관과 의용경찰관까지 모두 투입했는데도 치안유지에 힘들 정도입니다. 기마경찰도 필요하고요.”

잉글랜드가 우승하면서 기뻐하던 것도 잠시 다우닝가 10번지에는 불청객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2011년 영국폭동 때처럼은 아니지만 거리에 뛰쳐나온 시민들로 자동차의 통행이 완전히 멈췄다. 물론 자동차 운전자들이 차를 버려두고 시민들과 날뛰고 있어 그런 면이 더 컸지만.

“그렇다고 기뻐하는 시민들을 향해 강압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기마경찰까지 투입된 상황이죠?”

“그렇습니다. 런던뿐만 아니라 큰 도시가 있는 주에서는 지금도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선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모두 투입하시고 관계부처 회의를 소집하도록 합시다.”

총리가 재빨리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잉글랜드 국가대표가 유로에서 우승한 기쁜 날이었다. 그런 날에는 당연히 총리로서 미디어 앞에 나서 수고한 선수들을 치하하는 것이 당연했다.

“총리님.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혔습니다. 히드로 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는 국가대표선수들을 응원하는 차량으로 보입니다.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과 열차들도 이미 만석입니다.”

“칫.”

영국의 히드로 국제공항. 영국의 제1 공항이자 런던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기가 이용하는 공항이었다. 그런 공항인 만큼 길도 넓게 뚫려있었고 열차편과 지하철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길이 꽉 막혔다는 것은 영국의 체면에도 문제가 있었다.

“국방부 장관까지 들어오라고 해. 국가대표선수들의 전용기는 히드로 공항이 아니라 다른 공항을 이용하도록 하고.”

이미 시상식까지 마친 후여서 선수단은 바로 공항으로 이동 중이었다. 축구협회에서 마련한 전용기는 히드로 공항으로 입국한 후 런던에서 일박하고 선수단을 해체할 예정이었다. 6월 말에 끝난 대회였기에 바로 2주 후부터는 각 클럽에서 다음 시즌을 위한 소집이 예정되어 있었다. 선수들도 다음 시즌을 위해 휴식을 취해야 했기에 더 오래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영국 총리까지 나서 수습한 덕분에 군사 공항을 통해 입국한 선수들은 극비 속에 런던이 아닌 세인트 조지 파크로 이동했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있었지만, 선수들을 보고 흥분할 수 있는 잉글랜드 시민들을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오면서 보니까 잉글랜드 전체가 난리가 났던데.”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막힌 건 처음 봤어. 전부 우릴 마중 나온 시민들이었다고 하던데.”

“그만큼 이 우승컵이 대단하다는 거지.”

결승전이 끝나고 우승컵 시상이 바로 이어졌다. 유럽에서 열린 대회였기에 덴마크에서 쉬기보다는 영국으로 돌아와 쉬기로 한 축구협회의 결정이었다. 그렇기에 선수단이 탄 전용기에 우승컵까지 함께 실려 왔다. 중간에 기착지가 바뀌어 생전 처음 군사 공항을 이용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마중 나온 군인들이 선수단을 향해 단체로 경례했을 때 밀려드는 감동은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 모든 일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내일이면 모두 안정을 찾겠지? 집에 갔는데 주변에 사람들 몰려있으면 무서울 거 같은데.”

“새벽에는 모두 통제를 한다고 했으니 내일은 그렇지 않겠지.”

“자 다들 피곤할 텐데 모두 방에 올라가서 자라고. 내일은 인터뷰와 해단식 외에는 다른 일정이 없으니까.”

레쉬포드 감독이 협회와 이야기를 마쳤는지 선수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 외쳤다. 처음 예정됐던 일정과 장소가 모두 변경된 만큼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에 최대한 빨리 듣고 선수들을 모두 방으로 올려보냈다. 경기를 뛴 선수들도 지켜보고 있던 벤치의 선수들과 코치들도 그제야 배정된 방으로 올라갔다.

***

“우선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경기를 꼽자면 어떤 경기였습니까?”

“아무래도 8강 경기였던 독일과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연장전, 그리고 승부차기까지 간 경기였죠. 당연히 우리 골키퍼를 믿고 있었기에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유로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가지는 첫 공식 기자회견. 경기가 끝난 후 대표팀 이동 동선이 비밀에 부쳐졌기에 사실상 첫 번째 인터뷰였다. 그만큼 언론의 주목도가 높았고 세인트 조지 파크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은 기자들로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크레토 선수가 퇴장을 당했습니다. 당시의 상황과 심정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크레토의 퇴장 장면은 주심의 판정을 존중합니다. 크레토가 퇴장을 당하긴 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습니다.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레쉬포드 감독은 크레토의 퇴장을 감쌀 의도는 없었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첫 골을 넣은 크레토였다. 더욱이 어제 맨유에서 크레토를 영입하려고 한다는 연락이 왔었다. 오늘 인터뷰에서 크레토를 난타당하지 않게 막아달라는 뜻으로 해석했기에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그럼 하인스 선수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골든부츠를 받으며 월드컵에 이어 최다골을 기록했습니다.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더 잘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포지션은 중앙미드필더이지만 감독님이 어떤 포지션을 서라고 하면 서야죠. 수비수만 아니라면요.”

인수의 말을 받아적던 기자들이 빵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대회에서 인수가 기록한 31퍼센트의 수비율. 존의 수비율이나 다른 국가의 공격수들과 비교해도 최하위에 있는 수비율이었다. 이것도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46퍼센트의 수비율을 기록하며 세탁된 기록이란 것을 기자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결승전에서 계속 선수들을 모아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자주 화면에 잡혔습니다. 특히 골을 넣고 나서 간단한 세리머니 후에 다시 선수들을 모으는 모습이 있었는데요. 무슨 말을 했나요?”

“반드시 우승하자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 삼사자 군단이 유로 대회에서 우승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요. 마지막에는 후반 남은 시간 동안 실수하지 말자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MVP로 뽑혔는데 숨은 공헌자를 꼽자면 누가 있을까요?”

“잉글랜드 선수 하나하나가 모두 공헌자죠. 코치 스태프는 물론이고 대표팀을 지원해준 협회까지 모두 공헌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자님들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겠지만요.”

인수는 기자들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보고 덧붙였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며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기에 인터뷰에 대한 스킬도 많이 늘었다.

“이제 기자회견이 끝나면 해산할 텐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지금은 집에 돌아가 아내를 봐야죠. 임신한 상태라 대표팀 경기를 TV로 봤을 텐데 직접 만나서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네요. 저도 고생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고요.”

인수의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들은 다시 에디와 크레토, 존 등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모두 질문을 하고 나서야 끝났다. 바로 이어 해산식을 가진 대표팀은 그대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

“고생했어.”

인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레이가 고생했다는 소리를 하니 깜짝 놀란 눈으로 레이를 보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해산한 게 이제 3시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무리 기사들이 바로바로 인터넷에 올라온다고 해도 그것 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냐. 네가 더 고생했지.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그랬을 텐데.”

“그래도 옆에 부모님도 계셨고 수아 언니도 있었으니까. 공사한다고 시끄럽긴 했지만.”

안정기에 들어선 수아는 배가 부르긴 했지만 덴마크까지 와서 응원할 정도의 컨디션은 충분했다. 그러나 아직 조심해야 할 레이가 있었기에 영국의 집에 머물며 같이 TV로 응원하기로 했었다. 매일 통화하긴 했지만, 자신보다 부모님과 수아가 더 의지가 됐을 레이였다.

“내일부터는 다시 훈련해야지?”

“응. 예전부터 해왔던 훈련이니까 계속하긴 해야지. 이미 마린이 훈련 중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전처럼 합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출퇴근하면서 하는 걸로 이야기됐어.”

매해 오프 시즌에 브링 팀과 훈련하는 인수였다. 이번 오프 시즌에 유로대회가 겹치면서 마린만 혼자 훈련 중이었다. 대회를 막 마쳤기에 회복훈련이 주가 되는 인수와 에디였다. 랭커리지와 브링의 협상으로 매일 출퇴근하기로 사전에 이야기됐다.

“소집에 빠질 수 없어서 2주밖에 훈련하지 못하니까. 최대한 몸을 만들어야지.”

“그러게 왜 계속 프리시즌을 투어경기로 잡아서 말이지.”

레알 마드리드의 40-41시즌의 시작은 아시아투어로 시작됐다. 일본, 한국, 중국, 인도를 거쳐 스페인으로 돌아오는 2주간의 일정이었다. 8월 15일에 시작하는 일정에 맞추어 7월 31일에 스페인으로 돌아왔기에 상당히 바쁜 일정이었다. 보통은 유로를 뛴 선수들을 배려해서 투어에 참여시키지 않겠지만 비용을 내는 국가마다 인수의 참여를 반드시 요구했다. 체력적인 문제로 거절할까도 생각했지만, 자신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았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8월이면 안정기라서 비행기 탈 수 있잖아. 구단에서 너를 위해 스페인 최고의 산부인과를 섭외해줬고.”

“그래서 8월에 혼자 스페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라고?”

“아니. 부모님도 같이 오실 거고.”

처음 영국에서 애를 낳을 생각이었던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와 재계약을 하며 스페인에서 애를 낳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왕실과 VIP만을 위한 산부인과를 잡아주기로 약속했다. 거기에 레알 마드리드와 협력하는 대학에서 레이를 특별입학시켜주기로 했기에 안정기에 들어서면 바로 스페인으로 올 예정이었다.

“그래서 영국으로 데리러 못 오겠다는 말이잖아.”

“아니. 그게…….”

이미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한 인수였다. 오프 시즌이나 휴가 때는 자유롭지만 소집된 이상 클럽 스케쥴에 맞춰야 할 의무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영국으로 돌아와 레이와 함께 스페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당장 대답해줄 수는 없었다.

“하하. 뭘 그리 어려워해. 장난 한번 해본 거야.”

레이도 프로로 계약까지 하며 3시즌이나 뛰었다. 지금은 랭커리지와 구단의 합의로 계약을 해지해서 프로는 아니었지만, 인수 맘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나를 놀려?”

인수는 침대에서 레이를 잡고 같이 뒹굴었다.

“아아. 그만해. 아직은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단 말이야.”

“그러면 놀리지 말았어야지.”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잘못하고 미안한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라!”

오랜만에 만난 인수와 레이의 방은 오래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

“우승 축하해요.”

“드디어 잉글랜드에 유로 우승기록이 생겼네. 고생했어.”

소튼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훈련을 진행하던 마린과 브링 팀은 인수와 에디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영국으로 건너와 훈련했던 마린이었기에 이미 몸은 충분히 만들어져있었다.

“애는 좀 어때요?”

“작년보다 좋아. 확실히 성장기가 끝나가니까 점점 몸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빨라. 수치로는 아직 좀 더 클 수 있다고 나오지만.”

179cm인 마린. 앞으로 좀 더 클 수 있다면 그만큼 체력도 더 붙을 터였다.

“하인스 넌 2주 동안 회복훈련 위주로 해서 체력을 보충하는 것으로 하고 에디는 이번 소집에서 빠진다고 했지?”

“네.”

“좋아. 에디는 2주 동안 회복훈련을 한 후에 좀 더 몸을 만들어보자. 지난 시즌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으니까.”

“좋아요.”

이미 인수와 에디를 위한 훈련코스가 만들어졌기에 출퇴근을 하며 최대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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