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91화 (191/200)

191화

“오늘 이기고 기분 좋게 돌아가자.”

“와, 이제 더 들으면 귀에서 피 날 듯.”

“그러게 애가 연봉 3배가 넘게 올랐다고 같은 말을 3번씩이나 하네.”

기념촬영이 끝나고 코인 토스까지 시간이 좀 남자 인수는 볼까지 불렀다. 인수는 경기 전 라커룸에서 한번, 그리고 입장 통로에서 한번, 이번까지 하면 세 번째 같은 말을 반복했다. 벌써 세 번째 듣는 말이어서 그런지 존과 볼이 대꾸했다.

“아 맞다. 이 녀석 주급이 3배 넘게 올랐지. 영국 돌아가면 맛있는 거 사냐?”

“10번은 사야지. 3배 넘게 올랐는데.”

존과 볼이 대꾸하자 크레토를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이 호응했다. 그동안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인수보다 더 높은 주급을 받는 선수도 있었다. 그보다는 못하지만, 나중에는 그 정도까지 올라갈 자신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다들 장난하지 말고 난 이번에 반드시 우승컵을 가져오고 싶으니까.”

“그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지.”

“당연하지. 여기까지 왔는데 우승컵은 들고 가야지.”

크레토는 지지난 시즌 피오렌티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지난 시즌 드디어 풀타임 주전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번 시즌 자신의 진가를 완전히 보여주며 재계약이나 이적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보다 먼저 인수가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인수와 같이 뛰며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신도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윙포워드였다. 결승전에서 반드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주심이 부른다. 어서 가봐.”

자신과 부심, 대기심의 시계를 맞춘 주심은 어느새 센터서클에 서서 양쪽 주장을 부르고 있었다. 잉글랜드의 인수와 프랑스의 알퐁스 르마. 주심은 두 사람에게 동전을 보여주며 앞과 뒤를 지정했다.

“앞.”

“그러면 난 뒤를 선택하지.”

인수는 르마가 먼저 선택하라는 뜻으로 고갯짓을 하자 앞을 골랐다. 뒤를 이어 르마가 뒤를 고르자 주심은 다시 한번 두 명에게 코인을 확인시키고 엄지손가락으로 코인을 튕겼다.

팅.

평소라면 가볍게 튕겼겠지만, 결승전이라 주심도 힘이 잔뜩 들어갔는지 엄지손가락에 부딪힌 코인이 큰 소리를 냈다. 위로 솟은 코인이 햇살에 반사되며 반짝이며 잔디로 떨어졌다. 세 사람의 시선이 아래를 향하자 뒷면이 보였다. 주심은 코인을 들어 다시 뒷면을 확인시키고 르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코인 토스에서 이겼으니 진영을 선택하거나 선공을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

“성공을 선택하죠.”

“좋아. 프랑스의 선공. 진영은 어떻게?”

“이대로 해요.”

오후 3시였지만 경기장의 구조상 어느 쪽을 골라도 햇빛 때문에 유리한 구도를 가져가긴 힘들었다. 가져오고 싶었던 선공을 놓쳤으니 진영이라도 유리해야 할 테지만 유리할 것도 없는 구조. 선수들이 서 있는 쪽을 선택한 인수였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승전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정확하게 할 거야. 내 눈을 피하면서 반칙을 할 수 있으면 해. 그러나 걸리면 각오하라고 전해주길.”

이 경기의 주심을 맡은 건 독일의 크루이프 주심이었다. 독일 출신 주심답게 냉철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유럽대항전은 물론이고 월드컵에서도 심판상을 여러 번 받았다. 그런 주심이 경기 시작 전에 두 번이나 강조했다면 플레이 하나하나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똑바로 전달해 놓죠.”

***

프랑스의 킥오프로 시작된 경기.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온 프랑스답게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잉글랜드 진영을 침투했다. 푸레가 중앙으로 찔러준 공을 받은 두베르네. 자신을 앞을 막아선 메슈를 시코와의 2:1패스로 돌파했다. 시코와 2:1패스를 통해 시코가 케이힐을 따돌린 건 덤이었다. 아직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빠르게 치고 나온 덕에 페널티아크까지 전진한 두베르네. 안쪽에 진입해있는 르마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자신의 왼쪽에서 케이힐을 따돌린 시코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중거리슛까지.

“뒤에 조심해.”

잠시 선택사항들을 두고 머뭇거린 사이 시코를 뒤에서 막아야 할 케이힐이 슬라이딩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두베르네의 몸이나 공을 보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시코에게 연결한 패스의 길목을 차단하고자 하는 태클. 다른 쪽에서는 자신이 따돌렸다고 믿었던 메슈가 달려왔다.

“르마.”

두베르네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시코에게 줄 패스타이밍과 중거리슛을 할 타이밍을 놓쳤기에 르마에게 찔러주었다. 잉스와 콜이 르마를 적극적으로 마크를 하고 있었기에 눈에 뻔히 보이는 패스를 놓칠 리가 없었다.

“앞으로.”

드베르네의 스루패스는 잉스의 발을 맞고 앞으로 튀었다. 잉스가 노린 건지 운이 좋아서였는지 넘어져서 일어서던 케이힐의 앞으로 흘렀다. 메슈의 외침을 듣고 전방으로 클리어한 케이힐. 인수는 케이힐이 클리어한 공의 방향을 한 번 보고 경기장을 넓게 살폈다. 케이힐이 걷어내자마자 전방으로 침투하는 에디와 크레토. 뒤에서 자신을 미는 푸레를 등으로 견제하며 공을 한 번 바운드시켰다. 에디가 뛰는 왼쪽으로는 차기 힘든 위치로 튀어 오른 공. 인수는 떨어지는 공을 바로 오른쪽 사이드로 길게 찼다.

“나이스.”

도르맹과의 경쟁에서 이긴 크레토. 인수가 패스한 공을 받고 사이드에서 뚫는 에디를 향해 패스했다. 에디의 키를 넘어가는 패스였기에 터치라인 아웃이 되고 말았다. 공이 아웃되는 것을 본 부심은 깃발을 들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VAR판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부심이 오프사이드라고 생각하더라도 공이 아웃이 되기 전까지는 플레이가 진행됐다. VAR로 인해 오심으로 판정되면 아웃되기 전까지의 모든 플레이가 인정되므로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내가 빨랐어?”

“아주 약간? 한 발자국 정도 빠른 것 같던데.”

“다음부터는 더 신경 쓸게. 하인스 패스 좋았는데 미안.”

크레토와 같은 선상에서 뛰던 에디가 그렇게 말하니 크레토도 바로 수긍했다. 지난 준결승을 쉰 덕분인지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이제 막 시작했기에 아직 시간은 많았다.

“자. 또 하면 돼. 어차피 기회는 많을 테니까.”

크레토의 등을 쳐준 에디. 두 사람은 다시 중앙선 근처로 돌아갔다.

에디가 말한 기회는 불과 3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오프사이드로 간접프리킥이 주어진 프랑스. 살리바에게 패스된 공은 바로 시코에게까지 연결됐다. 바로 직전 2:1 패스로 뚫린 적 있는 케이힐과 메슈. 이번에는 침착하게 앞을 막아섰다. 케이힐과 신중한 눈싸움을 벌이던 시코는 급작스럽게 왼쪽 전방으로 공을 찔렀다. 페널티지역에 있던 프랑코가 왼쪽으로 나오며 시코가 패스한 공을 중앙으로 돌렸다. 시도는 좋았지만 중앙에 있는 르마의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이었다. 세리에A 최고의 스트라이커란 명성답게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슛으로 연결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골대를 한참 벗어나는 슛이었다.

볼보이에게 공을 바로 넘겨받은 볼은 바로 스로인으로 케일에게 넘겨주었다. 케일이 바로 인수에게 넘겨주자 프랑스의 공격진이 오기 전 바로 전방으로 치고 들어갔다. 양 사이드를 에디와 크레토가 파고들자 뒤로 물러났던 프랑스 수비진이었다. 인수가 중앙으로 치고 나오자 푸레가 급하게 인수에게 붙었다. 경기 초반부터 칼을 빼 들고 상대를 계속 찔러대는 투사 같은 플레이. 인수는 이런 공격 속도를 늦추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들어와.”

자신에게 달려드는 푸레. 인수는 자세를 낮추고 공을 왼쪽으로 꺾으며 푸레를 비켜나려고 했다. 이미 파리 생제르맹에서 뛸 때부터 인수를 분석했던 푸레. 인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몸의 중심을 왼쪽으로 옮긴 것으로 인수의 스피드를 줄였다. 바로 오른쪽으로 공을 옮긴 인수. 푸레는 그것마저 따라왔다.

“후.”

자신의 움직임을 모두 따라오는 푸레를 보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뚫는 것을 포기한 인수는 바로 왼쪽으로 공을 옮겨 왼발 아웃사이드로 에디에게 공을 넘겼다. 계속 인수가 뚫는 것만 생각했던 푸레는 급작스러운 패스에 인수를 놓쳤다.

“하인스를 봐.”

인수가 푸레를 빠져나가고 한발 늦게 루브의 외침을 들은 푸레가 인수를 쫓았다. 인수의 패스를 받은 에디가 바로 인수에게 공을 돌렸다. 푸레를 뚫은 인수. 바로 오른쪽으로 공을 돌렸다.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공을 잡은 크레토. 도르맹과의 거리가 있는 것을 보고 왼쪽 골포스트를 보고 강하게 슛을 찼다. 다쿠르가 슛 코스를 읽고 급하게 몸을 날렸지만 크레토가 찬 슛은 등을 내밀고 슛을 막기 위해 뛰어오른 도르맹의 허벅지를 맞고 꺾였다. 도르맹의 몸을 맞고 꺾인 공은 프랑스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굴러갔다.

이미 왼쪽으로 몸을 날린 다쿠르가 절대 막지 못할 코스로 굴러간 공.

“됐어. 드디어 넣었다.”

이번 대회 어시스트만 2개를 기록하고 있던 크레토. 대회 첫 골을 결승전에서 터트렸다. 이제까지 좋은 활약으로 잉글랜드를 결승전까지 진출시킨 공이 있었다. 그러나 공격수로서 득점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그 마음고생을 한 번에 날려버린 골이었다.

“잘했어.”

“내가 곧 기회가 온다고 했지?”

“이제 맘 편히 한 골만 더 넣어.”

세리머니를 진행하던 크레토를 순식간에 둘러싼 잉글랜드 선수들. 크레토의 머리와 몸을 만지며 마음껏 축하해 주었다. 다른 선수들도 크레토가 재계약이나 이적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었지만, 명확히 눈에 띄는 득점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득점으로 모든 마음고생을 털어내라는 의미였다.

***

다시 프랑스의 킥오프로 시작된 경기. 전반 5분에 잉글랜드에 첫 골을 뺏기긴 했지만, 한 점쯤이야 언제든지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프랑스였다. 그런 프랑스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 이번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잉글랜드의 수비들도 한 점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듯 양쪽 윙포워드까지 모두 중앙선 후방으로 물러나며 수비했다.

두베르네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전진하던 시코. 왼쪽으로 다시 한번 빠지는 프랑코에게 공을 밀어줬다. 이미 직전에 한 번 보여줬던 플레이였기에 잉스는 바로 프랑코에게 따라붙으며 중앙으로의 크로스와 스루패스 코스를 모두 막았다. 이미 늦었음을 안 프랑코는 후방에 있던 주아멜에게 공을 돌렸다.

“프랑코 중앙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주아멜에게 공을 돌립니다.”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공을 뒤로 돌립니다. 킥오프를 제외하고는 처음인 거 같은데요.”

“잠시만요. 정말 그렇습니다.”

중계 중에 선수들의 플레이를 적던 해설자가 말을 받았다.

“이번 경기에 정말 공격적으로 나온 양 팀이었죠. 후방으로 공을 돌리며 공격템포를 늦춘 적이 없었습니다만 이번에 처음으로 템포를 늦춥니다.”

“그런데 뒤에서 크레토가 달려듭니다. 주아멜이 눈치를 채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골을 넣은 크레토 몸이 상당히 가벼워 보이죠. 여기선 무리할 필요가 없죠. 중앙에 있는 시코와 두베르네에게 쉽게 공을 넘기지 못하게 견제만 하면 됩니다.”

“어. 크레토 태클. 크레토의 태클을 받은 주아멜이 양발이 공중에 뜬 채로 떨어집니다.”

크레토의 태클을 느린 화면으로 보던 해설자가 신음 소리를 길게 냈다.

“여기서 태클을 할 이유가 없었죠.”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였던 크레토였는데요.”

“너무 컨디션이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골까지 넣어서 스스로 흥분했을 수도 있거든요. 그걸 스스로 잘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 어린 선수다 보니 마음을 가다듬을 틈이 없었어요.”

“골을 넣은 선수가 바로 실수하는 것은 아직 어린 선수나 큰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이거든요.”

“주심이 주아멜의 상태를 보고 의료진을 경기장 안으로 빠르게 부릅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크레토. 주심 크레토에게 다가가며 뒷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냅니다. 뒷주머니면 레드카드입니다. 오늘 골을 넣은 크레토. 골을 넣은 지 채 2분도 되지 않아 퇴장을 당하게 됩니다.”

“잉글랜드 주장인 하인스가 주심에게 항의할 생각도 못 하고 있죠. 정확히 백태클이 디딤발을 보고 들어왔기에 어떻게 항의할 수가 없죠.”

“잉글랜드가 1:0으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만 큰 변수가 생겼습니다. 전반 7분 크레토의 백태클로 인하여 퇴장을 당합니다. 11:10의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하는 잉글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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