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어제로 유로 2040 8강 4경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유럽 4대 리그를 가지고 있는 4개의 국가가 모두 한 조로 묶이면서 아주 뜨거웠던 8강이었습니다. 오늘은 8강 4경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오늘 방송을 도와주실 분은 해설위원이시죠. 제임스 워드프라우스와 루크 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임스 워드프라우스입니다.”
“루크 쇼입니다.”
이제 해설 3년 차를 맞은 워드라우스는 안정적인 목소리로 인사했다. 비시즌 동안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를 돌아다니며 유스를 발굴하는 것이 취미였지만 이번 비시즌은 유로 때문에 꼼짝없이 방송국에 잡혀 있는 신세였다.
“어제 열렸던 프랑스와 폴란드전을 끝으로 8강 경기가 끝났습니다. 한 경기씩 차례대로 살펴보시죠. 우선 제일 먼저 잉글랜드와 독일의 8강 경기가 있었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잉글랜드와 독일의 경기가 하이라이트로 편집되어 3분간 보여졌다.
“루크, 잉글랜드와 독일의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확실히 유로 2040이 시작되기 전 우승 후보를 꼽는 조사에서 1위와 2위에 꼽혔던 두 팀답게 끝까지 승부를 장담하지 못했던 경기였습니다. 전반 27분 하인스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는 잉글랜드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던 경기였죠. 라인을 끌어올리는 독일의 전술을 깨트리며 득점을 올렸습니다. 독일 역시 만만치 않았죠. 양 사이드가 주력인 독일답게 슈베르트와 브라이트너가 활약했습니다. 브라이트너의 낮은 크로스를 브란트가 무릎으로 찍으며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전반 추가시간에 에디의 땅볼 크로스를 존이 성공시키며 다시 2:1로 앞서나가다가 전반에 좋은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브라이트너가 회전이 걸린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승부차기까지 간 양 팀. 잉글랜드의 수호신이죠. 프리미어리그에서 페널티킥 선방률 1위에 빛나는 프레스턴 볼의 멋진 선방으로 잉글랜드가 4강에 진출했습니다.”
“루크가 득점 장면을 풀어주었습니다. 제임스가 득점 장면과 경기의 전환점들을 설명해주시죠.”
은퇴 이후부터 방송에 참여했던 루크 쇼였다. 이제 나이를 핑계로 은퇴를 계획하면서 자신이 했던 역할을 차근차근 워드프라우스에게 넘기고 있었다. 희대의 관종임을 인정했던 워드프라우스도 쇼의 제안을 수락하며 메인으로 나섰다.
“독일의 킥오프로 시작된 전반전이었죠.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압박전술로 전반을 시작했습니다. 그 압박을 기다렸다는 듯 사이드를 열어젖힌 독일의 전술이었죠. 독일의 전술이 먹혀들며 잉글랜드의 양쪽 사이드가 완전히 뚫렸습니다. 수시로 올라오는 크로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죠. 잉글랜드도 더욱 압박하며 높이가 좋은 존을 이용하며 슈팅을 자주 가져갔습니다. 전반 중반쯤 독일도 점차 라인을 올리며 점수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을 보여줬습니다. 잉글랜드의 레프트 윙이 에디란 사실을 잊었던 거죠. 현존하는 축구선수 중 가장 빠르다는 에드워드 브라운의 돌파가 돋보였습니다. 물론 에디의 앞에 공을 정확히 떨군 하인스의 패스도 있었고요. 하인스가 중앙을 파고들자 독일 수비수들도 하인스를 막지 않을 수 없었죠. 하인스를 막으려다 존을 놓친 것이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뒤에서 뛰어 들어온 존의 헤더를 골키퍼가 잘 막긴 했지만 리바운드를 한 크레토. 각이 없었지만, 슈팅을 할 수 있었던 위치였지만 하인스가 프리 상태인 것을 본 크레토였죠. 크레토의 컷백 패스를 받고 다이렉트로 슛을 한 하인스가 선취골을 뽑아냈습니다. 잉글랜드의 공격진이 왜 최고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워드프라우스는 앞에 놓인 물을 마시고 말을 이었다.
“선취점을 내준 독일도 왜 우승 후보인지를 증명했죠. 사이드를 막기 위해 잉글랜드의 코치진인 베이어와 산타를 투입했지만, 솔직히 완벽한 라인업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경기가 끝난 지 벌써 3일 지났는데도 말이 많은 라인업이었거든요. 베이어와 산타를 투입했지만 막지 못했고 결국은 후반에 교체까지 해주어야 했으니까요. 경기 내내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줬던 에디와 크레토를 교체해주지 못한 비난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양 팀 모두 연장전에서는 거의 걸어 다닐 정도로 체력을 소모한 경기였습니다. 아직 4강과 결승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에드워드 브라운과 코스타는 4강 경기의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이니 말입니다.”
전후반 90분, 연장 30분에 승부차기까지 해야 했던 잉글랜드. 최전방에서 뛰어다닌 에디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거리인 17km라는 괴물 같은 활동량을 보였다. 크레토도 15km 이상을 뛰었다. 인수는 12km를 뛰며 조절을 했지만, 양쪽 윙어였던 두 사람은 연장까지 수비를 도와야 했기에 그런 활동량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4일 후에 펼쳐질 4강 경기에는 출장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양 팀이 승부차기에 들어섰죠?”
“그렇습니다. 전 승부차기에 돌입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레쉬포드 감독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바로 프레스턴 볼을 주전 골키퍼로 선정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페널티킥 방어율이 45%나 되는 골키퍼죠. 내로라하는 독일의 키커들이 볼의 압박감에 실축을 했습니다.”
“여기서 잉글랜드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하인스도 실축을 했죠?”
“가끔 볼 때마다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플레이를 하는 하인스였거든요. 그 실축을 보면서 하인스도 인간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힘이 너무 들어간 킥이었거든요.”
“그렇게 잉글랜드가 4강의 한자리를 먼저 선점했습니다. 이어진 경기에서는 홈의 이점을 그대로 살린 덴마크가 네덜란드를 잡았죠?”
“확실히 홈 어드벤티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2만여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다 눈 위가 찢어졌음에도 붕대를 감고 끝까지 경기를 뛴 선수까지, 드라마틱한 경기였습니다. 스코어는 1:0이었지만 스스로 바이킹의 후예라 말하는 덴마크인답게 투지를 보여줬습니다.”
“득점 장면도 투지가 엿보였죠. 네덜란드의 중앙수비수가 스터드를 내밀며 처리하려고 하는 공에 머리를 가져다 대며 골을 넣었습니다. 스터드에 눈두덩이가 찢겼는데도 붕대를 감고 끝까지 경기를 마무리했죠.”
“그렇게 홈팀인 덴마크가 4강에 올랐고, 다음 경기는 4강에서 잉글랜드와 맞붙을 팀을 정하는 경기였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기가 열렸죠?”
사회자의 눈치를 받은 루크 쇼는 뒤로 젖혔던 몸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을 시작했다.
“카테나치오를 다시 완벽하게 조직했다고 자부하면서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한 이탈리아입니다. 거친 플레이를 좋아하는 만큼 카드를 받는 선수도 많고 퇴장을 당하는 선수도 많은 대표팀이죠. 실제로 조별리그에서도 1명이 퇴장을 당하고 옐로카드를 누적한 선수가 7명일 정도로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였습니다. 그런 이탈리아가 조직력의 스페인을 만났습니다. 뻥뻥 나가떨어지는. 아. 죄송합니다. 이탈리아의 거칠 몸싸움에 쉽게 밀리는 스페인의 경기였죠.”
“루크 쇼 위원이 약간 거친 말이 있었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쇼 위원이 스페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죠.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 뽑히면서 전성기를 열었던 루크 쇼였다. 스페인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의 감독인 레쉬포드에게 어시스트를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문제는 그 후 카르바할과 공중볼 경합에서 팔꿈치에 맞고 머리를 지면에 부딪히면서 뇌진탕이 왔었다. 뇌진탕 자체는 떨치고 일어났지만, 후유증으로 2년 가까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20년에서야 돌아온 경기력으로 대표팀에 다시 뽑혔을 만큼 고생했기에 스페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했다.
“전반 7분에 이탈리아가 선취골을 뽑아냈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이탈리아 공격수가 팔을 썼는데도 반칙이 불리지 않았고 이어진 플레이에서 골까지 뽑아내 논란이 되기도 했죠. 그 뒤 아까 쇼 위원이 말씀하신 카테나치오를 발동했습니다. 전반 7분부터 후반 45분까지 무려 83분 동안 이탈리아의 골문을 걸어 잠가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4장의 옐로카드를 받을 정도로 거친 플레이가 나왔고요.”
“말씀하신 대로 스페인전에서 카드를 받은 선수들은 조별 예선에서 뛴 적이 없는 선수들이었죠?”
“이탈리아대표팀이 신기한 것이 바로 벤치 선수들입니다. 주전선수들로 분류됐던 선수들이 카드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할 때 대체 선수가 나오더라도 카테나치오에 균열이 가지 않죠. 심지어 그 선수들의 활약으로 카테나치오가 더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저력이 이탈리아가 월드컵에서 4번의 우승을 한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4경기 동안 실점을 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 이탈리아입니다. 이런 이탈리아를 4강에서 상대해야 하는 잉글랜드인데요.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우선 8강 4번째 경기를 살펴보시죠.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우승 후보 프랑스가 폴란드가 맞붙었죠.”
“폴란드로서는 말 그대로 벽이 느껴지는 듯한 경기였을 겁니다. 세계 최고의 주급을 받는 선수 중의 하나인 다비도프스키입니다. 그런 다비도프스키가 이끄는 폴란드 대표팀인데요. 다비도프스키가 무려 2골을 넣었는데도 5골을 내줬을 정도로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뽐낸 프랑스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5골을 넣은 선수가 모두 다르다는 겁니다. 최전방과 좌우 윙어. 중앙미드필더가 모두 한 골씩을 넣고 코너킥 상황에서 중앙수비수까지 헤더골을 기록했죠.”
프랑스가 폴란드를 상대로 넣은 골들이 하이라이트로 보여지자 다시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런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는 단 4골밖에 기록하지 못했죠?”
“이번 대회 전 많은 전문가가 승자 예측을 빼고 어느 팀이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할 것인가를 조사했었죠. 거기서 1위를 한 팀이 바로 잉글랜드였고 단 2표 차로 2위를 한 팀이 프랑스였습니다. 그만큼 무서운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는 거죠. 잉글랜드도 그렇고 프랑스도 그렇고 조별리그가 끝날 때마다 잔디가 괴망스럽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만큼 적응하기 힘든 잔디였다는 말이죠.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필란드에서 사용하는 잔디인데 다른 국가의 잔디와는 달리 확실히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8강에서 5골을 넣었다는 건 이제 적응이 됐다는 말이겠죠?”
“그렇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잔디에 많이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죠. 하인스가 독일과의 경기에서 롱패스를 정확히 코너 깃발 앞에서 멈춰 세웠다는 건 잔디에 적응이 끝났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죠.”
그 후로도 세 사람은 프랑스의 전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잉글랜드의 4강 대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잉글랜드가 4강에서 이탈리아와 맞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잉글랜드가 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대결이긴 합니다.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가 무섭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잉글랜드의 공격력이거든요. 중거리슛에 약점을 보이는 카테나치오이다보니 하인스를 막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인스를 막더라도 존의 높이가 있고 에디와 크레토가 나오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뚫어낼 힘이 있는 잉글랜드입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볼 때 이른 시간에 선취점만 내주지 않는다면 잉글랜드가 이길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잉글랜드가 결승에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탈리아 선수들이 거칠다고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도 만만치 않거든요. 리그에서 보여주는 만큼만 한다면 충분히 승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에디와 크레토의 공백을 어떻게 없애는가도 주목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두 분 모두 잉글랜드가 승리할 것이라 예상하셨는데요. 그 결과는 4일 후 펼쳐질 경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4강 경기가 끝나고 난 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