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78화 (178/200)

178화

2039-40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면서 트레블을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 며칠 쉬면서 행사를 준비해야 하지만 당장 6월 20일부터 시작하는 유로 2040에 출전해야 하는 선수들 때문에 결승전이 끝난 다음 날인 5월 31일 마드리드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제일 앞서 나가는 차에 라리가 우승컵과 코파 델 레이 우승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세우고 그 뒤를 따라 세도로프 감독을 태운 차와 코치진들의 차, 모라타가 탄 차, 인수가 탄 차들이 차례로 뒤를 따르며 베르나베우로 향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베르나베우에는 이미 비싼 티켓임에도 불구하고 만원 관중이 들어차 있었다. 우승컵과 코치진, 선수들이 줄지어 들어오자 환호하는 관중들. 코치진과 선수들은 두 손을 들어 관중들에게 화답하며 미리 준비된 단상에 섰다.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첫 트레블을 기록한 코치진과 선수들. 차례로 나오며 세 개의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자체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라선 인수. 세 개의 트로피를 가슴에 안고 환호하는 것으로 퍼레이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가 마무리됐다.

행사를 끝낸 인수는 바로 마드리드 공항으로 이동했다. 다른 선수들은 가족들을 동반해 퍼레이드를 진행했지만, 부모님과 레이가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연락에 인수만 혼자서 퍼레이드를 진행했었다. 더욱이 이미 시즌을 끝낸 잉글랜드 대표팀이 세인트조지파크에서 이미 훈련을 진행중이었다. 가장 늦게 합류하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와달라는 레쉬포드 감독의 부탁도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마련해 준 전용기로 사우스햄턴 공항에 내린 인수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만에 레이와 재회했다.

“어디가 아파? 클럽에서 전용기까지 준비해준다고 했는데 못 온다고 하니 걱정되잖아.”

인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초대했지만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말에 취했을 때부터 대답하지 않았던 레이에게 얼굴을 보자마자 물었다.

“넌 우리 얼굴보다 레이가 먼저 보여? 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더니.”

“아빠랑 엄마는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 봤잖아요. 레이는 한 달 넘게 못 봤다고요.”

“그래. 불타는 나이에 한 달 동안 못 봤으니 얼마나 그리웠겠냐.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카메라들 안 보여?”

재일의 말처럼 인수가 런던의 히드로 공항이 아닌 사우스햄튼 공항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영국의 모든 언론이 좁은 사우스햄튼 공항에 모였다. 영국 남부 해안휴양지의 허브공항이기에 관광객의 이동이 많은 공항이었기에 주위에 원치 않게 피해를 주고 있는 인수 일행이었다.

재빨리 집으로 이동한 인수 일행은 짐을 방에 던져두고 거실에 모였다.

“왜 못 온다는 거였어?”

“인사나 하고 이야기하지. 옆에 수아 언니도 있는데.”

“아 수아 안녕. 와 배 많이 불렀네. 계속 여기 있었어?”

“아무래도 너희 부모님이 잘 챙겨주셔서 계속 이 집에 있었지. 에디네 부모님도 바로 옆집에 계시고.”

에디가 잉글랜드 대표팀에 소집된 이후 수아는 에디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에디의 부모님이 식당을 하는 만큼 오후 시간에는 인수의 집에서 레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구나.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야?”

인수는 수아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다시 레이에게 물었다.

“이거.”

레이는 인수의 물음에 작은 사진을 건넸다. 검은색의 초음파 사진. 인수는 초음파 사진과 레이를 번갈아 보았다. 에디가 자랑하기 위해 인수에게 주구장창 보여줬던 사진. 산부인과에서 찍은 초음파 사진처럼 보였다.

“진짜?”

“응.”

“진짜지?”

“그렇다니까.”

“언제?”

“여자 리그 끝나고 스페인에 갔을 때? 시기상으로는 그래.”

“와 나도 아빠 된다. 그런데 아빠 엄마는 알고 있지 않았어? 왜 이야기를 안 해줘요?”

“레이가 결승전에 방해된다고 극구 말리더라고. 우리도 그 이야기 듣고 안 한 거고.”

인수는 재일의 말을 듣고 다시 레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럼 이제 4주 된 거야?”

“아니 마지막 생리한 날부터 계산한다고 해서 6주 3일 차 됐어.”

“그럼 언제 태어나는데? 아들이래? 딸이래?”

“내년 1월 중순 예정이고 성별이 벌써 파악되겠니? 바보야.”

“아 그래? 그럼 언제 알 수 있는데?”

“그건 때 되면 알려주겠지. 그런데 언제까지 입소야?”

“레쉬포드가 내일 입소하라고 했는데 좀 더 미룰까?”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유로 2040이었다. 인수가 입소하는 대로 바로 4박 5일간의 SAS훈련장에서 극기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훈련이 끝내는 대로 이틀간 휴식을 취하고 일주일 동안 전술훈련을 한 후에 현지 적응을 위해 덴마크로 떠날 예정이었다. 이제 막 결승을 마친 인수는 극기훈련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같은 캠프에서 생활하며 잉글랜드 대표팀의 화합을 보여줄 계획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선수들은 다 입소해있는데 너만 안 들어갔잖아. 가서 훈련 잘 받고 우승컵 꼭 가져와. 우리 잉글랜드가 포트B라니. 월드컵에서 준우승까지 하고 그랬는데 랭킹이 말이 안 되잖아.”

레이는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알았어.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입소하기로 할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줘야 해.”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저녁이나 먹자.”

이른 저녁을 먹고 레이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아침 일찍부터 퍼레이드 준비와 행사를 한 후 영국으로 넘어온 피로 때문에 쓰러지고 말았다.

***

“하인스. 축하해.”

“이야 빅이어까지 들어 올라다니 정말 대단한데.”

“꼭 빅이어까지 가져가야 했어? 나쁜 놈.”

“근데 이런 이야기를 꼭 군대 끌려가는 버스 안에서 해야 해? 입소하자마자 짐도 못 풀고 SAS 훈련장으로 가야 하는 버스에 타야 하냐고.”

아침 일찍 랭커리지가 마련해 준 차를 타고 세인트조지파크로 이동한 인수. 인수는 세인트조지파크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레쉬포드 감독과 악수한 채로 버스로 이동했다. 자신의 방에 짐도 풀지 못하고 SAS 훈련소로 이동하는 인수. 버스 안에는 인수보다 먼저 합류한 대표팀 선수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났던 맨체스터 시티의 제이비와 포소가 있었다.

“너희는 극기훈련 열외라며 좋겠다.”

“너도 엊그제처럼 그런 결승전을 치러보든지.”

중간에 교체당한 제이비는 총 12.54km를 뛰었고 윙백자원인 포소도 후반까지 12km를 뛴 상태였다. 앞에 있는 인수는 후반에 교체될 때까지 13.43km를 뛰는 인간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 경기를 뛴 후 제대로 된 회복훈련도 받지 않고 대표팀에 합류한 세 사람이었다.

“나도 가고 싶었지. 4강에서 누구한테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말이야.”

조용히 눈을 감고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리버풀의 디아즈가 제이비의 말을 받았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탈락하긴 했지만 맨체스터 시티를 잡고 우승을 한 리버풀이었기에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냈던 디아즈였다. 리그가 끝나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기에 체력은 충분했다.

“자자. 그건 어차피 다 클럽 문제잖아. 지금은 대표팀 문제가 우선이니 그것만 생각하자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교관들만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지는구만.”

“그래. 풍경을 보아하니 이제 곧 훈련소야. 시작부터 된통 당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빨리 준비하자고.”

이제 대표팀만 꾸려지면 연례 행사처럼 벌어지는 극기훈련 캠프였다. 유스 시절부터 대표팀에 합류했던 선수들이 많았던지라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된 선수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이곳을 거쳐 간 경험이 있었다. 자유스러운 클럽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4박 5일 동안 강제적으로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 이골이 난 교관들이었다. 이곳의 교관들 또한 잉글랜드 대표팀의 팬들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웃으면서 선수들을 하나로 만드는데 이골이 나 있는 사람들이었다.

“벌써 도착한 거야? 와 내 짐 어디 있지?”

“다들 짐 챙겨서 내릴 준비해. 내리자마자 줄 서야 하는 거 알지?”

“숙소 들어갈 때까지는 좀 편하게 가자. 다들 미리 알려줬잖아.”

버스가 멈추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선 선수들은 바로 짐을 챙겨 교관 앞으로 달려가 열과 오를 맞췄다. 선수들의 입소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많은 언론이 몰려왔기에 교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선수들이 서는 모습을 지켜봤다.

“다들 놀러 왔어? 짐을 누가 삐뚤게 놓으라고 했어. 자신의 정면에 바로 놓는 거 몰라? 저기 보이는 전봇대 찍고 온다. 선착순 3명. 선착순 몇 명?”

“세 명입니다.”

“목소리는 좋아. 선착순 3명 달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언론들도 입소 사진을 모두 찍고 돌아가자 입가의 미소를 지운 교관은 바로 트집을 잡아 선수들을 굴리기 시작했다. 극기훈련이 전통이 되어가고 이미 입소를 경험했던 사람도 있었고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도 있었다. 점점 입소하는 선수들이 병사들의 모습을 닮아가자 교관들도 꼬투리를 잡는 것에 주력했다.

“이번에 입소하는 선수들이 가장 믿음직하다고 하지 않았어?”

“뭐 지난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맴버들도 있고 해서 믿을 만은 한데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많잖아.”

“그래서 우리가 있는 거지. 굴리면 원팀이 돼.”

“당연하지. 무조건 굴리면 되는 거야. 근데 하인스랑 제이비, 포소는 빠진다고 하던데.”

“엊그제 경기 끝났으니 회복훈련부터 해야지. 그날 경기 못 봤어? 그 다이빙 헤더? 진짜 멋지더구만.”

“하인스 오버헤드킥도 멋지지 않았어? 해트트릭 완성할 때도 그렇고.”

“저번 올림픽하고 월드컵 훈련할 때만 해도 완전 꼬맹이였는데 이제 함부로 말도 못 붙일 정도가 되어 버렸네.”

“야. 선수들 온다 표정 관리해.”

선착순을 시키고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교관들은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표정을 지웠다.

“하나.”

“둘.”

…….

들어온 순서대로 나열하는 선수들. 잉글래드 대표팀에서도 가장 빠른 에디가 가장 먼저 들어와 손을 들고 있었다.

“첫날이니만큼 선착순은 한 번으로 봐준다. 다들 조교들에게 안내를 받아 입소할 수 있도록. 오늘부터 4박 5일간 날 재미있고 착한 교관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왜 앞에 선 훈련생들 표정이 안 좋은데. 선착순 계속 시켜 줄까?”

“아닙니다.”

항상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진행되던 선착순이었다.

“밖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본 교관의 말이 법이고 진리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오늘은 첫날이니만큼 넘어가지만 다시는 본 교관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착하고 마음 약한 교관이 속으로 눈물 흘리지 않게 만들거라 믿는다. 그럼 해산.”

선수들은 교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교들의 뒤를 따라 배정된 방으로 이동했다. 훈련소라고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자주 쓰는 숙소였기에 협회에서 돈을 들여 만든 숙소였다. 평상시에는 영국 SAS팀이 훈련소에서 쓰는 숙소로 사용되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서는 대표팀 숙소로 사용되었다. 군용으로 사용되기에 세인트조지파크에 있는 시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 군시설보다는 좋은 환경이었다.

“자. 이제 4박 5일 동안 죽어봅시다. 니들만.”

“이 자식이. 넌 훈련 안 받는다고 빠지는 거냐. 주장놈이.”

“응. 나 회복 훈련해야 해.”

“죽여!!!!”

“야. 야 나만 빠지는 거 아냐. 저기 제이비하고 포소도 빠진다고.”

“제들은 알아서 아무 말 안 하고 있잖아. 하인스만 죽여!!!”

잉글랜드 대표팀은 4박 5일 동안 SAS 훈련소에서 극기훈련을 받으며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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