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77화 (177/200)

177화

1분 가까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브라프와 몸싸움을 하던 인수는 브라프의 어깨가 살짝 떨어지는 틈을 타 허리를 뒤로 젖히며 몸을 빙글 돌았다. 순식간에 위치가 바뀐 인수와 브라프. 인수는 브라프를 뒤로하고 맨체스터 시티의 진영으로 드리블했다.

“하인스. 뒤.”

순식간에 인수를 놓친 브라프. 인수가 드리블을 하는 순간 오른쪽 발 밖으로 공이 나가는 순간 태클을 시도했다. 백태클이긴 했지만 공을 보고 정확히 들어가는 태클이었다.

니실랴의 경고를 들은 인수는 발끝으로 살짝 공을 차올리고 바로 점프를 했다. 인수의 발밑을 쓸고 지나가는 브라프의 태클. 훌쩍 뛰어오른 인수는 브라프를 제치고 자신을 막아서는 판사스를 보았다.

“마린.”

인수가 브라프를 제칠 때부터 전방으로 침투할 기회만 엿보던 마린. 인수의 콜을 듣고 바로 빈공간을 찾아 들어가자 정확히 발밑으로 패스가 들어왔다. 전방에는 코프가 좌우에는 모라타와 소아레스가, 뒤에는 인수가 판사스를 제치고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들어오는 선수를 봐. 라인도 유지해야 할 거 아냐.”

스테포드는 브라프가 경쟁에서 지자 선수들의 라인을 점검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매서운 추격에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브라프였다. 이번 시즌에도 부상선수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팀의 구원자가 된 브라프였기에 필드에서 가장 신뢰가 가는 선수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했기에 인수와 직접 대결한 적은 없었지만 내심 인수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브라프의 장기인 1:1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중요한 상황에서 실수가 나왔다. 팀을 지탱하는 에이스라고 해도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었다. 그걸 동료 선수들이 티나지 않게 메워줘야 했다.

마린은 후방에서 들어오는 인수에게 공을 넘기고 전방으로 뛰었다. 코프와 모라타, 소아레스는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막혀 달리지 못했지만 마린이 달린다면 충분히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인수의 패스를 받을 타이밍이 충분했다.

인수도 마린의 패스에 담긴 의미를 읽었기에 공을 받자마자 판사스가 막기 전 바로 전방으로 깊게 찔러주었다. 인수의 패스를 읽고 뛰어나오는 스테포드. 그리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달린 마린의 경합. 마린이 달릴 때부터 스테포드는 스루패스를 경계하고 있었다. 스테포드가 앞으로 넘어지며 공을 감싸 쥐었고 마린은 그런 스테포드를 훌쩍 뛰어오르며 피했다.

“속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막아.”

스테포드가 공을 잡은 순간부터 바로 압박 수비로 돌아선 레알 마드리드. 스테포드는 던지기로 공격을 이어가려다 패스할 곳이 마땅치 않자 땅바닥에 공을 튕기며 멀리 퍼지라는 손짓을 했다.

다시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 서로 강한 압박을 가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 인수와 브라프의 1:1 대결이 다시 나오지는 않지만 미드필드에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남은 시간 어느 한 팀도 주도권을 가져가지 못하고 주심의 휘슬이 불렸다.

***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시티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전반 어떻게 보셨습니까?”

해설자는 캐스터의 질문이 끝났는데도 갈증이 나는지 물컵에 담긴 물을 한 번에 마시고 숨을 돌린 이후 차분하게 말을 했다.

“오늘 경기 전반을 몇 가지 장면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전반 초반 서로의 탐색전을 펼쳤죠. 어느 쪽이 약한지 어느 방면으로 공격을 해야 할지를 살펴보는 초반이었습니다. 그러다 전반 13분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상황에서 하인스의 단독 돌파에 이은 슛으로 선취점을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4분 후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가 안정되기 전에 하인스가 3명의 수비를 돌파하는 드리블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스루패스를 마린이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말았죠. 이 슛이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갔다면 경기의 양상이 달라졌겠죠. 그러나 골포스트 맞고 그대로 페널티지역으로 강하게 튕겨져 나왔습니다. 이 공을 오버헤드킥으로 골로 연결시킨 하인스였죠. 두 번째 골이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레알 마드리드로 넘어왔죠. 맨체스터 시티는 버티고 버티면서 기회를 엿봐야 했죠. 그러고 나서 레알 마드리드의 안일한 플레이가 나왔을 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제이비의 멋진 다이빙 헤더가 나오면서 경기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반 남은 시간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치열한 미드필드에서의 다툼이 있었죠. 특히 하인스와 브라프의 1:1 대결은 이번 경기 최고의 명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인스와 브라프의 1:1 대결. 실전 경기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장면이지만 상당히 오래도록 진행됐죠? 축구 중계를 오래 했었지만 이토록 오래 1:1 상황을 본 것은 처음이었던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축구에서 1:1은 거의 돌파나 아니면 대치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죠. 그러나 하인스와 브라프는 어깨를 맞대고 대결을 펼쳤죠. 가끔 이벤트 형식으로 이런 대결이 펼쳐지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 경기에서 보는 것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이동을 마쳤죠? 이제 15분가량 하프타임이 주어지는데 어떤 작전이 나올까요?”

“클럽 입장에서는 시즌 마지막 경기나 다름없습니다. 이 경기를 잡기 위해 벤치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예상되죠? 한 골. 후반에 추가점을 내는 팀이 이 경기를 가져갈 확률이 높은 만큼 어떻게든 한 골을 먼저 넣기 위한 작전이 나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전반에 선수들이 많이 뛰었거든요.”

“아 여기에 자료가 넘어왔습니다. 하인스가 8.1km, 마린이 7.6km, 브라프가 7.5km 등 양 팀 미드필더들이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었군요.”

“하인스가 8km가 넘는 거리를 뛰었습니까?”

해설자는 전반 상황을 보고 미드필더들이 많이 뛰었구나 생각을 했는데 정확한 수치를 보자 감탄이 흘러나왔다. 보통 한 경기에서 선수들이 11km 내외,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선수는 12km 내외를 뛰었다. 13km 넘게 뛰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어쩌다 한 경기에 보여주는 활동량이었다. 해설자는 침을 삼키고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후반 초반에 승부를 볼 생각일 겁니다. 양 팀의 주축 선수라고 하면 당연히 하인스와 브라프죠. 두 선수가 많이 뛴 만큼 후반의 교체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 선수들이 교체하기 전 분명 승부를 보려고 할 겁니다.”

“그렇군요. 전반에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두 팀의 선수들입니다. 2주간 휴식을 취했다고 해도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양 팀의 사령탑. 어떤 작전을 들고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희는 후반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레알 마드리드의 킥오프로 시작된 후반. 킥오프 시점부터 양 팀은 미드필드 진영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양 팀의 좌우 윙백까지 중앙선 근처까지 올라오며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귀찮은 자식들.”

“너희도 만만치 않거든.”

“다쳐도 몰라.”

“너희나 다치지 말지.”

양 팀의 선수들은 몸을 부딪칠 때마다 트래쉬 토크를 이어가며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서로 밀리지 않겠다는 듯 공을 뺏기면 다시 달려들어 뺏고, 다시 빼앗기고를 반복했다.

“감독님. 선수들이 너무 흥분했습니다.”

“알아. 나도 보고 있어.”

세도로프 감독은 경기장이 점점 과열되는 양상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후반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서로 농담처럼 웃으며 말을 했다면 이제 거의 대화도 없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주심이 적절하게 끊어준다면 좋겠지만 어느 한 편을 들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었기에 그대로 진행할 확률이 높았다.

“부상선수가 나오면 안 될 텐데.”

세도로프 감독의 말이 나옴과 동시에 후베이루가 발목을 감싸며 쓰러졌다. 맨체스터 시티의 라바와 공을 다투던 후베이루. 라바의 발에서 공을 빼내는 데 성공하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 순간이었다. 포소가 정확히 공을 노리며 태클을 했고 공만 차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공이 후베이루가 딛는 발 아래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잔디를 밟아야 할 발이 공을 밟았고 후베이루의 발목이 꺾였다. 다행히 공이 후베이루의 발에 밟히고 터치아웃이 됐기에 주심은 바로 의료진을 투입시켰다.

후베이루를 터치라인 밖으로 이동시킨 의료진은 세도로프 감독을 향해 엑스자 표시를 해보였다. 발목이 부러지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인대가 손상되었다. 자세한 건 병원으로 이동해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2주 이상 깁스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였다.

“제발 부상선수만은 나오지 않길 바랐는데.”

세도로프 감독은 두 눈을 찔끈 감고 뜬 후에 뒤를 돌아보았다. 전반 많은 활동량을 가진 선수들은 인수, 마린, 니실랴, 모라타였다. 후반전 30분이 지나면 이 선수들 중에 힘겨워하는 선수들을 바꿔주기 위해 교체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장 윙백 수비수가 필요한 순간.

“브왕가에게 준비를 시켰습니다.”

“얼마나 걸릴까?”

“적어도 3분.”

수비수들을 맡고 있는 코치가 세도로프 감독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제대로 몸을 풀기 위해서는 적어도 5분이 필요했지만 당장 출전해야 할 상황이었다. 골키퍼가 다친 것이 아니었기에 주심은 이미 맨체스터 시티에게 스로인을 지시한 상태였다.

“준비되겠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투입된 이후 부상으로 빠지면 안 되니 확실하게 체크해.”

세도로프 감독의 걱정은 그냥 걱정으로 끝났다. 후베이루가 없는 3분 동안 밀렸던 레알 마드리드는 브왕가의 투입 이후 분위기가 바꿨다. 대인마크가 장기인 브왕가. 이제 막 교체된 활동력을 바탕으로 라바를 물고 늘어지면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공격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라바의 존재감이 사라지자 한층 수비의 부담감이 줄어든 레알 마드리드. 자연스레 니실랴와 인수, 마린이 신경 써야 할 일도 줄어들었다. 물론 상대도 이 상황을 오래 지켜보지는 않겠지만 공격을 나갈 타이밍을 잡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하인스. 들어가.”

브라프와 판사스 사이에 정확히 로빙패스를 시도한 니실랴. 스피드가 빠른 인수를 믿고 수비수들과 과감하게 경쟁을 시켰다.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끝까지 달려 공을 잡은 인수. 그 스피드를 그대로 살려 판사스가 있는 정면을 비켜 왼쪽 페널티지역을 향해 드리블을 시도했다. 바로 판사스가 따라오긴 했지만 이미 스피드가 붙은 인수. 인수를 정면으로 막지 못한 판사스였다. 바로 에투가 인수의 앞을 막아섰지만 전반에 이미 옐로카드를 적립한 상태였다. 과감하게 돌파하는 인수를 어정쩡한 태도로 뚫린 에투.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태클을 시도했지만 이미 페널티지역을 앞두고 있던 인수가 중거리슛을 시도한 이후였다.

에투가 태클로 방해할 것을 생각하고 왼발로 몸을 지탱한 후 오른발로 정확히 때린 공. 스테포드 골키퍼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슈팅이었다. 빈 좌석이 보이지도 않은 관중석까지 일순간 조용히 만드는 인수의 슈팅. 맨체스터 시티의 골망에서 한참이나 돌 정도로 강한 스핀까지 먹은 공이 잔디 위로 떨어졌다.

삐익.

주심의 골 선언 이후 밀라노까지 원정을 온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했고 인수는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야. 니 혼자 세리머니 하지 말라고.”

“분위기 잡고 있어. 해트트릭했다고 자랑하는 거냐.”

“와 진짜 멋진 슈팅이었어요.”

후반 25분 미드필드에서 치열하게 공을 주고받은 양 팀은 인수의 해트트릭 골이 터지자 소강상태로 변했다. 아니 전반을 치열하게 뛰어다니고 후반 초반까지 기 싸움을 벌였던 선수들의 체력이 방전되다시피 했다. 후반 교체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후반 추가시간에 만회골을 터트리긴 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다.

2039-40시즌을 마무리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주심의 휘슬이 불리고 우승컵은 레알 마드리드의 차지였다.

경기가 끝난 이후 바로 진행된 시상식. 인수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에게 밀려 가장 가운데에 섰고 빅이어의 양 귀를 잡고 높이 들어 올렸다. 미리 준비된 꽃가루가 터지며 경기장에 모인 팬들의 박수가 이어졌고 인수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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