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71화 (171/200)

171화

인수의 골로 레알 마드리드가 1:0으로 앞서나갔지만, 발렌시아는 자신들의 공격 속도를 지켰다. 발렌시아의 보드진은 레알 마드리드전을 준비하며 지난 시즌부터의 경기를 철저히 분석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선제골을 넣었을 때 발렌시아의 수비가 1.5미터 정도 앞으로 나서서 공격을 지원했다. 넘어간 주도권을 적극적으로 뺏어오기 위한 전술. 약팀을 상대로는 이런 식으로 전개되어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며 승리한 경기가 많았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1.5미터 전방으로 나온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노렸다. 상대가 알고 노린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추가골이 나왔을 때 대부분이 그 뒷공간을 노려서 나온 골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외에도 공격이 강한 다른 팀과도 그런 모습이 자주 나왔다. 그렇기에 지난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부터 시험한 결과 1골을 내줬을 뿐 더 이상의 추가점을 실점하지 않았다. 발렌시아가 진 경기 대부분이 3점 이상의 실점을 했을 때인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다만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반격이 이루어지지 않아 1:0으로 패하지 않았지만 2차전에서도 효과는 확실했다. 결과적으로 맨체스터 시티에 졌지만, 반격까지 이루어내며 레알 마드리드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라인 맞춰.”

“옆 사람과 앞사람 간격에 신경 써.”

“패스 하나도 신중하게 해.”

발렌시아가 선취점을 허용했음에도 라인을 잡아가며 천천히 공을 돌렸다. 이런 발렌시아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세도르프 감독이었다.

“지난 시티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니 확실히 빈공간이 생기지 않아.”

“상대도 분석을 했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못 뚫을 상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에 대한 대비도 했잖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휴식 기간이라고 해서 휴식만 취했던 것은 아니었다. 세도로프 감독과 코치진이 생각한 세부 전술을 훈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선수들이 흘린 땀을 믿는 세도로프 감독이었다.

“하인스. 이쪽으로.”

“아직 체력은 충분하잖아. 오늘 뛰고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어.”

상대가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면 만들면 됐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고, 더 빠르게 뛰면 공간은 비게 되어 있었다. 인수가 오른쪽에서 뛰는 소아레스에게 공을 넘기고 왼쪽으로 뛰었다. 그 공간을 채우는 마린.

“하인스를 막아. 마린은 내가 볼게.”

안드레는 자신에게 소리치는 미치치의 목소리를 듣고 인수에게 따라붙었다. 한발 늦게 움직이긴 했지만 마린이 패스할 수 있는 길목을 교묘하게 막고 있는 위치. 마린은 인수에게 넘겨주려는 것을 포기하고 소아레스에게 공을 넘겼다. 터치라인을 따라 달리는 척하며 실레선을 속인 소아레스. 바로 중앙으로 높게 크로스를 올렸다. 페널티지역에 자리 잡은 코프의 머리를 보고 올렸지만 파울리스의 머리를 맞고 곤살레스가 캐치했다.

“다들 올라가.”

“돌아가.”

곤살레스가 크게 세 걸음을 걸은 후 힘껏 공을 찼다. 레알 마드리드가 밀고 올라왔다. 중앙선 근처에는 가르시아와 마르체나밖에 없었고 발렌시아는 죄메르트와 체리세프가 있었다. 죄메르트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정확한 헤더를 가지고 있었고 체리세프는 빠른 발과 정확한 슈팅을 가지고 있었다. 2:2의 상황이라면 해결해 줄 믿음직한 동료들이었다.

“뒤로 뛰어. 공격수들은 뒤에 따라오는 누네스에게 맡겨.”

산체스는 두 손을 모아 중앙선 근처에 있는 가르시아와 마르체나에게 소리쳤지만 경기장이 너무 시끄러웠다. 중앙선을 넘어 레알 마드리드 진영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 그 공을 향해 죄메르트와 마르체나가 높이 떴다. 마르체나가 죄메르트의 등에 몸을 붙이며 경쟁했지만 마르체나는 공에 머리를 맞추는 것에 성공했다.

“달려.”

죄메르트는 헤더를 레알 마드리드 진영 깊숙이 보내며 소리쳤다.

산스체는 공이 자신의 진영 한가운데 떨어지는 것을 보고 순간 골대를 비우고 나가는 것을 고민했다. 자신에게 더 가깝긴 했지만, 상대는 이미 최고 속력에 도달해있었다. 순간적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한 산체스는 가르시아를 보았다. 체리세프와 경쟁하며 달리는 가르시아. 이제 자신이 외치며 들릴 듯한 거리에 있었다.

“반칙은 하지 말고 골대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몸싸움을 걸어. 네 주특기잖아.”

가르시아가 반칙을 한다면 체리세프의 단독 찬스를 막는 행위였다. 주심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옐로카드, 최악의 경우 레드카드가 나올 수 있었다. 지난 35라운드에 가야의 레드카드로 우르르 무너졌던 경험이 있는 산체스는 달리는 가르시아에게 주의를 주었다.

산체스의 목소리를 들은 가르시아는 체리세프와 어깨를 밀어 넣으며 사이드로 몰아붙였다. 가르시아가 힘을 버티지 않고 빙글 돌아 가르시아의 중심을 무너뜨린 체리세프는 빠른 발을 이용해 공을 잡았고 슛각을 좁히기 위해 뛰어나오는 산체스보고 살짝 공을 띄웠다.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바운드 된 공이 두 번을 더 바운드 된 후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으로 들어갔다.

삐익.

곤살레스의 킥부터 마르체나의 헤더 그리고 체리세프의 한 번의 볼 터치까지 총 세 번의 터치만으로 동점 골을 만든 발렌시아. 체리세프는 골대 안에 있는 공을 한 번 더 걷어차 그물을 출렁거리게 만든 후 고함을 질렀다.

***

“전반 42분. 전반이 끝나기 전 발렌시아가 골을 기록하며 동점을 만듭니다.”

“곤살레스 골키퍼가 캐치한 공을 정확히 정면으로 차면서 기회가 생겼죠. 만능 스트라이커지만 스피드가 빠르지 못한 죄메르트가 마르체나와의 경쟁을 이겨내고 헤더를 떨궈줬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진영 한가운데 떨어지며 산체스 골키퍼가 나오기 어려운 공이 되었죠. 결과론이지만 산체스 골키퍼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 말씀 도중에 끊어 죄송한데 골을 넣은 체리세프와 가르시아 사이에 언쟁이 붙은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흥분하면 안 되는데요. 골이 들어간 후 체리세프가 골대 안에 있는 공을 걷어찼거든요. 기쁜 것은 알겠지만 상대방의 멘탈을 건드는 행위죠. 심판이 판정을 내리기 전에 양 선수가 시비가 붙은 것 같은데 이럴 때는 심판의 판정을 기다려야죠.”

“골대 안에서 공을 걷어차? 무슨 매너야?”

“매너? 너희가 언제부터 매너를 따졌다고 그래?”

“그래서 네가 잘했다는 거야?”

가르시아와 체리세프 간에 언쟁이 목소리가 높아지자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한 심판이 재빨리 뛰어와 양 선수 사이를 떼어놓았다.

“너희 경기에 필요 없는 말은 하지 마.”

“아니 골대 안에 있는 공을 찼는데 쓸데없는 행위로 경고를 줘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 세리머니를 하다가 그냥 공이 발에 걸린 거예요.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건 사람을 경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가 발에 걸려. 발에 걸린 게 뻥 소리가 나?”

“달리다가 발에 제대로 걸렸어.”

“둘 다 그만해. 한 번만 더 떠들면 구두가 아니라 카드를 줄 거야. 알아들었으면 다들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

주심은 가르시아와 체리세프를 말리고 직접 골대 안에 있는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향했다.

“주심이 직접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향하네요. 카드 없이 그냥 구두로만 경고를 한 것 같죠.”

“중계석에서 들리지는 않지만 두 선수 간의 다툼은 체리세프의 골 세리머니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결승전이다 보니 주심도 카드를 꺼내기 조심스러울 겁니다.”

“전광판의 시계는 멈췄고 대기심이 3분의 추가시간을 표시했습니다.”

“체리세프의 골 세리머니 이후 벌어진 언쟁 때문에 추가시간이 주어진 것 같군요. 전반전 양 팀 정말 깨끗하게 플레이하고 있었거든요.”

“코프. 센터서클에서 하인스에게 연결하며 경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1:1 동점 상황이기에 양 팀 모두 전반을 잘 마무리하고 하프타임을 가져야죠.”

“하인스. 이대로 경기를 마무리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 단독드리블로 죄메르트와 체리세프 사이를 뚫고 드리블해서 전진합니다. 하인스 뒤를 따라 코프, 마린, 모라타, 소아레스, 누네스까지 모두 중앙선을 넘어 발렌시아 진영으로 들어섭니다.”

“방금 4분 전 상황에서도 가르시아와 마르체나를 제외하고 발렌시아 진영 깊숙이 돌진하다 카운터를 맞았거든요. 조심해야죠.”

“하인스. 마린에게 패스를 주는 척하면서 코스타를 뚫어냅니다. 뒤에 체리세프가 따라붙고 있긴 하지만 하인스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을 달고 뛰는 건 정말 빠른 하인스거든요. 맨몸으로 뛸 때와 공을 달고 뛸 때의 차이가 거의 없는 하인스입니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흠잡을 수 없는 선수입니다.”

“하인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안드레까지 플립 플랩으로 제칩니다. 발렌시아는 하인스를 끊어야죠. 단독드리블을 30미터 넘게 허용하고 있어요.”

“좌우에 몰려오는 선수들도 봐야 하거든요. 코프와 마린이 하인스의 양쪽에 모라타와 소아레스가 하인스의 속도에 맞추어 사이드를 달리고 있거든요. 언제 어느 쪽으로 패스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하인스입니다.”

“하인스 오른쪽의 마린을 선택합니다. 안드레 뒤에서 태클로 패스를 끊어보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마린 패스를 받아 바로 전방으로 찔러줍니다. 마린의 스루패스가 절묘하게 수비와 골키퍼 사이로 흐릅니다. 그 공에 몸을 날린 하인스. 하인스의 발에 걸린 공이 그대로 발렌시아의 골문을 통과합니다. 전반 추가시간에 추가점을 올리는 레알 마드리드. 다시 2:1로 앞서나갑니다.”

“이번 골의 어시스트는 마린이 했지만 결국 하인스 혼자 만들어 낸 골이라고 봐야 합니다. 과감하게 중앙을 돌파한 하인스. 무려 네 선수를 단독드리블로 제친 후 최종수비수인 파울리스와 미치치를 마린과의 2:1 패스로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마린이 찔러준 스루패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하여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선수가 왜 이번 시즌 발롱도르 수상 후보인지 보여주는 골이었습니다. ”

“관례상 9월 말 후보 30명을 발표하겠지만 이미 수상자는 정해져 있지 않나 하는 관측이 많습니다. 지난 시즌 절반을 출전하지 않으면서도 발롱도르 10위에 선정된 바 있는 하인스입니다. 이번 시즌 첫 발롱도르 수상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습니다.”

“하인스의 짧은 세리머니가 끝나고 공이 다시 센터서클로 이동했습니다. 죄메르트가 체리세프에게 공을 보내자 주심이 휘슬을 붑니다. 전반 34분 하인스의 첫 골, 42분 발렌시아의 체리세프의 동점골, 다시 47분 하인스의 추가골로 2:1로 레알 마드리드가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서로 이렇다 할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거든요. 양 팀 모두 역습으로 골을 기록하고 마지막에는 하인스의 돌파로 한 골을 뽑아냅니다.”

“그러면 여기서 전반전 하이라이트를 보시고 저희는 후반에 돌아오겠습니다.”

캐스터는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헤드셋을 벗었다.

“역시 하인스라고 해야 하나?”

“그렇지. 이번 시즌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하인스야.”

“레알 마드리드의 첫 트레블이 나올까?”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결과는 하늘만 알겠지. 결승전다운 전반처럼 후반도 재미있는 경기가 되길 바라자고. 그래야 역대 최고 시청률을 찍지 않겠어?”

캐스터와 해설자는 이번 시즌 축구 중계 중 최고 시청자가 찍혔다는 것을 알려줬기에 방송쟁이답게 시청률을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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