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70화 (170/200)

170화

“드디어 코파 델 레이, 스페인 국왕컵의 승자를 결정하는 결승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5월의 마드리드는 아주 화창합니다. 이곳 AT마드리드의 홈구장인 메트로폴리타노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처럼 하얀색 유니폼이 가득합니다.”

“지난 시즌까지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은 3차례 연속 바르셀로나의 홈인 캄 노우에서 열렸죠. 이번 시즌부터 다음 시즌까지는 이곳 AT마드리드의 홈구장인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리게 됩니다. 이미 리그 우승을 한 레알 마드리드가 2년 연속 더블을 노리고 결승전에 임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 주장인 모라타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리그 우승과 코파 델 레이까지 우승했던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코파 델 레이와는 좋은 기억보다 악연이 많았던 팀이었죠?”

“그렇습니다. 2020년대에 역전시키긴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우승한 횟수보다 준우승 횟수가 더 많았습니다. 아직도 코파 델 레이 최다 준우승팀이죠. 그런 레알 마드리드가 2020년대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우승 횟수를 늘려가면서 지금은 바르셀로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래도 아직 34회 우승을 한 바르셀로나와는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지난 시즌 우승을 하며 25회의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죠.”

“반면 발렌시아도 9번의 우승을 하며 9의 벽을 깨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4강에 들지 못했을 때도 AT마드리드와 아틀랜틱 클루브에 밀려 우승을 하지 못했죠.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우승컵이 없는 발렌시아가 노릴 수 있는 유일한 우승컵이기도 합니다.”

“그런 발렌시아가 지난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과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골키퍼에 곤살레스. 중앙수비수에 파울리스와 미치치, 양쪽 윙백에 도미닉과 실레선, 수비형 미드필드에 안드레, 중앙 미드필드에 코스타, 도르, 코인레디. 최전방 투톱으로 죄메르트, 체리세프가 나섰죠.”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 가장 즐겨 사용했던 4-1-3-2의 전술입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적이 확정된 체리세프와 도르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합니다. 리그 경기는 아직 한 경기가 남긴 했지만 체리세프와 도르는 합류하지 않기로 했죠.”

“대신 체리세프는 유로 2040 체코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고 도르는 우루과이 대표팀에 합류해 코파 아메리카를 치르게 되죠. 레알 마드리드는 골키퍼에 산체스, 중앙수비수에 가르시아, 마르체나, 양쪽 윙백에 후베이루와 아랑게스, 수비형 미드필드에 누네스, 공격형 미드필드에 모라타, 하인스, 마린, 소아레스가 최전방에 코프가 뛰게 됩니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에 니실랴 대신 누네스를 기용했죠. 아무래도 단판 승부인 결승전이다 보니 수비를 강화한 측면이 있습니다. 대신 중앙에 하인스와 마린을 배치하며 돌파와 중거리슛을 모두 노리겠다는 인터뷰를 했죠.”

“지난 카디스전에서 오늘 출전하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교체라인업에 올라와 있는 선수들까지 모두 출전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 예상되는 라인업이었죠.”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이미 순위가 결정된 리그 경기에 힘을 쏟고 싶지 않다는 거죠. 5월 30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출전하기 위해 최종전에서도 제외될 확률이 높습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우승컵이 없는 발렌시아. 그리고 리그 우승을 넘어 더블, 그리고 5월 30일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트레블을 노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코인 토스로 발렌시아가 골대 선정을 했고 레알 마드리드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

“아 저 녀석 이적한다면서 왜 나오고 그래.”

“누구요?”

“죄메르트 녀석 말이야. 유로 조별에선 2차전에서도 만나야 하는데.”

“난 1차전에서 만나는데.”

코프가 죄메르트를 보며 열을 내자 인수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라리가 최다 득점은 이미 인수로 확정되었고 다음 자리를 놓고 코프와 죄메르트가 경쟁하고 있었다. 그런 죄메르트는 체코 대표팀의 스트라이커였고 코프는 우크라이나의 스트라이커였다. 유로 2040에 A조에 배치된 두 팀은 개최국인 덴마크와 잉글랜드와 만나게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도 만나야 되잖아. 확 다리를 부러뜨려버릴까?”

“그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못 나갈 텐데요. 떠나기 전에 우승하고 싶다면서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코프는 고향 팀인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디나모 키이우나로의 이적이 확정됐다. 우크라이나 축구 영웅인 세브첸코가 뛰었던 팀에서 20살에 데뷔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코프였다. 처음 코프를 주목했던 것은 전통 스트라이커를 좋아하는 세리에A였다.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코프는 2시즌 동안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레알 마드리드의 눈에 띄었다. 레알 마드리드에 이적해 6시즌 동안 부상으로 반 시즌을 날렸을 뿐, 스트라이커로서의 제 몫을 다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코프를 자유계약으로 놔주기로 한 레알 마드리드였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챔피언스리그 끝나고 말이야.”

“그 전에 네 발목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떠나는 너와 달리 이 녀석은 몇 년은 더 레알에서 활약해줘야 하니까 말이야.”

코프의 어깨에 팔을 올린 산체스.

“하하. 농담이지. 농담을 진담처럼 받으려고 해.”

코프는 산체스 뒤로 줄줄이 늘어서 있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보며 뒤로 물러섰다. 특히나 산체스 바로 뒤에 선 레알 마드리드의 광인 사라비아의 눈동자는 정말 무서웠다.

“슬슬 입장하자고. 빨리 끝내고 피파 해야지. 그제 쏜 피자를 받아내고 말 거니까.”

“오. 소아레스 네가 복수하겠다고? 그럼 받아줘야지.”

“소아레스가 도전하는 거야? 하인스 캐릭터를 잡고도 5:2로 진 네가?”

“피파는 나중에 승부 보기로 하고 들어가자고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피파 이야기로 마지막 남은 긴장감을 털어버리고 경기장으로 올라섰다. 사전 포토타임이 끝나고 모라타의 코인 토스로 레알 마드리드의 선공이 결정됐다.

“한 번에 밀어붙여.”

코프의 공을 받은 인수가 앞으로 치고 달리며 외쳤다.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는 전술. 휴식이 충분했기에 전후반 90분을 내내 밀어붙일 체력은 충분했다.

“막아. 끊으란 말이야.”

“아니 반칙은 하지 마. 위험지역이야.”

인수가 순식간에 코스타와 도르 라인을 뚫고 수비형 미드필드인 안드레가 있는 곳까지 달리자 미치치와 곤살레스가 동시에 외쳤다. 안드레가 앞길을 막고 동시에 파울리스가 달려들자 인수도 달리던 것을 멈추고 공을 왼쪽으로 보냈다. 인수의 뒤를 따르던 마린이 공이 받아 왼쪽을 열었다. 발렌시아의 오른쪽 윙백인 실레선과 모라타가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떨어진 공. 모라타가 쫓아가 봤지만 실레선이 어깨로 밀어붙이자 골라인을 넘어갔다.

볼보이에게 공을 받은 곤살레스. 골에어리어 모서리에 공을 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까이 있는 같은 팀 선수들 사이로 보이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주변에 공을 줄 곳을 찾지 못하고 하프라인에 있는 코스타를 노리고 공을 찼다.

“붙어.”

곤살레스가 찬 킥이 정확히 코스타 앞에 떨어지자 바로 마린이 따라붙었다. 중앙선 근처에서 잡았기에 무리하지 않고 코인레디에게 돌리고 전방으로 뛴 코스타. 그 옆을 마린이 쫓았다. 코인레디가 왼쪽 사이드로 이동해 터치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하자 그 앞으로 막아선 아랑게스. 아랑게스가 뺏으러 달려들면 제칠 수 있는 각이 보이겠지만 쉽지 않았기에 뒤에서 받쳐주는 도미닉에게 연결했다. 도미닉이 다시 코스타에게. 코스타가 바로 오른쪽 사이드에 있는 도르에게 연결해 레알 마드리드 수비의 공백을 만들었다. 자신의 앞을 후베이루가 막아서자 빠르게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낮지만 빠르게 중앙으로 넘어온 공. 산체스는 골대를 버리고 앞으로 뛰어나와 공을 두 손으로 캐치해냈다.

2분이 약간 지난 시간. 서로의 공방은 이 경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

“전반 30분 그 어느 팀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슈팅의 숫자도 4개로 똑같고 유효슈팅도 양 팀이 똑같이 2개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통 서로 공방을 주고받으며 어느 한 팀이 주도권을 가져오게 마련이지만 양 팀이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서로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발렌시아는 누네스가 서 있는 라인과 하인스와 마린이 서 있는 라인 중간을 끊임없이 노리고 있죠. 공수 전환이 빠르면서 중간이 계속 비어있습니다. 그곳을 노리고 공격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전방에서 빠른 패스로 찬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하인스와 마린의 연계플레이로 만들어낸 찬스에서 슛이 3개나 나왔죠.”

“가르시아. 코스타가 죄메르트에게 찔러준 공을 중간에 차단합니다. 가르시아가 끊은 공을 키핑한 마르체나 바로 모라타에게 연결합니다. 모라타 멈추지 않고 마린에게 넘기며 역습으로 이어갑니다. 공격수는 마린과 하인스, 코프. 수비수는 안드레, 파울리스, 미치치, 도미닉. 실레선은 오버래핑으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마린이 하인스에게 하인스가 다시 마린에게 공을 넘기며 안드레를 돌파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하인스와 마린의 2:1패스는 정말 명품입니다. 2선에서의 패스워크로 수비를 뚫어내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주는 두 사람입니다.”

“마린이 받은 공을 바로 하인스에게 패스. 하인스 공을 잡고 뒷발로 공을 돌려놓습니다. 미치치를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다가 다시 왼쪽으로 몸을 틀었습니다. 하인스가 좋아하는 몸의 중심을 이동시키면서 상대의 중심을 무너트리는 페인트. 미치치 역시 하인스를 잘 알기에 다음 자세를 준비……. 하인스. 그대로 왼쪽으로 공을 치고 달립니다. 미치치 한발 늦게 반응합니다만 하인스 바로 슛으로 이어갑니다.”

인수는 앞의 미치치가 자신의 왼쪽으로 틀었음에도 몸의 중심을 이동시키지 않자 한 번 더 왼쪽으로 치고 달렸다. 미치치의 반응이 느린 것을 보고 인수는 우측에 보이는 골대를 보았다. 골키퍼가 중앙에 서 있었지만,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있었다. 자신이 슛만 정확히 찬다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였다. 오른발과 왼발을 잠시 고민했지만 왼발로 잔디를 힘껏 밟았다. 오른발을 크게 휘둘러 왼쪽 골포스트 상단을 노리고 강한 찬 슛.

발렌시아의 골키퍼 곤살레스가 힘껏 왼쪽으로 뛰어올랐지만 손이 닿지 못했고 공은 왼쪽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오른쪽으로 튕겨 그물을 흔들었다.

삐익.

전반 35분 만에 터진 첫 골. 베르나베우가 아닌 AT마드리드의 홈인 메트로폴리타노였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많았기에 경기장이 떠나갈 듯 환호성이 울렸다.

자신에게 몰려드는 마린과 코프의 손길을 피하며 코너 깃대까지 뛰어간 인수. 하늘을 보며 고성을 질렀다. 금세 따라온 마린과 코프, 모라타, 소아레스에게 눌려 넘어졌지만, 주먹을 쥔 두 손은 끝까지 하늘을 향해 세웠다.

“전반 35분 하인스의 골로 1:0으로 앞서 나가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발렌시아는 바로 정비를 해야죠. 지난 시즌부터 레알 마드리드에게 연패를 당하다 35라운드에 5:5로 비겼지 않습니까? 그것도 11:10의 숫자상 우위에서 이루어진 결과였기에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이기는 법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이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좋을 테구요. 레알 마드리드는 하인스의 첫 골을 기세로 추가골을 노려야겠죠. 발렌시아를 상대로 많은 득점을 했던 경기가 많았던 만큼 그 기세를 이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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