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의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맨체스터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와 발렌시아의 2차전이 열렸다. 1차전에서 1:0의 스코어로 이긴 맨체스터 시티는 홈에서 확실한 승리를 원했고 발렌시아는 리그를 3위로 마쳤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결승에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임했다. 체력적으로는 확실히 발렌시아가 유리했고 기세는 맨체스터 시티가 유리했다. 그런 두 팀의 경기를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시우다드 훈련소에서 단체로 보고 있었다.
“팝콘 가져와야 하는 거 아냐?”
“팝콘보다는 치킨이지. 한국에서 먹은 치킨 없어?”
“여기서 어떻게 치킨을 찾아. 그냥 켄터키 할아버지 치킨밖에 없잖아.”
“축구는 치킨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봐야 하는데.”
“맥주 마시다가 감독님한테 걸리면 벌금이야. 시즌 끝까지 금주하기로 했잖아.”
“맥주가 무슨 술이야. 음료수지.”
스페인에서도 많이 생산하는 와인. 그런 와인이 유명하지 않은 것은 스페인 사람들이 다 마셔 수출할 물량이 없어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스페인인들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에도 스페인인들이 많은 만큼 시즌 중에도 취하지 않을 정도로 음주를 즐기는 선수들이 많았다. 세도로프 감독은 지난주 시우다드 훈련소에서 합숙하며 금주를 지시했다. 만약 술을 마시다 걸리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선언한 만큼 훈련소 내에서는 맥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용히 하고 간식 가져왔으니 먹으면서 보자고.”
선수들이 모두 TV 앞에 모여있을 때 인수는 식당에 부탁해 간단한 요리를 해왔다. 샐러드류와 고기가 전부였기에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미 사라졌다.
“저기서 공을 돌렸어야지. 코스타의 가장 큰 단점이 나와버렸네.”
시즌 전 발렌시아의 중앙 미드필드로 영입된 코스타는 좋은 패스와 스피드를 가졌지만, 시야가 좁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지금도 우측에 파고드는 안드레가 있었음에도 무리해서 돌파하다 반칙을 당했다.
“그래도 반칙은 얻었잖아요. 돌파가 좋아서 돌파도 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상대가 판사스였잖아. 판사스를 상대로 반칙을 얻어냈으면 잘한 거지.”
“그래도 안드레에게 패스했으면 더 좋은 찬스가 났을 텐데요. 그래도 확실히 코스타의 돌파는 조심해야겠어요.”
이번 시즌 발렌시아와의 경기에서 코스타의 돌파를 막지 못해 실점한 경기도 있었던 만큼 니실랴와 누네스는 코스타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확실히 판사스의 대인수비가 좋네요.”
“원래 좋았어. 내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때도 수비 하나만은 정상급이었으니까. 거기에 준수한 킥력까지 있어서 좋은 선수였지.”
마린의 혼잣말에 인수가 덧붙였다. 소튼에서 마지막으로 뛰던 37-38시즌 맨시티에서는 7천만 파운드에 판사스를 영입했다. 첫 시즌에는 인수에게 번번이 뚫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난 시즌 최강의 수비수로 거듭났다. 거기에 중거리슛으로만 7골을 뽑아내며 후방에서 무서운 선수 중 하나로 맨시티 수비의 핵으로 떠올랐다.
“와 저기서 공을 돌리네. 방금 라리오스가 노마크 아니었어? 하인스 너 같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
“아마 바로 찌르거나 우측으로 뺐겠죠. 아니면 거기서 좌측으로 한 번 더 틀어서 중거리슛을 때리거나요.”
“거기서 좌측으로 틀어져?”
“미치치가 우측으로 몸이 쏠려있었잖아요. 좌측으로 한 번만 쳤어도 완전히 노마크였을걸요. 그럼 골라인이 나오니까 중거리슛을 때릴 만하죠.”
“마린 넌 어떤데?”
“좌측으로 제칠 만하긴 했죠. 그래도 볼컨트롤이 섬세하지 않으면 슈팅 찬스까지는 나오지 않을껄요. 하인스니까 가능한 플레이예요.”
“그나저나 맨시티가 무섭긴 하네. 전반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2:0이라니.”
“발렌시아가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선수단에 충분히 휴식을 주었는데 일방적으로 몰리네요.”
전반 15분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윙포워드인 제이비가 오른쪽을 돌파하며 발렌시아의 수비를 흔들었다. 제이비가 올린 낮은 크로스를 브라프가 받아 라리오스에게 찔러준 공이 수비수인 코헤이아의 팔에 맞았다. 팔이 몸에서 떨어져 있긴 했지만, 고의가 아니었기에 인플레이를 선언할 수도 있었지만 주심은 바로 페널티킥을 지시했다. 코헤이아와 골키퍼인 곤살레스가 항의해보았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번복하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의 라리오스가 침착하게 페널티 킥에 성공했고 바로 3분 후 아직 발렌시아의 수비가 수습되지 않았을 때 브라프가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그래도 여기서 무너질 팀은 아니잖아. 저번 우리와 할 때도 그렇고.”
“하긴 분위기를 타면 무서운 팀이 발렌시아니까요.”
전반 40분이 넘어가고 있지만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던 발렌시아였으나 코스타가 다시 한번 판사스의 반칙을 얻어냈다. 전반 초반보다 가까운 골대 정면 24미터 거리에서 얻어낸 반칙. 코스타와 안드레, 코인레디까지 누가 차도 바로 골을 노릴 수 있는 지점이었다.
“난 코스타가 왼쪽 골 포스트를 노린다에 한 표.”
“난 코인레디가 낮게 깔아 찬다에 한 표.”
“그럼 난 안드레의 왼발에 한 표.”
“그럼 진 쪽이 이긴 쪽에게 합숙이 끝나고 풀코스 대접하는 거야. 알았지.”
“좋아. 다들 와서 걸라고.”
산체스가 먼저 프리키커에 대한 내기를 시작하자 너도나도 모두 내기에 동참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내기를 진행하고 있을 때 발렌시아는 공 주위에 코스타와 코인레디, 안드레가 섰다.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먼저 뛴 코인레디가 공을 지나치고 뒤를 이어 안드레가 왼발로 강하게 공을 찼다. 수비벽을 살짝 넘어 오른쪽 골포스트 쪽으로 날아간 공.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 스테포드가 힘껏 뛰어올랐지만, 손에 닿지 못하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앗싸. 코스타랑 코인레디에게 건 루저들. 풀코스 기대할게.”
“그런데 확실히 프리킥이 무섭긴 하네.”
“정교한 프리키커가 세 명이나 있으니 정면에서 프리킥을 내주는 것은 위험해. 저번에 비겼을 때도 프리킥으로만 2골을 내줬잖아.”
“확실히 그건 주의해야겠어.”
“전반 종료 전에 한 골을 만회했으니 더 재미있어지겠네. 후반은 어떨 거 같아?”
“시티의 수비를 발렌시아가 뚫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 아닐까? 판사스의 체력이 떨어진 것이 보이는데. 체력이 충분했다면 반칙으로 끊지 않았을 테니까.”
“그건 그렇지만 맨시티도 무섭긴 하네. 브라프, 제이비, 라바에 라리오스까지. 각국 에이스를 모두 끌어다 모아놨잖아.”
“뭐 그렇게 따지면 잉글랜드의 에이스인 하인스도 여기 있고 스페인의 에이스인 내가 있고, 우크라이나 골잡이 코프가 있는 우리는 뭔데.”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터키, 그리스의 국가대표들이 맨시티의 공격진에서 뛰고 있었다. 수비진 역시 각국의 국가대표였고 골키퍼인 스테포드는 스웨덴의 부동의 수문장이었다. 챔피언스리그뿐만 아니라 유로에서도 상대해야 하는 선수들이었기에 인수는 더욱 집중해서 분석했다.
후반전이 시작하고 휴게실에 모인 선수들의 예상대로 맨시티는 수비적으로 나왔다. 판사스가 계속해서 뚫렸기에 맨시티는 윙포워드인 라바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드인 보로즈스를 투입했다. 판사스보다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중앙을 수비하기에는 최적의 선수. 발렌시아는 맨시티가 철저하게 수비적으로 나오니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확실히 발렌시아는 뚫고 나가는 힘은 부족한 거 같아.”
“그래도 받아치는 힘은 좋잖아. 역습 타이밍도 좋고. 죄메르트가 센터포워드에서 버텨주니 타켓플레이도 무섭잖아.”
“그렇게 따지면 발렌시아도 절대 떨어지는 전력은 아닌 거 같은데 후반에 공격이 안 풀리네요.”
“야. 발렌시아도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2년 연속 올라간 팀이야. 절대 약한 팀이 아니지. 다만 이번 시즌 우리가 너무 강했던 거지.”
선수들은 모라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치러야 할 상대였지만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오늘 경기만 보면 맨시티가 올라온다고 해도 무섭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보로즈스가 뚫렸는데요. 판사스의 움직임이 좋은 것도 아니고요.”
맨체스터 시티는 계속 수비진의 실수로 슛 찬스를 내줬다.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아웃이 되었기에 동점을 내주지는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래. 리버풀도 그랬잖아.”
“그래. 맨시티는 리그 최종전이 끝나고 보름 가까이 휴식기가 있으니 체력을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지.”
리그 일정상 라리가보다 4일 먼저 끝나는 프리미어리그는 5월 30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2주나 되는 휴식기가 주어졌다. 반면 5월 19일에 최종전이 끝나는 라리가는 10일 정도의 휴식이 주어졌다. 2주면 시즌 중 소모했던 체력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기 충분한 기간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발렌시아가 올라오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이미 글렀나.”
소아레스가 어느 팀이 올라오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발렌시아의 공격을 맨체스터 시티의 윙백 포사가 끊었다. 포사가 바로 중앙의 브라프에게 연결하며 진행되는 맨체스터 시티의 속공. 윙포워드 제이비와 스트라이커인 라리오스가 달리기 시작하자 발렌시아의 수비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동점을 만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던 발렌시아였던지라 공격 숫자 3, 수비 숫자 2의 위기 상황. 브라프는 깊숙이 파고드는 제이비에게 연결했고 제이비는 자신에게 따라붙은 수비를 제치고 뒤에서 달려드는 라리오스에게 백패스했다. 골키퍼인 곤살레스와 1:1 상황. 라리오스는 침착하게 골키퍼를 제친 후 아무도 없는 골대를 향해 가볍게 밀어 추가점을 올렸다.
후반 38분. 라리오스의 추가점으로 3:1로 벌어진 스코어. 추가시간까지 10여 분이 남았기에 발렌시아도 끝까지 골을 노렸다.
코스타가 다시 한번 판사스를 제치자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가 코스타를 막기 위해 앞으로 튀어나왔다. 순간 자유의 몸이 된 죄메르트. 코스타가 수비가 붙은 것을 보고 찍어 차 공을 띄우자 죄메르트가 노마크 찬스에서 헤더로 공을 찍었다.
스테포드가 몸을 날려봤지만 땅과 겨드랑이 사이로 통과한 공. 후반 45분 발렌시아는 추격하는 골을 터트렸다. 3:2의 상황. 공을 넣은 죄메르트는 세리머니 없이 골대 안에 있는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뛰었다.
이미 전광판의 시계는 멈췄고 대기심이 추가시간으로 4분을 부여한 이상, 한 골을 더 뽑아내야 했다. 반대로 맨체스터 시티는 4분을 버티면 결승에 진출했다. 라리오스의 패스를 받은 브라프는 후방에 있는 포소에게 공을 돌렸다. 발렌시아 선수들이 골키퍼를 제외하고 중앙선을 넘어와 압박했지만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데 성공한 맨체스터 시티.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을 때 3:2로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가 결정되었고, 최종 스코어 4:2로 맨체스터 시티가 레알 마드리드의 상대로 결정되었다.
***
“다들 상대편 분석 확실히 했지. 다음 주에 있을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만날 발렌시아다. 다들 확실히 훈련하도록.”
이미 순위가 결정된 리그 경기에 1군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레알 마드리드. 일주일 후 있을 코파 델 레이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