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68화 (168/200)

168화

“이제 상대는 완전히 내려앉을 텐데요. 나와봐야 샬리 정도 아니겠습니까?”

하프타임 레알 마드리드 코치진들의 의견은 리버풀이 수비적으로 나설 것이라 예상했다. 지면 끝인 토너먼트 승부인 챔피언스리그. 긴 호흡으로 차곡차곡 승점을 쌓는 리그 경기가 아닌 토너먼트에서는 보통 수비가 강한 팀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과연 제라드 감독의 리버풀이 그럴까?”

“리버풀의 현재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이 경기가 끝나면 바로 사우스햄튼과 리그 경기가 있습니다. 리그 경기도 중요한 리버풀인데 한 점을 주지 않는 전술을 펼칠 거라 생각되는데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5분의 하프타임이기에 세도로프 감독과 코치들은 선수들 앞에서 후반 전술을 논의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선수들의 의견을 듣는 편인 세도로프 감독이었기에 새삼스럽지 않았다.

“전반 후반에 상대 선수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프타임에 체력을 보충한다고 해도 전반 초반과 같은 모습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도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더 객관적이고 정확했지만 직접 뛰는 선수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세도로프 감독은 잠시 고민하더니 시선을 인수에게 향했다.

“확실히 체력이 떨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습할 수 있는 체력은 충분할 테니 그것만 주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세도로프 감독은 인수까지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다 밀고 들어가. 역습에 주의하면서 몰아붙여.”

“네. 알겠습니다.”

세도로프 감독의 최종결정이 끝나자 선수들은 목소리를 높여 대답한 후 후반전을 위해 필드로 나섰다.

***

레알 마드리드의 선공으로 시작된 후반. 센터서클에서 코프의 공을 받은 인수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샬레를 피해 공을 뒤로 돌렸다. 후반 최대한 걸어 잠글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시작과 동시에 압박하는 리버풀.

“됐어.”

당황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제라드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딱 5분이야. 5분 후에는 다들 물러서라고 해.”

하프타임 선수들에게 최대한 체력을 회복하라 지시한 제라드 감독은 나가는 선수들에게 5분을 강조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리버풀이 체력을 아끼리라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초반 강한 압박을 한다면 후반 시작 5분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전반 시작과 끝 그리고 후반 시작과 끝 축구에서 가장 골이 많이 나는 시간대였다. 그중에서도 후반이 시작하고 나서 5분, 그리고 후반 40분 이후가 가장 위험한 시간이었다. 제라드 감독은 초반 5분, 강한 압박을 통해 그 시간을 벗어나려고 했다.

“침착하게 뒤로 물러서. 자꾸 공간을 내주지 말란 말이야. 빨리 메꿔.”

리버풀의 강한 압박에 산체스까지 흘러간 공을 클리어하면서 공격권은 리버풀로 넘어갔다. 전진기어를 넣었다가 급격히 후진기어로 바꾸느라 어수선한 선수들의 위치를 세도로프 감독이 소리높여 지적했다.

“잠시만 버텨. 언제까지 밀고 나올 수는 없어.”

인수도 목소리를 높이며 리버풀 선수들의 위치를 살폈다. 최후방 수비수인 베릿과 빌리까지 센터서클 부근에서 대기했고 골키퍼인 케인까지 페널티 지역을 벗어나 있었다. 후반이 시작하고 4분 리버풀은 압박하면서도 급할 것이 없다는 듯 공을 여유롭게 돌렸다.

토레가 앞에 막아선 후베이루를 뚫지 못하고 공을 토마스에게 돌리자 니실랴가 바로 따라붙었다. 달려드는 니실랴를 피해 베릿에게 패스한 공을 인수가 중간에서 끊어냈다.

인수가 공을 끊자 깜짝 놀란 리버풀 선수들이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가기 전 인수는 리버풀 골대를 향해 강하게 찼다. 정확히 골대를 노리고 찬 공이 빠르게 날아갔다.

페널티 지역 밖까지 나와 공격을 서포트하고 있었기에 케인이 급하게 공을 보며 골대로 뛰었다. 인수가 찬 공이 케인의 머리를 넘어가려고 할 때 케인은 힘껏 뛰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에 정확한 타이밍을 재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주먹에 맞추는 데 성공한 케인. 케인의 펀칭에 튕긴 공은 골포스트를 때리고 페널티 지역에 떨어졌다.

“걷어내. 빨리.”

인수가 공을 찼을 때 뒤로 뛰기 시작한 빌리와 베릿. 그리고 그 뒤에는 뒤쫓아오는 마린과 코프가 있었다. 골포스트를 맞고 튄 공에 먼저 도착한 것은 리버풀의 최종수비수 빌리. 뒤에서 들리는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공을 터치라인 밖으로 차내는 것에 성공했다.

“휴.”

제라드는 터치라인을 넘어가는 공을 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인수가 찬 공이 골이 되었다면 리버풀로서는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감독님, 4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뒤로 물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지. 뒤로 물리라고 해.”

이제 후반이 끝날 때까지 버틸 뿐이었다. 샬리가 있으니 역습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샬리라고 해서 체력이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경기가 끝나면 바로 있을 소튼과의 경기 그리고 일주일 후 시즌 최종전까지 생각하면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제라드의 지시를 받은 코치들이 선수들의 위치를 지정할 때 후베이루가 스로인으로 니실랴에게 공을 넘겼다. 니실랴는 수비를 피해 공을 뒤로 돌리며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

“레알 마드리드. 후반에도 일방적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있지만 쉽사리 찬스를 내주지 않는 리버풀입니다.”

“후반 4분 하인스의 슛이 막힌 이후 수비로 돌아선 리버풀이었죠. 후반 34분이 지난 시점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1:0의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든 점수를 내기 위해 공격을 전개해야 하는데 슈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철저하게 공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런 레알 마드리드의 모습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리버풀의 제라드 감독. 선수들의 체력 때문에 이미 3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거든요. 물론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있기에 단행한 교체이긴 하지만 아직 15분이 넘게 남아있어요. 레알 마드리드는 리버풀 선수들의 체력을 갉아먹으면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겁니다. 전방에서 후방으로 좌에서 우로.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고 있거든요. 리버풀이 텐백으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공격코스를 막기 위해서는 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말씀하신 대로 후반 초반에는 샬리의 날카로운 역습도 있었거든요. 후반 23분 역습이 무위로 돌아간 이후 샬리까지 수비로 돌아섰죠.”

“제라드 감독은 지금이라도 휘슬이 불리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죠. 리버풀 선수들이 뛰는 모습이 줄어들고 있거든요.”

“모라타가 좌측 사이드를 뚫고 들어갑니다. 토마스 태클로 공을 걷어냅니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는 토마스입니다. 여기서 세도로프 감독 교체 카드를 쓰는군요. 후베이루와 아랑게스를 빼고 가야와 웨아를 투입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죠. 가야와 웨아를 투입하여 모라타와 소아레스의 후방을 서포트하면서도 사이드를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러면 리버풀도 사이드 수비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가야와 웨아가 터치라인을 따라 돌파하고 모라타와 소아레스가 그 안쪽에서 움직인다면 빈 공간이 생기거든요. 그 공간을 막을 선수들을 배치해야 합니다. 그럼 중앙에서 하인스와 마린에게 더욱 기회가 생기겠죠. 그것을 노리고 세도로프 감독이 교체카드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럼 리버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후반 슈팅 숫자만 보더라도 10:2로 레알 마드리드의 일방적인 공세거든요. 케인의 슈퍼세이브와 수비들이 몸을 던져가면서 막아내고 있었는데요.”

“솔직히 제라드 감독도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선수들의 체력이 문제거든요. 주심의 경기 종료의 휘슬을 불기 전까지 레알 마드리드가 득점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교체되어 들어온 가야가 스로인으로 모라타에게 연결합니다. 모라타 다시 공을 가야에게. 가야가 공을 잡고 후방에 있는 가르시아에게 돌립니다.”

***

인수는 니실랴의 패스를 받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야와 웨아가 들어오면서 중앙에 빈 공간이 생겼다. 그 공간을 막는 디아즈의 체력도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마린.”

인수는 자신에게 디아즈가 붙는 것을 보고 바로 마린에게 패스하고 오른쪽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들었다. 마린이 잡은 공을 바로 인수에게 패스했고 인수는 그대로 공을 끌고 골라인까지 파고들었다. 인수는 자신을 따라붙는 빌리를 보고 발뒤꿈치로 코너로 패스했다. 인수가 파고드는 타이밍에 맞추어 코너까지 파고든 소아레스. 바로 인수의 패스를 받고 중앙으로 낮게 크로스를 올렸다.

“파고드는 사람을 봐.”

소아레스의 낮은 크로스를 보며 수비라인을 잡았지만 뒤에서 파고드는 마린을 놓쳤다. 소아레스의 크로스를 바로 슛으로 이어간 마린. 케인은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마린의 슛을 막았지만, 정확히 캐치하지 못하고 공이 데굴데굴 굴렀다.

“내 거야.”

리바운드 된 공에 몸을 날린 코프. 코프가 골대로 공을 밀어 넣었지만 그 공은 새로 교체되어 들어온 러쉬의 발에 막혔다. 러쉬도 걷어내지 못하고 막는 데 그쳤기에 공은 다시 페널티 지역에서 기회를 옅보고 있던 인수의 발 앞에 떨어졌다.

쾅.

인수가 노마크 찬스에서 맘먹고 때린 공이 리버풀 수비들이 몸을 던질 틈도 없이 골망을 갈랐다.

후반 37분 인수의 골로 드디어 동점을 만든 레알 마드리드. 이제 급해지는 것은 리버풀이었다. 총 스코어는 2:2로 동점이었지만 리버풀이 한 골을 더 넣는다면 원정골 우선에 따라 유리해지는 것은 리버풀이었다.

“앞으로 나가.”

제라드 감독은 인수의 세리머니를 보지도 않은 채 선수들에게 소리 질렀다. 지난 시즌에 이어 2연패를 노리던 리버풀이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의지였지만 역시나 문제는 선수들의 체력이었다.

이미 시즌 우승을 확정하고 선수들에게 휴식을 준 세도로프 감독과 아직 순위경쟁 중인 리버풀의 제라드 감독. 그 차이가 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했다.

리버풀 선수들이 끝까지 승리를 위해 전진했지만 여유롭게 막아 낸 레알 마드리드는 인수가 골을 넣고 4분 후 코프의 골까지 터졌다. 모라타가 상대의 공격을 끊어낸 후 이어진 역습에서 인수가 코프에게 패스한 공을 골로 만들어 낸 코프였다. 이번 시즌 팀 최다득점을 인수에게 내주었지만 정확한 마무리로 골을 기록한 코프. 전광판의 시계가 멈춘 45분 레알 마드리드는 인수의 추가 득점으로 승리의 방점을 찍었다.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의 경기 3:1로 승리하며 최종 스코어 4:2로 결승전에 진출한 레알 마드리드.

언론은 무패우승을 포기하고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집중한 세도로프 감독의 전략적 승리라고 표현했다. 내일 있을 발렌시아와 맨체스터시티의 2차전에서 결정될 상대편을 기다리며 다음 주 발렌시아와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준비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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