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62화 (162/200)

162화

산체스는 올리베와 충돌이 있었지만 잡은 공을 가슴에 품고 버텼다. 산체스가 공을 품었지만 올리베와의 충돌로 인해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산체스의 머리를 본 주심은 바로 경기를 중단시키고 의료진을 불렀다. 필드플레이어의 부상 시 위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필드 밖에서 치료를 해야 했지만 골키퍼에 한해서는 필드 내에서 부상 치료가 가능했다.

“좀 어때?”

의료진이 산체스를 살펴보는 동안 선수들의 암묵적인 동의로 산체스의 상태를 보고 온 가르시아에게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모였다.

“지혈하고 붕대 감으면 되는 정도래. 뇌진탕 증세도 없고.”

“다행이긴 한데. 저놈 알고 부딪힌 거 같지 않아?”

“혼전상황이었잖아. 일부러 부딪힌 거 같지는 않아. 그런데 세트피스가 상당히 날카로운데.”

“세트피스를 많이 연습한 티가 나. 이번 상황뿐만 아니라 코너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겠는데.”

“최대한 반칙을 자제하자고. 누네스 너도 중간 아래서는 반칙을 자제해. 가능하잖아.”

“알았어요. 그런데 패스가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텐데.”

“그거야 후방에서 슛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서 막아볼게. 우선 전반에는 최대한 세트피스 상황을 내주지 않는 수비를 해보자고.”

가르시아는 수비진들과 벤피카의 세트피스 상황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골키퍼가 부상으로 이탈해 있었기에 시간은 충분했고 완전한 대책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세트피스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는 수비 전술은 충분히 나눌 수 있었다.

“잘하고 있어. 그대로만 해.”

세도로프 감독은 산체스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본 후 손짓으로 인수와 마린을 불렀다. 산체스가 부상으로 인해 교체되어야 했다면 벤치도 바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간단한 작전 지시를 내릴 시간은 충분했다.

“지금처럼 좌우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두 사람 모두 적극적으로 1:1을 해. 찬스가 보이면 바로 슈팅을 때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 어설프게 공격권을 상대에게 넘기지 말란 말이야. 알겠지.”

“네. 마린. 서로 크로스 자주 하자고.”

“아이마르는 어때요? 뚫을 만해요?”

“응. 뚫지 못하더라도 공간만 확실히 벌려준다면 패스할 타이밍은 나와.”

“알았어요.”

“좋아. 자신감 가지고 1:1을 해. 그리고 양쪽 사이드에게 중앙 공간을 확실히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하고. 알았지.”

세도로프 감독은 인수와 마린을 떠나보내고 산체스를 치료하고 돌아오는 의료진을 잡았다.

“어때?”

“급한 대로 지혈은 다 했는데 하프타임에 다시 한번 손봐야 할 거 같습니다.”

“뇌진탕 징후는 없는 거 확실하지?”

“인지능력이나 거리 감각은 이상 없습니다. 다만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니 경기가 끝난 이후에 확실히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선수의 충돌 시 외상도 외상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뇌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가 더 파악하기 힘들었다. 실제로 충돌 이후 인지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간기능을 잃어 실수를 범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체는?”

“계속 주시하겠지만 교체까지는 필요 없을 듯 보입니다.”

세도로프 감독이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산체스의 치료를 점검한 주심은 경기를 진행시켰다.

***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듯싶습니다. 산체스 골키퍼 일어나서 스로잉으로 공을 던져줍니다.”

“골키퍼에 대한 안전을 위해 많은 대책이 세워졌지만 경기 중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특히 손을 사용하는 골키퍼의 경우 점프나 다이빙을 하며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지금처럼 필드플레이어들에게 차일수도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주심이 잘 대응했어요. 두 선수의 충돌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경기를 중단시키고 치료를 시켰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골키퍼도 그렇지만 다른 선수들도 부상에 조심해야겠죠.”

캐스터와 해설자가 산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벤피카 선수들을 끌어내기 위해 후방에서 공을 돌렸다. 전반 초반 코스타와 콜로는 물론이고 공격형 미드필드인 고메스, 마티치, 로드리게스까지 모두 올라왔었지만 이제는 전방 투톱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프라인 근처에서도 더 이상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었다.

“벤피카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은 아니죠?”

“그렇습니다. 초반에 고메스와 양쪽 윙까지 모두 압박을 하다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줬거든요. 산체스가 치료하는 동안 구트 감독이 미드필드진을 불러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었거든요. 아마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주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 같습니다.”

“하인스가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와 공을 받습니다. 하인스가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오자 고메스가 하인스를 마크하는군요.”

“대인 마크가 좋은 아이마르 선수도 하인스를 막기 버거워했거든요. 1차적으로 패스의 길목을 막아서는 역할을 하며 공격 흐름을 끊겠다는 생각 같아 보입니다.”

“하인스가 공을 몰고 서서히 벤피카의 진영으로 넘어갑니다. 고메스도 하인스의 움직임에 따라 달려들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막아섭니다.”

“하인스가 천천히 공을 몰고 있지만 갑자기 치고 달릴 수 있거든요. 벤피카도 고메스에게 맡겨두지 말고 다른 선수가 협력해서 하인스를 막아야 합니다. 공을 달고 달리는 속도도 빠른 하인스거든요.”

“말씀하시는 순간 바로 달리기 시작하는 하인스입니다. 고메스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바로 전방에 있는 마린에게 패스. 마린이 바로 하인스에게 패스를 합니다. 하인스, 마린이 패스한 공을 받자 마자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가야에게 패스. 가야 역시 바로 앞에 있는 파라데스에게 공을 넘기고 사이드를 침투합니다. 침투하는 가야를 펠릭스가 막아섭니다. 가야에게 패스를 넘기지 못한 파라데스 후방에 있는 누네스에 길게 연결합니다.”

단 4번의 패스로 오른쪽 사이드를 뚫릴 뻔한 벤피카였다. 다행히 펠릭스가 제때 가야를 막아 세워 뚫리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사이드가 뚫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했다.

“파라데스가 가야에게 공을 넘기지 않고 뒤로 뺀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죠. 섣불리 중앙으로 공을 넘기려다 차단당했으면 역습의 기회를 줄 수도 있었거든요.”

“세도로프 감독이 파라데스를 선발로 기용한 이유가 있죠. 소아레스가 득점력이 있긴 하지만 경기를 보는 시야가 좁다는 평를 많이 받지 않습니까? 중앙에 하인스와 마린이 있기에 그 단점이 상쇄되는 느낌이 있지만 양쪽 윙백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시야가 넓은 파라데스가 대안이 될 수 있는 거죠.”

“파라데스의 롱패스를 받은 누네스. 콜로가 다가서자 산체스 골키퍼에게 공을 돌립니다.”

전반 초반 날카로운 공격을 주고받았던 양 팀은 숨을 고르듯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조심스럽게 경기를 만들다 전반이 종료됐다.

***

“전반 초반 날카로운 공격을 주고받았던 양 팀입니다만 결국 0:0이거든요. 1차전에서 이겼던 레알 마드리드는 약간 불만스러우면서도 전반 스코어에 만족을 하겠지만 벤피카는 급하거든요.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내서 최종 스코어를 동점으로 만들거나 역전을 시켜야 하는데요.”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나서서 실점을 할 경우 더욱 큰 부담을 안게 되는 벤피카죠. 원정골 우선으로 해서 레알 마드리드가 1점이라도 획득할 경우 벤피카는 3점이 필요합니다. 후반 45분이 긴 시간이긴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3점은 쉽지 않은 점수거든요.”

“확실히 3점은 쉽지 않은 점수이긴 하지만 벤피카는 점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구트 감독이 하프타임 동안 어떤 전술을 지시했을지 봐야겠군요. 벤피카의 선공으로 후반이 시작됩니다. 전반 소득이 없었던 양 팀. 후반이 끝나면 4강에 먼저 진출한 리버풀의 상대가 결정됩니다.”

캐스터의 말이 끝나자 콜로가 코스타에게 공을 넘겨주며 후반이 시작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벤피카의 모든 선수가 중앙선을 넘어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넘어오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코스타가 고메스에게. 고메스가 올리베에게. 벤피카의 선수들이 모두 중앙선을 넘어옵니다. 후반 이른 시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뜻일까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집중하기 전에 점수를 내겠다는 포지션 같은데요. 그러나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코프 감독의 작전이 잘 먹힐지는 모르겠군요. 그러나 분명 좋은 시도 같습니다.”

“올리베가 앞에 뛰고 있는 로드리게스에게 패스합니다. 로드리게스를 막아서는 후베이루. 잠시 공을 멈췄던 로드리게스 다시 커버해 들어오는 고메스에게 공을 돌립니다. 고메스 공을 잡고 잠시 주위를 둘러봅니다.”

“여기서 벤피카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계속 밀어붙일지 아니면 숨을 돌릴지. 벤피카의 사령관인 고메스가 결정을 내려줘야 하죠. 시간을 끌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가 견고해집니다.”

***

‘쉽지 않군.’

벤피카의 사령관인 고메스는 공을 끌며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를 보며 중얼거렸다. 처음 지시를 내린 코프 감독도 후반 초반 총공격지시를 내리며 고메스에게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상대도 큰 경험이 많은 레알 마드리드였기에 흔들린다면 좋지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다음 플랜을 실행해야 했다.

결정을 내린 고메스가 공을 뒤로 돌리자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넘어왔던 수비수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뒤로 돌린 공이 벤피카진 영으로 물러섰던 수비수들에게까지 돌아가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급히 갖췄던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압박해 들어갔다.

“시간은 우리 편이야. 천천히 기다려.”

인수의 하프타임에 있었던 세도로프 감독의 지시대로 선수들의 호흡을 조절했다. 적지이기도 했고 벤피카와 경기를 할 때 이상하게 운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1차전에서도 골대를 네 번이나 맞췄고, 2차전에서도 자신이 이미 골대를 한 번 맞췄다. 쉽게 골이 나지 않는 상대에게 급하게 달려들다 실수를 할 수 있었다.

인수의 지시에 따라 전방을 압박하던 코프가 한걸음 물러서자 벤피카도 천천히 전방으로 공을 돌리며 공격 템포를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코프가 지키던 중앙선을 넘어 두 번의 패스만에 다시 공을 잡은 고메스. 전방에 파고드는 코스타를 보고 스루패스를 찔렀다. 정확한 타이밍에 찌르긴 했지만 너무 깊었던 탓에 골대를 비우고 뛰어나온 산체스가 먼저 공을 잡았다.

후반 초반 벤피카의 공격을 잘 막은 레알 마드리드는 천천히 공을 돌리며 상대를 급하게 만들었다. 아직 35분이나 남았지만 시간이 줄어들수록 급한 쪽이 달려들게 되어 있었고 그만큼 상대의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벤피카에게 공이 넘어가도 레알 마드리드가 몸을 날려 막아내며 시간이 흘렀고 이제 전광판의 시계도 40분을 넘어섰다. 정규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 교체상황도 한 번밖에 없었고 반칙으로 경기가 끊긴 경우도 없었기에 추가시간이 주어져 봐야 1분에서 2분 사이였다. 그것을 아는 벤피카는 최종수비까지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넘어와 공격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1점을 뽑아내 연장으로 이어가려는 뒤가 없는 작전.

“고메스.”

벤피카의 모든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넘어왔지만 패스가 나가야 할 선수는 고메스였다. 그런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던 누네스는 고메스에게 패스가 넘어올 때만 노리고 있었다.

“뒤로. 물러서 막아.”

고메스에게 넘어오는 패스를 끊은 누네스는 바로 전방으로 길게 찼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텅 비어있던 벤피카의 진영에는 언제 출발했는지 인수가 누네스가 걷어찬 공을 향해 뛰고 있었다. 뛰쳐나와 공을 처리하기에는 늦었음을 안 골키퍼는 벤피카의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막으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공은 인수가 차지한 채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골각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 나선 골키퍼. 골키퍼의 위치를 본 인수는 한 발 더 다가서 공 가장 아랫부분을 찍어 키를 넘겼다.

삐익.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포물선을 그린 공이 벤피카의 골라인을 통과하자 주심은 휘슬을 불어 골을 선언했다.

누네스가 공을 뺏은 이후 단 8초 만에 일어난 일. 레알 마드리드는 4강 진출을 결정짓는 골이었고 벤피카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하선해야 하는 골이었다.

다시 골을 노리는 벤피카의 선수 모두가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넘어와 공격을 했지만 고메스의 중거리슛이 골포스트를 크게 벗어나며 길었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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