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2040년 4월 18일. 이곳 리스본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하늘은 아주 화창합니다. 어제 있었던 8강 2차전 두 경기를 통해 이미 두 팀이 4강에 올라가 있고 이제 오늘 두 경기 중 한 경기가 이곳에서 열리게 됩니다. 어제 있었던 두 경기를 평가해주시죠.”
“우선 8강 최강의 매치업이었죠. 맨체스터 시티 대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지난주 맨체스터시티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맨체스터시티가 3:2로 승리했죠. 맨체스터시티의 주포 크레스가 두 골을 터트리고 최고 주급자인 페네시가 1골을 터트리며 뮌헨을 제압했죠. 뮌헨도 원정에서 2골을 넣으며 2차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죠. 어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차전이 열렸죠. 맨체스터시티의 크레스가 1골, 페네시가 1골을 먼저 넣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다비도프스키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습니다. 연장 후반 페네시의 그림 같은 프리킥에 바이에른 뮌헨이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2년 연속 8강에서 무릎 꿇은 바이에른 뮌헨의 행보도 궁금해졌죠.”
“방금 말씀하신 조는 유벤투스와 발렌시아와의 승자와 4강을 펼치게 되죠. 그건 발렌시아에서의 결과를 봐야겠죠. 리버풀과 도르트문트와의 8강전에 대해 이야기해주시죠.”
“이번 시즌 압도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과 바이에른 뮌헨과 선두다툼을 하는 도르트문트와의 대결이었죠. 모두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의외로 싱거운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1차전 3:0으로 이긴 리버풀, 2차전도 4:1로 이기며 도르트문트의 자존심을 완전히 뭉개버렸습니다. 도르트문트는 요리제우의 득점으로 영패를 면했죠.”
“그런 리버풀과 상대하기 위해 오늘 레알 마드리드와 벤피카의 2차전이 펼쳐집니다. 1차전은 레알 마드리드가 1:0으로 승리했죠.”
“벤피카가 의도적으로 텐백 전술로 나왔죠. 그런 벤피카가 스포르팅과의 승부에서 완승을 하고 레알 마드리드를 맞이했죠.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라인업을 들고 왔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스포르팅에 내보냈던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습니다. 최전방 투톱에 코스타와 콜로가 서고 중앙에 고메스, 좌우 윙에 마티치와 로드리게스, 볼란치로 아이마르 포백에 1차전과 마찬가지로 펠릭스, 호른, 멜빈, 올리베가 선발로 출전합니다.”
“스포르팅과의 경기에서 3골을 합작한 코스타와 콜로죠. 그 두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을 뚫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벤피카의 수비가 튼튼한 만큼 두 선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전방에 코프, 하인스, 마린, 모라타, 파라데스가 중원에 수비진에 누네스와 가르시아, 마르체나, 후베이루와, 가야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양쪽 윙백의 오버래핑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수비수 출신인 누네스가 가르시아와 마르체나와 함께 스리백을 쓰겠다는 거죠. 가야와 후베이루가 오버래핑하며 벤피카의 수비진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양 팀 모두 이번 경기를 잡고 4강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 그대로 라인업을 내놓았습니다. 어떻게 될지 레알 마드리드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
“오늘은 저번처럼 물러서지 못할 거야. 1차전 때와 마찬가지로 공간을 넓게 써.”
모라타는 인수와 마린을 불러 다시 주지시켰다. 1차전이 끝나고 이어진 리그 32라운드 사라고사전에 7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바로 이어진 경기였기에 그 분위기를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좌우 모두 넓게 쓸 거예요. 패스 위주로 풀어갈 테니 후베이루와 호흡 좀 잘 맞춰줘요.”
“알았어. 그건 걱정하지 마.”
코프의 선축으로 시작된 전반 인수는 모라타에게 장담한 대로 좌우를 넓게 가져갔다. 상대가 자랑하는 수비의 핵심이 볼란치인 아이마르인 만큼 아이마르를 자신과 마린에게 잡아두고 좌우를 이용하며 공격을 풀어나갔다. 벤피카의 좌우 윙백과 윙어들이 모두 수비에 장점인 선수들이었기에 모라타와 파라데스도 쉽사리 뚫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시 넘겨줘.”
모라타와 후베이루가. 파라데스와 가야가 몇 번의 돌파를 시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공이 다시 뒤로 물러서자 인수는 손을 들어 공을 받았다. 좌우 공간을 넓게 썼기에 중앙에서 인수가 움직일 공간은 충분했다. 인수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벌려주는 마린 덕에 아이마르와 1:1 대치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안 뚫려.”
낮게 자세를 잡고 허리를 숙인 아이마르. 지난 1차전에서도 맞대결 상황에서 뚫려 날카로운 스루패스 각을 내준 아이마르였다. 자책골이 나왔던 상황에서도 인수와 대치했던 상황에서 자신이 뚫리며 스루패스 각이 나왔었다. 파고든 마린이 잘한 것도 있었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찔러준 패스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그 경기가 끝난 후 계속 복기하며 분석했기에 자신이 있는 아이마르였다.
“막을 수 있어?”
인수는 아이마르를 앞에 두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빈틈을 노렸다. 마린이 수비를 끌고 갔고 좌우에 있는 선수들 때문에 움직일 공간은 충분했다. 안쪽에 코프가 자리 잡고 있어 골키퍼의 시야도 인수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좌우로 몸을 흔들던 인수가 왼발 인사이드로 공을 치며 오른쪽으로 몸의 중심을 옮기자 아이마르도 오른쪽으로 몸이 쏠렸다. 다시 한번 오른발 인사이드로 왼쪽으로 공을 옮겨 왼발로 골대 왼쪽 골포스트를 노리고 강한 슛을 날렸다.
“어딜.”
아이마르도 자신이 괜히 정상급 수비수가 아니라는 듯 인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발을 쭉 뻗어 공을 터치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골대로 향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골키퍼.”
아이마르의 다급한 외침에 왼쪽으로 높이 점프한 벤피카의 골키퍼. 인수가 찬 공은 골키퍼의 손에 닿지 못한 곳으로 나아가 골포스트를 강하게 강타하고 관중석으로 넘어갔다. 아이마르의 발에 닿지 않았더라면 골이 됐을 수도 있었기에 하인스는 코너킥을 준비하기 위해 코너 깃발로 향했다.
“골킥.”
“아니 수비수 발에 맞았는데 어떻게 골킥이에요.”
“주심이 골킥이라는데 왜 항의야. 판정에 항의하는데 카드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자기 발에 맞아놓고 왜 말을 안 해. 분명 맞고 나갔잖아.”
“아니 주심이 골킥이라잖아.”
“너희 더 하면 둘 다 카드를 줄 거야. 그만해.”
인수가 주심이 선언한 콜에 바로 달려가 따지자 벤피카의 아이마르도 바로 뛰어와서 항의하는 인수에게 카드를 줘야 한다며 따졌다. 인수의 슛이 아이마르의 발을 맞고 나간 것은 인수도 알고 아이마르 자신도 알았지만 주심의 콜은 골킥이었기에 주심의 편을 들었다.
***
“하인스 슛. 아이마르가 발을 뻗어보지만 공이 뚫고 골문으로 향합니다. 실바가 높이 뛰어 막아보려 하지만 닿지 못하고. 아. 골대를 강타합니다. 아이마르와의 1:1을 돌파하고 슛까지 한 하인스였지만 골대를 맞고 마는군요. 하인스 천천히 걸어서 코너로 향합니다만 주심이 골킥을 선언하는군요. 하인스는 아이마르의 발을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주심에게 항의합니다. 느린 화면이 나오나요? 보시면서 설명해주시죠.”
“하인스의 가장 장점이 나온 슛이었죠. 중심이동이 너무 자유스럽다 보니 1:1을 상대하는 선수들이 하인스의 페인팅을 어려워합니다. 1차전에서도 단순 페인팅에 아이마르가 자주 속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이번에도 하인스에게 속긴 했지만 발을 뻗어 슛을 정확히 차지 못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좋았습니다.”
“아. 느린 화면으로는 아이마르의 발에 맞고 공의 각도가 틀어진 모습이 나오는군요.”
“하인스가 항의할 만했군요. 아이마르의 발에 맞지 않았으면 골이 될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발에 맞고 나갔는데도 골킥이 선언되니 저렇게 흥분한 거죠.”
“그래도 주심 앞에서 한참 아이마르와 말다툼을 하던데 좋은 모습은 아니죠. 더욱이 카드를 받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아직 어린 선수이긴 하지만 경험이 적은 선수가 아닙니다. 더욱이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인 하인스입니다. 어떤 생각이 있긴 하겠죠. 이번에도 물러서는 거 보십시오. 여기가 상대 팀 홈인 것도 고려하고 한 행동이겠죠.”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아쉬웠을 거 같습니다. 전반 7분 하인스의 슛이 살짝 빗나가면서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반면 벤피카는 위기를 넘겼다고 할 수 있겠죠. 그 과정에서 주심의 아쉬운 판정이 나오긴 했지만,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 부분은 VAR 판정 상황이 아닌지라 바로 벤피카의 골킥으로 경기가 재개됩니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하죠. 벤피카는 천천히 만들어나가면 됩니다. 절대 공격력이 떨어지는 팀이 아니거든요. 레알 마드리드는 벤피카의 공격을 잘 막고 다시 기회를 잡아야겠죠.”
***
전반 7분 위기를 넘긴 벤피카는 수비 라인부터 공을 돌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빈틈을 찾았다. 양쪽 윙백이 공격적인 선수들로 구성되었지만 그만큼 윙어들이 수비적인 능력이 뛰어났기에 찔러줄 틈이 쉽게 나지는 않았다.
“앞으로 보냈다가 다시 뒤로 돌려. 상대를 끌어내란 말이야.”
“자리 잡아. 길이 안 보이면 뒤로 빼.”
벤피카의 선수들도 라인을 잡으며 레알 마드리드를 서서히 압박해 들어왔다.
“다들 압박해. 상대를 기다리지 마.”
세르코프 감독은 코치석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2차전 전 라커룸에서 절대 뒤로 물러서지 말라고 그렇게 지시를 내렸는데도 상대의 투톱과 윙이 깊숙이 파고들자 선수들이 뒤로 물러섰다. 가르시아와 마르체나가 오프사이드트랩을 쓰려고 했지만 상대도 교묘하게 라인을 맞추는 모습에 전방에서도 압박을 못 하는 모습이었다.
“고메스.”
좌우 윙이 파고드는 시점에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이 비자 후방에서 중앙으로 길게 패스가 넘어왔다. 벤피카의 심장 고메스가 공을 잡자 누네스가 뛰쳐나왔다.
“오랜만이야.”
같은 포르투갈 대표팀의 일원이자 누네스가 포르투에서 뛰던 시절에 자주 부딪혔던 두 사람이기에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얌전히 비켜주면 안 되나?”
“너 같으면 비켜주겠어?”
대표팀에 있었을 때는 친한 동료였지만 여기서는 적일 뿐이었기에 누네스도 어깨를 밀어 넣으며 공을 다퉜다. 누네스의 힘과 어깨싸움이 좋다는 걸 알고 있는 고메스는 살짝 뒤로 물러서며 누네스의 반칙을 유도해냈다.
전반 14분. 페널티지역 정면 12미터 앞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은 벤피카. 바로 슛을 하기에는 먼 거리였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들은 벤피카의 키 큰 선수들이 파고들어 올 수 있는 길목을 막았다.
삑.
주심이 휘슬을 불자 고메스는 볼 밑을 살짝 차 선수들과 골키퍼 사이에 공을 떨궜다. 산체스가 나오기에도 모호한 공. 벤피카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공을 처리하기 위해 모두 몰려들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선수가 몰려있었기에 누군가의 몸을 맞고 튄 공이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으로 흘러나왔다. 데굴데굴 구르는 공에 산체스가 몸을 날려 공을 안았을 때 올리베의 발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