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60화 (160/200)

160화

이제 완연한 봄 날씨가 된 4월의 마드리드. 베르나베우 근처는 홈팀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리그에서도 무패를 달리고 있었고 코파 델 레이에도 결승에 진출한 상태였다. 이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 4강 두 경기씩, 그리고 결승전만 남은 상태여서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첫 트레블의 영광을 노리고 있었다.

“하인스를 영입한 것이 최고였어. 역시 우리가 뽑은 회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니까.”

“너 작년에 하인스에게 그렇게 투자하는 것이 맞냐고 소시오 게시판에 글도 적지 않았어? 인제 와서 그렇게 말해?”

“내가 언제 그랬어. 그건 내가 적은 게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지 마. 사람들이 다 내가 그런 줄 알고 쳐다보잖아.”

레알 마드리드의 소시오들이 모인 자리에는 이런 대화들이 심심찮게 오갔다. 특히 모라타의 부상 공백을 하인스의 리더쉽으로 메꿔나가자 하인스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런데 왜 재계약은 안 하고 있는 거야? 얼마를 달라고 하든 주면 되는 거 아냐?”

“설마 유럽리그를 돌아다니면서 전부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말이 진짜야? 그냥 하는 말 아니었어?”

“언제 그런 말 했었어?”

“그 영국에 있는 블로거가 하인스가 한 인터뷰들 다 정리해놓은 거 있는데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었데. 영국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리그를 간다면 어떤 리그를 가고 싶은가?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의 답에서.”

“그럼 계약기간 전에 다른 곳에 파는 게 이익 아닌가?”

“지금 폼 최상인 선수를 팔자고? 다음 시즌에는 우승 안 할 거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네.”

“그냥 이번 시즌 트레블이나 응원하자고. 윗대가리들도 생각이 있겠지.”

“문 열렸다. 입장이나 하자고.”

굳게 닫혀있던 베르나베우에 관중들이 입장하자 10만여 석에 달하는 경기장이 가득 차는 건 금방이었다.

***

이번 시즌 홈 전승 중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는 벤피카는 절대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듯 스트라이커까지 벤피카 진영에서 올라오지 않았다.

“라인업이 올라왔을 때부터 이럴 줄은 알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할 줄은 몰랐는데.”

“주전들을 대기 명단에도 올리지 않는 것을 보고 예상은 하셨지 않습니까?”

“그래도 11명 전부 전반 내내 하프라인을 넘지 않는 축구가 어디 있어?”

세도로프 감독은 전반 30분이 지났는데도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않는 벤피카의 선수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라리가보다 더 치열하게 돌아가는 리그가 포르투갈의 프리메라리그였다. 유럽 4대 리그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평점을 받는 프랑스의 리그1을 바짝 추격하며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특히 프리메라리그 팀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자본까지 각 팀들에게 밀려들며 재정까지 좋아지고 있었다. 그런 프리메라리그 빅3 팀인 스포르팅, 포르투, 벤피카까지 모두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을 위한 순위 다툼이 치열했다.

지난 시즌 1위를 차지했던 벤피카였지만 이번 시즌 1위와 승점 4점 차이의 3점을 달리고 있었다. 1등과 2등은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하지만 3등이 되면 예선을 통과해야 했기에 더 어려운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런 벤피카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과 2차전 사이에 리그 1위인 스포르팅과의 리그 경기가 있었기에 이번 경기를 포기하고 스포르팅과의 대전에 집중할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어 왔다.

“그래도 저 19번은 꽤 잘 뛰고 있지 않습니까?”

세도로프 감독은 수석코치에 말에 전반 초반부터 지켜봐 왔던 벤피카의 19번을 쳐다봤다. 이제 19살의 신예로 포르투갈의 연령별 대표를 거친 유망주였다. 이번 시즌 1군 무대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며 넓은 활동 범위를 바탕으로 크로스와 스루패스에 능한 자원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마린과 미드필드 유망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혀왔다. 이미 빅4 리그에서 많은 러브콜이 예상되었다.

“마린이 좀 더 나아 보이는데.”

“바르셀로나가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몇 번 거절을 당했는데 이번에 크게 배팅할 생각인가 보던데요.”

“어차피 이적시장이 열리려면 멀었잖아. 우선 경기에 집중하자고.”

전반 40분이 지나가는 순간까지 벤피카의 19번 호세를 제외하면 중앙선을 넘은 선수가 없을 정도로 텐백을 유지했다. 인수와 마린, 코프까지 중거리슛을 계속 노렸지만 번번이 수비에 걸리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인수와 마린이 라인을 깨트리며 컷백을 시도했지만, 벤피카의 수비에 막혀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 두드리다 보면 열리지 않겠습니까? 반코트 게임이 되어서 체력을 많이 쓰지도 않았고요.”

“이런 게임일수록 선취점이 정말 중요한데.”

세도로프 감독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마린이 최종라인을 무너뜨렸다.

“마린. 파고들어.”

페널티 지역 좌측을 파고든 마린은 인수의 패스한 공을 달고 골라인까지 돌진해 골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숫자보다 벤피카의 수비가 더 많았다. 마린은 발목을 꺾어 페널티지역으로 뛰어드는 선수들을 보며 강하게 찼다.

마린이 강하게 찬 공이 벤피카 선수의 허벅지를 맞고 공중에 떴다. 순식간에 4명의 선수가 공을 향해 점프했지만 정확히 머리에 맞지 않고 페널티지역에 뚝 떨어졌다. 좁은 공간에 워낙 많은 선수가 있었기에 누구의 발에 맞았는지도 모른 체 데굴데굴 구르던 공이 벤피카의 골라인을 넘었다.

***

“마린이 다시 한번 오프사이드라인을 무너뜨립니다. 마린이 페널티지역을 돌파하여 골라인까지 침입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전반전에만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로 돌파를 하는데 벤피카의 골문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수비력 하나는 인정받고 있는 벤피카죠.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단 3실점만을 기록하고 16강전에서도 1실점으로 통과한 만큼 단단한 수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린. 컷백. 상당히 강하게 찼습니다. 벤피카의 4번 펠릭스의 허벅지를 맞고 높이 떴습니다. 리바운드 공을 향해 네 명의 선수가 뛰어오르는데요. 서로 엉켜있기에 제대로 머리에 맞히는 것에 실패하고 그대로 떨어집니다.”

“좁은 지역에서 혼전 상황이거든요. 선수들 공에 집중해야 합니다.”

“선수들 사이로 숨은 공. 어디 있죠? 공이 보이지 않습니다.”

워낙 선수들이 많았기에 중계석 쪽에서 공이 행방을 놓칠 정도였다. 그러다 선수들 틈에서 공이 굴러 나와 벤피카의 골문으로 들어가자 소리를 높였다.

“공이 골대 안으로 굴러들어 갔습니다. 골. 골입니다. 전반 내내 벤피카를 몰아붙였던 레알 마드리드가 드디어 선취점을 올렸습니다.”

“선수들이 몰려있었지만, 특별히 반칙상황은 나오지 않은 것 같거든요.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지만, 심판이 골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 이건 VAR 판정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는데 골 선언을 미루다니요. 분명 말이 나올 거 같습니다. 아 지금 느린 화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같이 보시면서 말씀하시죠.”

“네. 마린이 찬 공이 펠릭스의 허벅지를 맞고 튄 시점이죠. 벤피카의 호른과 멜빈, 레알 마드리드의 코프와 모라타가 뛰어올랐지만 허용 가능한 몸싸움이죠. 호른이 이마에 맞추지 못하고 뒤통수에 맞는 바람에 공이 그대로 떨어졌어요. 혼전상황에서 선수들이 뭉쳐있거든요. 아. 마지막으로 펠릭스가 걷어낸다는 것이 멜빈의 종아리를 맞고 굴러서 골문을 통과합니다. ‘벤피카는 정말 운이 없었다.’라는 말밖에 못 하겠군요.”

“운이 없었다라는 말이 정답인 거 같습니다. 드디어 주심이 골 판정을 내렸습니다. 1:0 벤피카의 자책점으로 1점 앞서가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전반 내내 텐백을 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잘 막아오고 있었는데 골문 앞 혼전상황에서의 자책점으로 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벤피카는 원정에서 무실점으로 끝내고 싶었을 겁니다. 다음 경기인 스포르팅과 2차전 홈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을 텐데요. 주심이 휘슬을 불었습니다. 전반 막판 벤피카의 자책점으로 레알 마드리드가 1:0으로 앞서가고 있습니다. 전반 어떻게 보셨습니까?”

“레알 마드리드의 일방적 공세가 계속됐던 전반이었죠. 벤피카가 텐백 수비로 나오며 올라갈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를 잘해오고 있었지만 실점을 하고 말았죠. 실점했지만 후반에도 텐백으로 나올 확률이 높겠죠. 후반전에는 점수를 주지 않고 막아낼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레알 마드리드도 어떻게든 점수를 더 넣으려고 할 텐데요.”

“아시다시피 가장 수비적인 전술이 텐백이죠. 텐백을 깨려면 강한 중거리슛이나 라인을 깨트려 수비를 정신없게 몰아쳐야 하는데 워낙 단단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는 벤피카죠. 중거리슛들은 몸을 던져 막아내고 라인을 깨뜨려도 금세 수비를 정돈하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도 쉽게 점수를 낼 수는 없을 겁니다.”

“전반 내내 수비적으로 나왔던 벤피카와 일방적인 공세에도 벤피카의 자책점으로 1점밖에 따내지 못했던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후반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잠시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정말 재미없게 게임하네.”

헤드셋을 벗은 캐스터가 답답한지 물컵에 든 물을 한 번에 마시고 한숨을 쉬었다.

“벤피카도 4강 진출과 리그 우승을 모두 잡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스포르팅, 포르투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니까. 3일 후 리그 경기에서 스포르팅을 잡으면 1점 차이잖아. 레알 마드리드는 이미 우승을 결정지었지만 다른 리그는 아직 치열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아 말이 나온 김에 레알 마드리드 무패우승과 트레블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어렵지 않을까? 트레블은 가능하겠지만 무패우승은 또 다른 문제니까. 앞으로 리그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상대해야 할 팀들을 생각해봐. 갈길 바쁜 팀들밖에 남지 않았으니 아마 험난한 일정이 될 거야. 거기에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코파 델 레이 결승까지.”

“그래도 가능성은 있지 않아? 라리가에서 무패우승이라니. 정말 오래된 일 아니야?”

“그건 그렇지.”

***

후반전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텐백 전술을 고집한 벤피카. 후반 벤피카의 골문을 열기 위해 벤피카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렸지만 결국 골문을 여는 것에 실패했다.

슛 개수 21:0.

유효슈팅 개수 8:0

코너킥 개수 5:0

점유율 90:10

표들이 보여주듯 경기 자체는 레알 마드리드의 일방적인 게임이었지만 최종 스코어는 1:0. 그것도 벤피카의 자책점으로 인한 득점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답지 않은 득점력. 다음 경기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4일 후 사라고사와의 홈 경기에서 무려 7골을 몰아넣으며 그 걱정을 불식시켰다.

그리고 3일 후 레알 마드리드는 벤피카의 연고지인 리스본으로 떠났다.

스포르팅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벤피카가 3:0으로 승리하며 벤피카도 상승 분위기였기에 2차전은 더욱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 예상되었다. 더욱이 1차전에서 1:0으로 진 벤피카가 어떤 전술을 가지고 2차전을 맞이했는지도 관심사였다.

이미 반대쪽에 리버풀이 총합계 5:1로 4강에 진출해 있던 상황.

4강에서 리버풀의 상대를 정하기 위한 양 팀의 피할 수 없는 승부가 치러질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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