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59화 (159/200)

159화

“오랜만이네요. 요즘 진짜 날아다니시던데요.”

“어 오랜만. 2년 만에 보는 건가?”

인수는 2년 전 발롱드로 시상식에 참석하여 인사를 나눈 적 있는 다비도프스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당시만 해도 다비도프스키는 26살 샛별에서 이제 완연한 스타로 발돋움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축구계를 이끄는 스타들은 누가 뭐래도 안수 파티와 시우바였다. 2년 후 지금 안수 파티는 노쇠화로 전성기 기량을 뽐내지 못했고 시우바는 축구와 상관없는 사고로 은퇴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 뒤를 이으리라 생각했던 선수가 바로 다비도프스키였다. 지난 시즌 발롱도르를 도르트문트의 브라질리언 특급 요리제우에게 뺏겼다. 이번 시즌 라이벌인 요리제우보다 더 많은 활약을 하며 발롱도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자기보다 한참 어리다고 생각했던 잉글랜드의 두 녀석이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런 녀석 중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먼저 인사를 해오니 당황하면서도 반가웠다.

“나는 작년에 만났다고 인사도 안 해줘요?”

“내가 어떻게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자를 무시하겠어. 경기 전이라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을 뿐이지. 이번 대회에 잉글랜드팀 정말 무섭네. 두 사람이 함께 뛰다니.”

“폴란드도 꿀조에 속하잖아요. 평가들을 보면 완전 약체 한팀과 다 해볼 만한 세팀이 있는 조라고 하던데.”

“뭐 그렇긴 하지.”

폴란드가 속한 D조는 덴마크와 스페인, 그리스와 한 조에 묶였다. 플레이오프까지 거치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스페인이었기에 그리스를 제외하면 다 고만고만한 팀들이 모여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물론 유로 우승을 경험한 그리스가 복병이 될 수도 있었지만, 외환위기 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최약체로 꼽히고 있었다.

“오늘 경기 서로 다치지 말고 재미있게 해보자고. 시즌 막바지에 부상 조심하고.”

“다비도프스키도요.”

잉글랜드와 폴란드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 정렬하자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초반부터 밀리지 마. 공격 템포를 늦추면 동유럽 특유의 거친 축구가 나올 수 있어.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

레쉬포드 감독은 폴란드전을 준비하며 선수들에게 빠른 축구를 지시했다. 잉글랜드도 선 굵은 축구를 좋아했지만 레쉬포드 감독 부임 이후 철저하게 인수의 플레이를 중심으로 짧은 패스와 스루패스를 지시했다. 물론 인수의 마크하기 위해 중앙에 수비가 몰리면 에디와 크레토를 이용해 사이드를 뚫을 수도 있었기에 상대하는 팀은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자. 초반부터 달려보자고.”

인수는 중앙에서 공을 받고 선수들에게 모두 올라가는 사인을 내렸다. 자신 역시 공을 몰고 빠르게 전진하며 에디에게 공을 넘겼다. 에디 역시 뒤를 바쳐주는 잉스에게 공을 돌리고 다시 받으며 빠른 속도로 폴란드 진영을 휘저었다.

피지컬은 좋지만 빠른 선수가 없는 폴란드. 빠른 패스와 스피드를 죽이기 위해 몸싸움을 걸었지만, 그때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빠른 패스타이밍으로 빠져나갔다.

“다들 자기 지역만 지켜. 들어오는 선수들만 침투 못 하게 막아.”

폴란드의 골키퍼가 높이 소리를 쳐 수비가 안정되자 그제야 공을 뒤로 돌리는 잉글랜드였다.

“패스는 빠르고 정확하게. 다들 짧은 패스라도 정확히 차. 케이힐.”

인수가 케이힐을 부르며 패스를 하자 선수들도 서로 이름을 부르며 패스했다. 오랜 시간 하나의 팀을 만들어나가는 클럽팀과는 다르게 짧은 시간 집중해서 경기해야 하는 대표팀이었다. 특히 유로 대회를 불과 몇 달 남기지 않고 있었기에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일이 중요했다.

한참 뒤에서 공이 돌자 폴란드 선수들이 앞으로 나설 때 공이 인수에게 흘렀다.

“에디 뛰어.”

인수가 공을 잡자마자 터치라인을 따라 달라는 에디에게 길게 찔러주었다. 자신의 장기인 몸은 터치라인 밖에, 공은 터치라인을 따라서 드리블을 진행하는 에디. 드리블을 하며 달리는 것으로 세계 최고라 불리는 에디가 드리블을 시작했다.

“패스만 막아. 어차피 크로스 길목만 막으면 돼.”

크로스 길목만 막는 수비에 한 명이 더 붙으려 다가서자 에디는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다. 빠른 타이밍에 올린 크로스. 정확한 위치로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잉글랜드에는 존이 있었다. 빠르게 위치를 차지하여 높이 뛰어오른 존. 같이 붙어서 뛴 폴란드의 수비 때문에 정확히 머리에 맞추지 못하고 크로스바를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

“양 팀 모두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양 팀 모두 유로전 마지막 A매치 기간이거든요. 리그 일정이 종료되고 나서 두 경기 정도 평가전을 치를 수 있겠지만 그건 최종 점검을 위한 실전 같은 평가전이라면 이번 평가전은 말 그대로 팀원들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 중에 일환입니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 첫 주장을 맡은 하인스의 필드 내 리더쉽도 체크할 수 있겠죠.”

“하인스의 첫 주장 데뷔전인가요? 워낙 자연스럽게 완장을 차고 있어서 몰랐네요.”

“하인스 선수가 어린 선수인데도 불구하고 특이하게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지 않았죠. 부상 때문인 것도 있지만 다들 알다시피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 뽑힌 대표팀이 올림픽 대표팀이었는데 거기에는 제임스 케인이있었죠. 아르헨티나 월드컵에도 케인이 주장을 맡으면서 하인스가 대표팀에서 주장이 된 것이 처음이죠.”

“그렇군요. 소튼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주장을 맡은 적 있는 하인스 선수다 보니 주장 완장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실전에서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생각하면 경기가 흘러가는 양상이 이해가 갑니다.”

전반 30분 동안 초반 잉글랜드의 공격이 있고 난 후 양 팀은 상대의 날카로운 공격을 흘러내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수비라인을 점검하며 신중하게 펼쳐지자 캐스터와 해설진의 아무 말 대잔치로 흘렀다.

“A매치이긴 하지만 최종점검을 위한 평가전이기에 양국 협회가 이번 경기에서 교체 맴버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혔죠.”

“그렇습니다. 피파에서 규정한 교체인원 수가 넘어가면 정식 A매치가 되지 않지만, 협회에서는 최대한 많은 선수를 가용하여 호흡을 맞춘다고 밝혔죠. 이에 레쉬포드 감독도 전반에 벌써 크레토와 레비를 교체했습니다. 드리블로 상대의 사이드를 휘저으며 크로스 타이밍과 슛 타이밍을 잡아가는 크레토라면 레비는 전방부터 상대를 압박하며 상대 에이스를 물고 늘어지는 수비형 윙어거든요. 레비가 투입되고 나서 다비도프스키가 화면에 잡히지 않고 있는 이유죠.”

“오랜만에 화면에 다비도프스키가 잡혔지만 이번에도 바로 화면이 전화되고 마네요. 반면 잉글랜드는 하인스가 전방으로 뿌려주는 패스의 양이 줄었죠. 크레토가 있었을 때는 좌우 사이드를 활용하며 양쪽으로 패스를 뿌려줬거든요. 크레토가 빠지니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들 수 있는 선수가 없던 거겠죠.”

“아무래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물론 레비의 공격력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다비도프스키를 막으면서 공격적인 역할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마치 하인스를 전담마크하면서 득점을 해라 이 말과 똑같을 테니까요.”

“하하 그렇군요. 하인스를 막으면서 득점까지 가능할 선수가 누가 있겠습니까. 아. 하인스 선수 폴란드의 진영으로 빠르게 공을 몰며 침투해 들어갑니다.”

“하인스 선수도 전반이 끝나고 교체한다고 했었거든요. 이제 40분이 넘어가고 있으니 뭔가 한 방을 보여주고 라커룸으로 들어갈 생각일 듯합니다.”

“벌써 2명을 제쳤습니다. 전방에는 존, 왼쪽 사이드에는 에디가 뛰고 있습니다만 하인스가 뛰는 것을 보면 패스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말씀드리는 순간 오른쪽 페널티박스로 공을 몰고 들어갑니다.”

“슛할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패스를 해줘야죠. 존이라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하인스. 페널티지역 바로 밖에서 감아 찹니다. 왼쪽 골 포스트 상당으로 흘러가며. 골. 골입니다. 하인스.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골을 터트립니다.”

하인스가 찬 공이 그대로 골망을 가르자 캐스터와 해설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골을 외쳤다.

“역시 슈퍼스타거든요. 오랜만에 웸블리에서 펼쳐지는 A매치에서 골을 터트립니다.”

“전반 종료 직전 터진 하인스의 골로 잉글랜드가 1:0으로 앞선 채 전반이 종료됩니다. 저희는 하인스의 골을 다시 보며 후반에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전반 막판에 터진 하인스의 골. 그리고 후반 10분에 터진 다비도프스키의 골로 잉글랜드와 폴란드의 평가전은 1:1로 마무리됐다. 양 팀 모두 가용할 수 있는 스쿼드를 모두 시험하며 펼쳐진 경기였기에 A매치에는 등록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서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낸 평가전이었다.

다음 주 펼쳐진 벨기에와의 평가전에 인수는 출전하지 않은 채 벤치를 지켰다. 인수가 벤치에 있었음에도 2:2로 비긴 잉글랜드 대표팀은 가벼운 마음으로 해산식을 가지고 뿔뿔이 흩어졌다.

“모레 스페인으로 돌아갈 예정이지?”

“하타페와 경기가 일요일에 있으니 모레는 돌아가야죠. 오랜만에 코룸 얼굴도 보고요.”

같은 마드리드 주에 있으면서도 시즌 중에 한번 같이 밥을 먹었을 뿐 바쁜 일정 탓에 거의 만나지 못한 코룸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일정도 일정이었지만 하타페 역시 리그 5위를 유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그 친구 하타페에서 적응 잘하고 있던데. 엊그제 A매치에서도 골도 넣고.”

가나 출신인 코룸은 A매치에서 이탈리아를 상대해서 2골을 넣으며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했다. 이제 나이가 30대 중반이었기에 마지막 대표팀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타페에서도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고 있잖아요. 잘하겠죠.”

“그래. 마드리드에 돌아갈 때까지 소튼에 있을 거지? 레이한테 안부 전해주고.”

“네. 레쉬포드도 건강 챙겨가면서 일해요. 스페인 오면 꼭 들리고요.”

하인스는 벨기에와의 평가전이 끝난 이후 에디와 함께 소튼으로 돌아왔다.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전 레이와도 같이 지내고 에디 부모님의 식당도 방문할 계획이었다.

꿀 같은 휴식를 마치고 마드리드로 돌아온 인수는 다시 리그 일정에 돌입했다.

반년 만에 다시 만난 하타페와의 경기. 인수는 코룸 앞에서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5위 싸움이 급한 하타페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바르셀로나와의 홈경기와 마요르카와의 원정경기도 승리로 기록하며 31라운드 만에 조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연속 리그 우승을 달성한 레알 마드리드. 모든 언론은 레알 마드리드가 팀 역사상 두 번째 무패 우승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사라고사, 애틀랜틱 글루브, 에스파뇰, 발렌시아, 세비야, 카디스, 테네리페 등 7경기가 남은 상황. 전통적인 라이벌인 애틀랜틱 글루브와의 경기, 2위 싸움이 급한 발렌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노리는 세비야, 그리고 강등권 탈출이 급한 사라고사와 테네리페 등 만만한 팀들이 없었다.

그보다 챔피언스리그와 코파 델 레이 결승전까지 남은 일정도 만만치 않았기에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무패 우승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았다.

그런 여론을 뒤로 한 채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벤피카와의 홈경기를 맞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