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56화 (156/200)

156화

후반 바르셀로나는 다시 인수를 집요하게 노렸다. 전반에 보여줬던 인수의 컨디션이 평소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공격의 시작점을 무너뜨리면 상대의 공세도 막고 역습의 기회도 나오리라 생각하는 플레이였다. 그런 바르셀로나의 작전은 초반 인수에게 간 공을 반칙 없이 끊어낸 것을 시작으로 반격의 서막이 올랐다.

“하인스.”

니실랴는 하인스에게 공을 넘기고 압박하는 바르셀로나의 공세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급하게 보낸 공이 인수의 왼쪽으로 흐르며 발끝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 공을 바르셀로나의 로베르토가 슬라이딩 태클로 끊어냈다. 인수의 몸 밖에 공이 있었기에 공을 먼저 차고 인수의 몸을 건든 반칙이 아닌 플레이. 로베르토가 넘어진 상태에서 발끝으로 옆에 있던 초르크에게 공을 밀었다. 바르셀로나 주장인 로베르토가 보여준 허슬플레이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프리츠가 아랑게스의 수비를 뚫어내고 사이드를 뚫어내자 초프크가 바로 프리츠에게 찔러주었다. 노마크 찬스가 온 프리츠. 전반의 크로스를 잊고 침착하게 존을 머리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골라인 가까이 붙어 페널티 중앙으로 휘어져 나가는 공.

“내 거야.”

존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높이 뛰어올랐다. 가르시아와 마르체나의 견제를 뚫고 뛰어오른 존. 가장 높은 타점에서 그대로 공을 내리찍었다. 산체스 오른발 쪽으로 향한 헤더. 발을 들어 공을 막아보려 했지만 산체스의 노력과는 달리 공은 골라인을 통과했다.

“나이스.”

“됐어.”

“한 골 더 넣으러 가자.”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존의 곁으로 모여 골을 기뻐하며 천천히 바르셀로나 진영으로 돌아갔다.

“이제 후반 시작했잖아. 집중해서 다시 만들어가자고.”

“미안해. 더 신경 써서 할게.”

“다시 시작하면 돼.”

존의 골로 합계 2:2가 됐지만 원정골 우선제로 인해 바르셀로나가 유리한 상황. 레알 마드리드가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 골이 더 필요했다.

“다들 고개 들고 멀리 봐. 어차피 이번 골로 끝날 경기가 아니잖아.”

세도로프 감독도 코치석에서 소리를 높였다.

“아랑게스를 바꿔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프리츠의 스피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거 같은데요.”

“아랑게스를?”

“가야한테 하프타임 때부터 몸을 풀어두라고 했습니다. 브왕가도 준비하고 있으니 누네스와 함께 출전시켜도 좋을 것 같습니다.”

“후베이루와 니실랴가 잘해 주고 있잖아. 가야를 우선 교체하기로 하지. 교체명단 제출하고 와.”

세도로프 감독의 허락 아래 아랑게스와 가야가 교체됐다.

“잘했어. 벤치에서 쉬면서 경기를 봐.”

“죄송합니다.”

실점의 원인은 패스를 잘못한 니실랴였지만 전반전부터 계속 프리츠에게 뚫렸던 자신을 자책하는 아랑게스였다. 오른쪽 윙백으로 수비에 장점인 자신이 계속 뚫린 것이 문제였다.

“그런 날도 있는 법이야. 코치들하고 이야기도 좀 해보고.”

세도로프 감독은 고개를 숙이며 들어온 아랑게스의 어깨를 쳐주며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이제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는 코치들에게 아랑게스를 맡겼다. 가야가 잘 크고 있었고 웨아도 있긴 했지만, 수비를 생각하면 아랑게스가 필요했다. 특히 이번 바르셀로나전 후에 비야레알과의 리그경기 일정이 있었고 계속되는 일정을 생각하면 스쿼드가 단단히 구축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랑게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중요한 선수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으로 시작된 공격. 윙백인 가야였지만 서 있는 위치는 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에 따라 소아레스의 위치도 윙어보다는 윙 포워드까지 올라갔다. 전방에 코프, 마린, 소아레스의 쓰리 탑이 형성됐고 후방의 수비는 마르체나 가르시아, 후베이루의 쓰리 백으로 변했다. 가야를 투입할 때부터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된 포지션을 주었기에 3-4-3의 형태로 변한 레알 마드리드.

인수를 더블팁으로 막던 바르셀로나도 더 이상 인수 하나만을 막고 있을 수 없었다.

“물러서지 마. 앞으로 올라가.”

힝키 감독은 공세적으로 변한 레알 마드리드의 진형과 점점 물러서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로베르토가 아직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잘 풀어나가고 있긴 하지만 경험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하인스.”

“모라타.”

“뒤에 14번 조심해. 앞으로 보내.”

서로 콜을 해주며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공을 주고받는 레알 마드리드. 그에 따라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선수들과 공을 함께 보며 막아나가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겹치는 상황이 나왔다.

“다들 자기가 맡은 선수들을 보며 콜을 해. 조용히 게임하지 마.”

로베르토가 인수를 마크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아직 어린 선수들은 로베르토의 지휘를 따라오지 못했다.

“코프, 앞으로 들어가. 소아레스도 들어가.”

하인스는 모라타가 자신에게 패스하는 모습을 보며 빠르게 소리쳤다. 모라타가 준 공을 받은 인수는 코프와 소아레스가 들어가는 타이밍에 맞추어 후방에 있는 마린에게 패스했다. 코프와 소아레스에게 신경 쓰다 완전히 노마크가 된 마린. 인수의 패스를 받은 마린은 그대로 중거리슛을 때렸다.

“다들 집중 안 해? 자기가 맡은 선수는 절대 놓치지 말란 말이야.”

바르셀로나의 골키퍼 잔이 몸을 날려 골라인아웃을 만들었지만, 골을 내줄 수도 있었던 상황. 잔은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골이 바르셀로나의 소유였으면 조금 더 여유가 있겠지만 잔의 선방으로 공을 쳐 냈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코너킥 기회.

두 손으로 공을 잡은 인수는 공을 코너 포인트에 놓기 전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존을 제외한다면 원래 키가 큰 선수들을 선호하지 않은 바르셀로나였기에 높이는 레알 마드리드가 좋았다. 공을 놓고 뒤로 물러선 인수는 강하게 공을 찼다.

생각보다 높이 뜨지 않았기에 앞에 서 있던 존과 가르시아가 경합하는 상황. 높이가 좀 더 좋은 존이 머리에 맞추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다시 골라인 아웃이 되며 다시 한번 코너킥 기회가 돌아왔다.

다시 공을 놓은 인수는 이번엔 더 침착하게 공을 문전으로 띄웠다. 존이 높이 뛰어봤지만 머리에 맞히는 것에 실패했고 뒤에 있던 마르체나가 공을 밑으로 떨궜다. 마리체나의 떨군 공에 혼잡한 상황에서 네드베드의 손에 공이 맞고 말았다. 네드베드의 손에 맞은 공은 그대로 떨어졌고 잔이 앞으로 넘어지며 공을 감싸 안았다.

삐익.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모두 팔에 손을 대면서 핸드볼이라 어필했다. 네드베드의 팔에 맞지 않았으면 뒤에 있던 모라타와 마린의 발에 걸릴 수 있었던 상황.

“고의가 아니었어요. 워낙 가까운 거리에서 온 공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요.”

“고의가 아니었는데 경기를 끊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인플레이 상황이라고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억울해하는 네드베드를 말리며 주장인 로베르토가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주심은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며 선수들을 뒤로 물리고 사각형을 그렸다.

***

“잠시 느린 화면으로 보시죠. 존의 헤더가 다시 골라인 아웃이 되면 레알 마드리드에게 다시 코너킥 기회가 주어졌죠. 하인스가 다시 찬 공이 존의 키를 넘어 마르체나의 머리로 향했지만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공을 골대가 아닌 뒤로 떨궈줄 수밖에 없었어요. 그 순간이었죠. 마르체나가 떨군 공을 네드베드의 팔을 맞고 그대로 떨어지네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확실히 애매한 상황이지만 네드베드의 팔이 몸에서 떨어져 있었거든요. 거기에 팔을 움직인 모습까지 보여요. 아무리 가까운 거리였다고 하지만 핸드볼 반칙이 선언될 확률이 높아 보이네요.”

해설자가 개인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을 때 감독관들의 결과가 나왔는지 주심이 감독관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듣기 위해 손을 귀에 댔다.

“아 결과가 나왔나 봅니다. 주심 페널티 포인트를 찍었습니다. 감독관들의 결론도 핸드볼 반칙이라고 나왔나 봅니다.”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고 봅니다. 주심도 네드베드에게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카드를 주지 않았지만 만약 고의라고 판단했으면 카드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네드베드의 팔에 맞지 않았으면 공이 가는 위치에 모라타와 마린이 있었거든요. 분명 득점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페널티킥을 봐야 하거든요. 레알 마드리드의 키커는 누가 될까요?”

“이번 시즌 거의 모든 데드볼 상황의 키커는 하인스였거든요. 그러나 하인스가 물러서 있고 모라타가 주심에게 공을 받는군요. 부상에서 복귀해 연속경기 골을 터트리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몇 경기째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모라타거든요. 하인스가 모라타에게 양보하는 모습입니다.”

“하인스가 전담 키커가 되기 전에는 모라타가 전담 키커였거든요. 공에 입을 맞추고 페널티 포인트에 공을 놓습니다. 양 팀 모두 페널티 지역 밖에서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모라타는 천천히 물러섰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앞으로 뛰어 강하게 공을 찼다. 골키퍼 오른쪽을 노리고 낮게 깔아 찼다. 잔이 방향을 읽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워낙 낮게 찬 공이었기에 팔을 맞고 몇 번을 튀어 골라인을 넘어섰다.

“모라타 페널티킥을 성공시킵니다. 다시 3:1로 앞서나가는 레알 마드리드.”

“잔이 코스를 읽었거든요. 그러나 강하고 낮게 찬 공이었거요. 어설프게 띄워 찼으면 분명히 걸릴 수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바르셀로나도 아직 포기할 상황은 아니죠. 아직 20분이 넘게 남아 있습니다. 충분히 따라붙을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르셀로나는 한 골을 넣으면 결승 진출이거든요. 레알 마드리드가 유리하긴 하지만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죠.”

***

존은 골대로 들어가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뛰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몸으로 보여주는 플레이.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하는 모라타를 뒤로하고 센터서클 쪽으로 이동했다.

“앞으로 들어가. 골을 노려.”

힝키 감독의 말을 들었는지 센터서클에서 시작한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후방패스가 없이 전방과 좌우로만 공을 돌리며 레알 마드리드를 압박했다.

“다들 자기가 맡은 선수를 놓치지 마. 패스를 쉽게 내주지 마.”

세도로프 감독도 목소리를 높였지만 경험이 없을 뿐 만만한 선수들이 아니었기에 쉽게 공을 끊어낼 수는 없었다.

후반 39분 중앙에서 선 로베르토가 우측으로 공을 연결할 때 슬라이딩을 한 가야가 슬라이딩으로 공을 끊어냈다. 가야가 끊은 공은 데굴데굴 굴러 가르시아에게 흘러갔고 가르시아는 전방으로 길게 공을 찼다.

바르셀로나의 최종수비수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으로 넘어와 있던 상황. 가르시아가 찬 공은 아모르소와 코프가 경쟁했다. 서로 유리한 자리를 잡기 위해 경쟁하던 상황 살짝 몸을 뺀 코프. 코프에게 어깨로 밀던 아모르소의 중심이 무너진 틈을 타 머리로 트래핑한 코프는 바르셀로나의 골대를 향해 달렸다.

코프와 마모르소가 경쟁하는 틈을 타 달려온 인수와 마린. 뒤늦게 아모르소가 뛰어왔지만 공격수 3, 수비수 2의 상황. 페널티 지역 중앙까지 치고 들어간 코프는 모에앙과 대치했다. 모에앙은 뒤에 인수와 마린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지만 당장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코프였다. 코프가 슛할 수 있는 코스를 막아선 채 대치하던 중 코프는 중앙에 달리는 인수에게 공을 밀었다.

뒤에서 달려오던 아모르소가 백태클로라도 슛을 끊어보려고 했지만 살짝 방향을 바꾼 것만으로 아모르소의 태클을 피한 인수는 가볍게 공을 밀어 레알 마드리드의 4번째 골이자 결승전 진출을 위한 쐐기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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