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코파 델 레이 4강 2차전이 펼쳐질 베르나베우입니다. 오늘도 베르나베우에는 시즌 3번째 엘 클라시코답게 빈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베르나베우에 모인 관중들이 1시간 전부터 부른 응원가가 하인스의 응원가죠. 다른 응원가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하인스의 응원가 소리가 높습니다.”
“아무래도 라인업 발표 때문이겠죠. 챔피언스리그 16강 파리 생제르맹과의 경기에서 손등에 부상을 입은 하인스였죠. 당시 최소 2주간 경기에 출장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지난 AT마드리드전에 휴식을 취하고 일주일 만에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3일 동안 하인스가 시우다드에 출근하다시피 했거든요. 그때 언론에서 하인스의 조기출전을 예상했을 때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시우다드 내 의료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했죠. 그런데 오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니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하인스를 연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인스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죠. 그리고 산체스를 비롯해 모라타와 마린, 후베이루, 아랑게스, 니실랴, 소아레스, 코프, 가르시아, 마르체나가 선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발 라인업 어떻게 보십니까?”
“레알 마드리드가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라인업을 내놓았죠. 지난 1차전에서 1:0으로 진 만큼 홈경기에서는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일 것입니다. 이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낼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최전방의 존을 비롯해 프리츠, 로베르토. 네드베드, 초르크, 아모르소, 모에앙, 리켄, 프라이, 헬트, 데켄, 잔이 선발로 출전합니다. 지난 4강 1차전과 같은 라인업인데요. 바르셀로나의 라인업을 평가해주신다면요.”
“바르셀로나도 자신들이 자랑하는 라인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특히 지난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승리한 라인업인 만큼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죠. 특히 힝키 감독이 어제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가 코파 델 레이에서 승리하여 4년 무관의 설움을 끊어내겠다고 했죠. 오늘 바르셀로나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정말 기대됩니다.”
“오늘 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입니다. 최근 기세가 좋은 두 팀이죠.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래도 양 팀 모두 기세가 좋긴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더 강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안수 파티의 이적금으로 많은 유스를 끌어모았지만 아직은 스쿼드가 충분하지 못하거든요. 주전선수들이 많은 경기에 피로감을 느낄 만한 시기니만큼 선수들이 얼마나 회복되었는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바르셀로나로서는 엊그제 열렸던 세비야와의 대결에서 실바가 부상 당한 공백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실바의 부상은 너무 크죠. 미드필드에서 좌우 윙과 중앙을 모두 백업플레이를 해주던 만능자원이었거든요. 주전은 아니었지만 교체맴버로 톡톡히 활약해주었던 실바였는데요. 그런 실바가 없는 바르셀로나가 어떻게 체력을 보존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대 레알 마드리드 코파 델 레이 4강 2차전 바르셀로나의 선공을 시작합니다.”
***
“더 다치려고 나왔어? 몸관리 해야 대표팀에서 만나지.”
“충분히 괜찮으니까 나왔지. 내가 무리해서 경기 출전하는 거 봤어?”
“물론 못 보긴 했지. 감기에만 걸려도 꽁꽁 싸매고 다 나을 때까지 운동도 안 했잖아.”
“내가 언제 그랬어. 그냥 옮기지 않으려고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그 덕에 네가 나 대신 사우스이스트 유스 대표로 나가게 됐잖아. 그 덕에 임대도 갔고.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하긴 고맙긴 하지.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지?”
“당연하지.”
경기 시작 전 인수와 존은 서로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걱정하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유스 시절 인수가 부상 당하는 모습을 경기서 지켜본 존이었다. 그때 당시 필드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놀랐던 만큼 인수가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존은 바로 전화를 걸었을 정도로 깊은 유대감이 있었다. 물론 존이 전화하기 전에 먼저 전화가 온 것은 약혼녀인 레이와 에디였지만.
“그런데 오늘 우리한테 양보하면 안 돼? 적어도 코파 델 레이 우승컵은 들고 싶은데.”
“그러게 우승을 하고 싶었으면 나랑 같은 팀으로 왔어야지. 그냥 유로에서 우승컵이나 들자고.”
“됐어. 이번에도 이기고 말 테다.”
주심이 공을 들고 입장을 시작하자 두 친구는 대화를 멈추고 필드로 향했다. 필드 밖에서는 친한 친구일지 모르지만 유니폼을 달리 입은 이상 싸워야 할 상대였다. 그런 두 친구의 대결은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했다.
“하인스. 조심해.”
바르셀로나는 집요하게 인수를 노렸다. 카드를 받지 않을 정도로만 태클하며 전반 15분 만에 인수가 당한 반칙이 8개였다. 그런 만큼 인수의 유니폼은 물론이고 오른손의 붕대도 녹색으로 물들 정도였다.
“괜찮아. 이기고 있으니까. 골을 더 넣어야 해.”
바르셀로나가 끈질기게 인수를 노리고 있었지만 인수는 단 한 번의 찬스에서 코프에게 스루패스를 성공시켰다. 인수의 스루패스를 받은 코프는 별명답게 날카로운 골감각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10분 만에 터진 레알 마드리드의 골로 총 스코어 1:1이 만들어졌고 아직까지 어느 팀이 유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들 정신 차려. 왜 이렇게 뒤로 물러나는 거야. 밀어붙여. 경험을 체력으로 커버하란 말이야.”
힝키 감독은 코치석에 선 채로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선수들을 지휘했다. 평균연령 23.8세의 젊은 팀을 만들어낸 감독. 그 팀을 가지고 지난 세비야전에서 승리하며 라리가 2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비록 무패를 달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있었기에 라리가 우승은 가망성이 없었지만 코파 델 레이에서는 우승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 있었다. 원정 다득점제에 의해 바르셀로나가 골을 성공시킨다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전반 30분 인수는 두 명의 수비수를 뚫고 좌측에 있는 모라타에게 공을 연결했다. 좌측을 완전히 열어젖힌 레알 마드리드. 모라타는 노마크 찬스에서 올린 공이 정확히 코프에게 연결됐지만 골키퍼에게 바로 잡히고 말았다.
“전방으로 뛰어.”
공을 잡은 잔이 긴 스로잉으로 주장인 로베르토에게 연결했다. 다른 주전선수들이 모두 팀을 이탈할 때도 바르셀로나를 지킨 로베르토. 어린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팀을 버티고 있었다. 로베르토는 공을 끌고 중앙선을 넘어서고 있을 때 이미 좌우에는 프리츠와 데켄이 레알 마드리드 진영 깊숙이 파고들었다. 존이 중앙에 있긴 했지만 이미 가르시아와 마르체나가 존에게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프리츠에게 공을 연결했다.
아랑게스가 프리츠를 막아섰지만 스피드에서 밀려 골라인에서 프리찬스를 내 준 레알 마드리드였다. 프리츠가 크로스를 올렸지만 마르체나가 존 앞에서 막아서며 걷어냈고 그 공은 다시 로베르토에게 넘어갔다. 로베르토가 바로 슈팅으로 가져갔지만 공이 떠버렸고 공격권이 다시 레알 마드리드에게 넘어갔다.
“나한테 넘겨.”
인수는 손을 들어 공을 넘겨받았다. 두 명의 선수가 인수를 막아섰지만 천천히 숨을 고르며 발로 공을 키핑했다. 인수가 숨을 고를 동안 바르셀로나가 수비진영을 갖추긴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점점 압박해나가고 있는 순간. 하인스는 공을 뒤에 있던 니실랴에게 넘기고 두 선수 사이를 뚫고 전방으로 달렸다. 니실랴는 공을 받아 바로 우측에 있던 소아레스에게 넘겼고 소아레스는 다시 전방으로 침투한 인수에게 넘겼다. 인수가 침투한 동시에 뒤로 빠진 마린과 코프. 마린과 코프를 막기 위해 중앙수비수가 비운 자리에 모라타가 침투하자 인수는 칩패스로 모라타에게 공을 넘겼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모라타의 강한 슈팅. 바르셀로나의 골키퍼 잔은 옆으로 넘어지며 정강이로 그 공을 막아 냈다. 공중으로 높이 솟은 볼을 따내기 위해 코프와 수비들이 떴지만 모두 공을 따내는 데 실패하고 바닥에 떨어진 공에 발을 맞춘 것은 인수였다. 볼이 떴을 때 넘어져 있던 잔이 중심을 잡은 채 인수가 찬 슛을 막아보려 했지만 자신의 키를 넘어 골포스트를 향한 공을 막을 수 없었다.
전반 40분에 터진 인수의 추가골.
바르셀로나가 추가시간 3분까지 8분 동안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골을 넣는 것에 실패하고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
“아직 한골 차이야. 알지. 상대가 골을 넣으면 급해지는 것은 우리야. 우리가 급해지기 전에 도망치는 점수를 만들자. 알겠지.”
세도로프 감독이 취임 때부터 선수들에게 강조한 공격적인 축구였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그런 세도로프 감독답게 공격적인 전술을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하인스.”
세도로프 감독은 하인스를 불렀다가 입을 다물었다. 무리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싶었지만 아직 경기중인 선수들. 그것도 하프타임에 쉬기 위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하인스에게 그럼 말을 할수 없었다.
“골을 더 넣도록 하겠습니다. 믿어 주세요.”
“그래.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뛰도록.”
세도로프 감독은 잠시의 침묵을 없애 준 하인스에게 고개를 끄덕거려주며 라커룸을 나섰다. 2: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선수들에게 더 지시할 내용은 없었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전반 동안 잘해주었기에 스스로 느끼고 행동하길 바라야 했다. 세도로프 감독이 나가고 난 라커룸은 선수들이 전반 동안 뛰며 소진했던 체력을 보충했다. 하프타임이 끝나갈쯤 경기 도우미가 준비할 것을 알리자 모라타가 제일 먼저 라커룸 문 앞에 섰다.
“다들 엘 클라시코가 어떤 경기인지 잘 알고 있지. 반드시 결승에 진출한다는 생각으로 게임하자. 알겠지?”
“얍.”
“당연하지. 주장.”
선수들은 모라타의 목소리에 대답하며 힘차게 필드로 나섰다.
“전반에 코프와 하인스의 골로 2:0으로 앞서나간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지난 1차전 바르셀로나가 1:0으로 이겨 최종 스코어 2:1로 레알 마드리드가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2:1로 앞서고 있긴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한 골만 넣는다면 원정골 우선에 의해 바르셀로나가 진출하게 됩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기고 있긴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반격에 성공한다면 바르셀로나에게도 기회가 오거든요. 바르셀로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후반전은 레알 마드리드의 선공으로 시작되겠습니다. 양 팀 모두 교체선수 없이 선발 라인업 그대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전반 45분을 소화하긴 했지만 하프타임에 충분히 쉬었거든요. 아직 체력이 남아 있을 후반 초반에 양 팀 모두 승부를 보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 교체선수가 얇은 바르셀로나는 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압박을 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그럼 주심이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접근하는군요. 후반전 저희와 함께 지켜봐 주시죠.”
코파 델 레이 가장 빅 매치가 된 이번 경기. 오늘 경기가 끝나면 5월에 결승전이 열릴 예정이었기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반대편에는 이미 발렌시아가 결승에 진출해 있는 상태였기에 스페인의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축구를 좋아하는 전 세계의 눈이 베르나베우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