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54화 (154/200)

154화

“벌써 나와도 돼?”

“하인스. 이제 운동해도 되는 거야?”

레알 마드리드와 AT 마드리드 간의 리그 25라운드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회복훈련을 위해 시우다드에 모인 선수들은 인수의 모습이 보이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인수 없이 펼쳐진 마드리드 더비는 난타전 끝에 3:3으로 무승부로 끝났고 레알 마드리드는 계속해 무패행진을 달렸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순위인 4위를 기록 중인 AT마드리드는 승점 3점을 노렸지만 1점만을 확보한 채 세비야와 숨 막히는 순위경쟁을 계속해야 했다.

“아직 부상 중이에요. 이거 안보여요?”

인수는 깁스와 붕대로 둘둘 감긴 오른손을 들었다. 인수가 일반인이었다면 붕대만 감아도 충분했겠지만, 운동선수이니만큼 깁스로 손가락을 고정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튿날부터 혼자 연습을 하며 서서히 적응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AT마드리드의 경기가 있던 날 실전 같은 연습까지 하며 경기에 뛰어도 될 것 같다는 자체적인 판단까지 내렸다.

“오늘 나온 이유가 운동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나온 거 아냐? 감독님께는 인사드렸고?”

“이제 가야죠. 다들 몸 풀고 있어요. 어제 경기 안 뛴 사람은 도와줄 수 있죠?”

“당연하지. 어제 난 쉬었으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감독님께 인사드리고 오라고.”

회복훈련 일정이 없는 선수들은 인수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본관으로 가는 인수를 배웅했다.

“왜 벌써 나왔어? 적어도 일주일은 쉰다고 하지 않았어? 랭커리지가 그렇게 말하고 갔는데.”

“랭커리지는 영국으로 돌아갔잖아요. 에디가 사고를 하나 쳐놔서.”

“에드워드 브라운?”

세도로프 감독은 에디가 사고를 쳤다는 소리에 서류를 보던 눈을 들었다. 처음 인수가 들어왔을 때 다음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 나설 거라는 소리를 할 것이 뻔했기에 서류를 보는 척을 하며 인수를 보지 않았다. 랭커리지와 이야기하며 적어도 바르셀로나와의 경기까지는 인수의 휴식을 보장해 달라는 소리를 했었다. 자신도 다친 인수를 무리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인수의 요청을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인수가 에디가 사고를 쳤다는 소리에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거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윙어이자 득점력을 폭발시키며 전 세계 클럽팀들의 주목을 받는 선수였다. 세도로프 감독 역시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혀보고 싶은 선수였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큰 사고는 아니고 약혼녀에게 애가 생긴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랭커리지가 처리해줘야 할 일이 많아서요.”

“아하.”

세도로프 감독은 지난 휴식기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수와 에디의 약혼식을 기억해냈다. 네 사람 모두 축구 선수인데다 모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던 경력이 있었기에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축하할 일인데. 왜 사고야?”

“아 아직 시즌 중이잖아요. 여자 프로리그도 시즌 중인데 임신을 했으니 주전선수가 빠지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처음으로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는 레딩인데.”

레이와 수아가 뛰고 있는 레딩은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민하는 수아가 11골 23어시스트로 리그 도움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레이는 특유의 골 감각으로 21골을 몰아넣으며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었기에 레이의 골의 최대지분을 가진 수아의 이탈은 레딩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레딩 외에도 아직 부모님 집에서 사는 에디였기에 새로이 집을 구해야 했고 배가 부르기 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는 수아였기에 결혼식 준비도 에이전트인 랭커리지가 알아봐야 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에이전시를 가진 랭커리지이기에 사무실에서 많이 도와줬지만 직접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았기에 영국의 일정도 바빴다.

“레딩 감독이 누군지는 몰라도 안타깝군. 하여튼 넌 왜 나왔어? 바르셀로나전 이후에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했는데.”

“어제 집 근처 훈련장에서 개인훈련을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더라고요. 다음 바르셀로나전에 출전하고 싶습니다.”

“안돼.”

세도로프 감독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인수의 에이전트인 랭커리지와의 약속도 있었지만, 인수를 무리시킬 이유가 없었다. 코파 델 레이 4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게 지긴 했지만 겨우 1골 차이였다. 2차전이 홈 경기이니 만큼 인수가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그걸 위해 로카가 계속해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돌려봤고 적어도 3:1의 스코어로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최악의 컨디션인 레알 마드리드 스쿼드와 최상의 컨디션인 바르셀로나 스쿼드를 비교했기에 실제는 더 큰 차이가 벌릴 수 있었다.

“오늘 훈련을 해볼게요. 감독님께서 지켜봐 주시고 뛸 수 있을지 봐주세요.”

“좋아. 그럼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의료팀의 허락과 랭커리지의 허락을 받고 와.”

세도로프 감독은 끝까지 거절하려다 자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혼자서도 계속 훈련을 할 것 같은 인수의 눈빛을 보고 조건을 걸었다. 자신보다 더 빡빡한 의료팀과 인수를 위하는 마음이 큰 랭커리지라면 인수를 만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여기 있어요. 의료팀에서 발행한 메디컬 자료. 하체가 다친 것이 아니라 손등 부상이라 경기에 뛰어도 상관없다네요. 랭커리지한테는 어제 훈련을 하며 미리 이야기했고요.”

세도로프 감독은 인수가 내민 메디컬 자료를 받으며 의료팀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랭커리지도.

“좋아. 오늘 회복훈련이 끝난 후에 가벼운 미니게임으로 몸 상태를 체크해보지.”

“선수들한테는 감독실에 오기 전에 미리 말해뒀어요. 어제 경기를 뛰지 않은 선수들이 도와준다고 했으니까요.”

“좋아. 회복훈련 끝나려면 아직 2시간은 더 있어야 할 테니. 그 후에 진행하기로 하지.”

AT마드리드와 대진에 세도로프 감독은 로카의 도움을 받아 바르셀로나전에 풀타임 출전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을 미리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그렇기에 미니게임을 진행하더라도 상당히 단단한 스쿼드로 진행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

“하인스 좌우로 붙어. 거칠게 수비해줘. 알았지.”

“네. 그런데 손 괜찮을까요?”

“어차피 하인스가 출전하면 바르셀로나 애들도 모두 거칠게 나올 거야. 약점을 파고드는 플레이가 당연하잖아.”

“알겠습니다.”

세도로프 감독은 인수의 상대편에 누네스와 코이타를 배정하여 거칠게 수비할 것을 주문했다. 병원에서 깁스한 것을 풀어 의료팀에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다시 깁스한 상태였기에 세도로프 감독은 의료팀을 믿었다. 미니게임에서 인수가 오른손에 신경을 쓴다면 바르셀로나전에 출전을 금지시킬 생각있었다.

“너희도 하인스의 패스를 받기보다 하인스가 개인기를 활용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게 만들어줘. 하인스 너도 내 이야기 듣고 있지.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지금 말해. 바르셀로나전은 건너뛰고 비야레알 경기부터 출전시킬 테니까.”

“누네스와 코이타로 되겠어요? 브왕가도 붙여도 돼요.”

“어디서 머리 쓰려고 그래. 하여튼 전후반 15분씩이야. 그냥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라고. 코치들도 선수들 움직임을 잘 보고.”

오늘 경기는 하인스를 테스트하는 것도 있지만 바르셀로나전에서 선발출전을 하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도 겸했다.

삐익.

수석코치의 휘슬로 시작한 전반은 처음 이야기한 대로 인수에게 공을 넘긴 것으로 시작됐다.

“너무 붙는 거 아냐?”

“감독님이 붙으라잖아. 네가 잘 따돌려봐.”

“누네스. 거긴 오른손이야. 손으로 한 대씩 때리지 마.”

“석고를 때리는 건데 내 손이 더 아파. 네가 아프면 포기해. 포기하면 편하잖아.”

인수는 발바닥으로 공을 키핑하며 누네스와 코이타의 견제를 방어했다.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브왕가까지 붙는다면 수비하는 쪽에서 간격을 더 신경 써야 했기에 틈이 생길 수 있었겠지만, 좌우에서 인수만 신경 쓰면 되는 수비수들은 인수가 치고 나갈 틈만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누네스가 인수 쪽으로 몸을 부딪치려는 순간 인수는 발 뒤꿈치로 공을 살짝 차며 뒤로 빠졌다. 누네스의 중심이 살짝 무너진 순간 공을 앞으로 보내고 빙글 돌아 두 사람을 빠져나온 인수는 전방에 있는 마르시알에게 길게 연결했다. 인수의 패스를 받은 마르시알은 좌측에 있는 사라비아에게 패스했다. 사라비아가 다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인수에게 패스하자 가볍게 밀어 넣어 선취점을 가져왔다.

“너희들 똑바로 안 막아? 귀찮게만 하면서 살짝살짝 건들기만 하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누네스의 중심을 잃은 순간 코이타가 인수를 막을 코스도 함께 막아버린 탓에 두 사람이 완전히 뒤처졌다.

다시 시작된 반대편의 공격. 인수는 세도로프 감독의 말대로 상대가 패스할 코스만 막아섰다. 인수의 수비가 좋지 않았기에 하는 플레이였지만 의외로 상대 공격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인수가 입은 빨간 조끼 팀이 노란 조끼 팀의 공격을 막아내자 공이 다시 인수에게 넘어왔다. 세도로프 감독의 말대로 바로 누네스와 코이타가 달라붙자 바로 공을 전반으로 보내 두 선수 사이를 뚫었다. 인수가 자신을 빠져나가는 순간 누네스는 그대로 태클을 걸어 인수를 넘어뜨렸다. 오른쪽으로 넘어진 인수는 재빨리 손목을 가슴 쪽으로 옮겨 팔꿈치로 떨어졌다.

“괜찮아?”

“안 다쳤어?”

인수가 넘어지자 세도로프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경기를 멈추고 인수에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다시 시작하죠.”

인수는 천천히 일어서며 유니폼에 묻은 잔디를 왼손으로 털어냈다. 팔꿈치 쪽으로 떨어지며 손 쪽에도 통증이 올라오긴 했지만 참을 정도였다.

“좋아. 다시 시작하자. 그리고 방금 건 카드 받을 정도도 아니었잖아. 뒤에서 들어온 것도 아니고. 노란 조끼의 공을 선언하지.”

세도로프 감독의 말로 다시 시작된 경기는 결국 4:2로 빨간 조끼팀이 승리했다. 누네스와 코이타가 몇 번의 태클을 시도해 인수를 넘어뜨렸지만 인수는 넘어지면서도 공을 뺏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르셀로나전 괜찮겠어?”

“당연하죠. 출전할 수 있습니다.”

“코치들의 생각은?”

“괜찮을 거 같습니다.”

“사이드로 빼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모라타가 연속해서 선발출전을 한 만큼 바르셀로나전 이후 휴식을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수가 출전한다고 하면 모라타에게 전반만 뛰게 한다든지 아니면 사라비아를 출전시켜도 문제가 없었다. 후반기에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을 체력에 신경 써야 하는 코치들로서는 인수가 빠졌을 때 눈앞이 캄캄했었다. 팀 에이스가 부상당한 상황이었기에 말들을 아꼈지만 이제 복귀한다고만 하면 세도로프 감독보다 코치진들이 더 감사했다.

“좋아 그럼 하인스는 바르셀로나전 준비하도록 하지. 언론들 출입 금지시키고 하인스도 언론 조심해. 라인업을 제출하는 순간이 네가 공개되는 거야. 알았지.”

세도로프 감독은 코치진과 보드진에 연락해 바르셀로나전까지 철저한 보안을 주문했다. 괜히 언론에서 설레발을 치게 할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부상을 당한 선수를 무리하게 출전시키려고 한다는 여론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그런 철저한 관리 속에 시간이 흘러 바르셀로나와의 대결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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