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레알 마드리드의 오프사이드 골을 기점으로 하여 경기는 다시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먼저 결정적 기회를 맞은 팀은 파리 생제르맹이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모라타가 중앙에 있는 인수에게 패스한 공이 수비에게 끊겼다. 파리 생제르맹의 역습 기회. 수비가 공을 끊는 장면을 보자마자 파리 생제르맹의 안수 파티와 두베르네는 전방을 향해 뛰었다. 무언의 약속이라도 된 듯 양쪽으로 나뉘어 뛰는 안수 파티와 두베르네. 공을 끊은 수비는 빠르게 앞으로 치고 달리다 두 사람 중 더 믿을 만한 선수에게 공을 패스했다.
뒤에서 넘어오는 공을 감각적으로 안 안수 파티는 자신의 오른편에서 뛰는 가르시아를 힐끔 보고 왼발만 사용해 공을 멈춰 세워 가르시아를 제쳤다. 가르시아가 놓친 단 1초도 되지 않은 순간 안수 파티는 페널티 지역으로 치고 들어갔다. 반대편 사이드에 두베르네가 뛰고 있었지만 마르체나가 패스의 길목을 막고 있던 상황. 자신은 산체스와 1:1 찬스였다. 이미 라리가에서 그리고 스페인대표팀에서 함께 부딪히고 또 같이 합을 맞추던 선수였다. 침착하게 자세를 잡은 안수 파티는 오른쪽 구석을 향해 빠르게 슛했다.
총알같이 빠른 슛. 산체스는 이미 경험상으로 안수 파티가 상단보다 하단을 그리고 왼쪽보다 오른쪽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안수 파티가 자세를 잡자마자 오른쪽 하단에 신경을 쓰고 있덨다. 그러나 슛 자체가 빨랐기에 간신히 손가락 끝에 맞추는 것에 성공한 산체스는 바로 고개를 돌려 공을 찾았다.
텅.
골포트스를 강하게 맞춘 공은 페널티 지역 밖에서 리바운드 공을 처리하기 위해 달려오던 가르시아에게까지 흘렀다. 하얀색의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보다 군청색의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뛰어오는 것이 먼저 눈에 보인 가르시아. 빠르게 판단을 마친 가르시아는 재빨리 터치라인 밖으로 공을 걷어냈다.
“다들 정신 차려. 스로인 준비해.”
세도로프 감독은 파고드는 안수 파티의 플레이를 보며 긴장해 움켜줬던 손을 풀고 빠르게 소리를 질렀다. 세도로프 감독의 지시가 있기 전 볼보이에게 공을 받아 든 윙백 푸레가 재빨리 공을 필드로 던졌다. 스로인을 잡은 안수 파티는 바로 두베르네에게 패스했고 두베르네는 다시 오른쪽 사이드에 오버래핑해있던 카카에게 공을 돌렸다.
왼쪽 사이드에서 오른쪽 사이드까지 빠르게 공이 넘어갔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들은 침착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톱을 따로 세우지 않은 파리 생제르맹이었기에 공격수들이 슈팅할 수 있는 위치에 들어오는 것만 막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를 흔들기 위해 빠르게 사이드에서 사이드까지 공을 패스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선을 지켰다. 파리 생제르맹은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을 깨기 위해 공을 뒤로 돌렸다. 습관적으로 가볍게 밀어서 패스한 공. 인수는 그 공을 노렸기에 재빨리 뛰어 그 공을 차단하고 전방으로 치고 달렸다.
“뭐해. 막아.”
“내가 견제할 테니까 골대까지 뛰어.”
“물러나.”
파리 생제르맹의 후방에 있던 수비는 공을 뺏기자마자 자신들의 진영으로 뛰기 시작했다. 파리 생제르맹의 선수들답게 일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상대도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이었다. 그것도 이번 시즌 가장 핫한 선수인 인수였다.
지난 시즌 초까지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에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그저 그런 유망주 취급을 받았던 인수. 후반기부터 활약하기 시작하더니 이번 시즌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선수로 평가받고 있었다.
“반칙으로도 끊어.”
파리 생제르맹의 왼쪽 윙백인 푸레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후측방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여기서 발을 걸면 최소 옐로카드를 받을 것을 알았지만 선취점을 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었다.
높지 않은 태클이었지만 이대로 진행하면 발이 걸릴 것을 알았던 인수는 공을 앞으로 차고 점프했다. 인수의 스터드에 푸레의 스터드가 걸린 느낌이 들었지만 두 걸음을 더 뛰어 중심을 잡은 인수는 다시 공을 차고 들어갔다. 그 순간의 틈에 파리 생제르맹의 수비들이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틈은 있었다. 페널티 라인을 밟는 순간 인수는 강하게 왼쪽 상단을 보고 슛했다.
빠르게 쏘아진 공을 향해 다쿠르가 점프를 해 공을 손에 맞추는 것에 성공했지만 워낙 강한 공이었기에 손이 튕겨 나갔다. 다쿠르는 안수 파티의 슛처럼 골포스트에 맞출 것을 기대하고 바로 고개를 돌렸지만, 자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공은 파리 생제르맹의 골망을 갈랐다.
삐익.
전반 30분 만에 터진 첫 골.
한때 원정골이 1차전 홈팀을 수비적으로 만든다며 원정골을 인정하지 않은 시즌이 있었다. 그러나 홈앤어웨이만의 재미를 반감시키며 여론이 좋지 않았기에 다시 원정 다득점제를 인정하고 있었다. 첫 골을 원정에서 터트린 레알 마드리드. 인수는 화려한 조명에 반짝이는 잔디를 무릎으로 미끄러지며 손가락 하나로 하늘을 찔렀다.
그 순간 파르크 데 프랭크에 반짝이는 플래시들이 폭발했다. 인수는 눈을 감고 있었어도 그 불빛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 자세를 유지하며 만끽했다.
“뭘 그러고 있어. 이제 일어나. 아직 전반도 안 끝났어. 인마.”
감상에 젖어 있던 인수를 깨운 것은 모라타의 담담한 목소리였다. 골이 들어갔을 때만 해도 인수의 뒤를 따르며 인수의 골이 들어가길 기원했었다. 그리고 골이 들어가자 그 누구보다 기뻐했던 모라타지만 인수의 세리머니가 길어지자 파리 생제르맹의 선수들 표정을 보며 담담하게 변했다. 적지인 파르크 데 프랭크였다. 아직 붙어야 할 일이 많은 팀이었기에 괜히 그쪽 팬들에게 눈총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더 강하고 담담하게 말한 것도 있었다.“
”아. 미안해요.“
인수도 모라타의 목소리에서 그것을 느꼈기에 재빨리 일어나 자신의 진영으로 뛰어가며 모라타를 보며 싱긋 웃었다. 이제 막 20살이 된 인수였지만 필드의 그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뛰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으로 다시 시작한 전반. 양 팀은 서로의 골문을 끊임없이 두드렸지만 양팀 모두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전반이 끝났다.
***
”아직 후반이 남았어. 45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은 다 알지. 모두 휘슬이 불릴 때까지 정신 똑바로 차려.“
세도로프 감독은 쉬고 있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자신이 챔피언스리그를 우승시켰던 아약스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중 34-35 챔피언스리그가 가장 아쉬움에 남는 시즌이었다. 조별예선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승으로 조 1위로 진출한 아약스. 그리고 16강에서 그 시즌 안수 파티를 제외한 주전들의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던 바르셀로나를 만났다. 1차전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더 프레이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5:1로 승리를 거두었다. 원정에서 5골을 뽑아낸 만큼 2차전 홈경기에서 4:0으로만 져도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상황. 삼 주 후 열린 2차전. 바르셀로나는 안수 파티의 4골을 포함해 6:2로 아약스를 침몰시켰다. 당시 16강을 통과한다면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세도로프 감독에게 첫 시련을 안겨준 시즌이었다. 물론 2년 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트레블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 시즌은 지금까지도 아쉬운 시즌으로 남아 있었다.
”안수 파티가 파고들면서 계속해서 기회를 줬지. 너희가 못 막은 것이 아니야. 안수 파티만의 리듬감이 있어. 마치 남미의 선수들처럼 말이야. 그러면서 탄력은 아프리카계인 만큼 좋아서 타이밍을 잡기 힘들 뿐이야. 그런 선수는 네가 막으려고 할 필요가 없어. 그냥 코스를 막아준다는 느낌으로 막아. 페널티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만 막으란 말이야.“
이미 지난 전술훈련과 파리 생제르맹을 대비하기 위해 모두 지시한 내용이긴 했지만 세도로프 감독은 다시 수비수들에게 인식시켰다.
”챔피언스리그 첫 번째 경기라고 하지만 겁먹을 필요 없어. 전반 초반처럼 활발하게 위로 올라가. 오프사이드는 언제든지 받을 수 있어. 그러나 그걸 무서워해서 소극적으로 변하면 네 장점이 완전히 죽어버리잖아. 과감하게 그리고 빠르게. 너의 장점을 살리란 말이야.“
세도로프 감독은 가야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며 이야기했다. 자신의 경험상 아직 유망주들에게는 자신의 진심이 느껴지게 눈을 마주 보며 지시하는 것이 더 빠르게 전달되는 것을 알았다. 더욱이 마린에게 밀려 항상 2인자 위치에 있던 가야. 포지션도 마린은 공격형 미드필드였고 가야는 왼쪽 풀백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풀백이라기보다 레프트백에 어울리는 선수였다. 어느 팀이든 원하는 자원이긴 했지만, 공격수와 수비수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그렇기에 항상 묵묵히 연습을 거듭하는 가야였다. 마린이 1군에 올라오며 후베닐의 에이스가 되긴 했지만, 골을 넣기보다 어시스트가 더 많았다. 세도로프 감독은 가야를 1군에 올리며 마린보다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너의 뒤는 가르시아와 마르체나 그리고 누네스가 막아줄 거야.“
가야는 고개를 돌려 가르시아와 마르체나, 누네스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후베닐에 1군에 들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을 때 이미 가르시아와 마르체나는 주전의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좋아. 후반에도 잘 부탁한다.“
세도로프 감독은 가야의 앞에서 떠나 누네스와 수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네가 고생하는 것은 알고 있어. 후반에 니실랴와 교대해 줄 테니 힘이 다할 때까지 뛰어. 다음 경기는 생각하지 말고. 알았지?“
”넵.“
”좋아. 사이드를 억지로 틀어막을 생각하지 마. 중앙에서 치고 들어오는 두 사람만 신경 쓰고 후방으로 돌리는 패스를 끊는다는 느낌으로 플레이해.“
”알겠습니다.“
세도로프 감독은 선수 하나하나에게 플레이를 지시하며 하프타임을 보냈다.
***
후반이 시작했지만 양 팀은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홈팀으로서 수비적인 모습을 보이며 2차전 원정을 노릴 수 있겠지만 파리 생제르맹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서로 빠르게 공수가 전환되고 있을 때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에서 실수가 나왔다.
후반 20분. 전반과 후반 활동량이 많았던 누네스를 세도로프 감독이 교체를 준비하고 있을 때 누네스의 패스를 두베르네가 끊었다. 공을 끊자마자 치고 달리며 과감하게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와 맞붙었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플레이였지만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쓰며 마르체나를 흔들던 두베르네는 끝내 틈을 만들어냈다. 그 틈을 파고든 두베르네. 페널티 지역으로 들어섰을 때 마르체나가 어깨를 넣어 몸싸움을 걸었다. 마르체나에게 넘어진 두베르네. 바로 주심을 바라봤다. 분명히 한 발자국은 앞서있었기에 뒤에서 들어온 몸싸움이었다. 카드는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반칙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위치가 페널티 지역이었기에 페널티킥이 분명했다.
삑.
주심은 재빨리 뛰어와 페널티 포인트를 손가락으로 찍었다.
마르체나도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반칙임을 알았기에 큰 항의 없이 바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괜찮아. 막을 수 있어.“
산체스는 한 손은 주먹을 쥐고 반대쪽 손바닥을 치며 자신감을 보였다. 키커가 안수 파티이긴 했지만 여러 번 골을 먹어 보기도 했고 막기도 했다.
주심의 신호와 함께 잔걸음을 걷던 안수 파티. 골대의 오른쪽을 보며 킥을 찼다.
안수 파티의 발을 보며 킥한 순간 오른쪽이라 판단한 산체스는 몸을 날렸다. 그러나 중앙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날아온 공. 이미 자세를 바꾸긴 늦었기에 발을 쭉 뻗어 공을 막았다. 산체스의 발을 맞고 튀어 나온 공.
안수 파티는 막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바로 골대 쪽으로 뛰었고 튀어나온 공을 다이빙 헤더로 밀어 넣었다.
후반 20분에 파리 생제르맹의 만회골. 1:1를 기록한 양 팀의 경기는 더욱 치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