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44화 (144/200)

144화

레알 마드리드와 AS로마의 경기가 끝난 후 사람들의 시선은 AS로마의 톨로니에게 쏠렸다. 경기의 결과는 레알 마드리드의 2:0 승리로 끝났지만, 전반 시작부터 후반 종료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인수를 경기에서 지워버린 톨로니였다. 비록 그 한 차례가 인수의 중거리슛으로 쐐기골이 되었지만, 프리미어리그부터 라리가까지 인수를 이렇게까지 틀어막은 선수는 처음이었다. 이런 톨로니의 활약은 세리에보다 라리가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톨로니 선수 어제 경기에서 하인스를 완벽하게 틀어막으셨는데 그 비결이 있다면요?”

발렌시아 지역 매체는 합동으로 AS로마에 도움을 얻어 톨로니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인스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 움직였습니다. 페인팅을 잘 쓰는 선수라 예측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차라리 완전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막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하인스의 움직임을 보고 수비를 했다고요?”

“네. 이상한 버릇이 없어서 경기 내내 집중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힘들더라고요. 경기 중에 단 한 번 하인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수비했는데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죠.”

톨로니는 후반 30분에 있었던 그 상황이 아쉬웠다는 투로 대답했다.

AS로마와 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후반 30분.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15분에 마린의 패스를 받은 모라타가 중앙으로 절묘하게 찔러준 공을 코프가 골로 연결해 1:0으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후반 29분경 공을 잡은 인수는 다시 한번 톨로니와 대치했다. 인수는 공을 빙글 돌리며 마린에게 패스를 하는 척을 하다 바로 반대쪽으로 공을 치고 달렸다. 후반 들어 패스 위주로 게임을 풀었던 인수였던지라 톨로니는 패스를 끊기 위해 몸을 날렸다가 인수에게 그대로 뚫리고 말았다. 전반부터 완벽하게 인수를 게임에서 지웠던 톨로니를 믿었기에 인수의 앞은 고속도로처럼 뻥 뚫려 있었다. 인수는 앞으로 세 번을 더 치고 들어가 그대로 슛했다. 오른쪽 구석을 절묘하게 파고든 공은 그대로 골망을 출렁였다. 후반 30분에 터진 쐐기 골. 코프의 골과 인수의 골로 2:0으로 승리한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무패를 이어갔다.

“다시 하인스를 만나도 하인스를 경기에서 지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물론이죠. 지난 경기에는 비록 한 번 놓치긴 했지만 다음에 만나면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발렌시아 지역지들은 톨로니의 인터뷰를 메인 기사로 싣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반듯이 영입해야 할 선수로 꼽았다. 비록 보여준 활약이 단 한 경기에 불과했지만, 발렌시아의 우승에 가장 큰 벽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그중에서도 인수는 발렌시아전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우승을 막은 장본인이었다. 특히 9라운드 발렌시아 원정에서 인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부각하며 발렌시아 구단을 압박했다.

***

AS로마를 꺾으며 기세를 이어간 레알 마드리드는 카디스와 소시에다드, 알라베스를 리그에서 꺾고 챔피언스 조별리그 6차전에서 아약스까지 꺾으며 크리스마스 휴식기를 맞았다.

“감독님, 크리스마스 휴식기에 휴가를 미루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뭘. 맛있는 커피와 추로스면 충분하지. 겨울 이적시장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세도로프 감독은 보드진이 준비한 추로스를 먹고 손에 묻은 설탕을 털어냈다. 나이가 들면서 단 것이 당기는 것이 추로스가 입맛에 딱이었다. 다른 스페인 간식들도 맛있긴 했지만 언제나 원픽은 추로스였다.

“지금 무패로 달려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겨울 이적시장에 내놓을 예정이었던 선수들을 그대로 풀어줘도 되겠습니까?”

레알 마드리드가 무패행진을 달리자 보드진은 선수 스쿼드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 휴식기가 지나면 바로 이적시장이 열렸다. 이적시장의 반응을 봐야겠지만 선수를 이적시키는 것은 쉬울 것이라 예상했다.

“어차피 올라올 선수들도 한가득 아닌가. 위에서 너무 정체되면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지 못하는 법이야. 새로운 선수를 시험하는 것을 무서워하면 안 돼.”

세도로프 감독은 아약스의 감독을 오래 하며 선수가 이적하는 것을 막은 법이 없었다. 그 선수가 핵심선수라 하더라도 그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결국 나타나긴 했다. 물론 대체불가능한 선수일 경우에는 몇 년간 힘들어질 시기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결국 올라올 팀은 2, 3년 정도면 올라오게 되어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르셀로나였다. 안수 파티의 이적으로 중위권까지 떨어졌던 바르셀로나는 2년 만에 팀을 정비하고 이번 시즌 리그 3위까지 올라왔다. 무패를 달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는 승점 차이가 많이 났지만 AT마드리드와 세비야까지 밀어내고 발렌시아와도 승점 5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무패를 달리고 있어 주목을 덜 받고 있을 뿐이지 세도로프 감독은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영입을 원하는 선수는 없습니까?”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이적시장에 내놓은 선수들의 이적금을 다 받는다면 각국의 에이스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가능했다.

“팬들에게 약속한 대로 카스티야와 후베닐의 선수들을 올려야지. 영입을 한다고 하면 팬들이 가만있겠어?”

“알겠습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 이야기하십시오. 이적으로 생긴 자금은 고이 모셔두도록 하겠습니다.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생긴다면 이야기하십시오.”

“꼭 필요한 선수가 생기면 바로 연락할지.”

“스카우트팀에 지시해서 선수 동향을 파악해놓도록 하겠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보드진은 크리스마스 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에이전트들과 연락을 하며 이적시장이 열리길 기다렸다.

***

“야 너 여기서 뭐 하는데.”

에디는 다음 경기를 위해 속옷과 운동복을 챙기기 위해 방에 들어오다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는 인수를 보았다.

“집이 너무 오래 비어있어서 너무 썰렁하더라고. 추워서 왔는데 뭐 잘못됐어?”

영국에 온다고 말을 했음에도 인수의 부모님은 한국으로 간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알아서 놀다가 문단속만 잘하고 가라고 했을 때 집이 추울 것이라는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던 인수의 탓도 있었다. 그래서 바로 에디의 집으로 넘어가 침대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에디가 서랍을 열어 옷을 챙기는 것을 보다 침대에서 꼼지락거리며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가 걸리는 것이 있어서 손으로 쑥 뺐다.

“이게 왜 여기 있냐?”

인수가 여자 브래지어를 손에 들고 에디를 보았다.

“아 엊그제 자고 갔는데 놓고 갔나 보네. 좀 이따 빨래통에 넣어놓을래.”

에디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인수에게 대답하고 속옷이 들어 있는 서랍을 열었다. 정확히 반반 나누어져 있는 서랍에 한쪽은 에디의 속옷이 한쪽은 수아의 속옷이 들어있었다.

“차라리 집을 따로 사서 같이 사는 게 낫지 않아? 소튼에 집 알아보고 있다며.”

“왜 집을 따로 알아봐. 청소는 누가 하고 빨래는 누가 해. 그냥 결혼식 올리기 전까지는 끝까지 집에 붙어 있을 거야.”

“사람을 써. 나도 일주일에 세 번 오는데 청소도 잘해주고 식자재 떨어지면 알아서 사서 채워놔 주시고 얼마나 좋은데. 랭커리지한테 말하면 해줄 텐데.”

인수의 부모님이 마드리드에 같이 계실 때는 딱히 집안 소일거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 이후 랭커리지가 집안일을 해줄 사람을 구해주었다. 한국에서 이민을 온 분이었기에 한식을 즐겼던 인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아가 왜 돈을 그런 곳에 쓰냐던데.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은퇴한다고 하더라고. 결혼식하고 대학 다니고 하면서 집안일도 배우고 싶다고.”

“은퇴? 아직 한창인 나이이잖아. 왜 벌써 은퇴를 한대?”

“무릎이 많이 안 좋은가 봐. 지금도 무리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하던데. 무리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악바리잖아. 이번에도 대표팀에서 불러서 한국에 들어갔는데.”

레딩과 새로운 계약을 하고 비시즌 훈련도 소화했지만 시즌 첫 경기에서 뒷태클을 당하며 무릎을 차였다. 경기 중에 바로 일어나긴 했지만, 점점 통증이 심해지면서 병원을 갔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점점 통증이 심해지며 일상생활은 가능했지만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돌아오면 잘해줘. 안부도 전해주고. 그리고 다 챙겼지. 다 챙겼으면 불 끄고 나가줄래. 나 잘래.”

“네 방 가서 자라고. 왜 이 방에서 자려고 해.”

“네 방이 내 방이고 내 방이 네 방 아니겠어. 그냥 불 끄고 가기나 해.”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인수는 오른손만 이불 밖으로 꺼낸 채 에디에게 나가라는 손짓했다.

***

인수는 아침 훈련을 마치고 오랜만에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하인스. 영국 왔다는 소식 들었는데. 한 번씩 들러. 고향이잖아.”

“하인스 왔어? 여기서 보니 새로운데. 네가 준 사인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어.”

“하인스 자주 들러. 이거 좋아했었지. 하나 먹으면서 구경하라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오랜만에 들리는 메리즈 스타디움이었지만 스타디움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모두 웃으며 인수를 맞아주었다.

“에디가 몇 번 초대했다고 하던데 지금까지 오지 않더니 어떤 일이야.”

“에디가 이번에도 안 오면 집 비밀번호 바꾼다고 해서요. 그리고 애들 경기하는 모습도 보고 싶기도 하고요.”

인수가 스타디움에 들어서자 운영팀장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당장 다음 주에 열릴 이적시장에서 선수들을 뺏기지 않도록 단속하는 일이 바빴지만 인수가 방문한 것은 다른 차원이 일었다.

“그래. 그래. 언제나 확인해야지. 그래야 다시 소튼에 돌아와서도 같이 잘 뛸 수 있지.”

“누가 소튼에 돌아와요?”

“너 말이야.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 아냐? 네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그랬잖아. 소튼이 고향이니 소튼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아 그러긴 했죠. 소튼 성적 좋던데요.”

인수는 자신의 복귀 이야기를 하는 운영팀장의 말을 돌렸다.

“랄라나 감독이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있긴 하지. 그러면서 성적도 다시 오르고 있고 말이야.”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전 스트라이커인 코룸이 하타페로 이적했고 그와 동시에 파바르도 은퇴를 선언했다. 주전 라이트 윙백인 윌리 어빈도 뮌헨 글라트바흐로, 험프 아담도 뉴캐슬로 이적하면서 주전 선수들의 이탈이 심했다. 랄라나는 임대 갔던 선수들을 복귀시키고 유스에서 선수들을 끌어올리며 시즌을 맞이했지만, 선수들의 적응 문제와 호흡 문제로 4연패까지 기록했었다. 그러다 리그 5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승리를 기록하며 패배 없이 7승 2무 4패를 기록하며 리그 8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소튼의 선수들이 또 풀릴 것이라는 루머가 있던데요.”

“루머는 루머일 뿐이지. 아직까지 이적하겠다는 선수는 없어.”

“바쁘실 텐데 그만 들어가서 일 보세요. 전 VIP룸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난 이만 들어가 볼게. 아 그리고 VIP룸에 손님이 계시긴 할 텐데 신경 쓰지 마. 랄라나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에 만나자고 했으니 그때 보고.”

“알겠어요.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인사 드릴게요.”

인수는 운영팀장과 헤어진 후 VIP룸으로 올라갔다. 운영팀장이 말한 다른 손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텅 비어있어서 인수는 창문에 기대어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을 지켜보았다.

“오랜만이야. 하인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VIP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감독 래쉬포드였다. 지난 마드리드에서 인수의 삼겹살을 박살 낸 후 다시 만다는 것이니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손님이란 분이 래쉬포드였군요. 선수들 확인하러 왔어요?”

“우리 대표팀 주전 골키퍼와 윙어가 뛰는 팀이니 확인해야지. 상대 팀에도 대표가 있고 말이야.”

“하하. 오늘 만날 줄 알았으면 집에 뭐라도 좀 사놨어야 했나요? 마드리드로 돌아가야 해서 전부 에디의 식당에서 해결하고 있는데.”

“하하. 걱정하지 마. 오늘은 경기 끝나고 에디와 볼, 그리고 너랑 에디의 식당에서 먹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나도 모르는 저녁 스케줄을 래쉬포드가 알고 있네요. 뭐 어찌 됐든 경기나 보죠.”

인수는 기세가 한껏 오른 소튼이 레스터시트를 상대로 이기는 것을 보며 래쉬포드와 함께 이곳에서 뛰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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