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42화 (142/200)

142화

클럽 브뤼허전을 마친 인수는 레쉬포드의 연락에 일정을 마치고 부랴부랴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30분 후에 레쉬포드 일행이 도착하기로 약속되어 있었기에 부랴부랴 삼겹살과 같이 먹을 밑반찬을 꺼내놓았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자 레쉬포드와 코치진이 집으로 들어섰다.

“와 좋은 곳에 사네. 소튼에 있는 집보다 좋잖아.”

레쉬포드는 인수의 집에 들어서며 현지에서 산 하몽 한 덩어리를 건넸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인수에게 하몽보다 나은 선물은 찾지 못했다.

“와 하몽을 얼마만에 받아보는지 모르겠어요. 여기 찾아오는 손님들은 항상 같은 걸 사 와서.”

인수는 집안을 둘러보는 레쉬포드에게 거실 구석에 쌓여있는 박스를 가리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 저게 소문의 환타 선물박스군. 거실 천장까지 쌓여있다니.”

인수가 환타 광고를 하고 집에 환타 선물밖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몇 번 공개됐다. 더욱이 에디가 인수집에 놀러 갔다가 환타 몇 상자를 공항에 반입하려다 세관에 걸린 헤프닝도 있었던 만큼 영국에서 인수의 환타박스는 유명했다. 물론 에디의 얼굴을 알아본 세관원이 바로 처리해주긴 했지만.

“갈 때 몇 박스 가져갈래요? 스페인 환타는 영국 환타와 차원이 달라요.”

“됐어. 나도 세관에 걸리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 바로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아. 이제 어디로 가요?”

“밥 좀 먹고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우리 마드리드 도착해서 바로 너 경기 관전하고 지금까지 빈속이니까.”

레쉬포드는 인수를 졸라 식당으로 이동했다. 미리 준비해 둔 만큼 삼겹살만 구우면 저녁은 완성이었다.

“와. 이게 감독님이 말하던 삼겹살이라는 겁니까?”

“고기를 이렇게도 먹을 수 있다니 환상적이네요.”

“하하. 많이 먹어. 하인스 어머니가 계셨으면 잡채나 갈비도 먹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삼겹살이 제일 맛있는 거야.”

레쉬포드는 자신이 준비한 음식이 아님에도 자신이 준비한 것처럼 말하고서는 삼겹살 몇 점을 상추에 싸서 입에 넣었다.

“천천히 먹어요. 어제 고기가 와서 냉장 상태인 고기는 다 꺼내왔으니. 냉동고기가 아니라서 더 맛있을 거예요.”

식탁으로 계속 구워진 고기를 옮기며 뒤늦게 인수도 식탁에 앉아 삼겹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와. 잘 먹었다.”

한동안 말없이 삼겹살을 박살 내던 사람들은 배가 어느 정도 차자 천천히 식탁에서 일어나 거실로 이동했다.

“영국에서 바로 마드리드로 넘어온 거예요?”

“그렇지. 평가전 결과자료를 만들어서 협회에 넘기고 바로 넘어와서 너 경기를 봤는데 움직임이 많아 좋아졌더라고. 이제는 확실하게 약팀을 잡아먹을 수 있는 플레이를 하던데.”

“하하. 레쉬포드가 가르쳐준 거잖아요. 약팀을 잡아먹으면서 다치지 않게 하는 플레이 방법이요.”

인수는 자신이 만난 모든 선수가 가르쳐주는 플레이를 자신이 직접 경기에서 써보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약팀을 상대로 옛날 스타일대로 밀어만 붙이다가는 다칠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상대를 압박하면서 언제든지 약점을 보이면 목덜미를 물어뜯을 수 있다는 눈빛을 보이면 되는 거야. 그게 강팀이 가져야 하는 자세지.”

“레쉬포드가 자주 한 말이잖아요.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고쳐야 할 점은 안 보였어요?”

레쉬포드는 인수의 말에 움찔거렸다. 인수가 경기를 지배하고 골을 기록하자 레쉬포드는 바로 호텔로 이동해서 쉬고 있었기에 경기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하하. 네가 고칠 점이 뭐가 있겠어. 우리 잉글랜드의 주장이신데 말이야.”

“제가 주장이라고요? 그런 말 없었잖아요.”

“케인이 은퇴를 하면서 차기 주장으로 너를 지목했잖아. 다른 사람을 주장으로 지목할 수는 없지.”

이번 평가전에 인수가 차출되지 않았기에 주장을 맡기지 못했지만 인수가 차출되는 순간부터 잉글랜드의 주장은 인수로 내정되어 있었다. 미래의 일이었기에 아직은 예정이었지만 레쉬포드의 마음에서는 인수만 한 주장감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럼 이후에는 어디로 이동할 거예요?”

“우선 스페인에 왔으니 바르셀로나에 존을 만나러 가야지. 대표팀에서 2주간 지켜보긴 했지만 그래도 팀 경기를 살펴보기는 해야지. 왜 전해주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그냥 우리 만나는 날 울지 말라고 전해줘요. 바르셀로나라는 팀을 떠나고 싶게 만들어줄 테니까.”

인수는 레쉬포드를 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때부터 더비전은 상대의 머리를 깨고 밟아 으스러뜨리라고 배워온 인수였다. 포츠머츠 정도는 아니지만, 바르셀로나도 그 못지않은 적개심을 키워왔다.

“그래. 또 한 번 당부하지만 부상 조심하고 저거 한 박스만 가져간다.”

레쉬포드는 삼겹살을 먹고 난 후 환타를 마시니 영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신세계를 보았다. 처음 저 박스들을 봤을 때만 해도 욕심이 나지 않았지만 한 번 맛을 보니 또 생각나는 것이 마약처럼 느껴졌다.

***

12라운드 레반테전 원정경기와 코파 델 레이 32강 2차전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레알 마드리드는 13라운드 경기를 위해 테네리페 원정을 떠났다.

“와 또 카나리아로 오다니. 정말 지옥 같은 원정이네.”

“그래도 다행이지 않아? 전반기에 카나리아 원정이 다 잡혀있잖아. 후반기에 잡혔다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았겠어?”

“근데 더 지옥 같은 일은 뭔지 알아? 카나리아 두 팀이 잘나가고 있다는 게 문제야. 테네리페 정도면 강등당할 법도 한데 그보다 못한 팀들이 있다니.”

아직 12라운드밖에 진행되지 않은 라리가지만 무패를 달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있었고, 무승을 달리며 승점 2점밖에 쌓지 못한 베티스와 1승 1무로 승점 4점밖에 얻지 못한 사라고사가 있었다. 카나리아섬의 두 팀인 라스팔마스와 테네리페는 각각 5승씩을 거두며 승점 15점으로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와 다음 시즌에도 이런 원정을 와야 한다니 정말 짜증 나는데. 그냥 두 팀은 따로 리그 지정해주면 안 되나?”

“네가 협회회장이 되면 추진해보고 오늘 경기나 잘 풀어보자고.”

계속된 연승행진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모두 흥이 나 있었다. 더욱이 그동안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가 선발 경험을 많이 받은 선수들은 더욱 신이 나 있었다. 각자의 에이전트에게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나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었다. 그러나 지금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면 이적이 안 하게 될 수도 있었고 나가게 되더라도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기회이기도 했다.

테네리페의 원정도 그런 선수들의 분위기가 그대로 보였다.

“하인스.”

전방에서 공간을 만든 코레아는 인수를 소리높여 불렀다. 테레리페 원정 다음 이어지는 AS로마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코프에게 휴식을 준 세도로프감독은 소메도와 코레아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다. 소메도가 코프와 호흡을 맞추며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긴 했지만 코레아는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번 선발이 누구보다 소중했다. 그런만큼 초반부터 계속 뛰어다니며 공간을 만들어내고 인수의 패스를 받고 있었다.

“옆으로.”

코레아가 인수의 패스를 받고 뒤를 돌았을 때는 이미 수비가 붙었기에 코레아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좌측에서 돌아 들어온 마린이 손을 들며 코레아를 불렀다.

모라타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그 자리에 선 마린은 원래부터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였던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코레아의 강한 패스를 발밑에 가두는 걸 성공한 마린은 바로 중앙으로 다시 패스했다.

마린의 패스는 정확히 인수의 발 앞으로 이동했고 인수는 발목을 꺾으며 바로 우측으로 공을 넘겼다. 빈 공간으로 정확히 공을 보낸 인수의 패스는 어느샌가 공간을 침투한 소아레스가 공을 받았고 다이렉트로 크로스를 보냈다.

소아레스의 크로스를 정확한 타이밍에 헤딩으로 연결한 코레아는 자신의 시즌 첫 골을 만들어내며 3:0을 만들었다.

“나이스. 잘했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코레아였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코레아의 시즌 첫 골을 누구보다 축복해주었다.

“자자. 자리로 돌아가.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모라타가 출전하지 않았기에 주장 완장을 찬 인수는 코레아의 첫 골 세리머니를 지켜보다 주심이 눈짓을 보고 바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로스타임을 합쳐도 2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 경기가 끝나는 대로 바로 마드리드로 돌아갔다가 바로 로마로 떠나야 하는 선수단이었기에 체력을 아낄 필요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느슨하게 게임을 풀어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천천히 제대로 키핑하고 제대로 패스해.”

인수는 테네리페의 공격권을 뺏은 이후 발바닥으로 공을 굴리며 매섭게 선수들을 지휘했다.

“확실히 하인스는 중앙에 섰을 때 위협적인 것 같습니다.”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타고났어. 물론 배워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눈빛이 좋아. 상대 선수들을 제압하는 눈빛이잖아.”

소튼, 대표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던 인수였지만 세도로프 감독은 인수의 포지션을 중앙으로 많이 활용했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던지 자신의 몫을 해주긴 하지만 중앙에서 뛸 때 다른 선수들과의 시너지도 좋았고 중거리슛도 위력을 발휘했다.

세도로프 감독이 수석코치와 경기를 보며 이야기하는 도중에 인수는 천천히 공을 몰고 앞으로 나갔고 테네리페 선수들은 인수의 전진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경기를 지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군.”

세도로프 감독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인수의 발에서 공을 떠났다. 빈자리를 찾아다니는 코레아의 움직임에 테네리페 수비들이 잠깐 소메도를 놓친 틈을 놓치지 않은 인수였다. 소메도는 인수의 패스를 받고 바로 터닝슛으로 이어갔다. 비록 공중으로 떠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인수는 박수를 보냈다.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까지 이어가는 플레이도 칭찬받을 만했다.

“좋아. 이대로만 하자고.”

계속해서 공격의 마무리를 지으며 테네리페전도 승리로 장식한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가 끝난 직후 마드리드로 이동했다.

이미 챔피언스리그 조별 경기 조 1위를 확정 지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할 팀은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공격의 시작이자 끝인 인수를 막는 것이 제일이었지만 문제는 누가 인수를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았다. 세대별로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존재했고 그 선수들을 틀어막을 수 있는 선수 한둘은 언제나 존재했다. 메시를 막았던 페페나 호날두를 평범한 윙어로 만들었던 애슐리 콜, 호나우두를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던 네스타까지 분명 인수를 막을 선수가 존재할 것이라 믿는 팀들이 많았다.

그런 팀들 중 가장 고민이 많은 팀이 AS로마였다. 아약스와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었지만 지난 4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은 물론이고 골득실까지 차이가 없었다. 이제 남은 클럽 브뤼허에게 이긴 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어떻게든 승리를 가져와야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반면 아약스는 레알 마드리드와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AS로마의 결과를 보고 나서 대처법을 고민해도 늦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같은 조의 클럽들에게 고민을 안겨준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로마로 입성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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