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34화 (134/200)

134화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발을 내디딘 세도로프 감독은 익숙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처음 축구를 시작한 곳도 암스테르담이었고 유스와 데뷔전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아약스에서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AC밀란에서 선수 생활 후 감독 시절의 정점기를 다시 아약스에서 찍었다.

아약스의 두 번째 트레블을 이끌어냈고 건강상의 이유로 감독을 사퇴했지만 감독직을 자신의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안데리선에게 넘겨주었다.

안데리선 체제에서 챔피언스리그에서 큰 업적은 남기지 못했지만 꾸준히 에레디비시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며 지금까지 감독을 하고 있었다.

“감회가 새로우시죠?”

“그러게. 마드리드로 간 이후 처음 오니까. 네덜란드 공기가 좋긴 하네.”

세도로프는 코로 깊숙이 심호흡했다. 공항 냄새가 섞여 있긴 했지만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네덜란드 축구협회의 도움으로 입국 심사 없이 공항을 빠져나온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은 지정된 호텔로 바로 이동했다.

“감독님 저기 보십시오.”

세도로프 감독은 수석코치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도롯가에 아약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세도로프 감독의 방문을 환영하는 걸개를 들고 있었다.

비록 다음날 상대해야 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지만 10년 넘게 아약스 감독으로 있으며 트레블과 수많은 우승컵을 들게 해준 감독이었다.

더욱이 아약스에서 유스 시절을 보내고 선수 생활까지 한 레전드였기에 그에 대한 예우였다.

“이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 고맙게.”

세도로프 감독은 다음 날 경기장에 먼저 입장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약스에서 역사를 남긴 선수이자 감독이었기에 그 존중을 담아 상대편 감독이었지만 특별히 이벤트를 마련해주었다.

그런데 그 전날인 오늘까지 팬들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늙으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나도 이제 늙었나 봐.”

“아직 한참이신데 뭘 그러십니까. 그런데 장관이긴 하네요. 네덜란드 감성이 물씬 풍겨서 좋네요.”

“고향이란 그런 거지. 나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끝나면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와야겠어.”

축구를 하며 남미, 아시아 할 것 없이 전 세계를 떠돌았던 세도로프였지만 자신의 조국인 네덜란드만 한 곳을 찾지 못했다.

“하하. 그게 언제일까요?”

“글쎄. 때가 되면 돌아오긴 하겠지.”

세도로프 감독이 자신을 환영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호텔로 들어섰다. 바로 샤워하고 쉬고 싶었지만 공항에서 못한 사전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홍보실에서 준비한 예상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고민해야 했다.

***

“감독님,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하신 이후 4년 만에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 돌아오셨습니다. 감회를 말씀해주신다면.”

“제가 선수 생활을 할 때에는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가 없었죠. 감독으로 부임하며 많은 추억이 깃든 장소입니다. 그런 장소에 돌아온 만큼 감회가 새롭지만 이번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선수들도 아약스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세도로프 감독은 네덜란드와 아약스 출신의 전설적인 축구선수인 요한 크루이프의 이름을 딴 경기장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약스 출신 최고의 플레이어의 이름을 딴 만큼 돔 형식의 구장에다 네덜란드 최고의 경기장이라는 명성답게 최신식의 시설이 갖추어진 경기장이었다.

“지난 1차전에 각각 승리한 레알 마드리드와 아약스와의 경기입니다. 두 팀 모두 놓칠 수 없는 한판인데 어떤 전술로 아약스를 상대하실 예정이십니까?”

“우리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 들어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것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내일 아약스와의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모라타 선수. 오랜 부상을 털고 일어난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내일도 자신 있으십니까?”

세도로프 감독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대표해 나온 모라타에게도 많은 질문을 쏟아졌다.

“우리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모라타가 짧게 대답하자 기자들은 잠시 멍해 있다가 이게 레알 마드리드의 인터뷰 방식임을 되새기며 다시 손을 들었다.

“내일도 선발로 예상되고 있는데 내일 경기에서 목표가 있다면요.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말씀해주신다면.”

“팀적으로는 무조건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겁니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연속경기 득점을 하고 싶다는 것 정도랄까? 복귀 후에 경기 감각을 모두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아틀랜틱 클루브와의 경기에서 부족한 점이 눈에 띄더군요. 그 점을 보완한 만큼 아약스와의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한동안 계속됐던 인터뷰가 마무리되어가자 레알 마드리드의 관계자가 인터뷰를 끝내겠다는 소리에 기자들은 마지막으로 질문을 받아달라며 손을 들었다.

“감독님 레알 마드리드와 3년 계약을 하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3년 후에 계약이 끝나면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실 계획은 있으십니까?”

“아직은 특별히 거취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3년 후까지는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을 맡고 있기에 그동안은 스페인에 거주할 생각입니다. 그 후의 문제는 그 후에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세도로프 감독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터뷰실에 자리한 기자들 중에는 아약스감독을 하며 친하게 지냈던 기자들도 많았지만 당장은 내일의 경기가 먼저였기에 경기 후를 기약하며 자신의 방으로 올라왔다.

***

“아약스 대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대 아약스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을 중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약스의 안데리선 감독은 자신이 세도로프 감독에게 배운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죠. 비교적 열세라는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축구공은 둥글고 모든 이의 예상을 깨는 결과는 언제나 발생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반면 세도로프 감독은 우리는 레알 마드리드로서 레알 마드리드다운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말을 했죠. 어제 인터뷰 어떻게 보셨습니까?”

“확실히 체급 차이가 나는 두 팀의 라인업입니다. 아약스의 선수들도 좋은 자원이긴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 비할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나 안데리선 감독의 말처럼 축구공은 둥글고 변수는 있는 법입니다. 더욱이 홈어드벤티지를 받는 아약스가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세도로프 감독만큼 아약스를 잘 알고 있는 감독은 없습니다. 현재 아약스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는 세도로프 감독이 발굴해낸 선수도 많죠. 그런 만큼 아약스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세도로프 감독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이상의 축구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나온 라인업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정말 공격적인 카드들을 모두 꺼내어 들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주전 윙백으로 활약했던 후베이루와 아랑게스를 대기명단에 올리고 테일러 웨아와 카스티야에서 윙백으로 활약하는 솔레르를 선발로 기용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수비보다는 오버래핑에 특화된 선수들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전방과 후방을 이어주는 고리인 니실랴보다 더욱 앞선 라인을 잡는 두 선수를 기용한 만큼 후방을 완전히 비워주겠다는 전략이죠. 세도로프 감독이 아약스를 완성시킬 때 선 수비 후 공격을 중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전략입니다. 아약스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기에 수비를 흔들겠다는 포석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약스에서는 클럽 브뤼허전과 같은 라인업을 꺼내 들었습니다. 튼튼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노리는 라인업인데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양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치르면서 전반기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는 점이겠죠? 어떤 팀이 승리할지 레알 마드리드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

세도로프 감독은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보여주었던 아약스 팬들의 환호를 머릿속에서 지우며 휘슬을 물고 있는 주심을 보았다.

이번 경기와 클럽 브뤼허와의 경기까지 승리한 이후 승점 9점을 챙겨야 후반에 좀 더 편한 일정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 첫 번째 고비가 AS로마였고 이번이 두 번째 고비였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불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선공을 시작된 경기. 세도로프 감독은 경기 시작 전 인수에게 바로 센터서클에서 슛을 하라 조언했다. 들어갈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아약스를 이끌고 있을 때부터 골키퍼 중심의 팀을 꾸렸다. 지금 아약스의 골키퍼인 안드레 고터는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나온 슈팅에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었다. 골키퍼가 수비를 모두 지시하는 팀을 만들었기에 골키퍼가 움츠러들면 자연스럽게 라인도 더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인수는 세도로프 감독의 조언을 잊지 않고 코프가 밀어준 공을 그대로 아약스 골문을 향해 강하게 찼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크게 휘어져 간 공은 골대 구석을 향했고 고터는 몸을 날려 겨우 골라인 아웃을 만들었다.

“다들 정신 차려. 이제 시작이야.”

고터는 몸을 일으키며 주변에 소리쳤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리포터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경기 시작부터 이렇게 강한 슛을 센터서클에서부터 날릴 줄은 모르고 있었다.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아약스의 골문으로 접근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의 모습에 고터는 소리를 높여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인스. 여기로.”

“이리 보내.”

가르시아와 마르체나는 아약스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며 코너에 있는 인수에게 손을 들었다.

세도로프 감독 부임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세트피스에 대한 훈련을 강화해왔다. 이번 시즌 들어와서 아직 세트피스 상황에서 세 골밖에 넣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심이 인수에게 공을 차도 좋다는 사인이 난 후 인수는 호흡을 가다듬고 마르체나의 머리를 노리고 공을 찼다.

인수가 찬 공은 골대에서 밖으로 휘어지며 정확히 마르체나의 머리로 향했다.

아약스 선수들이 양쪽에서 밀치며 정확히 이마에 갖다 대지 못하고 골대를 넘어갔지만 시작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공세는 무서웠다.

“앞으로 나가. 왜 그렇게 움츠러들어. 앞으로 나가란 말이야.”

아약스의 안데리선 감독이 코칭 박스까지 나와 고래고래 외쳤지만 골문을 맡고 있는 고터가 라인을 올리지 못했다.

“고터가 너무 긴장했는데요. 저것만 고쳐도 세계적인 골키퍼가 될 텐데.”

네덜란드 제1의 수문장이라 불리는 고터였지만 고쳐지지 않는 약점이 있었다. 고치기 위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했지만 쉽사리 바뀌지 못했고 네덜란드가 국제대회에서 약해진 원인이라 꼽히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아약스와 네덜란드 골문을 지키고 있는 건 무서울 정도로 빠른 반사신경과 라인 조율이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였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들의 위치지정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골키퍼란 평가가 많았다. 다만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너무 수비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빅클럽에서 손짓을 받지 못하는 이유였다.

“어떻게든 앞으로 나가야 해. 상대가 모두 센터라인을 넘어오잖아. 정확히 고터의 약점을 파고드는 플레이를 하다니.”

“그래도 우리만 선취점을 내면 고터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습니까? 공격진에게 더 강하게 나가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데리선을 보좌하는 수석코치가 조언했지만 이미 공격진도 센터라인을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차라리 선취점을 주면 달라질 텐데. 고터도 정신을 차릴 거고.”

안데리선이 자조적인 목소리를 낼 때 인수는 빽빽한 아약스의 수비를 드리블로 돌파했다.

“하인스.”

인수의 드리블돌파가 이루어지자 아약스의 수비들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자신이 맡은 선수를 놓고 인수를 막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서 모라타가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들자 인수는 모라타의 발밑으로 강하게 공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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